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한미 정상 공동선언의 충격

道雨 2021. 5. 28. 09:54

한미 정상 공동선언의 충격

 

 

지난 21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충격을 받은 당사자는 중국이다.

정상의 공동성명에서 대만해협과 남중국해를 거론한 게 문제가 아니다. 중국은 한-미 미사일협정 폐기로 미국을 대신하여 한국이 중국을 겨냥하는 중거리미사일을 만들게 될 것이라는 한국 언론의 해설에 거의 기절했을 것이다.

이러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동북아 균형자론’을 표방한 이래 진보정치가 금과옥조처럼 간직해온 균형 외교의 기조는 무너지게 된다. 무장국가 대한민국이 동북아에서 미국의 역할을 떠맡는다는 것은, 한국이 ‘또 하나의 일본’이 된다는 걸 의미한다. 최근 경북 성주의 사드 포대는 미국 본토와 일본의 미사일방어체계로 빠르게 통합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100일 만에 디지털 문명, 생태 문명, 우주 문명으로 거대한 전환 구상을 완료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 미래에 대한 새로운 약속을 전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속삭임에 문재인 대통령이 매료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그것이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새로운 동맹 강화를 천명하게 된 배경이다.

 

한국의 반도체를 미국에서 생산하고 미국의 백신을 한국에서 생산하는 경제동맹의 출현이 전부는 아니다. 지금의 국제정치는 새로운 디지털 문명을 이야기하지 않으면 어떤 설명도 불가능하다.

이번 한·미 정상의 공동성명은 난해한 기술의 언어로 기술된 일종의 신문명 선언문이다. 백신, 반도체, 배터리 기술교환이야 실물이 존재하는 해석 가능한 영역이다. 또한 한·미는 희토류 공동개발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미국 위주의 글로벌 공급망을 재구축한다.

그런데 정상회담 공동성명 곳곳에서 강조되는 우주 경제권과 미래 데이터 통신, 즉 개방형 랜 네트워크 개념은 뭔가. 이 개념을 뒤따라오는 우주 위성 인터넷 서비스, 광자통신, 신개념의 스마트시티 건설, 심우주(deep space) 탐사 등은 아직 우리에겐 변변한 해설서 하나 없는 상황이다.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사고실험’으로 추론되어야 할 영역이다. 다만 아직도 인터넷을 경험하지 못한 세계 인구의 절반을 향해 디지털 경제권을 확립하는 것이 최종 목표임은 분명하다.

바이든 대통령이 말한 6G 통신은 초당 테라바이트 전송속도의 데이터 통신망으로 홀로그램 영상 통신이 가능한 시대를 암시한다. 이 단계에서 자율자동차와 드론이 운행되는 스마트시티는 현실이 된다. 스마트시티 수출은 미국의 아시아와 아프리카 진출의 핵심이다.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로 알려진 달 탐사에 우리가 참여하게 된 이유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우주에서 가장 신비한 장소로 알려진 중력 평형 지점, 즉 라그랑주 점(Lagrangian point)을 점령하겠다는 의도다.

2년 전에 중국이 달 탐사 위성으로 이 지점을 점령하자, 미국은 우주군을 창설하여 지구 궤도권(GEO) 너머 심우주, 특히 시스루나 공간(cislunar space)으로 알려진 지구와 달 사이의 공간에서 중국과 1차 패권전쟁에 돌입했다.

한국어로는 검색조차 되지 않는 생소한 시스루나 공간은, 태양열 발전, 소행성 희귀자원 채취, 우주 관광, 심우주로의 진출 등, 3조달러 이상 가치의 우주 경제권이 출현하는 전략적 무대다.

일본은 작년에 우주 작전부대를 창설하여 미국 우주군과 공동작전 체제를 구축했다. 일본 위성센터는 중국과 러시아, 북한과 이란의 반위성무기(ASAT) 대응 작전을 공동으로 수행하게 된다. 우주 패권전쟁에 삼단 로켓을 발사한 실적이 있는 한국을 초대함으로써 한·미·일은 우주 공동체로 진화하게 될 것이다.

 

미국이 기존의 지정학적 사고를 초월하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함에 따라, 한국도 선택을 망설이지 않고 확실한 동맹 강화로 나아갔다. 미국이 제시하는 비전이 실재하는지, 과장인지 단언할 수 없다. 중국 역시 기술을 통한 굴기를 향해 더욱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우리는 미·중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플랫폼이 더 자유롭고 개방적인가를 따져서 선택할 일이다. 미국과의 경제 및 기술 동맹이 구체화되었다고 해서, 그것을 중국과의 결별로 이해하게 되면 대한민국에는 미래가 없다. 보다 확실한 기술외교의 철학과 원칙이 준비되어야 한다.

 

김종대 ㅣ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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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996898.html?_fr=mt0#csidx38606c199dbb9fcaa127a021b93019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