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의 물고기 폐사... 경상도 식수도 위험하다
국무총리실 산하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의 4대강 조사 평가 결과가 올 연말즈음 나온다고 합니다. 조사평가위원회는 구성될 당시부터 위원 구성 문제로 논란이 일어 과연 공정한 조사 평가가 가능할까 우려도 많았습니다. 그 조사평가 결과가 곧 나온다고 하니, 결과가 주목됩니다. 이런 과정 사이에서, 기자가 그동안 낙동강을 조사하며 목격한 여러 생명의 죽음과 그 의문을 짚어보고, 4대강 사업에 관한 문제 제기를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기자 말
▲ 2012년 가을 낙동강서 일어난 물고기떼죽음 사태. 수십만에 이르는 물고기가 낙동강서 떼죽음했다. | |
ⓒ 정수근 |
낙동강에서 죽어가는 생명들
지난 2012년 늦가을 낙동강에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습니다. 구미보에서부터 칠곡보에 이르는 대략 26km의 구간에서 물고기 떼죽음이 발생한 것입니다. 당시 기자가 현장에서 확인한 바는 최소 수만에서 최대 수십만에 이르는 물고기가 죽었습니다. 지난 2014년 7월 말 경북 칠곡보 상·하류에서도 강준치가, 최소 수백에서 최대 수천 마리가 이 같은 피해를 입었습니다. 왜일까요?
이외에도 지난 여름 대구 달성군 다사읍과 경북 고령군 다산면을 잇는 강정고령보 아래부터 대구 화원유원지에 이르는 구간에서도 붕어와 잉어들이 줄줄이 떠올랐습니다. 비교적 더러운 물에서도 잘 사는 붕어와 잉어까지 죽어가는 심각한 상황인 것입니다.
▲ 2014년 올여름 낙동강서 물고기들이 줄줄이 떠올랐다. 비교적 더러운 물에서 잘 사는 붕어와 잉어까지 줄줄이 떠올랐다. | |
ⓒ 정수근 |
▲ 올여름 장수한다고 알려진 자라까지 죽어 있는 것을 목격했다 | |
ⓒ 정수근 |
▲ 수달의 뼈. 낙동강의 최상위 포식자 수달까지 죽어 뼈만 남아있다. 이들은 도대체 왜 죽었을까? | |
ⓒ KBS<추적60분> 화면 갈무리 |
물고기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비교적 장수한다고 알려진 자라를 비롯해 비둘기, 까마귀, 왜가리와 같은 조류까지 죽었습니다. 게다가 하천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인 수달까지 죽은 것이 목격됐습니다. 도대체 이들은 왜 죽었을까요? 이들의 죽음에 대한 단서는 무엇일까요? 그 죽음의 원인을 찾아봤습니다.
3년 연속 계속된 '녹조 라떼'
3년 연속 반복돼 온 녹조 현상은 2012년 4대강 보의 담수 이후 해를 더할수록 더 이르게 피고, 더 오래 지속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올여름은 남조류의 개체 수가 ml당 10만 셀을 넘어가기도 했습니다. 녹조 현상이 더 심각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입니다.
▲ 2012년 낙동강 보 담수 이후 계속된 녹조라떼 | |
ⓒ 정수근 |
남조류 '마이크로시스티스'의 대량 증식 현상이 무서운 이유는 이 녀석이 내뿜는 맹독성 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 때문입니다. 이 맹독성 물질은 미량에도 치사에 이르게 하며, 특히 간 질환을 일으킨다고 알려진 무서운 물질입니다. 서구에서는 이 맹독성 물질 때문에 물고기, 가축, 야생 악어에 이어 사람까지 사망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런 맹독성 물질이 낙동강에서 나온다는 것은 아주 심각한 문제입니다. 그 이유는 낙동강이 1300만 경상도민의 식수원이기 때문입니다. '식수원 낙동강'에서 이 같이 위험한 물질이 생성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에 대한 연구가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있지 않습니다. 어떤 경우에, 얼마나 많은 독성물질이 나오는지, 또 그 물질이 수중 생태계 사슬을 통해 어디까지 전이되는지, 인간에게는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여러 의문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합니다.
