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호 녹취록' 일파만파…이재명 "검사인가 깡패인가"
수사 검사가 수감 중인 피의자 회유, 뒷거래 정황
민주당 지도부 회의서 뉴탐사 입수 녹취파일 거론
장시호, 담당 김영철 검사를 '오빠' '김스타'로 호칭
검사실에서 삼성 이재용 회장 만난 정황도 담겨
장경태 "김건희 무죄 제조기로 불리는 친윤 검사"
이재명 "검사들 행패 만연…모해위증교사 중범죄"
김영철 대검 반부패1과장 "사실무근, 악의적 음해"
"비열한 공작…거액의 손해배상 소송 및 형사고소"
* 시민언론 뉴탐사가 지난 6일 보도한 '장시호 녹취파일 단독 입수' 영상 중 갈무리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의 조카 장시호 씨가, 2017년 국정농단 관련 재판 등에서 검찰과 거래했던 정황을 육성으로 상세히 설명하는 내용이 담긴 '장시호 녹취록'이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 녹취록에는 수사 검사가 수감 중인 피의자를 상대로 어떻게 회유 작업을 벌이며 증언을 압박하고 뒷거래를 하는지에 관한 정황이 생생하게 소개돼 있어, 최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이른바 '검찰청 술판 회유' 의혹 제기와 맞물려, 검찰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공개석상에서 '모해위증 교사' 혐의를 거론하며 "검사인지 깡패인지 알 수가 없다"고까지 표현했다. 국정농단 특검에는 익히 알려진 대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주축으로 참여한 바 있다.
8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장경태 최고위원은 시민언론 뉴탐사가 지난 6일 보도했던 '장시호 녹취파일 단독 입수' 영상 중 일부를 회의장에서 상영했다. 이 파일은 장 씨가 친구와 통화하면서 털어놓았던 얘기들을 통화 상대자인 친구가 녹음해 갖고 있던 것이다.
2020년 10월 9일자 통화 녹음파일에서 장 씨가 '오빠' 또는 '김스타'라고 부르는 인물은 장 씨 사건을 담당했던 김영철 검사라고 한다.
"1년 6개월 맞을 거라 그랬어 오빠가. 그래서 그대로 갈 거라고 했어. 형량 그대로. 산 그대로! 이게 집행유예 2년이 될 거라고."
"그리고 자기가 그거 나한테 얘기해줬어. 구형이 1년 6월이라고. 구형 1년 6개월인 거 알고 갔어. 그래서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이 붙을 거라고."
"그랬는데 2년 6개월로 엎어치기로 된 거야. 그러니까 '김스타'도 거기서 벙찐 거야. 그래갖고 그날 (나를) 불렀어. 저녁 때. 괜찮냐고. 약 먹이고, 거기서 뭐…. 새벽까지 울고불고 난리 쳐갖고."
삼성그룹을 압박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후원금을 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장 씨는, 2017년 12월 6일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검사가 사전에 알려준 구형량은 1년 6개월이었는데, 실제 재판에서 예상했던 집행유예가 아니라 오히려 형량이 1년 더 늘어난 실형을 받자, 충격을 받은 장 씨를 검사가 불러 위로했던 상황으로 보인다.
"내일 너 안 나오고 싶으면 안 나와도 된다 해놓고, (검찰에서) 페이퍼를 이만큼 준 거야. 외우라고. 또 와중에 외웠어. 질문지를 다."
"그런데 교도관이 원래 못 만나게 하잖아. 그런데 검찰 측에서 교도관한테 나가 있으라 그러고 불렀거든."
"이 회장이랑 만나게 해줄라고. 이 회장이 저기서 만난다고. 내가 이쪽, 왼쪽을 보면 김스타 때문에 울고 있고, 오른쪽을 보면 이 회장 때문에 울고 있고 막…."
이는 검사가 피의자에게 법정에서 할 증언을 미리 연습시킨 정황으로 볼 수 있다.
장 씨가 거론한 '이 회장'은 삼성의 이재용 회장이라고 한다. 검찰의 주선으로 장 씨와 이 회장이 검사실에서 만났다는 내용으로 추정된다.
