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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유독 부산·경남 1위 예측 조사, 안 맞았나

道雨 2024. 4. 15. 11:12

왜 유독 부산·경남 1위 예측 조사, 안 맞았나

 

[김봉신의 여론감각] 방송3사-JTBC 실패율 13% 이상...보수 유권자, 여론조사+출구조사 응답 거부 가능성

 

 

 

총선이 끝나고, 필자에게 여러 가지를 묻는 연락이 많았다. 정권심판 열기에 의한 여당의 참패라는 데는 대부분 동의해 이견이 없는 듯하다. 그렇지만 선거 전 여론조사와 개표 직후 발표된 출구조사에 대한 정확성 논란은 남는다. 

예측조사와 실제 결과 비교해보니 

필자가 소속돼 있는 메타보이스는 이번에 JTBC와 예측조사를 진행했다. 각 정당의 예상 의석 수 예측 구간에 실제 결과가 포함돼 결과적으로 거의 모두 맞혔다. 운이 좋았다. 참고로 예측조사는 여론조사 결과 공표 금지 기간 전 이뤄진 여론조사와 금지 기간 중 실시된 여론조사 등을 바탕으로 메타분석을 한 것을 말한다.

다음 논의를 위해서 주요 4개 방송사의 예측(출구)조사 결과를 비교해보자. 실제 개표 결과는 더불어민주당·더불어민주연합이 175석, 국민의힘·국민의미래가 108석, 조국혁신당이 12석이었다. 아래의 괄호는 구간의 중앙값 그리고 실제 결과와의 격차값이다.
 

[JTBC]
민주 168~193 (180.5, 5.5석 차)
국힘 87~111 (99, 9석 차)
혁신 11~15 (13, 1석 차)

[​​KBS]
민주 178~196 (187, 12석 차)
국힘 87~105 (96, 12석 차)
혁신 12~14 (13, 1석 차)​

[​​MBC]
민주 184~197 (190.5, 15.5석 차)
국힘 85~99 (92, 16석 차)
혁신 12~14 (13, 1석 차)​

[​SBS]
민주 183~197 (190, 15석 차)
국힘 85~100 (92.5, 15.5석 차)
혁신 12~14 (13, 1석 차)​​


JTBC-메타보이스 예측조사는 지상파 3사와 대비해 구간이 넓었다. 그래서 개표 결과가 들어갈 수 있는 확률이 커서 우연히 맞혔다는 의견이 있을 수도 있다. 게다가 중앙값과 실제 개표 결과와의 차이를 보니, JTBC-메타보이스의 예측도 실제 결과와는 차이가 있어서 지상파 3사 출구조사와 대비해 아주 큰 차이가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독자도 있는 것 같다. 

예측조사-출구조사, 18~19개 지역구 예측에 실패

 
방송에서 흔히 평론가들에게 몇 석을 예측하는지를 묻곤 한다. 그러면 보통 '민주당은 비례 포함 000~000석'이라는 정도로 말한다. 지역구 하나하나를 예측하는 게 아니고 전체 의석 수가 어느 정도인지를 예측하는 것이라서 254개 지역구 각각의 당선 예측과는 거리가 있다. 이런 전체 의석 수 예측은 일반 독자들 사이에서도 흔한 예측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방송사 예측조사는 각 지역구에서 후보의 당락을 예측하기 때문에 고난도 작업일 수밖에 없다. 출구조사를 통한 예측도 마찬가지로 지역구별로 득표율을 제출해야 한다. 예측조사의 경우엔 득표율이 아닌 당선 확률로 예측을 하기도 하니, 투입 예산 등에 따라 실제 예측의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이번 총선에서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에서는 18개 지역구 예측에 실패했다고 알려졌다.  1위 예측 당락이 뒤바뀐 경우만 18개다. 보통 출구조사에서는 예측치가 오차범위를 넘는 격차로 실제와 다른 경우도 예측 실패라고 하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어떤 기준을 뒀는지는 모르겠다. JTBC 예측조사의 경우에는 19개 지역구의 당락을 뒤집어 예측했다. 다음은 JTBC와 지상파 3사의 예측 실패 지역구다.

