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천안함 폭침론', 자기 발목 잡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천안함 침몰 5주년을 앞둔 지난 3월 25일 해병대 2사단 상륙돌격장갑차대대를 찾아가 "북한의 잠수정이 감쪽같이 들어와서 천안함을 타격한 후에 북한으로 복귀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도 야당 후보 자격으로 '천안함 폭침'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긴 했지만, 북한을 그 장본인으로 명확히 지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냥 '폭침'이란 표현과 '북한 잠수정에 의한 폭침'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이 차이의 의미는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한 국제연합(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의 논쟁을 통해 보다 분명히 이해할 수 있다.
2010년 7월, 안보리 의장은 천안함 침몰에 관한 성명을 발표하면서, '천안함 침몰을 초래한 공격을 규탄한다'고 하면서도, 끝내 '북한이 천안함 침몰에 책임이 있다고 결론내린' 남한 주도의 조사 결과를 인용하지 않았다.
또한 이 성명에는 북한의 연어급 잠수함도, 1번 어뢰도, 폭발도 언급되지 않았다. 그저 침몰을 초래한 공격이라고만 추상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그것은 의장 성명에 적시된 대로, 대한민국(한국)의 안보리 의장 앞 서한(S/2010/281)과 더불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의 안보리 의장 앞 서한(S/2010/294)에 유의'하고, '여타 관련 국가들의 반응에 주목'했기 때문이었다.
이번 폭침 발언에 앞서 설명되어야 했던 것들
문재인 대표가 지난 대선에서 천안함 침몰을 '폭침'이라고 언명한 것이, 과연 북한의 부인을 '유의'하고 여타 관련 국가들의 반응에 '주목'한 결과인가는 논외로 하자.
하지만 적어도 침몰 5주년을 맞아 '북한 잠수정의 소행'이라고까지 구체적으로 규정하려면, 문 대표가 반드시 유의하거나 주목했어야 할 국내외의 이견과 과학적 반론들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준비했어야 했다.
우선, 문대표는 천안함 폭침의 '결정적 증거'와 관련된 과학 논쟁에 대해 어떻게 유의하고 주목했는지 설명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천안함을 침몰시킨 어뢰 부품에서 찾아낸 폭발 물질이라고 제시한 것을 몇몇 과학자들이 분석한 결과 침전 물질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한국 정부 주도의 조사에 참여했던 미국 측 토머스 에클스 단장조차 한국 정부에 보낸 이메일에서 "전문가들의 의심을 제거하기에 충분하지 않으며, 그들은 일상적으로 부식이 일어나는 바다 속의 환경에서도 해당 물질이 존재할 수 있는 것으로 믿는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완곡하게 피력한 바 있다.
또한, 문 대표는 북한 잠수정이 침투해 어뢰를 발사했다는 정부의 가설을 사실로 믿게 된 근거에 대해서도 국민과 지지자들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천안함을 침몰시킨 주범으로 북한의 연어급 잠수정을 지목했는데, 2010년 5월 20일 중간 발표에서는 130톤급 최신예 잠수정이라고 발표하고, 6월 4일 유엔 보고에는 70~80톤급 구형 잠수정이라 보고했다. 70~80톤급 구형 잠수정은 중어뢰를 발사할 수 없다. 유엔이 폭침설을 인용할 수 없었던 것은 당연했다.
이후에도 정부는 120톤, 190톤으로 오락가락하는 발표를 해서 논란을 빚었다. 이 모든 혼란이 천안함 사건 5년 전부터 북한의 연어급 잠수정을 추적해왔고, 그 성능과 제원까지 훤히 알고 있었다는 군의 반복된 실수였던 건가?
마지막으로 천안함 침몰 이후 정부의 발표에 대해 제1야당이 제기했던 문제제기들과의 일관성을 고려하더라도 무언가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
예컨대 2010년 9월 정부가 천안함 최종 보고서를 발표한 직후에도 당시 민주당 대변인은 "진실을 밝히기에 부족했고 국민적 의혹만 더 커졌다"라는 입장을 발표하면서, 특위 재가동을 주장했다.
새누리당이 문대표의 뒤늦은 개과천선을 수용하면서도 '이토록 늦어진 데 대해 사과하라'고 추가압박을 가하는 위치에 서게 된 것은, 2010년 9월 이래 국회 차원의 검증 작업이 전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문 대표가 스스로 입장을 바꾼 것에 따른 귀결일 수 있겠다.
