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美조사단장 ‘1번 어뢰’ 관련 갈팡질팡 왜?
에클스 당시 해군 소장, 5월엔 “큰 비밀” -> 8월엔 “내가 분석했다”
지난 2010년 3월 26일 발생한 천안함 침몰 사건에서 이른바 ‘결정적 증거’(스모킹 건, smoking gun)라고 알려진 ‘1번 어뢰’와 관련해 당시 미국 측 합동조사단장의 언급이 세 달도 안돼 바뀐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이 최근 미 해군 측이 재미 잠수함 전문가인 안수명 박사에게 공개한 관련 문서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당시 천안함 침몰 사건 원인 규명을 위해 구성된 합동조사단(합조단)의 미국 측 조사단장으로 참여한 토머스 J, 에클스 미 해군 소장은 2010년 5월 15일, 이른바 ‘북한산 1번 어뢰(CHT-02D)’가 우리 군 관계자에 의해 수거되고 이를 5월 20일, 합조단이 1차 조사 결과를 발표했음에도 자신은 사전에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뉘앙스로 상관에게 보고한 사실이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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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클스가 자신의 상관인 맥코이 중장에게 ‘큰 비밀’이라며 보낸 이메일 답변 내용ⓒ민중의소리 |
에클스는 5월 20일, 자신의 상관인 케빈 M. 맥코이 해군 중장(미 해군 해양시스템 사령관)이 천안함 1차 조사결과를 발표를 보고 “토머스, TV를 통해 어뢰(torp)를 본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며 “그것(어뢰)은 새로 발견된 것인가?”라고 묻자 “그것은 지난 주 제가 한국으로 돌아가고 있을 때 발견된 것이며, 큰 비밀(a big secret)”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에클스는 “(당시) 서울에 배치(post)해둔 담당자(SIPR)와 (연락이) 불통(crippled)이 되어 의사소통이 제한적이었다”며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 국방장관, 연합사령관은 그들의 상대방(counterpart, 한국 측 상대방 지칭)이 (이 문제에 관해) 통화하기 전에 알고 있었으며, 따라서 우리는 그러한 차원의 놀라움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언급은 당시까지도 그는 이른바 ‘1번 어뢰’ 발견에 관해 자신은 자세히 알지 못했고, 자신보다도 높은 차원에 있는 사람들은 이런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보이며, 이는 큰 비밀에 속하는 사항이라고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에클스의 보고 내용은 그해 8월 5일, 에클스가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과는 엇갈린다. 에클스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5월 18일에서 20일로 예정된 조사결과 발표에 참석하려고 16일이나 17일에 한국에 도착했다. 내가 남겨둔 해군 대위(SIPR 지칭)가 어부와 함께 일하는 모습을 보려고 14일에도 배를 타고 나갔다. 15일, 그들은 그것(어뢰)을 발견했고 17일, 나는 그것을 보았다”고 밝혔다.
에클스는 이어 “그때(17일) 전체 설계도(full scale drawing)와 어뢰 부품들을 비교했으며, 그 조각이나 부품은 설계도와 완벽하게 일치했다”고 밝혔다.
에클스는 당시 “그러한 전체 설계 도면이 어디에서 나왔느냐?”의 물음에 “정보 계통(intelligence community source)에서 북한이 어뢰를 판매(proliferation)하는 과정에서 손에 넣은 것으로 보인다”고 대답했다. 에클스는 그럼에도 “20일, 기자회견에서 왜 잘못된 북한 어뢰 도형(wrong diagram)을 공개했냐”는 질문에는 “나는 당시(17일) 분명히 옳은(right) 설계도를 봤는데, 20일 기자회견장에도 있었지만,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특히, 잘못된 도형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나도 놀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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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클스가 5월 17일, ‘1번 어뢰’와 설계도를 분석했다고 밝힌 기자회견 내용ⓒ민중의소리 |
에클스가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의 핵심은 그가 한국에 도착해 5월 17일 이미 이른바 ‘북한산 1번 어뢰’라고 알려진 수거한 어뢰를 당시 정보 당국이 입수한 전체 설계도와 비교해 전부 일치한다는 결론을 내렸고, 이를 20일 기자회견에서 발표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자신의 상관이 20일, 이 어뢰에 관해 질문하자 에클스는 자신이 한국으로 가는 중에 일어난 일이며 ‘큰 비밀’로 보인다며 한국에 남겨 둔 부하와도 연락이 어려웠다고 밝혔다.
따라서 에클스가 어떤 알지 못할 이유로 자신의 상관에게 거짓말을 했던지 아니면 이른바 ‘1번 어뢰’ 발견에 관해 당시에는 상세히 알지 못했으나, 추후 이를 다시 강조하기 위해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행적을 꿰맞춰 발표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편, 현재 퇴역해 미국 워싱턴D.C에서 방산업체를 운영 중인 토머스 에클스 단장은 이런 논란에 관해 입장을 밝히기 거부했다.
기자는 여러 차례 이메일을 통해 “당시 이메일에서 표현한 ‘큰 비밀’의 의미”와 당시 상관이 질문한 것처럼 “이 어뢰가 새로 발견된 것인지” 등 관련 질문을 보냈으나 에클스는 답변하지 않았다. 또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해당 업체에 전화를 걸어 통화를 시도했으나, 이 역시 이루어지지 않았다.
우리 장병 46명의 목숨을 앗아간 천안함 침몰 사건에 관해 미국 측 조사단장으로 참가했던 에클스 당시 미 해군 소장이 자신의 직속상관에게 보고한 내용과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 일치하지 않아 의혹이 일게 됐다. 하지만 이 예비역 해군 장성은 이에 관한 해명조차 피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민중의소리’에 ‘기자수첩’으로 게재된 필자의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