[JTBC 예측 실패 지역-19개]
​서울 중성동을
서울 용산
서울 도봉갑
서울 마포갑
서울 양천갑
서울 영등포을
부산 부산진갑
부산 북구을
부산 해운대갑
부산 사하갑
부산 연제
경기 성남분당을
경기 화성을
경기 춘천철원화천양구갑
충남 공주부여청양
충남 당진
경북 경산
경남 창원진해
경남 양산을

[지상파 3사 예측 실패 지역 - 18개]
​서울 용산
서울 도봉갑
서울 마포갑
서울 동작을
부산 부산진갑
부산 남구
부산 북구을
부산 사하갑
인천 동구미추홀을
울산 동구
경기 성남분당갑
경기 성남분당을
경기 이천
경기 화성을
경기 포천가평
강원 원주갑
경남 창원진해
경남 양산을


JTBC·지상파 모두 'PK'에서 높은 실패율

JTBC와 지상파3사가 모두 당락 예측에 실패한 지역구는 10개 지역구다. 다음은 두 예측조사가 공통적으로 예측에 실패한 지역구다.

[공통 실패 지역-10개]
​서울 용산
서울 도봉갑
서울 마포갑
부산 부산진갑
부산 북구을
부산 사하갑
경기 성남분당을
경기 화성을
경남 창원진해
경남 양산을​


서울과 부산에 각 3개, 경기와 경남에 각 2개 지역구가 두 방식 모두 실패했다. 그런데 서울은 48개 지역구, 경기는 60개 지역구다. 그러니 실패율은 서울 6.25% 경기 3.33%라고 할 수 있다. 부산은 18개 지역구 중 공통적으로 3개 지역구 예측에 실패했다. 16.67%의 실패율이다. 경남은 16개 중 2개를 모두 실패했으니 12.5%의 실패율이다.

JTBC와 지상파를 나눠서 본다면, JTBC가 서울에서 6개, 부산에서 5개에 실패했고, 지상파도 서울과 부산 각 4개 실패했으니, 지상파 출구조사가 조금 더 정확했다고 할 수도 있겠다.

이번 총선 이후 필자의 궁금함은 사실 여기에 집중돼 있다. '왜 PK(부산경남)에서 이렇게 높은 실패율이 나타났는가' 하는 문제다. 서울·경기 공통 실패 지역을 본다면 각각 이유가 다르지만, 어쩌면 PK에서는 하나의 일관된 흐름이 나타난 게 아닌가 여겨질 정도다.

부산, '민심의 격랑' 속에 있었다

 
최근까지 부산은 과거 지역 경제를 지탱하던 산업이 주변으로 옮겨 가고, 남은 공장 시설은 복합문화시설로 재구성된다는 소식을 간간히 들어왔다. 이에 따라 청년 인구가 유출되고 있어 고령화도 걱정된다고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라는 사건이 가져다준 충격이 대단했다고들 한다.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가 가져올 지역개발사업의 지체가 지역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들 예상했고, 어두운 전망이 부산시민의 불안감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윤석열 정부 들어 광역지자체 단위로 민심이 크게 출렁인 곳 중 하나가 단연 부산인 이유다.

게다가 이재명 대표 흉기 피습과 서울대병원으로의 헬기 이송도 큰 사건이었다. 부산시민의 자존심에 상처를 준 게 아니냐는 견해도 있었다. 공교롭게도 최근 정부 당국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안을 보면 부산은 4대 대학에 총 157명, 울산은 80명, 경남은 124명이 증원된다. 지역 경제에 단비와 같은 희소식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민주호 밴드왜건', 너무 요란했을 가능성 

지난 몇 개월의 선거 과정을 되씹어보자. 1월에는 제3지대 빅텐트가 얼마나 커지냐를 두고 언론이 뜨거웠다. 이준석·이낙연 등 신당을 만들고자 각기 소속된 정당을 떠난 인물들의 합종연횡 소식이 연일 뉴스에 올랐다. 2월이 되니 민주당 내 공천 과정을 두고 친명-비명 프레임으로 해석하는 기사가 쏟아지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공천 잘잘못을 비교하면서 민주당 대비 국민의힘이 잘했다는 응답이 오차범위를 넘어 우세했다.