이렇게는 종북몰이에서 벗어날 수 없다
참여연대는 지난 3월 26일 "만약 문 대표가 시민들과 국제사회가 제기해온 합리적 의혹들에 대해 정부로부터 새로운 과학적 근거나 증거를 제공받았다면, 마땅히 이를 공개해 국민들도 진실을 알도록 해야 한다"라는 논평을 발표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표는 3월 29일 대표 취임 50일 기자 회견에서, 천안함 사건을 북한에 의한 폭침사건으로 규정한 이유에 대한 설명은 회피한 채, 자신의 최근 행보가 수권 능력을 보이기 위한 것이라고 에둘러 주장했다.
굳이 의역하자면 정부와 보수 언론의 천안함 폭침론에 편승하는 대신, 도리어 여당의 안보 무능을 비판하여 정권 교체의 발판을 만들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하지만, 문 대표가 과거 당의 입장을 근거 없이 바꾸어, 북한에 의한 천안함 폭침설을 인정하고 들어간다고 해서, 과연 집요한 종북몰이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올해 3월 <리얼미터>의 여론 조사 결과, 천안함과 관련해 응답자의 47% 이상이 정부 발표를 '신뢰할 수 없다'고 답하고, 39% 안팎이 정부의 조사 결과를 '신뢰한다'고 답했다. 설사 문 대표가 미봉책을 동원해 요행히 종북 프레임의 개미지옥을 탈출한다 해도 여전히 수많은 시민들이 남아 있게 된다.
문재인 대표의 폭침 인정은 과반에 가까운 국민을 불순분자 혹은 음모론자로 몰아가는 종북 프레임에 힘을 보태는 일이다.
게다가 신앙 고백하듯 천안함 폭침을 인정한 문재인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이, 이후의 대선 가도에서 또 다른 비논리와 비이성의 신앙 고백을 강요받지 않을 거라는 보장도 없다.
"떡 하나 더 주면 안 잡아먹지" 식의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다.
'새 정치'의 비전과 책임은 어디에?
천안함 폭침 논란을 제외하더라도, 문재인 대표가 이끌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은 최근 들어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굵직한 외교 안보 현안들에 대한 정면대응을 회피해왔다.
우방국(미국)의 요청만 있으면 얼마든지 국제 평화 유지라는 이름으로 다국적군 파병에 응할 수 있는 해외 파병 참여 법안 발의, 한국군 전시 작전 통제권 환수의 무기 연기와 미군 기지 이전 협정의 일방적 변경, 한·미·일 간 군사 정보 공유 약정의 기습 체결과 한·미·일 미사일 방어 협력,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오리무중의 사드 배치 논란에 이르기까지 제1야당의 공식적인 입장은 모호하기 그지없다.
안보에 강한 수권 정당임을 과시하겠다는 문재인 대표의 행보에서는, 역설적으로 종북 프레임에 휘말리는 것에 대한 공포와 온당치 못한 정략적 고려가 느껴진다.
이 공포와 자기 검열은 종국에는 새 정치의 주체가 형성될 민주적 공론장을 위축시킴으로써, 문 대표가 그리는 수권의 꿈마저도 질곡에 빠뜨릴 것이다. 더불어 정치인 문재인과 새정치민주연합이 제시할 수 있는 한반도 평화 비전의 폭도 협소해지고 말 것이다.
정치인 문재인은 스스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렇게 해서 집권하기도 어려우려니와, 만약 집권할 경우에도 북한의 어뢰 공격을 천안함 침몰의 원인으로 단정한 대통령으로서, 폭침을 부인하는 북한과 폭침에 대한 응분의 댓가를 치러야 한다고 압박하는 남한 보수 여론 사이에서 어떤 경륜을 펼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래서는 자신의 정치적 장래를 어둡게 함은 물론, 자칫하면 이 나라 민주주의와 평화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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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천안함 폭침’ 유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천안함 침몰 원인을 ‘북한 잠수정의 타격’이라고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말했다.
그리한 이유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계속되는 보수세력의 ‘종북몰이’ 굴레에서 벗어나 ‘안보정당’이 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리라.
하지만 문 대표의 발언이 과연 적절했는지는 의문이다.
우선 문 대표는 ‘종북몰이’의 속성을 간과했다.
우리 사회의 ‘종북몰이’는 ‘사실’에 근거하기보다 보수 기득권 세력이 짜놓은 ‘프레임’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문 대표는 종북몰이의 대표적 소재인 ‘천안함 폭침’을 공식 인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보수세력의 ‘종북몰이’가 ‘프레임’에 따른 것이 아니라 ‘사실’에 근거한 것임을 인정한 셈이 됐다.
