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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유착 없었다"...조범동 실형에도 정경심 웃는 이유

道雨 2020. 7. 2. 10:41

법원의 시간]㉙ 

"정경유착 없었다" ... 조범동 실형에도 정경심 웃는 이유

 

 

 


이제 검찰의 시간은 끝나고 법원의 시간이 시작됐습니다.(조국 전 법무부 장관 변호인, 2019.12.31.)

 

지난해 온 사회를 뒤흔들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이 사건은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야 하는 법정에 당도했습니다. 공개된 법정에서 치열하게 펼쳐질 '법원의 시간'을 함께 따라가 봅니다.

 

■ 조국 일가 첫 선고…'사모펀드 의혹' 조범동, 징역 4년

 

지난달 30일, 조국 전 장관 일가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습니다. 주인공은 '사모펀드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혔던 5촌 조카 조범동 씨인데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재판장 소병석)는 8개월여간의 재판 끝에, 조 씨에 대해 징역 4년과 벌금 5천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조 씨가 받은 혐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자본시장법 위반, 증거인멸 교사 등 모두 21개입니다. 이 가운데 20개 혐의가 유죄 또는 일부 유죄로 판단됐습니다. 허위 공시로 주가 부양을 시도하고, 공사·설비대금을 부풀려 회삿돈을 빼돌렸다는 등의 공소사실이 폭넓게 받아들여 진 겁니다. 유죄로 인정된 조 씨의 횡령·배임액은 72억 원에 달합니다.

 

재판부는 "조 씨가 일반인들로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탈법적이고 부정한 방법들을 강구하고 이용했다"며 "전형적인 '기업사냥' 수법이자 과도한 사적 이익의 추구였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이 같은 범행으로 인한 피해는 선량한 투자자, 법인의 채권자, 특히 법인의 일반주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고 지적했습니다. 검찰이 구형했던 징역 6년보다는 낮은 형량이지만, 조 씨가 저지른 경제 범죄가 시장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점은 넉넉히 인정한 셈이죠.

 

그런데 이날 조 씨 판결이 주목을 받았던 데는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일부 혐의에 대해 공범으로 적시돼있기 때문인데요. 물론 조 씨 재판부의 판단이 그대로 정 교수 재판에 확정적인 효력을 미치는 건 아니지만, 결과를 미리 점쳐볼 수 있는 일종의 '예고편'이 될 순 있겠죠. 조 전 장관 일가의 수많은 의혹에 대한 사법부의 첫 판단은 어땠을까요?

 

■ '新 정경유착' 주장한 검찰…재판부 "권력형 범죄는 아니다"

 

'행정부 내 최고 권력층의 부정부패 범행, 정경유착의 신종 형태 범행.' 지난달 2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사건을 이렇게 규정했습니다. 그만큼 조 씨 범행에 조국 전 장관 부부가 깊숙이 연결돼있다는 건데요. 조 씨는 조 전 장관의 사회적 지위와 권력을 사업의 배경으로 이용하고, 조 전 장관 측은 조 씨에게 기대서 특혜성 이익을 취한 '상호 윈윈(win-win) 범행'이라는 주장입니다. 검찰은 이날 미국 닉슨 대통령을 사임하게 한 '워터게이트' 사건까지 언급하면서, 법원의 엄중한 처벌을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조 씨 재판부는 이 같은 검찰의 시각은 '충분한 증거로 확인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일부 비난받을 만한 행위를 한 점은 인정되지만, 조 전 장관의 권력까지 끌어다 쓴 범행은 아니라는 거죠. 조 씨와 조 전 장관 부부 사이에 '검은 유착 관계'가 있었다는 검찰 주장이 받아들여 지지 않은 셈입니다.

 

"조 씨가 정치권역과 검은 유착을 통해 상호 간 이익을 추구하고자 한 것이 이 사건 범행의 주된 동기라는 시각이 있기도 하다. 정경심 교수가 조 씨의 수익 활동에 참여해 경제적 이익을 얻고자 한 바 있고, 그 과정에서 일부 허위의 문서나 증빙자료의 작성 등, 허용되지 않고 비난 가능한 행위를 한 사실은 확인된다. 그러나 조 씨나 권력자의 가족들이 권력의 힘을 이용해 불법적인 방법으로 재산을 증식하는 과정에서 범행이 이뤄졌다는 등, 조 씨의 범행을 정치권역과의 검은 유착에 의한 권력형 범죄였다고 평가할 만한 근거가 법정에 제출된 증거로 충분하게 확인되지 못했다." <조범동 1심 판결 내용 中>