2월 중 의대 정원 확대 이슈가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정부의 의대 정원 2천명 확대 방침에 국민적 수용도가 좋았다. 특히 중도 성향자 중 정부 정책에 찬성이 더 많았던 이슈가 거의 없었는데, 의대 정원 확대 이슈는 달랐다. 중도가 정부·여당 친화적으로 변한 것 같았다. 그래서 필자는 2월 말에 '과반 정당이 없이 국민의힘이 다수당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었다.
 

 
그런데 3월이 되자 놀랍게도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공천 평가가 비슷해지더니, 이종섭·황상무 논란이 터지면서 여론이 완전히 바뀌기 시작했다. 민주당 우세로 변했고, 더군다나 '대파 875원 논란'이 발생하면서는 민주당 우세가 굳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필자가 되씹고자 하는 지점은 바로 이곳이다. 대파 사건까지 발생하니 민주당 친화적인 유튜버들의 목소리는 커지고, 인터넷에는 대파 사건을 풍자하는 밈(meme)이 돌기 시작했다. 밴드웨건의 출력이 너무 커서 어쩌면 보수 성향자 중 정부·여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는 침묵의 나선을 타고 숨을 수밖에 없었을 수 있다. 이를 의식했는지 오히려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과반 의석이 목표'라고 낮은 자세를 취했으나 승기를 잡은 것처럼 울려 퍼지는 목소리들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았다.​​

PK 보수 성향 유권자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나타났던 현상이 바로, 대통령실이 있는 곳(용산), 윤석열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후보(분당을)에 대한 지지 의향이 여론조사에서 적게 잡히는 현상이었다. 심판론에서 자유로운 여당 후보(마포갑, 동작을, 양산을)뿐 아니라 심판론에 노출된 후보들도 당선되는 결과를 목도하면서 필자는 침묵하는 보수 성향자의 투표 욕구는 여론조사로 측정할 수 없는 게 아닌가 평가했다.

낙관론의 고조, 과연 긍정적이기만 했을까 

필자가 소속된 회사의 예측조사가 더 선거결과에 가까웠던 이유를 묻는 분들께 몇 가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는 '일관되게 한쪽 정당의 지지도가 너무 높게 나오는 업체의 여론조사 결과는 반영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한편에선 그런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 마치 범야권이 200석을 거뜬히 넘길 수 있다는 뉘앙스의 콘텐츠가 떠돌기도 했다. 

이런 내용의 콘텐츠는, 진보 성향자가 선거 과정에서 열패감을 느끼는 경우 투표를 아예 포기했던 과거 경향을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으로도 이해할 수 있겠다. 그렇지만, 지나친 낙관론도 진보 성향자의 투표 욕구를 감퇴시킨다는 사실도 있다. 즉 지나친 낙관론의 고조는 진보 성향자의 투표 욕구에 양방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2020년 총선 결과보다 이번 성적이 더 안 좋다. 이른바 낙동강 벨트를 방어한 국민의힘은 TK(대구경북)에 고립될 절체절명의 위기는 넘긴 것처럼 보인다. 그 과정에서 지나친 낙관론은 일부 정치인에게 낙관 편향을 강화해, 전직 대통령인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를 지원하는 행보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필자는 처음부터 전직 대통령은 평가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회고적 투표 성향을 강화시켜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일개 여론조사 전문가의 분석이 정치권에 전달되긴 어려웠을 것 같다.

결국, 부산에서는 침묵하던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여론조사 응답 거부에 이어 더 나아가 출구조사 응답 거부 혹은 불성실 응답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겠다. 일부 여론조사의 낙관 편향 강화가 다른 여론조사에도 영향을 미쳐 침묵하는 보수 성향자들을 추출하지 못했고, 이런 여론조사 결과가 다시 밴드웨건의 출력을 더 높이는 상승효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출구조사에 응답을 거부하는 보수 성향 적극 투표자가 많아진 것으로 볼 수도 있겠다. 

필자는 여기까지 분석하면서, '경제가 심리학인 것처럼 정치도 된다 된다 해야 된다'라는 주장이 과연 항상 맞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번 총선을 보면서, 오히려 부작용이 더 클 수도 있겠다는 연구 과제를 갖게 됐다.

 

 

김봉신(bongshinkim)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봉신씨는 여론조사기관 '메타보이스' 이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