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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희생자 ‘마약 검사’ 검경이 권유, 진상 밝혀야

道雨 2022. 12. 6. 09:21

참사 희생자 ‘마약 검사’ 검경이 권유, 진상 밝혀야

 

 

 

검찰과 경찰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유족들에게 주검에 대한 ‘마약 검사’를 권유한 사실이 드러났다.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참척의 고통에 빠져 있었을 유족에게 ‘마약 범죄’ 운운하며 부검을 권유했다니, 인륜을 안다면 차마 못 할 행위다.

 

<한겨레> 취재 결과, 참사 이튿날 광주에 차려진 희생자 오지연씨의 장례식장에 검사와 경찰이 찾아와 부검 의사를 물으며 ‘마약 때문에 혹시나 아이들이 쓰러진 게 아니냐’면서 마약 검사를 권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족들이 모인 단톡방에는 다른 유가족이 ‘우리 말고도 검사나 형사에게 마약 검사를 요청받은 가족 있냐’고 묻기도 했다고 한다.

 

<문화방송>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는 이 밖에도 서울·경기 등지의 희생자 유족들에게 검찰·경찰이 마약을 언급하며 부검을 권유했다는 사실을 유족 인터뷰를 통해 보도했다. ‘마약 관련한 사망 원인도 있고 압사 관련한 사망 원인도 있을 수 있지 않나’ ‘마약 관련해서 혹시나 하는 그런 게 있을 수도 있으니까’라며 부검 의사를 물었다는 것이다.

 

참사 경위로 볼 때 압사가 명백한 상황에서, 검경이 희생자의 마약 복용 가능성을 꺼내며 부검을 권한 것은,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끔찍한 ‘2차 가해’다. 유족들의 심정이 얼마나 참담했겠나. ‘아이를 두번 죽이는 것’이라거나 ‘욕이 치밀었다’는 유족들의 반응은 애써 분노를 누르며 나온 말이었을 것이다.

 

광주지검 관계자는 “고인이 혹시 마약 범죄의 피해자일 가능성이 있으니 진실을 규명하는 차원에서 부검을 할 필요성도 있어 보인다는 말을 건넸다”고 해명했다. 궁색한 변명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마약 검사를 요청한 적이 없다”고 아예 잡아뗐다. 대검찰청은 “대검에서 일선 검찰청에 마약과 관련한 별도의 지침을 내린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마약 검사 권유가 여러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진 점으로 미뤄 볼 때, 해명을 그대로 수긍하긴 어렵다.

 

그렇지 않아도 이태원 핼러윈 축제를 앞두고 검경의 관심이 마약 단속에 쏠리면서, 예전과 달리 안전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참사가 발생한 뒤에도 유족들의 슬픔을 헤아리기는커녕 참사와 마약의 연관성을 찾으려는 행태를 보였으니, 이런 의혹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국정조사를 통해 진상을 명백히 가려야 한다.

그 전에라도 검찰과 경찰은 유족들에게 깊이 고개 숙여 사과해야 할 것이다.

 

 

 

[ 2022. 12. 6  한겨레 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