이제 새정치연합은 ‘종북세력’이 아님을 증명하라는 보수세력의 잇단 요구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천안함 폭침’을 인정했다고 ‘야당도 안보정당이 됐으니 우리 동반자’라고 평가해주리라 기대했다면 순진한 생각이다. 문 대표 발언 이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제 이것(북한의 소행)을 인정한다고 하면, 지난 5년간 잘못 주장한 것에 대해 책임은 져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압박했다. 앞으로 더욱 다양한 형태의 ‘사상 검증’이 이어질 것이다.
문 대표는 또 남북관계에서 천안함 사건이 갖는 의미를 너무 가볍게 본 게 아닌가 싶다. 천안함 사건 이후 취해진 2010년의 5·24 조치로 남북관계는 사실상 파탄이 났다.
천안함 폭침을 인정하라는 우리 정부의 요구와 천안함 폭침은 남쪽의 조작극이라는 북한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타개책을 못 찾고 있다. 남북 정부 모두 어느 한쪽이 백기를 들지 않는 한 접점을 찾기 힘든 외통수에 몰려 있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재자로서의 야당 역할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남북 화해를 진정으로 바라는 야당이라면 그런 시대적 책무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문 대표가 정부 발표에 100% 동조함으로써, 남북관계 개선에 활용할 야당의 중요한 지렛대 하나를 잃었다.
이제 야당도 정부와 보조를 맞춰 천안함 폭침을 사과하라고 북한에 요구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러지 않거나 사과 요구 강도가 낮으면 천안함 폭침 인정의 진정성까지 의심받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안보정당’을 꿈꾸던 야당은 실리도 명분도 다 잃게 된다. 남북관계 개선도 더욱 힘들어질 게 뻔하다.
더 중요한 것은 천안함 침몰 원인을 둘러싼 논란의 본질이 과학적 차원의 논쟁이라는 점이다. 정부 합동조사단은 조사 결과를 ‘과학적 결론’이라고 하고 있지만, 국내외 일부 관련 학자들은 이를 과학적으로 잘못됐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는 천안함 침몰 원인이 북한 잠수정의 어뢰에 의한 피격이냐 아니냐를 따지기 이전의 문제다. 정부는 2010년 5월20일 민관합동조사단의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천안함 침몰이 ‘수중폭발’에 의한 것이며, 선체의 변형 상태로 볼 때 ‘비접촉폭발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하지만 국내외 일부 과학자들은 조사단의 천안함 흡착물 분석 데이터 등에 오류가 있다며, ‘비접촉 수중폭발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 밖에도 과학적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의혹은 수두룩하다.
천안함 진실 찾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런데도 문 대표는 이런 과학적 논쟁을 국가 안보라는 정치적 논쟁으로 바꾸어 버렸다. 그럼으로써 어느 정도 정치적 이득은 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천안함의 진실이 밝혀지는 걸 결과적으로 차단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문 대표가 ‘천안함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많은 사람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진실은 권력의 강압이나 정치적 타협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의문에 대한 치열한 과학적 논쟁을 통해, 의문이 하나하나 해소될 때 비로소 그 실체를 드러낸다. 그렇게 해서 확인된 진실만이 설득력을 갖는다.
국가 운영을 책임지겠다는 정치 지도자라면, 진실을 찾는 과정이 아무리 불편하고 험난하더라도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
문 대표가 너무 쉬운 길을 가려는 것 같다.
정석구 편집인 twin8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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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5년, 진실을 추적하는 사람들 |
[천안함은 묻는다③] 언론의 빈 자리… 은폐된 진실을 좇는 이들이 있었다 |
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 5년동안 한쪽에서는 안보확립과 무관심으로, 다른 한쪽에서는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불이익을 감수하고 싸우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검찰에 기소돼 재판을 받거나 대법원까지 올라가는 등 법적인 다툼 뿐 아니라, 자신의 일을 하면서도 묵묵히 정부의 발표가 아닌 ‘진실’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5년간 대표적으로 권력 또는 침묵에 맞섰던 이들 11인을 조명한다.
신상철 : 검찰 기소 재판만 5년째, 직장암 3기판정에도 분투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는 지난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침몰사고 직후 국방부가 구성한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에 민간조사위원으로, 당시 민주당 추천을 받아 조사 활동을 벌였다.
