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기괴한 줄타기에 후폭풍…내란 잔당이 더 난리
전무후무한 헌법재판관 '쪼개기 임명' 잔머리
대통령에게도 없는 권한을 대행이…중대 위헌
야권보다 여권이 더 아우성치며 '배신자' 낙인
국힘 "독단적 결정"…용산 참모진은 항의 사표
국무위원들 "왜 한덕수 결정을 뒤집나" 막장극
김태규 사표…윤석열 복귀 갈망 '내란 동조' 입증
민주 "되레 행패, 가관"…우원식, 권한쟁의 준비
'8인 체제'로 큰 고비는 넘겨…야권 '플랜B' 가동
헌정사에서 듣도 보도 못한 헌법재판관 '선별 임명'의 후폭풍이 거세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여야 합의' 운운하며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 중 2명만 임명한 것은, 여야의 압박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고 본인도 살아남기 위한 제 나름의 묘수였겠지만, 사실은 죽도 밥도 아닌 악수(惡手)에 불과했다.
대통령도 아닌 권한대행이 국회가 동시에 선출한 헌법재판관 중 특정인을 골라서 누구는 임명하고 누구는 보류할 권한 자체가 없는 데다가, 헌법재판소 9인 체제를 하루속히 정상 가동하는 것이 내란 종식을 앞당기고 국정을 안정시키는 절대 과제라는 점에서, 최 대행의 기상천외한 꼼수는 국민적 경악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도 지적했듯이 최 대행의 행태는 다음과 같은 중대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① 헌법 제111조 2항 및 3항은 '국회에서 선출하는 3인을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작위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국회 선출 헌법재판관 임명은 대통령이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 헌법에 기속돼 그 의무를 행사해야 하는 영역이다. 그럼에도 한덕수에 이어 최상목 권한대행은 헌법적 의무를 재량 사항으로 바꾸고 정치적 합의 대상으로 끌고 가는 명백한 위헌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
② 국회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선출은 법률안 의결이 아니어서 재의요구권(거부권)이 없음에도 이러한 '쪼개기 임명'을 한 것은 헌법상 대통령에게도 없는 권한을 권한대행이 행사한 것으로서 중대한 헌법 위반이다.
③ 심지어 이번 헌법재판관 3명에 대한 선출안은 지난 11월 여야 원내대표 합의로 후보 추천 절차를 거쳤고, 본회의에서는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도 투표에 참여해 과반수를 훌쩍 넘긴 193명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이를 두고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은 국회의 적법한 의결 방식과 권한 행사를 거부함으로써 헌정질서의 근간인 삼권분립마저 흔드는 잘못된 주장이다.
④ 헌법 제27조는 '공정하고 신속한 헌법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으며, 헌법재판소는 모든 국민이 다양한 가치관과 시각을 대표하는 9인의 헌법재판관으로부터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결정한 바 있다. 따라서 최 대행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헌법재판 당사자들이 9인의 재판관으로부터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최 대행이 최대한 여당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쌍특검법'으로 불리는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했음에도, 헌법재판관 선별 임명이 죽도 밥도 아닌 악수가 됐다는 점은, 야권은 물론 여권까지 극렬하게 반발하는 데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국민의힘과 대통령실, 국무위원들이 최 대행을 '배신자'로 낙인찍고 아우성을 치는 모습에서, 이들이 총체적으로 내란 세력과 한몸을 이루며, 윤석열의 복귀를 노골적으로 갈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1일 여의도 당사에서 신년하례 겸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행정부가 어려운 만큼 여당으로서 국정 안정에 최우선을 둘 것인데, 어제 헌법재판관 임명은 유감스럽다"면서 "책임과 평가가 따를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우리 헌법은 중요한 사안에 대해 국무회의 심의권을 보장한다"며 "국무회의에서 충분히 논의한 다음에 결정했으면 헌법 원칙에 부합할 텐데, 그런 과정을 생략하고 본인 의사를 발표한 건 독단적 결정이 아니었나.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불만을 노출했다.