 

■ 정경심 공범 판단은 2승 1패…"증거인멸 교사만 인정"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조 씨 혐의 가운데 정 교수가 공범으로 적시된 건 3가지입니다. ① 먼저 블루코어밸류업1호 사모펀드(블루펀드)에 실제로는 14억 원을 출자하면서 금융위원회에는 투자 약정 금액을 100억 원으로 부풀려 허위 보고한 혐의가 있고요. ② '허위 컨설팅 계약'을 맺고 코링크PE 자금 1억 5천여만 원을 횡령한 혐의가 있습니다. ③ 마지막으로 조 전 장관이 후보자로 지명된 후 사모펀드 관련 의혹이 잇따르자, 코링크PE에 있는 관련 자료를 없애도록 지시한 혐의도 받았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 교수 입장에선 2승 1패입니다. 재판부는 세 가지 혐의 가운데 두 가지에 대해선 정 교수를 공범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증거인멸 교사' 혐의에 대해선 정 교수를 공범으로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 ① '사모펀드 허위 보고'는 아예 무죄…"고의 없었다"

 

먼저, 금융위원회 허위 보고 부분부터 보겠습니다. 본격적인 혐의를 따지기에 앞서, 재판부는 조 씨가 과연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PE의 의사결정권자가 맞는지부터 판단해야 했는데요. 여러 정황을 볼 때 조 씨는 코링크PE의 대주주이자 의사결정권자로 보인다고 재판부는 밝혔습니다. 금융위원회 보고에 관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부분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조 씨에게 범행 인식도, 고의도 없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처음엔 일단 14억 원만 투자한 건 맞지만, 나중에 추가 출자를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는 건데요. 그래서 100억 원을 약정액으로 보고한 것이 위법이라는 인식도 못했을 거라고 본 겁니다.

 

또 사모펀드의 경우 처음엔 약정액보다 적은 금액이 출자된 채로 운영되다가 추가 출자를 받거나, 아예 약정액보다 적은 금액이 출자된 상태에서 청산되는 경우도 이례적인 건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펀드가 '가족펀드'라서 추가 출자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 검찰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겁니다. 이에 따라 정 교수의 공범 여부도 아예 따져볼 필요가 없어졌죠.

 

정 교수 측도 그동안 해당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해왔는데요. 코링크PE의 의사결정권자도 아니고 단지 '투자자'의 지위에 있는 정 교수가, 금융위 보고에까지 책임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게 골자였습니다. 그런데 의사결정권자인 조 씨마저 무죄 판결을 받았으니, 상황이 정 교수에게 한층 유리해진 건 사실입니다.

 

■ ② '허위 컨설팅 계약' 횡령, 절반만 유죄…"정경심 공범 아냐"

 

다음은 허위 컨설팅 계약을 맺어 코링크PE 회삿돈 1억 5천여만 원을 빼돌렸다는 혐의를 살펴보겠습니다. 일단 이 계약이 가짜라는 점에는 양측 모두 이견이 없습니다. 문제는 '투자금에 대한 수익이냐, 대여금에 대한 이자냐'였는데요. 정 교수 측은 조 씨에게 두 차례에 걸쳐 빌려준 돈 10억 원에 대한 '이자' 성격으로 매달 컨설팅비를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정 교수가 조 씨에게 투자를 했고 그 투자금에 대한 최소 수익을 보장받기 위해 계약을 맺었다고 봤습니다.

 

 


조 씨 재판부는, 일단 이 금전 거래는 투자라기보단 대여라고 판단했습니다. 비록 정 교수와 조 씨 사이 대화에서 '투자', '수익률' 등의 표현이 여러 번 쓰이긴 했지만, 두 사람 모두 이 거래를 원금이 보장되고 수익 활동과 무관하게 일정금이 지급되는 '금전소비대차'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무엇보다 정 교수는, 조 씨가 이 돈을 가지고 어디에, 어떻게 투자하는지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그저 이자를 제대로 받는 것에만 신경을 썼다고 재판부는 밝혔습니다. 빌려준 돈이 있으니, 매달 조 씨에게 돈을 받는 것에 대해 딱히 문제의식이 없었다고도 했습니다. 금융소득에 대한 세금을 덜 내기 위해 외관만 사업소득인 것처럼 꾸몄을 뿐, 코링크PE 사업에 관여하거나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하려 한 적이 없었다는 것도 판단의 근거가 됐습니다.

