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관련

왜 기록된 그대로의 지진파와 공중음파 공개를 거부하나?

道雨 2015. 3. 28.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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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이 침몰된지 5년이 됐는데도 침몰원인에 대한 과학적인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민군합동조사단(합조단)이 북한 잠수정의 어뢰공격으로 천안함이 침몰했다는 결론을 내리는데 사용한 많은 증거들을 철저하게 조사하지 않았거나 틀리게 해석했기 때문이다.


합조단은, 폭발장소의 근처에서 인양된 어뢰추진체, 추진체에서 발견된 ‘1번’글씨 와 천안함과 어뢰추진체에서 발견된 알루미늄이 주성분인 백색물질(흡착물)들이 북한 어뢰설의 결정적인 증거라고, 그것도 추진체가 발견된지 5일 뒤에 무슨 이유에서인지 성급하게 발표했다.

 

합조단은 이 증거물들이 스모킹 건이라는 표현도 썼다.

코넌 도일이 19세기 말에 쓴 한 추리소설에서 유래한 이 표현은, 살인범행 현장에서 용의자가 손에 연기가 나는 권총을 들고 있는 것이 목격됐기 때문에 이 용의자는 살인자라는 뜻이다.

소설의 주인공인 셜록 홈즈뿐만 아니라, 이 소설을 읽는 독자 누구라도 이 증거들에 의해서 용의자가 범인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합조단이 제시한 증거들은 분석결과의 오류를 보여줘


 하지만 합조단이 제시한 증거들은 이와 다르다. 이 증거들은 전에 범죄행위를 증명하기 위해 쓰여진 적이 없고, 연구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증거들의 철저한 과학적인 분석을 거쳐 올바른 결과가 얻어져야만, 이를 근거로 올바른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합조단이 북한어뢰설을 발표한 후에 다양한 논쟁이 벌어진 것은, 합조단이 제시한 증거들을 분석한 결과가 잘못 됐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합조단은 이 증거들을 철저하게 분석하지않고, 성급하게 북한을 범인이라고 지적했다.

합조단의 분석결과는 북한어뢰설을 지지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부정한다(1).


 천안함 침몰후 5달 후에 합조단이 발표한 보고서에는 새로운 증거들 또는 결과들이 포함돼 있다. 

백색물질들을 분석하여 얻어진 TGA/DTA란 열분석 자료는, 합조단이 이미 발표했던 백색물질에 관한 결론에 오류가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1).

이 중요한 자료를 이러한 오류를 고치는데 쓰지 않고, 보고서에 포함시키기만 했다.

 

 합조단은 북한어뢰설을 부정하는 자신의 조사결과들도 무시했다.

예를 들어, 합조단은 HMX, RDX와 TNT와 같은 폭약을 천안함의 여러곳과 어뢰추진체가 인양된 해저근처에서 수거된 모래와 가방등의 여러 물품에서 검출했으나 (합조단보고서 28과115쪽), 인양된 폭발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어뢰추진체에서는 이 폭약들을 검출하지 못했다 (199쪽). 

이 결과는 폭발설을 지지하지만, 이 어뢰추진체가 폭발에 의해서 어뢰에서 분리되지 않았고, 따라서 천안함침몰과는 관계가 없음을 나타낸다.


지진파-공중음파를 둘러싼 논쟁


 합조단 보고서에 포함된 많은 자료 중의 하나가 지진파-공중음파다. 합조단의 조사결과에 대해서 제기된 마지막 논쟁은 이 자료와 관계가 있다.

이 자료가 천안함사고와 관련이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이 자료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가에 대해서는 적어도 3개의 다른 주장이 있다.

 

 이 자료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자원)의 백령도관측소에서 기록됐는데, 지자원은 기록된 그대로의 자료를 전부 공개하지 않고 일부분의 자료를 심하게 가공하여 공개했다.

필자는 이 자료를 누구보다도 정밀하게 분석하여 논문도 썼다. 그러나 발표된 자료로는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정보를 얻지 못했기 때문에, 지자원에게 기록된 그대로의 자료를 전부 공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회답을 받지 못했다.


 백령도 관측소를 포함한 지자원의 6개의 관측소는 지자원과 미국의 한 민간단체가 공동으로 운영했으며, 기록된 자료는 실시간으로 지자원뿐만 아니라 이 단체로도 전송되었다. 이 민간단체는 미국정부와 계약하에 관측소의 설치와 운영에 필요한 기술지원을 했다.

 

 이러한 사실에 근거하여 천안함과 관련된 기록된 그대로의 공중음파 자료의 공개를 미국정부에 정보자유법에 따라 요구했다. 힘들게 알아낸 이 자료를 보관 관리하고 있는 한 군사기지의 책임자가 이치에 맞지 않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다.

재심을 청구했지만 공개여부는 한국정부의 의견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기술지원과 공동운영을 하기 전에 맺은 협정에 이러한 자료의 공개는 한국정부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조항이 있을 것 같다.

미국의 정보자유법에는 외국과 관련된 정보는 당사국과 의논하여 공개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한국내에서 누가 지진파-음파 자료를 정보공개법에 공개를 청구하여 성공했다면, 미국정부도 이 자료를 공개할 가능성이 크다.


쿠르스크호 침몰과 지진파-공중음파 자료


 천안함사건과 관계된 공중음파 자료는 아래의 예에서 쓰인 지진파처럼 중요할 수 있다.