그러나 그는 천안함 첫 조사를 위한 회의가 열린 그해 4월 30일 평택 2함대에 갔으나, 국방부를 비롯한 미국과 영국 조사단이 사실상 폭발로 결론을 정해놓은 것을 보고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함미 선저에 스크래치를 들어 ‘좌초에 대한 언급은 왜 없느냐’고 따지자, 현장에 있던 한 해군준장으로부터 ‘좌초는 검토대상이 아니다’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 회의 이후 신 대표는 더 이상 합조단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신 대표는 군이 사고원인을 조작 엄폐할 가능성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선체의 절단된 상태를 둘러본 결과, 좌초 후 무언가에 충돌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그러나 이후 군 장성과 장교들이 신 대표를 고소고발한 데 이어, 검찰이 8월 26일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신 대표는 그로부터 5년 가까이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23일 “법정이 천안함의 진실을 밝히는 유일한 장소가 되고 있다”며, “그래서 재판이 길어져도 견디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전 민군합동조사단 민간조사위원) 사진=아우리픽처스 | ||
이종인 : "폐선 가져다 놓고 실험하면 답 나온다"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는 20년간 해상 사고시 구조인양을 벌인 해난 전문가이다. 그는 사고직후 북한 어뢰에 맞은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4월 15일 인양된 함미를 보고 “폭발이 아닌 좌초”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는 지난 19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절단면의 형태가 폭발로 나타난 결과로 볼 수 없으며, 함미 선저 일부에 고르게 나타난 메탈(철) 스크래치와 작은 ‘파공’은 좌초의 흔적이라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좌초, 충돌, 내부폭발 사고 선박과 생존자 및 시신 구조인양을 했던 경험에 비춰, 폭발사고가 나면 시신이 온전할 수 없다는 것이 그가 내린 결론의 근거이다. 실제로 천안함 생존자와 시신에서 화상이나 파편상과 같은 상처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 대표는 그해 6월 22일 최문순 당시 민주당 천안함 특위위원과 함께 백령도 해역을 탐사한 결과 근해 홍합여(암초) 바닥이 뭔가에 긁힌 흔적을 발견하기도 했다.
또한 8월 백령도 사고해역 탐사 땐 천안함 함미침몰 지점에서 미상의 침선이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국방부는 당시까지만해도 이를 밝힌 적이 없었다.
사고원인 파악을 위해 그는 폐선을 놓고 폭발실험을 해보면 쉽게 결론을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 사진=조현호 기자 | ||
강윤기 : 천안함 의혹 방송으로 징계…재판 4년째
강윤기 KBS PD는 지난 2010년 5월과 11월 두차례에 걸쳐 <추적60분>에서 천안함 의문을 제기했다. 정권에 장악당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당시 KBS에서 이런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실제로 11월 ‘의문의 천안함 논쟁은 끝났나’ 편이 방송되는 과정에서는 불방될 뻔한 위기도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1번어뢰에 붙은 가리비 조각’ 대목을 삭제한 채 방송됐다. 하지만 방송된 내용만으로도 반향을 낳았다.
당시 추적60분에서는
△ 합조단이 폭발재라고 결론낸 흡착물질이 해수에서 기인한 수산화물(비결정질 황산염 수산화수화물)이었다는 분석결과
△ 사고당시 백령도에 다른 초소도 있었다는 사실
△ 휘어진 함미 스크루 분석은 사실 스웨덴 조사단이 한 것이 아니라는 점 등을 밝혀냈다.
강 PD는 앞서 그해 5월 <추적60분>에서도 해군이 실종자 가족들에게 좌초라고 설명했다는 실종자가족 인터뷰를 처음 방송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의혹 제기는 당시 MB정권의 괘씸죄를 샀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추적60분에 중징계에 해당하는 경고를 내렸다.
강 PD는 부당한 징계라며 징계처분취소를 청구하는 행정소송을 4년 째 벌인 끝에, 최근 항소심까지 승소를 받아냈다. 방통위는 대법원에 상고했다.
강윤기 KBS PD. 전 <추적60분> '천안함' 편 제작. 현 명견만리 제작진. 사진=조현호 기자 | ||
심인보 : 백령도 초소 발견… 이젠 뉴스타파 기자로 천안함 추적
심인보 기자는 강윤기 PD와 함께 KBS에서 추적60분 천안함 편을 제작했다.
