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 어디 갔나, 굴욕"... 언론이 보여주지 않은 진실
오미크론 변이 확산 후 세계의 확진자 흐름 살펴보니
▲ 확진자 수 급증에 K방역을 조롱하는 듯한 기사를 쓴 <매일경제>
- K방역 자랑하더니 하루 확진자 17만 명…세계 최다 '불명예' <한국경제>
지난 2월 17일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10만 명을 넘긴 후 지금까지 급격하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자, 언론들이 이른바 K방역을 비판하는 기사를 쏟아 내고 있다. 그 중 <한국경제>와 <매일경제> 두 경제신문은 한국의 확진자 수 세계 1위가 "굴욕"적이고 "불명예"스럽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 놓았다.
그들의 주장대로 한국의 확진자 수가 세계 1위이며, 우리의 "자랑"이던 K방역은 이제 어디로 가버린 걸까?
지금까지 축적된 코로나 데이터를 바탕으로 우리의 현실을 확인해 보도록 하자.
일일 확진자 수만 본다면 세계 최고 수준
나라마다 인구가 다 다르기 때문에 확진자 수를 단순 비교해서는 정확한 비교가 어렵다. 이럴 때 이용하는 것이 인구 백만명당 확진자 수를 비교하는 것이다. 인구 백만명 당 확진자 수를 보면 한국은 덴마크, 싱가포르 등의 나라보다 더 낮은 9위로 떨어진다.
▲ 인구 백만명당 신규 확진자 7일 평균. 2월 23일을 보면 한국이 가장 높다.
표를 자세히 보면 프랑스가 올해 1월 1일 이후 줄곧 1등을 차지하고 있었고, 이탈리아가 오랫동안 2등을 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가장 최근 하루의 결과를 가지고 한국이 굴욕을 당했다고 한다면,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이제껏 오랜 "굴욕"의 나날들을 보낸 것이 된다. 하지만 누구도 그렇게 말하지는 않는다.
확진자 수 외에 방역 수준을 평가할 다양한 기준
▲ 위) 인구 백만명당 신규 사망자, 아래) 치명률
백신접종률은 어떨까? 한국은 86.4%로 비교 대상 국가 중 가장 높고, 부스터샷 추가 접종률은 60.14%로 이탈리아 다음으로 두번째로 높다. 높은 백신 접종률이 치명률을 낮추는 데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에는 누적 확진자 수를 확인해 보자. 인구를 감안하지 않고 보면 미국이 압도적으로 많고 한국이 가장 낮다. 인구 백만명당 누적 확진자 수에서는 일본보다 조금 높지만 그래도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최근의 확진자 수 증가가 순위에 영향을 줬지만 프랑스나 영국에 비하면 5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다.
▲ 위) 누적 확진자 수, 아래) 인구 백만명당 누적 확진자 수
여기까지 보면 판단이 되겠지만, 2월 중순을 기점으로 한국의 확진자 수가 폭증한 것은 맞지만, 누적확진자수, 사망자 수, 치명률 모두 가장 낮은 수준이고, 백신 접종률은 가장 높다. K방역을 두고 조롱을 해도 되는 정도는 아니다.
나라별 추세 분석을 통한 확진자 추세 예측
▲ 한국의 확진자 수 추세를 (좌)독일, (우)일본과 비교한 도표
독일은 한국보다 3주 정도 앞서 확진자 증가가 시작되어 지금 거의 정점에 이른 모습이다. 확진자 수 자체는 한국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일본은 한국과 비슷한 시기에 증가가 시작되었으나 폭증이라 할 수준까지 가지 않고 다시 조금씩 줄고 있는 모습이다.
▲ 한국의 확진자 수 추세를 (좌)프랑스, (우)이탈리아와 비교한 도표
조사 대상 국가 중 가장 많은 확진자를 기록한 프랑스, 이탈리아와도 비교해 보자. 두 나라 모두 12월에 확진자 증가가 시작된 이후 1월 중에 정점을 찍고 지금은 3분의1 이하로 떨어지는 추세다. 폭증을 시작한 후 다시 안정을 되찾는데 약 2개월이 걸렸다.
2월에 폭증이 시작된 한국의 확진자 수가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와 같은 추세를 보인다면 2주에서 한 달 안에 한국도 정점을 맞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한국의 확진자 폭증에 대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몇몇 국가의 사례처럼 국경 봉쇄와 셧다운을 통해 틀어 막지 않는 한) 오미크론 변이 이후 대규모 유행은 시기의 문제일 뿐 언젠가 한번은 겪어야 할 일이었다. 그 일을 영국이 1월 초에, 이탈리아가 1월 중순에, 프랑스가 1월 말에, 독일과 한국이 지금 겪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 같은 세계적 감염병이라도 대륙별로 혹은 나라별로 유행 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특정 날짜를 기준으로 확진자 수가 많고 적음을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된다는 게 상식이다. 지금 K방역은 어디 가지도 않았고 "굴욕"을 겪은 것도 "불명예"를 뒤집어쓴 것도 아니다. 확진자 수가 매일 같이 늘고 있고 언제가 정점일 지 아직 모르는 상황이긴 하지만 사망자와 중증환자 수는 상대적으로 적은 상태로 잘 유지하고 있다.
지금은 오미크론 변이 폭증을 먼저 겪은 다른 나라의 사례를 참조하여 확진자 증가의 정점을 찍고 안정화되는 시기를 조금이라도 당기기 위해 모두가 아이디어를 낼 때지, 기다렸다는 듯이 조롱이나 할 때가 아니다. 특히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그러면 안 된다.
<한국경제>는 기사 작성 후 12시간 만에 제목을 바꿨고, <매일경제>는 기사 작성 중인 2월 24일 18시 현재까지도 조롱을 계속하고 있는 중이다.
[이봉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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