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패배한다' 그들의 이유와 전략
■ 나약한 국가, 그러나 두려움 없는 시민이 있다
우크라이나는 좋은 지도자를 가지지 못했다. 그리고 형편없는 리더십은 많은 경우, 경제 문제로 파국을 맞는다. 첫 침공을 당했던 2014년, 크림반도 병합 당시도 그랬다.
독립 후 20년 넘도록 경제발전은 없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3년 당시 미국발 긴축에 대한 긴축발작을 겪으며 상황은 악화 됐다. 극소수는 막대한 부를 쌓았지만, 경기는 침체됐고, 극빈층은 넘쳐났다. 외환보유고는 고갈 직전까지 갔다.
경제사학자 애덤 투즈가 <붕괴>에서 ‘부패한 기회주의자’로 규정한 당시 대통령 빅토르 야누코비치는, 서방과 러시아를 오가며 자금을 지원받아 정권을 유지했다.
야누코비치는 앞에서는 EU 가입을 국민들에게 약속했지만, 2013년 말 은밀히 돌아선다. EU와의 FTA나 체결 조건, 또 IMF의 원조 자금 지원 조건이 만족스럽지 않자, 러시아로 돌아섰다. 러시아가 훨씬 관대한 조건으로 훨씬 많은 돈을 지원한다고 약속하자, 하루아침에 러시아 편이 됐다.
우크라이나는 이런 지도자를 가졌다. 그러나 동시에 스스로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기 위해서라면 목숨을 내놓을 준비가 된 시민이 있었다. 시민들은 ‘EU 가입이라는 당초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유로마이단, 2013년 연말부터 2014년 2월까지 시민들은 거리로 쏟아져나왔다. 100명에 가까운 시민이 숨지는 유혈사태에도 멈추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전역의 관공서를 점령했다. 이 저항에 직면하자, 야누코비치는 2월 22일 수도 키예프를 떠나 야반도주할 수밖에 없었다.
푸틴의 크림 병합은 ‘부패해 야반도주한 대통령’을 상실한 직후에 전격 단행됐다.
■ WP ‘왜 푸틴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패하나’
워싱턴포스트의 기명 칼럼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이런 시민들이 있기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잠시 점령하는 데는 성공할지 몰라도, 결국은 패배할 것이다.
편지글 형식의 <왜 푸틴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패하나?>라는 제목의 이 칼럼에서, WP는 푸틴이 총과 칼 없이는 우크라이나에 머물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전투에 승리해 잠시 머물 수는 있으나, 총과 칼을 앞세운 점령의 천문학적 비용을 생각하면, 장기 주둔은 불가능하단 얘기다.
시민들이 러시아에 반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푸틴이 ‘사상의 전쟁’에서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푸틴이 우크라이나인들을 ‘모스크바 크렘린 궁의 의지에 따라 운명이 결정되어야 하는 반쯤은 상상에 불과한 나라 시민’으로 규정하는데, 이는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 인의 분열만 심화한다’고 했다. 우크라이나인들은 생각이 다르단 얘기다.
그렇게 된 건 2014년 크림 침공 때문이라고도 했다. 그간 러시아와의 협력도 필요하다고 여기던 시민들조차도, 이후 푸틴이 내세우는 ‘범 슬라브주의’와 부패, 냉소 사이의 간극을 이후 명확히 인지하게 됐다. 그래서 NATO 가입을 더 갈구하게 됐다.
즉, 속박을 걷어차고 자유의 세계로 나온 사람들은 다시 속박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래서 푸틴이 ‘힘과 공포와 거짓말을 통해서 목적을 관철하려 하지만,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한 것이다.
푸틴, 자네는 정말 끔찍한 실수를 한 거야, 이 공격은 궁극적으로 자네가 가장 피하고싶었을 결과로 이어질껄세.
You have made a terrible mistake. Your assault in Ukraine will ultimately lead to the very outcomes you hoped to avoid.
이건 이길 수 있는 전쟁이 아냐.
It is a war you can’t win.
<왜 푸틴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패하나?> 크리스티안 카릴, WP 국제 에디터
■ NYT 폴 크루그먼 “세탁된 돈이 푸틴의 아킬레스건”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좀 더 전략적이다. 노벨 경제학상을 탄 이 석학은, 전투의 결과에 관해선 판단을 유보하면서도, ‘경제 제재는 나약한 방법일 뿐’이라는 통념에는 반대한다.
경제학자답게, 장기와 단기(Short-run)의 개념을 가져온다. 단기적으로 재래식 조치 측면에서 푸틴이 취약해 보이진 않지만, 궁극적으로는(Eventually) 거대한 경제적 대가를 치른단 얘기다.