그는 사고당시 근무했던 또다른 백령도 초소를 발견해, 현장취재를 통해 ‘당시 아무런 폭발음을 듣거나 불빛, 물기둥을 보지 못했다’는 증언을 방송했다.
그러던 심 기자는 최근 KBS의 기자생활을 접고 뉴스타파로 자리를 옮겼다. 본인 스스로를 더욱 긴장시키며 살아야겠다는 판단으로 회사를 옮겼다고 한다.
심 기자는 뉴스타파로 옮긴 다음에도 천안함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추적 취재를 벌이고 있다. 천안함 사건 5년째를 맞고 있는 지금, 대부분의 기자들이 판박이 같은 추모기사나 안보확립을 촉구하는 기사를 쓸 때, 그는 천안함 사건의 진실규명이라는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 전 KBS <추적60분> '천안함' 편 제작. 이치열 기자 truth710@ | ||
안수명 : 자비 10억 들여 미해군 자료 확보
안수명 전 안테크 대표는 미국 샌디에이고에 거주하는 교민으로, 잠수함과 크루즈 미사일 등에 들어가는 신호처리 및 관리 분야의 전문가이다.
그는 천안함 침몰원인이 북한어뢰라고 결론을 내리자, 미 정보자유법에 근거해, 미 해군을 상대로 천안함 조사를 벌인 미군측 조사단의 조사활동 자료를 요구하며 소송을 벌였다.
안 전 대표는 4년 간의 소송전 끝에 지난해 9월, 미군측 조사단장이었던 토머스 에클스 제독의 이메일 등 2000여 쪽 분량의 자료를 확보했다.
그는 이 소송에 자신의 사재 100만 달러(10억 원)를 들이는 등 천안함 진실 찾기에 돈과 열정을 쏟아부었다. 그는 지난 2013년엔 국내에 들어오려다 입국이 불허되는 박해를 당하기도 했다.
안 전 대표는 “합조단의 보고서가 비과학성과 비양심성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이를 바로잡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안수명 전 안테크 대표. 이치열 기자 truth710@ | ||
이승헌 : 과학적 양심 지키다 조선일보와 정면승부
이승헌 미 버지니아대 교수는 합조단이 수거한 어뢰잔해에 쓰인 ‘1번’이라는 매직글씨가 폭발로 남아있을 수 없다는 의문을 가장 먼저 제기했다.
특히 이 교수는 합조단의 중간조사결과 발표자료에 포함된 흡착물 분석 데이터 가운데 ‘수조 폭발 실험’ 데이터가 조작됐다고 주장하고 나서자, 천안함 사건은 ‘과학사건’이 됐다. 천안함 원인을 밝히는 데 과학자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만든 계기였다.
이 교수는 조선일보(조선닷컴)의 왜곡보도에 맞서 소송전을 벌인 끝에 일부 승소하기도 했다. 지난 2012년 4월 3일 조선닷컴에 실린 <나꼼수, 천안함 합조단 보고서 왜곡해 ‘폭침’ 부인>이라는 조호진 조선일보 기자의 기사에 대해 이 교수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 항소심(2013년 10월)에서 승소했다. 서울고법 민사13부(재판장 안철상 부장판사)는 “이 교수의 주장 자체를 왜곡하는 정도에 이르고, 사실과 다른 기사를 통해 명예훼손에 의한 불법행위가 구성된다”고 판결했다.
이승헌 미국 버지니아주립대 물리학과 교수. 사진=언론노조 이기범 기자 | ||
서재정 : 수중폭발 충격파는 없었다, 과학으로 입증
서재정 국제기독교대 교수는 천안함 사고 이후 합조단의 주장에 대해, 수중폭발로 인한 충격파로 볼 때 천안함 함미처럼 깨끗할 수 없다는 과학적 의문을 제기했다.
이밖에도 서 교수는 천안함 1주기인 2011년 3월 토론회에서는, 합조단 보고서 자체가 천안함이 폭발되지 않았음을 입증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수중폭발시 3000도의 고온을 동반한 뜨거운 불덩어리가 발생하는데, 정작 보고서엔 723도 이상의 열이력은 없었으며, 전선이 절단될 때 열흔적이 없었다고 기재돼있다”며, “근접수중폭발이 있었다면 발생했어야 할 파편, 충격파, 버블효과, 물기둥, 고열 그 어느 것도 발견되지 않아 ‘근접 수중폭발했다’는 전제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당시 합조단이 제시한 선체 외판의 휨 현상 등에 대해 좌초나 충돌로도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미국의 존스홉킨스 대학교수를 마친 뒤 지난해 국제기독교대로 옮긴 뒤에도, 천안함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과학적 연구를 하고 있다.