큰빗이끼벌레의 대량 증식
▲ 낙동강의 고사목에 붙어 자라던 큰빗이기벌레가 강 수위가 내려가자 모습을 드러낸 채 떠 있다. | |
ⓒ 정수근 |
올해부터 녹조라떼에 이어 큰빗이끼벌레라는 외래종 태형동물 또한 대량 출현했습니다. 그동안 정체된 수역에서만 간간이 보였다(낙동강 어부들의 증언)는 큰빗이끼벌레는 올 한해 낙동강 전역에서 대량 증식된 것이 확인됐습니다. 4대강 모두에서 공공연히 발견됐습니다. 이들의 먹이가 되는 조류가 4대강에서 증식하니, 이들이 4대강 전역에서 대량 증식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이들이 주로 증식하는 곳은 바위 틈이나 수초, 나뭇가지 등으로 물고기의 산란처 및 서식처와 겹친다고 합니다. 따라서 이들의 대량 증식은 물고기의 산란 및 서식 활동을 교란하고 수중 생태계를 망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낙동강 어부의 증언에 따르면, 실제로 잉어나 붕어의 치어들이 잘 잡히지 않는다고 합니다. 큰빗이끼벌레의 대량 증식 사태가 향후 어떤 파장을 미칠지 우려스러운 상황입니다.
이러한 강에서 지난 여름부터 각 지자체마다 물놀이와 모터보트, 유람선과 같은 수중 레포츠 사업 등을 벌이고 있는데, 이는 대단히 위험합니다. 맹독성 남조류가 대량 창궐하는 표층의 강물을 바로 접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녹조라떼 낙동강서 사람들이 수중레포츠를 즐기고 있는 구미 동락공원의 모습. 남조류의 독성물질 마이크로시스틴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위험천만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 |
ⓒ 정수근 |
▲ 녹조라떼 낙동강서 유람선 사업을 벌인 대구 달성군. 배를 타면 물보라가 일게 마련이고 그것이 그대로 승객에게 닿는다. 남조류의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맹독성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 |
ⓒ 정수근 |
또한 늦가을 이후 수온 하락 등으로 남조류가 줄어들면서 큰빗이끼벌레도 함께 사멸하고 있습니다. 이 물질들은 그 자체로 부영양화의 원인 물질입니다. 이들이 한꺼번에 죽으면서 고갈하는 산소의 양 또한 막대할 것입니다. 이들의 사멸로 결국 물 속의 용존산소가 결핍되고, 그 결과 물고기가 떼죽음할 수 있는 조건이 될 수 있습니다.
더구나 남조류는 사멸하면서 몸 안의 독성 물질을 더 많이 내뿜는다고 합니다. 이 또한 물고기 떼죽음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마시는 수돗물의 안전성 또한 담보할 수 없습니다. 물고기가 떼죽음 당하는 곳의 강물을 우리가 마셔도 괜찮을까요? 이런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간과하는 위험
낙동강은 1300만 경상도민의 식수원입니다. 그런 식수원이 독성 녹조로 뒤덮여도 수자원 공사와 환경 당국은 정수 과정에서 고도정수처리를 하면 아무리 녹조가 발생하더라도 수돗물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과연 100% 안전을 장담할 수 있을까요?
고도정수처리 과정은 일반 정수 과정에 비해 그 과정이 깁니다. 그만큼 정수 비용 또한 증대하는 것이지요. "수질 개선을 한다면서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 부은 4대강사업을 왜 했느냐"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 녹조라떼 가득한 낙동강서 낚시를 하고 있는 강태공. 이들은 녹조 강물을 그대로 접촉할 수밖에 없다. 남조류 마이크로시스티스에서 나온 독성물질 마이크로시스틴은 물고기에게 그대로 전이되고, 그 물고기를 먹을 시 사람에게도 그대로 전이된다고 한다. 위험천만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 |
ⓒ 정수근 |
'정수 과정의 발암 물질 증대'라는 새로운 위험도 야기됩니다. 정수 과정에서는 살균을 목적으로 염소가 투입되는데, 이 염소는 물 속의 유기물과 결합해 '트리할로메탄'이라는 발암 물질을 생성합니다. 염소 투입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이 발암 물질의 양도 함께 증대하게 됩니다. 실제로 4대강 사업 후 정수장의 염소를 비롯한 약품 투입량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합니다. 이는 지난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제기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독성 남조류가 내뿜는 '마이크로시스틴'의 검출 방법이 WHO(세계보건기구)의 표준공정을 지키지 않은 것도 문제입니다. 원래 마이크로시스틴을 검출할 때는 강물과 그 속의 조류까지 모두 파쇄해서 함께 측정해야 하지만, 환경 당국은 조류를 모두 걸러내고 강물 속에 녹아 있는 독성 물질만 측정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옳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들 조류의 몸 속에는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독성물질이 분명히 들어 있고, 이들 조류가 죽을 때는 독성물질을 더 많이 내뿜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표준공정대로 강물과 그 속의 조류까지 모두 함께 측정해야 합니다.
