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호된 국민 심판에…결국 빈말 될 ‘윤석열 표’ 부자 감세

道雨 2024. 4. 15. 11:41

호된 국민 심판에…결국 빈말 될 ‘윤석열 표’ 부자 감세

 

 

자산가와 대기업 위한 세액공제 ‘올스톱’

상속세 부동산세 완화 동력도 상실할 듯

세수 펑크와 양극화 초래하는 감세 대신

국민 실질소득 높일 정책 발굴이 먼저

 

윤석열 정부는 경제 활성화와 민생을 내세우며 수많은 감세 정책을 쏟아냈다. 그 결과 지난해에는 역대 최대 규모의 세수 부족 사태를 초래했고, 소득과 부의 양극화는 더 심해졌다.

개인이든 법인이든 소득과 재산이 많을수록 세금을 더 많이 낼 수밖에 없다. 우리 세법은 헌법이 명시한 ‘부의 공정한 분배’를 달성하기 위해 누진세율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 참여연대, 양대노총, 민달팽이유니온 등 노동·시민단체로 구성된 '재벌부자감세 저지와 민생·복지 예산 확충 위한 긴급행동' 관계자들이 2022년 10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재벌·부자 감세 중단과 민생·복지 예산 확충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10.19. 연합뉴스

 

 

이런 점에서 감세 정책은 혜택이 부자와 대기업에 몰릴 수밖에 없다. 정부는 기업 세금을 깎아 주면 투자와 채용을 늘릴 것이고, 이는 경제 성장을 촉진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른바 ‘낙수효과’다. 하지만 이런 논리는 희망사항일 뿐,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국내외 여러 연구 결과로 증명됐다. 주식과 부동산 부자를 위한 감세도 마찬가지다. 경기 활성화보다는 부의 양극화와 세수 감소 부작용이 훨씬 크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감세 정책을 밀어붙였다.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것은 고물가와 고금리로 인한 민생 경제 파탄과 더불어 무분별한 부자 감세에 대해 국민이 경고장을 날린 것이기도 하다. 이제 무분별한 감세 정책을 철회하고, 야당과 협력해 서민들의 고통을 덜어줄 경제정책부터 실행해야 한다.

 

당장 멈춰야 할 감세 정책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초 금투세 폐지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는 금투세 폐지를 위한 소득세법 등 관련 법률 개정안을 의원 입법으로 국회에 제출했다. 기재부는 총선 결과와 상관없이 금투제 폐지를 추진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거대 야당의 협조가 없으면 관련 법안 개정이 불가능하다. 

금투세는 주식과 채권, 펀드 등 금융상품에 투자해 얻은 소득이 연간 합산 5000만 원 이상일 때 수익의 20~25%를 양도소득세로 내는 제도다. 문재인 정부 때 증권 거래세 인하와 함께 추진했다. 거래세를 낮추고 금융소득에 세금을 부과하자는 게 골자다.

금융소득에 과세하는 건 세계적 추세다. 당초 지난해 시행하려고 했으나 윤 대통령과 여당이 2022년 말 대주주 주식 양도세 기준을 10억 원 이상 유지하기로 야당과 합의하며 시행 시기를 내년으로 연기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작년 말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완화했고 금투세마저 폐지하겠다고 한다. 야당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일관되게 금투세를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런 만큼 주식 부자만을 위한 감세 폭주를 막아야 한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확대와 납입 한도 상향도 마찬가지다. ISA의 납입 한도를 연 2000만 원에서 연 4000만 원으로 높이고 배당 이자 소득 비과세 한도를 20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확대하겠다는 내용인데, 총선을 겨냥한 인기영합 정책이자 전형적인 부자 감세에 해당한다.

 

 자료 : 기획재정부 발표 자료 정리. 시민언론 민들레.

 

 

금투세와 대주주 양도세 기준 완화, ISA 비과세 등이 자산가를 위한 정책이라면 임시투자세액공제 일몰 연장과 연구개발(R&D) 투자 세액공제 확대, 기업 가치를 올린다는 명분으로 추진하는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 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 기업의 출산장려금에 대한 비과세 등은 대기업에 혜택이 집중되는 감세로 볼 수 있다.

임시투자세액 공제는 기업 투자를 촉진한다는 명목으로 설비투자에 대해 세액공제율을 한시적으로 상향해 주는 제도를 말한다. 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올해 말까지 이 제도를 연장하기로 했다. 문제는 설비투자에 대한 추가 세액공제 효과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기업은 투자를 늘리기보다 법인세를 깎아주는 것으로 인식한다. 관행적으로 일몰을 연장하면 세수만 감소하는 결과를 낳는다.

 

연구개발에 대한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것도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에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간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대기업의 연구개발 투자액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반도체 등 세계적으로 경쟁이 치열한 분야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기는 하다. 그러나 대기업에 집중되는 정책보다 해당 산업생태계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손쉬운 감세보다 대기업과 협력업체가 골고루 혜택을 보는 세밀한 정책이 필요하다.

 

저평가된 한국 증시가 제대로 평가를 받기 위해 내놓은 정책들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자사주 소각과 배당을 늘린 기업의 법인세 감면은 또 다른 부자 감세 정책일 뿐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한국 재벌기업의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극복할 수 있다. 상법 개정을 통해 지배주주와 이사회의 책임을 강화하는 게 급선무다. 이외에도 윤석열 정부가 목을 맨 상속·증여세 완화와 각종 부동산 세금 인하 등도 중단돼야 한다.

 

거대 야당이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경제정책은 고물가와 고금리로 쪼그라들고 있는 내수를 살리는 일이다. 민간 투자 여력이 부족하면 재정을 투입해서라도 얼어붙은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임금 노동자의 실질임금을 올리고 취약계층의 수입을 늘려주는 정책을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런 방향으로 정부가 경제정책 기조를 전환하도록 압박하는 동시에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특히 민주당은 국회에서 다수의 의석을 차지한 정당인 만큼, 경제 분야에서 수권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장박원 에디터jangbak6219@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