서재정 일본 국제기독교대 교수. 사진=언론노조 이기범 기자. | ||
양판석 : “합조단은 과학이란 말, 상대에 윽박지르는 데 사용”
천안함 침몰원인이 어뢰폭발이라는 증거로 제시된 선체와 1번 어뢰의 흡착물질 성분이 폭발재가 아닌 수산화물이라는 분석을 가장 먼저 내놓은 것은 캐나다 거주 학자였다.
양판석 캐나다 매니토바대 지구과학과 분석실장은, 2010년 이정희 당시 천안함 특위 위원이 확보한 흡착물질을 분석한 결과, 고온의 폭발로 나타나는 물질이 아닌 수산화물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양 박사는 17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이와 관련해 “애초 ‘어뢰 흡착물=함미 흡착물=함수 흡착물’이라는 합조단 논리대로라면, 분초를 다투는 와중에 굳이 시간을 더 투자해서 폭발실험까지 할 필요가 있었겠느냐”며, “가장 자연스러운 이유는 그들 스스로도 폭발에서 생성된 물질이라 확신하기 힘들어서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과학적 결론이라는 합조단 주장에 대해 양 박사는 “과학적이란 말을 상대방을 윽박지르고 위협하기 위해 사용했으며, (오히려) 자신들의 주장이 비과학적이란 점을 드러낸 것”이라며, “합조단은 과학이란 용어를 사용할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양판석 캐나다 매니토바대 지질과학과 분석실장. 사진=캐나다 매니토바대 | ||
박선원 : “수심 20m, 아군기뢰 폭발 가능성 크다”
박선원 전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초빙연구원(국제정치학)은 천안함 사고 직후, 천안함의 항적 및 미국정보 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미군만이 천안함 운행정보를 알고 있을 것이라고 문제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2년 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사고지점 수심이 20m였다’는 박연수 천안함 작전관의 법정증언에 대해 “‘수심 20m’ 지점이라는 것이 법정 증언에서 확보됐고, ‘폭발’의 경우 지진파가 그것을 충족시켜준다”며 “‘수심 20m’에서 폭발했다는 것은 합조단 최종보고서 안에 있는 고정형 기뢰(육상조종기뢰)가 입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선원 전 브루킹스연구소 특임연구원. 이치열 기자 truth710@ | ||
김황수 : 잠수함 충돌론을 괴담에서 학설로 끌어올려
김황수 경성대 명예교수(물리학과)는 천안함 사고원인 가운데 가장 금기시 돼 온 잠수함 충돌론을 과학적 논증을 통해 하나의 가설로 확립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11월 2일 캠브리지대 머로 카레스타 연구원과 함께, 국제학술지 ‘음향학과 진동학의 진전’에 게재된 <천안함 침몰의 진짜 원인은 무엇인가?>라는 논문을 통해, 천안함 사고발생시 나타난 지진파의 스펙트럼이 8.5 헤르츠 대역에서 강한 피크의 진폭과 조화주파수가 나타난다고 밝혔다.
김 교수와 카레스타 연구원은 “천안함 사고 순간 발생한 지진파가 113m 길이의 잠수함에서 나오는 진동의 고유주파수와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지난 1월엔 어뢰잔해 수거 지역을 분석한 결과, 1번 어뢰가 천안함 침몰 위치에서 최소 90m 이상 떨어졌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한 그는 TOD 동영상에 나타난 천안함 함수가 200도 이상 회전한 이유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김황수 경성대 명예교수(물리학) | ||
김원식 : "감춰진 진실, 정보공개 청구로 밝혀야"
김원식 민중의소리 뉴욕특파원은 애초 ‘뉴요코리안’이란 필명으로 서프라이즈 등지에서 천안함 사고원인 분석을 해온 블로거로 더 잘 알려져있다.
그는 잠수함 충돌 가능성, 지진파의 허점, TOD 시간의 문제점을 분석했다.
뉴욕에 거주해온 그는 서울신문 시사저널 오마이뉴스 통신원으로 뉴욕에서 국제관계 기사를 송고해왔다. 그는 천안함 5주기를 맞아 진실을 밝힐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하려면 정보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적극적인 정보공개 청구작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김원식 민중의소리 뉴욕특파원. 사진=본인제공 |
[ 조현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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