최 대행은 민주당 추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해선 추후 여야 합의가 있을 경우 임명하겠다고 했지만, 여당은 전혀 그렇게 해줄 생각이 없다. 마 후보자 임명 문제에 관해 야당과 합의는커녕 협의도 안 하겠다는 방침이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야당과 협의에 나설지를 묻는 기자 질문에 "지금으로선 (그런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며 "원내대표단하고 상의해보겠다"고 건성으로 답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그럴 계획이)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대통령실과 국무위원들은 여당보다 더 난리를 피우는 모양새다. 우선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이상 고위 참모진은 이날 최 대행에게 사의를 밝혔다. 대통령실은 언론 공지를 통해 정진석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장호진 외교안보특보와 수석비서관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이유는 따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최 대행이 헌법재판관 2명을 임명한 데 대한 항의의 표시임은 명약관화하다.
대통령실 측은 사전에 최 대행에게 헌법재판관 후보자 전원을 임명하지 말아달라고 건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전날 언론에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를 넘어서 매우 유감"이라며 "민감한 정치적 가치 판단을 '권한대행의 대행'이 너무나 일방적으로 내림으로써 정치적 갈등을 오히려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터무니없는 논리로 볼멘소리를 낸 바 있다. 최 대행은 이들의 사표를 반려했다.
국무위원들은 한술 더 뜨는 망동을 서슴지 않고 있다. 최 대행이 전날 국무회의에서 헌법재판관 2명을 임명한 직후 이어진 비공개 회의 도중 다수의 국무위원이 "왜 상의도 없이 임명했느냐" "한 총리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서 승소해 돌아올 수 있다" "한 총리가 임명하지 않기로 한 결정을 어떻게 며칠 만에 뒤집을 수 있느냐" 등의 발언을 쏟아내며 최 대행을 몰아붙였다고 한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정치적으로 중차대한 사안인데 여야와 어떤 사전 협의가 있었느냐"고 따져 물었고,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배석자로 참석한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은 "이처럼 중요한 결정을 국무위원들의 의견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민주적 정당성을 결여한 처사"라면서 "총리와 달리 국회 동의조차 필요 없는 장관급 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쏘아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최 대행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양해를 구했지만, 흥분한 국무위원들이 고성을 지르는 등 논쟁이 격화되자, 결국 국무회의 종결을 선언하고 회의장을 떠났다고 한다. 이후 일부 국무위원과 만난 자리에서 울먹이며 눈시울을 붉혔다는 후문이다.
최 대행을 공격했던 참석자들 가운데 판사 출신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은 급기야 항의의 뜻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최 대행은 이 역시 반려했다.
민주당은 이 같은 정부‧여당 행태에 기가 막힌다는 반응이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1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내란 세력과 잔당들이 여전히 대한민국 흔들기에 혈안이다. 하루빨리 내란 잔불을 진압하고 내란 세력을 뿌리 뽑아야 한다"면서 "12‧3 내란에는 입도 뻥긋 못하던 자들이 내란 단죄에는 사표까지 내가며 훼방을 놓는 모습은 한마디로 가관이다. 헌법과 법률에 따른 (헌법재판관) 임명이고, 오히려 한 명을 빼서 논란인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지 모르겠다"고 일갈했다.
