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비리(공직,사업,언론,기타)

검사 술접대 수사기록 ② "전 검찰 수사관, 수원지검장 로비한다며 돈 받아가"

道雨 2021. 1. 28. 14:52

검사 술접대 수사기록 ② "전 검찰 수사관, 수원지검장 로비한다며 돈 받아가"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세 번에 걸쳐 공개한 입장문에는, 검사 술접대 의혹 외에도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 내용이 여럿 들어 있다. 김봉현 회장이 고용한 검사 출신 변호사가 검찰의 라임 수사 관련 압수수색 정보를 빼내 미리 알려줬다는 의혹, 그리고 2019년 수원지검이 수사한 이른바 '수원여객 횡령 사건' 수사 무마를 위해 김봉현 회장이 5000만 원을 로비 자금으로 뿌렸다는 의혹 등이다.

 

김봉현 회장의 입장문이 나온 뒤, 서울남부지검은 ‘검사 술접대 사건’과는 별도로 김 회장이 폭로한 이런 의혹도 수사했다. 뉴스타파는 최근 입수한 1500쪽 분량의 ‘검사 술접대 수사기록’을 분석해 이들 의혹을 검찰이 어떻게 수사했는지 살펴봤다.

 

 

“검사 출신 변호사에 선임계약 없이 1억 5000만 원 지급...검찰 로비용”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은 지난해 10월 ‘검사 술접대’ 의혹을 폭로한 뒤, 법무부 감찰관실과 서울남부지검으로부터 여러 차례 조사를 받았다. 김 회장은 그 과정에서 검사 술접대 의혹과는 별도로 “라임 사건 수사 무마 과정에서 검사 출신인 유 모 변호사를 선임계약 없이 고용해 1억 5000만 원을 줬다”고 진술했다.

 

김 회장은 전직 검찰수사관의 소개로 유 변호사를 선임했으며, 검찰 로비용이었다고 진술했다. 

 

“2019년 8월경 조OO 전 수사관의 권유로 이종필이 유OO 변호사를 선임하게 된 경위가 어떻게 되는가요? 
조OO(전 검찰 수사관)이 신OO 차장(검사)이 유일하게 말을 들어 주는 사람이 유OO 변호사라고 하여 선임하였습니다.”
                                                                             -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검찰 진술 조서(2020.10.28)

 

변호사비를 냈다는 이종필 라임 부사장의 진술 내용도 같았다. 

 

김 회장과 이 부사장은 검사 출신인 유 변호사를 선임한 뒤 어떤 도움을 받았을까.

 

먼저 김 회장은 유 변호사가 선임된 뒤 라임 사건 수사가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또 유 변호사가 검찰의 압수수색 계획을 사전에 알려줘 이에 대비할 수 있었다고 진술했다. 

 

“- 당시 이종필 압수수색 정보 하루 전 유OO 변호사가 알려줘서 실제로 완벽히 대비함’ 이라고 (입장문에) 기재한 경위가 어떻게 되는가요.
압수수색 전에 이종필이 저하고 OOO(유흥주점)에 있는데, 유OO 변호사로부터 이종필에게 ‘내일 압수수색 나올테니 청소해놔라’고 연락이 왔고, 조OO(전 검찰 수사관)으로부터 저한테도 같은 내용의 연락이 왔습니다. 그래서 이종필이 밤 11시 정도에 여의도 사무실로 가서 청소를 하였습니다.”
                                                                  -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검찰 진술 조서 (2020.10.28)

 

이종필 부사장의 진술도 같았다. 유 변호사에게 돈을 주고 며칠 뒤, 김봉현 회장으로부터 라임 관련 사건 수사가 중단됐다는 소식을 들었고, 유 변호사로부터 검찰의 압수수색 사실을 사전에 통보받고 대비했다는 것이다.

 

찰은 김봉현 회장과 이종필 라임 부사장에게서 이 같은 진술을 받았지만, 수사정보 유출, 검사 출신 유 모 변호사의 사건 무마 로비와 몰래변론 의혹은 더 이상 수사하지 않았다. 봐주기 수사가 아닌지 의문이 생기는 대목이다. 

 

취재진은 김봉현 회장과 이종필 부사장 진술과 관련해 의혹 당사자인 유 변호사에게 입장을 물었다. 유 변호사는 뉴스타파와 전화인터뷰에서 의혹을 대부분 부인했다.

 

다음은 유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 김봉현과 이종필에게 검찰의 압수수색 정보를 빼내 알려준 사실이 있나?
그런 사실 없다. 사건 초기부터 당연히 압수수색이 진행될 것이니 미리 정리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한 적은 있다. 오늘 안 나오면 내일 나올수도 있는 거니까 본인 불편한 거 있으면 정리해라, 그런 정도 얘기한 것 같다.
- 김봉현은 유 변호사 선임 뒤 라임사건 수사가 제대로 진행이 안 됐다고 주장한다. 수사에 개입한 사실 있나?
그런 사실 없다. 내가 선임되기 전부터 담당 검사와 부장검사 사이에 의견차가 있어 수사가 원활히 진행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 김봉현과 이종필은 유 변호사가 선임계약서도 없이 사건을 맡았다고 주장한다. ‘몰래변론’을 했다는 주장인데.
시작은 법률자문계약이었다. 선임계약도 맺었다. 다만 이종필 씨가 도망가는 바람에 선임서 제출이 늦어졌을 뿐이다.
- 이번 사건으로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나?
받았다.
- 수임료로 받은 1억 5000만 원은 법률자문비용까지 포함된 금액인가?
그렇다. 금감원을 거쳐 검찰로 오게 되어 있는 사건이었기 때문에 검찰 수사 단계까지 포함된 금액이다.”
                                                                                              - 유OO 변호사 전화인터뷰 (2021.1.26)

 

 

‘검사 술접대 사건’ 와중에 등장한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김봉현 회장의 입장문에는 그가 각종 검찰 수사를 무마하기 검찰 주변에 전방위로 돈을 뿌렸다는 내용도 등장한다. 2019년 수원지검이 수사에 나선 이른바 ‘수원여객 횡령 사건' 무마 과정에서 5000만 원을 뿌렸다는 주장도 그 중 하나다. ‘수원여객 횡령 사건’은 김봉현 회장이 라임펀드 자금이 투입된 수원여객에서 240억 원이 넘는 돈을 빼돌린 혐의로 체포돼 구속된 사건을 말한다. 

 

취재진은 1500쪽 분량의 수사기록 중, 지난해 10월 28일 작성된 김봉현 회장의 진술조서에서 관련 내용을 확인했다.

 

김봉현 회장은 자신이 벌인 금품 로비가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조OO(전 검찰 수사관)이 ‘윤대진 검사장 형을 보호해 준 지인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우므로, 지인에게 돈을 주고 지검장에게 직접 로비를 하겠다’고 하면서 5000만 원을 요구해 줬는데, 이후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이 열흘 가까이 미뤄졌다”고 말했다. 

 

김봉현 회장의 진술조서에 등장하는 당시 수원지검장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인 윤대진 검사장, 그리고 그의 친형은 2019년 인사청문회 당시 윤석열 후보자가 변호사를 소개해 준 의혹이 제기됐던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이다.

 

 2012년 뇌물 수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도중 해외로 도피했던 윤 전 세무서장은, 지난해 10월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 다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뉴스타파 한상진 greenfish@newstap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