 

게다가 재판부는 정 교수가 조 씨에게 두 번째로 빌려준 돈 5억 원은 거래 상대방이 조 씨 개인이 아닌 코링크PE였고, 이에 대한 이자를 줬다고 하더라도 회사 입장에서 손해는 아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한 마디로 회사에도 필요한 거래였기 때문에 횡령이 아니라는 겁니다. 정 교수가 자금이 필요한 코링크PE에 돈을 빌려줬고, 이에 대해 마땅한 대가를 지급해준 것일 뿐 불법 의사는 없었다는 조 씨 측 주장이 받아들여 진 셈입니다. 재판부는 조 씨가 자백했던 첫 번째 거래에 대한 이자, 절반 금액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정경심 교수를 이 모든 과정의 공범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앞서 말했듯 정 교수는 원금보장과 이자수령에만 관심이 있었고, 컨설팅 계약을 체결해 이자를 주는 방식도 조 씨가 먼저 제안한 거라고 밝혔습니다. 횡령 행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고 보기엔 무리라고 설명합니다.

 

다만 재판부는 정 교수가 조 씨에게 세금을 줄이는 방법을 요청하고 가짜 계약을 체결한 점, 실제로 하지 않은 컨설팅비를 받은 점, 공직자재산신고 과정에서 사실과 다른 신고를 한 점은 비난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 ③ 조국 청문회 앞두고 증거인멸 교사 유죄…"정경심도 공범"

 

지난해 8월, 조국 전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앞둔 시점. 언론을 통해 제기된 사모펀드 관련 의혹들에 대한 대응을 논의하던 중, 정 교수는 조 씨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코링크PE에서 동생 이름이 적힌 자료가 외부에 드러나면 큰일 난다." 그러자 조 씨는 정 교수 요구 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코링크PE 직원들을 시켜 사무실에 보관됐던 코링크PE 주주명단 등 관련 자료를 숨기거나 없애게 했습니다.

 

조 씨는 이 부분 범행을 모두 인정했고,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다만 조 씨는 검찰 압수수색을 예상하고 대비한 건 아니라고 주장했는데,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직원들끼리 '압수수색이 있을 수 있다'며 대화한 증거가 인정됐기 때문입니다.

 

결국 관심이 쏠린 건 정 교수의 공모 여부였는데, 재판부는 정 교수를 증거인멸 교사 혐의의 공범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조 씨가 정 교수의 말을 자료를 삭제해달라는 요구로 이해했다고 진술했고, 실제로 인멸 행위가 이뤄졌다는 점 등이 근거가 됐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정확한 범죄 성립 여부는 정경심 교수 재판부에서 판단할 몫이고, 이번 판단은 제한적이고 잠정적이라며 여지를 남겼습니다. 피고인의 방어권도 충분히 보장되고, 검찰도 더 많은 입증을 할 수 있는 본안 재판부가 최종 판단을 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 조범동에서 잘린 연결고리…정경심 재판 영향은?

 

결국 조 씨 개인의 범행이 상당 부분 유죄로 인정됐는데도, 검찰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사모펀드 의혹'에 관해선 정 교수를 조 씨의 공범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데다, 이 사건이 '권력형 범죄'라는 검찰의 프레임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비록 증거인멸 교사 혐의에 대해선 공범이 맞다는 판단을 내놨지만, 전체적으로는 정 교수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검찰은 그동안 조 씨에서 정 교수로, 정 교수에서 조 전 장관으로 범행의 고리가 이어진다고 주장해왔는데요. 일단 조 씨와 정 교수 사이 연결고리가 끊어진 셈입니다.

 

 


앞서 지난달 26일엔, 조 전 장관 가족의 자산관리인 김경록 PB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기도 했습니다. 김 씨는 지난해 8월 정경심 교수의 지시로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은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는데요.

 

재판부는 김 씨가 정 교수 지시에 따라 소극적으로 가담한 게 아니라, 먼저 하드디스크를 없애줄 수 있다고 제안하는 등 일부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김 씨가 은닉한 증거에서 정 교수 형사사건과 관련된 주요 증거가 발견됐다며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정 교수는 '증거은닉 교사' 혐의로 기소됐는데, 정 교수 측은 검찰이 무리하게 법을 적용했다고 주장해왔습니다. 김 씨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서 정 교수를 교사범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는 구체적으로 따지지 않아, 구체적인 판단은 정 교수 재판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겁니다. 다음 [법원의 시간]에도 재판 내용을 충실히 전해드리겠습니다.

 

최유경 기자 (60@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