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러시아의 민간인 공격과 전세계가 외치는 반전 함성

道雨 2022. 2. 28. 11:45

러시아의 민간인 공격과 전세계가 외치는 반전 함성

 

*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민간인 수십명이 숨지거나 다치는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사진은 26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시내 한 아파트 건물이 포탄에 맞아 크게 파손된 모습이다. 키예프/ AFP 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나흘째인 27일 수도 키예프와 제2도시 하리코프(하르키우) 등 주요 도시들을 겨냥해 공세를 이어가고, 우크라이나는 필사적인 저항으로 이를 막아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가 병원, 유치원, 아파트 등 민간인 시설에 미사일과 폭탄을 투하해, 민간인들이 숨지거나 다치는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적 공격은 국제인도법에 위배되는 ‘전쟁범죄’로 어떤 이유로도 용서받을 수 없는 만행이다.

 

국제 인권단체 앰네스티인터내셔널은 3가지 피해 사례를 사진과 증언 등을 통해 확인했다며, “러시아군이 민간인 밀집 지역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병원과 같은 보호시설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부흘레다르의 병원 바로 앞에 미사일이 떨어져, 민간인 4명이 숨지고 6명의 병원 직원이 부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또 북부 지역 공항 인근의 주거 지역에도 미사일이 떨어져 최소 1명이 숨졌으며, 키예프 남쪽 도시에선 레스토랑 근처에서 폭발이 발생해 1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휴먼라이트워치도 군사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부흘레다르의 병원 앞에 사용된 미사일은 집속탄이라고 밝혔다. 하나의 폭탄 속에 수십개 또는 수백개의 소형 탄두가 들어 있는 집속탄은, 피해 반경이 축구장 너비만큼 넓어 다수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당할 수 있다. 집속탄 사용으로 민간인 피해가 커지자, 유엔은 2010년 집속탄 금지 협약을 발효했으며, 현재 110개국이 가입돼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현재까지 최소한 198명의 우크라이나인이 숨진 것으로 집계했다.

제네바협약을 포함한 국제인도법은 전쟁 중에 전투원과 민간인을 엄격히 구별하고, 민간인과 민간 시설에 대한 직접적 공격을 금지하고 있다. 인권단체들의 주장처럼 우크라이나에서 민간인들에 대한 무차별적 공격이 발생했다면 이는 명백한 전쟁범죄다. 유엔은 즉각 러시아의 국제인권법 위반 행위를 조사하고, 러시아는 민간인에 대한 공격을 중단해야 할 것이다.

러시아의 침공을 비판하고 전쟁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가 세계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미국·일본·프랑스·독일·그리스·스위스·이란·멕시코 등에서 시민들이 ‘전쟁 중단’ 플래카드를 들고 거리로 나서 “푸틴은 암살자”라고 외쳤다. 한국에 사는 우크라이나인들과 이에 연대하는 한국인들도 27일 서울 중구 주한러시아대사관 인근에서 집회를 열어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했다. 러시아 국내에서도 시민들이 전쟁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다 수천명이 체포됐지만 저항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력 대선 후보들이 지난 25일 티브이(TV) 토론회에서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6개월 된 초보 정치인”이라고 지칭하며, 그의 외교 실패를 지적했다가 파문이 일자 사과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우크라이나 사태는 종이와 잉크로 된 그런 협약서(민스크 협정) 하나 가지고 국가의 안보와 평화가 지켜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문재인 정부의 종전선언 추진을 에둘러 비난했다.

지금 생사를 넘나들고 있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불행을 어떤 방식으로든 선거에 이용하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일이라는 걸 명심하기 바란다.

 

 

[ 2022. 2. 27  한겨레 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