그렇게 제대로 측정하면 지금 우리 환경당국이 발표하는 수치가 얼마나 엉터리인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독성물질은 분명히 강물 속에 존재하고 있고 그 농도 또한 표준공정으로 측정하면 더 높게 나올 겁니다. 환경당국이 그것을 그대로 알렸더라면 '녹조라떼'의 강에서 시민들이 물놀이나 낚시를 하는 위험천만한 광경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 강준치 뱃속에서 나온 기생충. 낙동강의 한 어부는 지난 7월말 발생한 칠곡보 강준치 떼죽음 사태의 원인은 이 기생충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 |
ⓒ 정수근 |
이외에도 새로운 위험 인자들이 추가로 발견되고 있습니다. 물고기에 나타나는 곰팡이와 흰점병, 기생충 등도 새로 보고되고 있는 문제입니다. 지난 11월 1일 방영된 <추적60분>에서 이에 대한 문제점이 잘 반영됐는데, 이런 사실들은 강물이 정체되어 썩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낙동강의 한 어부는 지난 칠곡보 강준치 떼죽음은 몸속의 기생충이 원인이라고 진단하기도 했습니다.
물고기가 죽어 나가고 각종 바이러스가 들끓는 강물. 이런 강물을 우리 인간이 마셔도 괜찮을까요? 단지 수치상으로만 안전하다고 그 물이 안전한 물일까요? 발암 물질인 트리할로메탄이 기준치 이내라고 안전하다, 장담할 수 있을까요?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막힌 수문을 열어 막힌 혈관을 열어라
▲ 올 장마 때 수문을 연 모습이다. 수문을 상시로 열어 예년과 가까운 유속으로 강물의 흐름을 회복하는 것이 가장 시급히 해야 할 일이다. 더 나아가 국민적 합의를 거쳐 문제의 4대강 보를 단계적으로 철거하는 것까지 고려해야 한다. | |
ⓒ 정수근 |
이쯤이면 기자가 앞에서 밝힌 여러 죽음의 원인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3년 연속 녹조가 심화되고, 큰빗이끼벌레라는 낯선 생물체가 증식하고, 이 때문에 물고기와 동물들이 죽어나가는 사태. 이 사태는 먹이사슬을 통해서, 또 강물과의 접촉을 통해서, 이 강물을 마시는 것을 통해서 인간에게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녹조라떼와 큰빗이끼벌레의 증식 사태가 강물이 정체돼 일어나는 변화라는 사실은 여러 전문가들에 의해 진단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극복은 의외로 간단할 수 있습니다. 강물의 흐름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수문을 상시로 열어 예년과 가까운 유속으로 강물의 흐름을 회복하는 것이 가장 시급히 해야 할 일입니다. 더 나아가 국민적 합의를 거쳐 문제의 4대강 보를 단계적으로 철거하는 것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4대강은 대한민국의 근간이 되는 강이고, 강은 대한민국이라는 이 땅덩이의 거대한 혈관과 같습니다. 대한민국이라는 땅덩이의 혈관이 다 막힌 상황에서, 어떻게 그 땅이 제대로 기능을 하고, 그 위에 사는 인간들은 또 얼마나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까요? 한마디로 지금까지 기자가 목격한 변화는 대한민국의 혈관, 즉 4대강이 막힌 후 드러난 심각한 부작용인 것입니다.
오늘도 강은 점점 썩어가고 있습니다. 시일이 급합니다. 그러므로 공론화의 장을 하루빨리 거쳐서 4대강이 '흐를 수 있는 강'으로 하루빨리 되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해봅니다.
▲ 흰수마자와 재첩. 낙동강 수계에서만 산다는 우리나라 고유종 흰수마자는 모래톱이 사라진 낙동강에서는 자취를 감추었다. 한 종이 사라진 것이다. 하루빨리 이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되돌리는 일은 4대강 보의 수문을 여는 것이다. | |
ⓒ 정수근 |
[ 정수근 ]
'4대강 관련' 카테고리의 다른 글
'MB벌레' 큰빗이끼벌레, 낙동강에 다시 출몰, 작년보다 한달 빨라 (0) | 2015.06.02 |
---|---|
부산 에코델타시티 급제동, 수공 또 '빚더미'? (0) | 2015.02.10 |
MB 보고 있나? 4대강 이렇게 망가졌다 (0) | 2014.12.04 |
4대강에 매년 5051억원 추가 비용 쏟아부어 (0) | 2014.10.30 |
큰빗이끼벌레 다시 창궐... 수초마다 주렁주렁 (0) | 2014.10.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