쿠르스크호는 러시아 해군이 갖고 있던 최첨단 핵잠함들 중의 하나인데, 2000년에 해상훈련에 참여하던 중에 침몰했다.

이 해상훈련에서 항공모함을 침몰시킬수 있는 새로운 기술의 어뢰를 시험한다는 소문이 있어서인지, 나토는 이 해상훈련을 감시하기 위해 3대의 잠수함과 2대의 정보수집 함정을 파견했다. 중국에서도 이 어뢰를 구입하여 미국 해군의 항공모함에 대항하려 한다는 보도도 있었다.

 

해군의 주도로 진행된 초기의 조사는, 미 해군의 잠수함과 충돌했기 때문에 쿠르스크호가 침몰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충돌설을 지지하는 다른 정황적인 증거도 있었다.

그러나 노르웨이의 학자들이 이 침몰과 관련된 지진파를 분석하여 폭발설을 제안했고, 다른 많은 학자들이 지진파를 여러가지 방법으로 분석하여 폭발설을 확인했다.

 

이를 무시할 수 없었던 러시아 정부는, 검찰의 주도로 해군 수뇌부의 참여없이 조사를 진행하도록 했다. 이 조사는 쿠르스크호의 침몰은 결함있는 한 어뢰의 폭발로 시작되었으며, 이 사건의 책임은 해군에게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러시아 정부가 조사를 성공적으로 끝낼 수 있었던 것은, 정부와 관련이 없는 학자들이 지진파 자료를 쉽게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자료를 러시아 정부만 가지고 있었다면, 러시아 정부의 조사는 쿠르스크호가 미해군의 잠수함과 충돌하여 침몰했다는 결론을 내렸을 가능성이 크다.


 필자는 2012년 봄에 한국화공학회의 초청으로, 합조단과 비합조단 과학자들의 백색물질의 정체와 기원, ‘1번’글씨의 진위성과 연소성, 버불온도등에 대한 주장에 과학적 오류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려고 보스톤지역에서 제주도에 갔었다. 그러나 학회는 내 논문 발표를 취소했다(http://www.hani.co.kr/arti/opinion/because/542017.html.).

 

논문내용과 발표시기를 알고 있었던 국방부(기무사)가 내 발표에 합조단 조사결과를 비판하는 내용이 있어 대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구실로 화공학회에 압력을 가했기 때문이다(http://www.hani.co.kr/arti/politics/defense/544187.html).

 

취소된 필자의 논문 내용을 보도한 한겨레 기사(http://www.hani.co.kr/arti/politics/defense/539134.html))에 대해서, 국방부 관계자는 합조단이 해산되었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내가 지적한 합조단의 오류에 대해서 해명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또 국방부는 필자가 논문을 발표한다는 사실에 대한 연락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http://www.hani.co.kr/arti/politics/defense/539170.html).

그런데 이 없다고 한 사람들이 다른 과학자들이 제기한 과학성이 결여된 비판에 대해서는 직접 또는 국방부 대변인을 통해서 해명해왔다.

국방부 관계자의 발표처럼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이 사람들이나 국방부가 오류를 인정하고 바로 잡으려는 양심과 용기가 없는 것은 아닌가?


천안함 조사의 근본적인 문제점


천안함 조사의 근본적인 문제는, 청와대가 천안함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조사일정을 잡고, 조사결과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국방부가 합조단을 조직하고 지휘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청와대와 국방부가 합조단의 부실한 조사에 책임이 있다. 

한국정부는 합조단의 부실한 조사결과를 UN안전보장이사회에 가져가서 웃음거리가 됐다.

 

그런데 합조단은 모 인사를 명예훼손으로 고발하여, 재판이 몇년째 계속되는 모양이다. 부실한 조사로 명예를 스스로 잃었던 합조단이 어떻게 이 인사가 명예를 훼손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국방부가 이 재판을 위해 써온 인력을 진상을 밝히는데 썼더라면, 합조단의 명예를 찾아줄 수는 없더라도 국방부의 명예는 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명예훼손 재판의 목적은 진실을 찾는 것이 아니다.


 천안함폭발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가공되지 않은 지진파-공중음파 자료를 한국 정부가 공개하기를 바란다. 공개할 수 없다면 그 이유를 밝혀야 한다.

 한국정부는 아직도 남아 있는 논쟁을 해결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합조단의 부실한 조사와 진상규명 노력의 방해의 책임이 있는 청와대와 국방부관계자들에게 책임을 물어, 미래에 같은 과오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재미과학자 김광섭 박사(화학공학)

 

**미 퍼듀대에서 화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김 박사는, 알루미늄 등 금속의 표면 산화에 관한 전문가로, 천안함 사건에서 버블온도, 흡착물질 분석의 오류 등을 규명해 왔다. 현재 보스턴에 살고 있다.


<참고>
 1. 천안함 1번 글씨 연소 여부, 모두 틀렸다/‘화공학회 강연취소’ 김광섭 박사의 논문 살펴보니
  http://www.hani.co.kr/arti/politics/defense/539134.html
 2. 화공학회의 초청논문 발표 취소는 전례가 없는 일
  http://www.hani.co.kr/arti/opinion/because/542017.html.
 3. 천안함 의문제기 과학자 “국방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http://www.hani.co.kr/arti/politics/defense/544187.html
 4. 국방부 “합조단 해체…답할 수 있는 사람 없어”
  http://www.hani.co.kr/arti/politics/defense/53917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