* 시민언론 뉴탐사가 지난 6일 보도한 '장시호 녹취파일 단독 입수' 영상 중 갈무리
이 같은 영상을 상영한 장경태 최고위원은 "최순실 게이트 핵심 인물인 장시호 씨는 2017년 삼성과 관련된 뇌물과 횡령죄로 검찰이 1년 6개월을 구형했으나, 1심 선고공판에서 2년 6개월의 실형이 선고돼 법정 구속됐다"면서 "장시호 녹취록에 따르면, 당시 재판 진행 과정에서 검찰이 피고 장 씨와 만남을 가지며 구형량을 알려주고, 법정 구속된 날 밤에는 따로 만나서 위로하고, 약을 주고 심지어 삼성 관련된 다른 공판에 증인으로 설 때를 대비해 적어준 내용을 외우라고 했으며, 공범들을 교도관 없이 만나게 하는 등, 검찰의 불법과 추악한 짓이 적나라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외에도 김 스타라 불리는 검사와의 불륜 관계, 회유 공작 당시 특검팀인 윤석열‧한동훈과의 친분 등, 검찰의 더럽고 추잡한 일들이 밝혀지고 있다"며 "지금까지 서울동부지검 피의자 성상납 사건, 부산지검 성접대 스폰서 사건, 이화영 부지사 술자리 회유 의혹 등, 연이어 터지는 검찰 타락의 끝판왕"이라고 말했다.
또 "더구나 장시호 씨가 '김스타' '오빠'라 부르는 검사는 윤석열‧한동훈과 특검팀에서 한솥밥을 먹고, 김건희 무죄 제조기라 불리는 친윤 김영철 검사라고 한다"면서 "코바나컨텐츠 대기업 협찬 의혹, 삼성전자의 아크로비스타 뇌물성 전세권 설정 의혹, 도이치파이낸셜 주가 주식 및 저가 매수 의혹 모두 무혐의 처분했던 바로 그 검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친윤 검사가 김건희 의혹 관련 수사를 땡처리 수법으로 면죄부를 주어왔다"며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 2일 '우리 스스로 손이 깨끗해야 우리 일의 엄중한 무게를 감당할 수 있다'고 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즉시 감찰에 착수하기 바란다. 현재 검찰이 적폐가 되어 역사의 심판대에 서게 될지, 아니면 엄중한 무게를 견뎌낼 수 있는지 먼저 확인부터 해보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와 최고위원들이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장경태 위원이 발언하며 게시한 뉴탐사의 '장시호 녹취파일 단독 입수' 영상 내용을 살펴보고 있다. 2024.5.8. 연합뉴스
이에 이재명 대표도 이번 사안에 대해 이례적일 정도로 길게 언급했다. 이 대표는 "이 나라가 검사의 나라도 아닌데, 검사들의 독선 정도가 아니라 행패가 아주 만연하고 있는 것 같다. 검사인지 깡패인지 알 수가 없다"면서 "검찰은 이 사회의 법질서, 최소한의 도덕을 유지하는 최후의 수단이다. 그런데 그 최후의 수단이 왜곡되어 있으면 이 나라 질서가 어떻게 되겠는가?"라고 개탄을 금치 못했다.
이어 "장경태 최고위원이 영상으로 보여준 내용은 사실 너무 심한 것은 뺀 것이지요? 국민들이 직접 보기에 참 낯 뜨거울 이야기들도 있어서 아마 뺀 것 같다. 피의자하고 특별한, 이상한 남녀 관계였다는 것 아니냐"며 "조사받는 피의자하고 살림 차렸다고 그랬나? 사실인지 여부야 또 확인해 봐야겠지만,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 아닌가"라고 어이없어했다.