단, 한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서방이 제재에 대한 단호한 의지, 그 제재로 인해 치르게 될 대가도 감당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폴 크루그먼은 일단 더는 러시아와 송유관, 가스관 협력을 할 나라는 없을 거라고 했다. 외국인 직접투자도 없다. 이 둘은 ‘장기적 약속’의 상징인데, 이제 푸틴과 그런 약속을 할 사람은 없다는 이유에서다.
제재 가운데 전략적으로 보자면 가장 효과적인 것은 에너지 거래 중단이다. 다만 EU가 천연가스 40%를 러시아에 의존하기 때문에 이 전략은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하지만 금융제재는 가능하고, 또 러시아를 아프게 할 수 있다고 했다. 노보크먼과 토마 피케티 등의 경제학자를 인용해, 러시아가 90년대 이후 에너지 수출을 통해 쌓은 막대한 흑자를 해외에 은닉하고 있다고 했다. 2015년을 기준으로 러시아의 부패한 올리가르히들이 해외에 은닉한 재산은 러시아 국가 GDP의 85%에 이른다. 이 해외 은닉자산이 ‘역사적으로 유례없는’ 러시아의 취약점이라고 했다.
크루그먼은 서방의 단호한 결단을 촉구하며, 콕 집어 영국을 언급한다. ‘푸틴에 대한 재정적 압박을 위해선 영국이 나서야 한다.’ 이유는 영국의 금융중심 씨티오브런던은 ‘런던그라드’라고 불릴 정도로 러시아의 은닉자금이 넘치는 곳이기 때문이다. (영국은 일부 동결 조치는 시행했다.)
이 지점에서 크루그먼은 약간의 냉소를 내비치며, 영국의 결단이 쉽지는 않다고 언급한다. 그게 이 글의 제목과 관계가 있다. 러시아는 돈세탁을 통해 돈을 서방에 넣어두는데, 서방의 금융에는 러시아의 돈을 세탁해주고 먹고사는 자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이들이 정치와 경제의 영역에서 너무 강한 제재에는 저항한다. 특히 영국에서 그렇다.
이 같은 금융의 행태를 ‘서방의 부패’라고 부르며, 극복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푸틴의 가장 큰 취약점을 공격할 수 있다. 그러면 러시아는 패배한다.
■ 이코노미스트지 “역사는 푸틴의 전쟁을 가혹하게 평가할 것이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지는 푸틴이 ‘역사적 사명’이라는 위험한 망상에 사로잡혀 있다고 본다. 지금의 이 갈등은 그런 푸틴 스스로 만들어 낸 것이다.
2014년 크림, 그리고 2022년 우크라이나 전체.
그리고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 결국, 세계를 위협한다.
이코노미스트지가 생각하는 전략도 경제 제재다. 우선 금융과 하이테크 산업과 측근 인사들의 자금줄을 죄어야 한다. 또 세계는 우크라이나가 스스로를 지킬 수 있게 다양한 방식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야 한다.
오늘의 푸틴이 자유롭다고 느끼면 느낄수록, 미래의 푸틴은 더 많은 사람에게 ‘자신의 사명’을 강요할 것이다. 그때 그를 멈추려면 더 많은 피를 흘려야 한다.
서영민 기자 (seo01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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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푸틴 직접 제재 칼 뺐다..."자산 동결 등 포함"
백악관 "자산 동결, 미 여행 금지 등 포함할 것"
미국 정부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제재에 나섰다. 외교 관례상 한 나라 정상을 제재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 AFP 제공)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5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의 통화 사실을 알리면서 “미국은 유럽 동맹과 함께 푸틴 대통령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제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키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의 원칙은 동맹과 함께 조치를 취해나가는 것”이라며 “푸틴 대통령을 비롯한 제재 대상의 자산 동결 이외에, 미국에 대한 여행 금지를 포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EU와 영국은 이날 푸틴 대통령 등 러시아 고위 인사들에 대한 역내 자산 동결 등 개인 직접 제재 방침을 발표했다.
한 국가의 지도자에 대한 직접 제재는 국제 외교 관례상 매우 이례적이다. 미국은 전날까지 러시아를 향한 수출 통제와 금융 제재 등을 내놓았는데, 이번에는 푸틴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며 강도를 높였다.
