진상규명 철저히 해서 유족들의 한을 풀어 주겠다, 유족 마음 잘 반영된 특별법 제정되도록 협조하고 지원하겠다, 검경 수사 이외에도 진상규명을 하고 특검도 해야 한다. 필요하면 언제든지 찾아오시라... 넉달 전 박 대통령이 세월호 유족들을 청와대에서 만나 한 약속이다. ‘태양왕’처럼 말하는 대한민국 대통령 그 약속을 잊은 듯 입을 다물었던 대통령이 지난 16일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요약하면 이렇다. 대통령인 나는 세월호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 사태 수습을 잘 해내고 있는데, 유가족들이 엉뚱하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달라고 주장한다. 야당은 여기에 동조해 국회를 마비시켜 ‘열심히 일하는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있다. 게다가 ‘7시간 의혹’ 등 대통령을 모독하는 발언이 도를 넘는다. 대통령에 대한 모독은 곧 국가와 국민에 대한 모독이다. ‘대통령에 대한 모독은 국가와 국민에 대한 모독’이란다. 대통령이 곧 국가이고 국민이라는 얘기다. 퍼뜩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는 발언이다. 17세기 ‘태양왕’으로 불리던 프랑스의 절대군주루이14세도 이와 비슷한 얘기를 했다. “짐은 곧 국가(L'etat, c'est moi)라고. 생전에 이런 투의 발언을 자주 한 사람이 또 있었다. 박 대통령의 아버지가 그랬다. 대통령이 국가와 국민을 대표하는 건 맞다. 하지만 이 ‘대표성’은 주권자인 국민에 의해 위임된 것에 불과하다. 옛날 ‘태양왕’은 그 ‘대표성’을 제 것이라고 우겼다. 아무리 ‘유신의 딸’이라도 그를 따라 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은 국가의 공복(公僕)이자 국민의 종복(從僕)이다. 종은 주인에게 혼날 수 있고 욕을 먹을 수 있다. 때로는 모독도 당할 수 있는 게 대통령이라는 ‘대표공인’의 자리다. ‘7시간’ 언급은 대통령 모독, 카톡도 실시간 감시·검열하겠다? 박 대통령이 ‘7시간 부재’에 대해 언급하는 건 모독이라고 단정하자, 검찰이 빠르게 움직였다. 이틀 후 대검은 미래부, 안행부, 방통위, 경찰청, 포털업체(카카오톡 포함)을 불러 놓고,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사범을 상시 적발하는 방안을 추진해서, 적발되면 재판에 넘겨 실형선고를 유도하는 ‘무관용원칙’을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부장검사를 팀장으로 하는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검사 5명과 수사관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톡 관계자도 불려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국민들은 경악했다. 포털과 커뮤니티 등 웹 기반 서비스는 물론 모바일 메신저까지 실시간 모니터링 대상에 포함시키겠다는 의도가 감지됐기 때문이다. 국민의 기본권을 훼손해서라도 대통령의 비위를 맞추겠다고 나선 검찰이 딱하다. 카카오톡도 실시간 모니터링 될 거다’는 얘기가 전해지자, 네티즌들의 ‘망명’이 이어지고 있다. 보안에 철저한 외국의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로 옮겨가는 이들이 급증했다. 불과 며칠 만에 벌어진 일이다. ‘망명 네티즌들’이 선호하는 메신저는 러시아 개발자에 의해 만들어져 독일 베를린에 본사를 둔 ‘텔레그램’이다. 강력한 암호화가 특징이란다. 메시지를 주고받은 당사자만 볼 수 있으며, 사용자가 지정한 기간 동안만 저장됐다가 자동 삭제된 뒤에는 서버에 어떤 기록도 남지 않는다. 서버가 해외에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검찰의 겁박에 ‘모바일 망명지’ 찾아 떠나는 국민들 국민들이 외국 서비스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는 것은 이번 검찰의 조치를 ‘모바일 검열과 감시’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 시장조사업체에 의하면 검찰의 ‘대국민 으름장’이 있었던 다음 날(19일) iOS 소셜 네트워킹 부문 111위였던 ‘텔레그램’의 순위는 20일 13위로 껑충 뛴 뒤 계속 상승세를 이어가 21일에는 8위에 올랐다. 이런 현상은 안드로이드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164위였던 것이 단 3일 만에 67위로 치솟았다. 이 추세라면 조만간 10위권 내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 '겁박' 피할 '망명지'로 인기 높은 '텔레그램'. 다운로드 순위가 급등하고 있다.> <전자신문>은 ‘텔레그램’ 다운로드 급증 원인에 대해, 구글 플레이스토어 앱 리뷰에 올라온 글을 소개하며, 이번 검찰의 조치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리뷰에는 ‘피난 왔습니다’ ‘메신저 망명’ ‘대피소 찾아 왔어요’ 등 검찰 조치에 반대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고 소개했다. 관련 업체의 걱정도 크다. 이대로라면 카카오톡 등 국내 산업이 위축될 거라는 우려가 일찌감치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황한 검찰은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를 실시간 감시한다는 것은 루머”라며 모바일 업체를 부른 이유는 “명예훼손 범죄가 발생했을 경우 신속하게 협조해 달라고 요청하기 위해서”라고 해명했다. 박근혜는 ‘도 넘은 모독’, 노무현은 ‘민주시민의 권리’ 참 재미있는 나라다. 대통령이 ‘합리적 의혹 제기’를 자신에 대한 ‘모독’이라고 강변하자 검찰은 칼을 빼들고, 네티즌들은 ‘망명’을 감행한다. 국내 업체는 위축될까 긴장을 하고, 잘 알려져 있지 않던 외국 업체는 졸지에 날개를 달았다. ‘사고 당일 7시간 의혹’은 대통령이 자초한 일이다. 7시간이나 어디서 무엇을 했기에, 대체 어떤 불가피한 상황이었기에 서면·유선 보고만 받아야 했단 말인가. 그 결과 ‘골든타임 구조 0명’이라는 경천동지할 기록이 수립되지 않았나. 국민들이 부재의 이유를 묻는데도 대통령은 납득할 만한 설명 한마디 하지 않았다. 대체 무엇이 ‘모독’이란 말인가. 당연한 질문에도 입 열지 않는 대통령에게 싫은 얘기 좀 한다고 해서 이젠 모바일까지 검열·감시하겠다고 겁박하는 건가. 모독했다고? 어처구니없다. 대통령을 욕하는 게 민주시민의 권리라고 설파한 이가 있다. 박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 욕을 퍼붓고 헐뜯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바로 그다.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을 욕하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주권을 가진 시민의 당연한 권리입니다. 대통령을 욕하는 것으로 주권자가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면, 저는 기쁜 마음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7시간 의혹’, 노무현은 ‘권리’ 박근혜는 ‘모독’
감시-검열 검찰 겁박에 ‘모바일 망명지’ 찾아 떠나는 국민들
육근성 | 2014-09-23 13: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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