나아가 "조사받는 피의자에게 질문지와 답변 내용을 주고 외우게 했다는데, 이는 '모해위증교사죄'라고 징역 10년짜리 중범죄 아니냐? 검사들이 얼마나 간이 부었으면 법을 집행하는 당사자이면서도, 어떻게 기억에 없는 진술을 증언하라고 시키느냐"며 "명백한 모해위증교사 아닌가? 감찰할 일이 아니라, 당연히 탄핵해야 되고, 그것을 넘어서서 형사 처벌해야 할 중범죄"라고 단언했다.
이 대표는 "검사가 진실을 규명해서 억울한 자가 없게 하고, 죄 지은 자에 대해서 상응하는 처벌을 받게 하라는 것이지, 없는 사실 지어내고 기억에 없는 것 외워서 증언해서 죄 만들라고 있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어떻게 이런 짓들을 백주대낮에 뻔뻔스럽게 저지를 수가 있는가? 이것이 대한민국 검찰 맞는가?"라며 "원내에서 각별히 대책을 좀 세워 주기를 부탁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옆자리에 앉아 있던 박찬대 원내대표는 즉시 "검사들의 범죄 행태가 드러나면 가차없이 따박따박 법적 책임을 묻고, 필요하다면 꼭 탄핵하겠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다시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데, 무엇을 잘못해도 다 자신들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으니까 마음대로 하는 것 아닌가?"라며 "검사는 죄를 지어도 다 괜찮다,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것 아닌가? 없는 죄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이런 해괴한 자만심이 가득한 것 아닌가?"라고 연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장경태 최고위원이 보여준 영상, 이것이 보도도 잘 안 되고 있다. 검찰이 죄를 지으면 더 크게 보도해야 하지 않느냐"며 "그런데 다 침묵하고 있는 것 같다. 검찰 국가라 무서워서 그럴 것"이라고 언론에 대해서도 일침을 놨다.
이 대표는 "오늘은 검사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됐는데, 이것이 대한민국이 정말로 새로 출발하기 위한 국정 기조 전환의 상징 같은 현상이라 말씀들이 많았던 것 같다"면서 "국민 여러분께서도 각별히 관심 가져 주시고, 검사들의 범죄 행위에 대해서는 일반 시민들의 범죄보다 훨씬 더 강하게 조사하고 처벌해야 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했다.
* 2017년 11월 8일 삼성그룹을 압박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후원금을 내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최순실 씨 조카 장시호 씨가 결심공판에 출석 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을 떠나고 있다. 이날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장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2017.11.8. 연합뉴스
해당 검사로 지목된 김영철 대검찰청 반부패1과장은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뒤 입장문을 내고 "21년 검사 인생을 모두 걸고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말씀드린다. 대낮에 입에 담기도 어려운 허위 사실을 선정적으로 이용해 악의적인 음해가 이루어지고 있다"며 "장 씨가 지인에게 일방적으로 대화한 내용이 아무 검증도 없이 최소한의 반론권조차 당사자에게 부여되지 않은 채 악의적으로 보도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 과장은 2016년 국정농단 특검 수사 당시 특별검사팀에 파견돼 근무했었다. 그는 민주당을 겨냥해 "일부 정치권에서 허위 보도에 편승해 마치 검사가 중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단정하고 공개적으로 비난 발언을 하는 등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면서 "보도 내용은 일고의 가치가 없는 사실무근의 허위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장 씨를 외부에서 만나거나 장 씨에게 사건과 무관한 이유로 연락한 적이 없고 ▲질문지와 답변 내용을 주며 '법정에서 암기해 증언하라'고 한 사실이 없으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과 장 씨를 대질 조사한 사실도 없다는 것이다.
김 과장은 "한 개인이자 중요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를 사회적으로 사장하려는 비열한 공작의 일환이므로 도저히 좌시할 수 없다"면서 "보도 매체들은 당사자에게 반론권을 보장하는 등의 최소한의 절차도 지키지 않은 채 아무런 객관적 검증 없이 악의적으로 허위 사실을 선정적으로 보도한 것이 명백하다.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해당 매체와 발언자, 유포자 전원을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고 명예훼손 등 형사고소, 보도 금지 가처분, 언론중재위 제소 등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호경 에디터haojing610@mindlenews.com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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