사키 대변인은 또다른 고강도 제재로 꼽히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 제외 방안에 대해서는 “여전히 테이블에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에너지 제재 가능성 역시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다만 “제재는 러시아 경제에 타격을 입히기 위한 것”이라며 “에너지 제재를 가할 경우 국제 에너지 가격기 오르고, 이는 결과적으로 푸틴 대통령에게 이득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제재에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사키 대변인은 아울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진입이 임박했다는 관측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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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없이 침공... 푸틴이 불러온 신냉전, '3차 대전' 비화할까
전쟁 향방 어떻게 되나
美와 어깨 나란히 했던 러시아, 中에도 밀리자 '민주주의'에 대항
전쟁 끝나도 '신냉전' 계속될 듯
美 "직접 참전 않겠다" 선 긋기, 독일엔 병력 7000명 추가 배치
나토, 회원국이 피해 땐 공동 방어, 3차 대전으로 확대 가능성도 있어
바이든, 對러 수출·금융 추가 제재, SWIFT 결제망 퇴출 조처는 빠져
韓, 반도체·자동차 등 러 수출 타격
지난 21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은 엄포가 아니었다. 미국 뉴욕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가 열리고 있는 도중에, 푸틴 대통령은 마치 외교적 해결을 비웃기라도 하듯 우크라이나 침공 명령을 내렸다. 브레이크 없는 푸틴 앞에 국제사회는 무력했다. 이제 관심은 전쟁의 향방에 쏠린다. 우크라이나가 중립국의 길을 걷겠다고 하면 끝날 전쟁인가, 꽤 오래 이어질 신냉전의 일부인가, 아니면 제3차 세계대전의 서곡인가?
◆우크라이나 ‘중립국 카드’ 통할까
전쟁이 끝나더라도 신냉전 구도는 한동안 계속되리란 분석이 많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4일 기자회견에서 ‘신냉전의 시작인가?’라는 취재진의 물음에 “냉전이냐 여부는 관점에 달렸지만, 러시아가 추운 날을 맞게 됐다는 점은 확실하다”고 답했다.
◆“3차 대전 아니지만… 앞날은 모른다”
윤지로 기자, 워싱턴·도쿄=박영준·김청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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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지 내몰리는 푸틴... 러 경제붕괴 조짐 '국내 반전여론 고조'
루블화 가치 사상 최저·물가 폭등
일부 신흥재벌도 '반푸틴' 전선에
러시아 루블화의 가치는 26일(현지시간) 달러당 84루블까지 폭락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달 초 74루블에서 12% 이상 떨어진 것이다. 물론 그 원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의해 결정된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이다.
루블화의 폭락은 곧바로 러시아 내 소비자물가 폭등으로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주요 대도시에선 생활필수품 사재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상품 가격이 매일 폭등하자, 미리 사둬야 한다는 시민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어서다. 침공으로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우크라이나인들이 아니라, 러시아 정부 당국과 관영 언론의 ‘승전 임박’ 선전과 뉴스를 듣고 있는 러시아인들이 사재기에 나서는 상황 자체가 아이러니다.
미국과 서방 신용평가기관들이 러시아의 신용도를 정크본드 수준으로 내리자, 러시아에 진출한 자본은 광속으로 발을 빼고 있다. 주적이 된 미국·서방 자본뿐 아니라 친러시아 국가와 산유국 자본도 탈출 대열에 속속 합류하는 모양새다.
외국산 상품 수입선이 끊긴 소상공인들은 가게 문을 닫고 있다. 지금 물건을 파는 것보다 팔지 않는 게 더 유리해서다. 상점 영업 중단은 대도시뿐 아니라 중소도시 농촌지역 등을 가리지 않고 있다.
*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러시아 침공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커다란 우크라이나 국기를 함께 들고 있는 모습. EPA연합뉴스
러시아 중앙은행은 전쟁 이전보다 무려 74배나 많아진 내국인들의 루블화·외화 교환 요구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푸틴이 쏘아올린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1주일도 안돼, 러시아는 사상 최악의 경제붕괴 상황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주요 도시 곳곳에서 반푸틴 반전 시위가 대규모로 벌어지면서, 경제뿐 아니라 정치적 위기도 표면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당초 우크라이나 전쟁을 2주 내에 끝낸다는 전격작전 계획을 짠 것으로 알려졌다. 빠른 시간 안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정부를 제거하고 친러시아 정권을 세운다는 게 골자였다. 그래야 미국·서방과의 전후 협상으로 경제위기와 여론분열 상황을 해소할 타개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그의 계산은 며칠 만에 틀린 것으로 판명되고 있다. 큰 효과가 없는 것처럼 보였던 서방의 제재가 러시아 전체를 경제붕괴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기 때문이다.
NYT는 “사분오열됐던 러시아 야권이 이번 전쟁으로 되레 뭉쳐 강력한 반전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면서 “여기에 일부 서구지향적인 올리가르히(러시아 신흥재벌)마저 반푸틴 전선에 가담하면서 푸틴 대통령은 내정 위기로 내몰릴 개연성이 다분하다”고 전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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