이어 "내란 수괴 윤석열과 함께 꾸던 생명 연장의 꿈이 좌절되는 게 그리 두려운가? 더구나 방통위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망가뜨린 김태규 대행은 국무위원도 아니다. 정부위원의 대행에 불과한 사람이 이런 행패에 가담하다니 가소롭다"며 "혹여 재깍재깍 돌아가는 심판의 시계 앞에 미리 탈출할 심산이라면 헛꿈임을 분명히 경고한다. 내란 세력은 끝까지 단죄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특히 최 대행을 향해 나머지 헌법재판관 한 명도 빨리 임명하라고 거듭 압박했다.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최 대행의 임명 보류에 대해 "국회의 권한을 침범한 반헌법적 행위이자 헌재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흔드는 부적절한 처사"라며 "대한민국 헌법 제111조에는 9명의 헌법재판관 중 3인은 국회에서 '선출하는 자'를 임명한다고 되어있다. 헌법 어디에도 '여야 합의'라는 표현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당장 헌법재판관 임명 보류에 대해 사과하라. 그리고 보류했던 후보자 임명안을 결재하라"고 촉구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에 최 대행이 확실하게 협조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었다. 김성회 대변인은 "최상목 권한대행은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하는 것임을 명심하고, 대통령실과 경호처에 내란수괴 혐의를 받는 용의자에 대한 적법한 영장 집행에 협조할 것을 즉각 명령하라"면서 "대통령실과 경호처는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해 일하는 국가기관이지 윤석열 개인에 충성하는 사조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입법부를 대표하는 우원식 국회의장은 최 대행의 선별 임명에 대해 조만간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기로 했다. 이미 자신의 중재로 헌법재판관 추천 몫 배분을 여야 원내대표가 협의해서 국민의힘 1인, 더불어민주당 2인을 추천하기로 합의한 지 오래인데 최 대행이 이제 와서 여야 합의를 새삼 요구함으로써 국회의 논의 과정을 왜곡하고 헌법재판소 9인 체제의 정상 가동을 지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우 의장 측 관계자는 "국회 몫의 헌법재판관을 심의해 선출할 권리를 침해당한 게 명백한 만큼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민사회는 최 대행의 퇴진 또는 탄핵까지 거론하며 규탄 목소리로 들끓고 있다. 참여연대, 경실련, 민변, 민주노총,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전국 1549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입장문을 내고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도 여당과 함께 내란을 비호하기를 우선하는 최상목 권한대행에게 그 직을 유지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헌법을 위반하고 시민의 목소리를 외면한 것에 대해 엄중한 심판이 뒤따를 것임을 경고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별도의 성명을 통해 "최 대행이 일부 헌법재판관만 임명한 것은 탄핵소추를 모면하려는 기괴하고 비겁한 행태에 불과하다"면서 "내란 사태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내란수괴 윤석열은 관저에 숨어있다. 내란수괴를 헌법재판소가 파면하는 것만이 내란을 종식시키고 국정 안정과 경제 회복을 도모하는 길임을 최상목이 진정 모른단 말인가. 기괴한 꼼수로 헌법 질서를 왜곡하지 말라"고 질타했다. 쌍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두고도 "내란에 부역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촛불행동은 성명에서 "최상목이 참으로 교활하고 해괴한 짓을 벌였다. 권한대행에 불과한 자에게 헌재 후보에 대한 선별 권한을 누가 주었고, 내란수괴에게 체포영장까지 발부된 마당에 또 쌍특검을 거부하는 저의가 무엇인가"라며 "이 자를 당장 탄핵해야 한다. 한덕수에 이어 최상목까지 탄핵하면 국정운영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논리로 이자들을 봐주면 대참사의 틈을 타 다시 준동하고 있는 내란 세력들에게 시간만 더 벌어주는 꼴이 될 것이다. 이들에게는 단호한 대응만이 답"이라고 역설했다.
최 대행이 황당무계한 잔꾀를 부리기는 했지만 어쨌든 헌재가 '8인 체제'는 갖추게 된 만큼, 윤석열 탄핵심판을 진행하고 파면을 결정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6인 체제'는 일단 해소됐다.
정계선·조한창 신임 헌법재판관은 2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강당에서 취임식을 갖고 곧바로 업무에 착수할 예정이다.
우원식 국회의장과 야권은 권한쟁의심판 및 헌법소원을 포함한 다양한 방법의 '플랜B'를 동원해, 나머지 재판관 1명의 임명도 반드시 관철시킬 작정이다.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
김호경 에디터haojing610@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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