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김건희, 측근) 관련

최상목은 왜?

道雨 2025. 1. 6. 14:24

[유시민 칼럼]

최상목은 왜?

 

헌법재판관 두 명 임명은 '대통령놀이' 욕망의 발로

코넬대 박사 등 화려한 학력과 경력 경제전문가 자처

하지만 윤 정부 경제정책 실패에 첫 손 꼽을 책임자

박근혜 때 국정농단 연루 혐의, 지금은 내란 동조 혐의

내란 진압하고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해야 하는 과업

그가 할 수 있을까? 불행하게도 그럴 것 같지 않다

민심이 가리키는 길 "윤, 구치소에서 파면 소식 들을 것"

 

 

몇몇 신문사의 몇몇 기자들이 대통령 권한대행 최상목을 띄우고 있다.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셋 가운데 둘만 임명한 것을 ‘묘수’라고 하면서 호들갑을 떠는가 하면, 한국은행 총재 이창용과 금감원장 이복현의 최상목 지지 발언을 앞 다투어 보도했다.

최상목이 무슨 초능력이라도 있어서 한국 경제를 위기에서 구해낼 것만 같다.

과연 그렇게 기대해도 좋을 사람인가?

궁금해서 그가 어떻게 살아왔고 공직자로서 어떤 일을 했는지 살펴보았다. 

 

 

헌법재판관 두 명만 임명한 건 평생 출세지향주의자의 합목적적 선택

 

최상목이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한 가장 중요한 일은 헌법재판관을 임명한 것이다.

왜 임명했을까? 살아남기 위해서다. 달리 해석할 수 없다.

헌법재판관 임명을 전면 거부했다면 야당이 즉각 탄핵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한덕수처럼 직무를 정지당하고, 내란 피의자로 경찰 국가수사본부의 출석 요구를 받았을 게 뻔하다.

 

왜 둘만 임명했을까.

윤석열을 포함한 내란 공범들과 절연하지 않기 위해서다.

최상목은 내란범들을 보호하면서도 탄핵을 피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조처를 했다. 그런 점에서 목적 합리성 있는 선택이었다.

 

최상목은 평생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목표로 살았다.

그런 사람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되어 ‘대통령 놀이’를 해볼 기회를 포기하지 않는다. 되도록 오래 즐기려고 한다. 그래서 대행의 권한으로 내란 진압을 방해하는 것이다.

근거 없는 험담이라고?

그렇지 않다.

그의 이력과 계엄령 선포 전후의 행동을 들여다보면 그렇게 판단할 수밖에 없다.

 

“달러 환율이 1500원까지 치솟는 상황을 이주호 체제가 넘길 수 있겠는가.”

어느 신문은 익명의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최상목이 권한대행 자리를 지킨 이유를 설명했다. 애국심과 책임감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상목이 정말 그런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후의 언행을 보면 사실로 믿어도 될 듯하다.

최상목이 유능한 경제전문가라는 말이 아니다. 최상목 자신은 그렇게 생각했을 것 같다는 뜻이다. 

 

* 지난해 1월3일 윤석열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부총리·장관급 임명장 수여식에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할 일  안 하고 ‘대통령 놀이’에 빠진 ‘대행’의 화려한 경력

 

제주항공 사고 현장에 간 것은 워낙 큰 참사였으니 당연히 그래야 할 일이었다고 하자. 하지만 그것 말고는 다 이상했다.

왜 가는지 모를 곳에 가서, 왜 하는지 모를 말을 했고, 왜 그러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했다.

 

해병 부대를 방문해서 모양새도 나지 않는 거수경례 사진을 남겼다. 흔해빠진 ‘대통령 놀이’다.

미국 대사와 주한미군 사령관을 만나 한미동맹 노래를 부른 것도, 경제계와 중소기업인 신년하례회에 가서 위기 극복을 위한 단결을 호소한 것도 다 그런 놀이였다.

소위 'F4 회의(거시경제‧금융간담회)'를 매주 하겠다고 호언한 것도 마찬가지다. 원래 하던 회의 아닌가. 내수를 촉진하고 환율을 안정시킬 구체적 방안을 내놓지 않으면서, 자주 회의를 하겠노라고 말한다고 해서 경제가 좋아질 리는 만무하다.

 

최상목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일로 소일한다. 꼭 해야 할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

지금 시점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이 해야 할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 무엇인가?

윤석열의 내란이 야기한 정치적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최상목은 그 과제를 수행하는 데 꼭 필요한 일을 거부하고, 하지 말아야 할 짓은 한다.

 

왜 그럴까?

과거에 했던 일과 살아온 과정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최상목은 전두환 정권 시절 서울대 사법학과 재학 중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독자라는 이유로 ‘이병 전역’했다. 군 복무를 사실상 면제받은 것이다.

재무부 사무관으로 근무하면서 두 차례 국가의 지원을 받아 해외에서 공부했다. 아일랜드 더블린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미국 코넬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 김진표 재정경제부 장관 비서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정책보좌관,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을 거쳐, 박근혜 대통령 비서실 경제금융비서관과 기획재정부 1차관까지, 직업공무원으로서 차근차근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 경향신문 인터넷 기사 갈무리.

 

 

 

윤 정권 인수위 때 공직 복귀한 최순실 국정농단 연루 혐의자

 

공직자로서 큰 위기를 맞았지만 잘 이겨냈다.

청와대 금융경제비서관 시절 최순실 국정농단에 연루되었던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청와대에서 여러 차례 미르재단 설립 회의를 열었다. 국회 청문회에서 거짓말을 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관여했다는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그렇지만 어떻게 했는지 기소를 피했고,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공직을 떠났다.

 

몇몇 금융투자회사의 사외이사와 농협대학교 총장 등 주목받지 않는 자리에서 머물다가, 2022년 3월 윤석열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간사로 공직 무대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용산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을 거쳐, 현재 내란공범으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국힘당 원내대표 추경호의 후임 경제부총리가 되었다.

 

최상목은 경제수석 시절 탈중국 노선을 공개 표명해 대규모 무역 적자 사태를 불러들였다. 법인세 인하 등 부자감세 정책으로 사상 초유의 대규모 세수 결손을 자초했다.

경제부총리가 되어 자신이 경제수석으로서 만들었던 정책을 그대로 밀고나갔다.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 책임자가 누구인가 묻는다면, 첫 번째로 나올 이름이 바로 최상목이다.

 

최상목은 코넬 대학교에서 ‘경제정책이 소규모 개방경제의 인플레이션, 금융시장, 자본형성에 미친 영향’을 주제로 학위논문을 썼다.

‘소규모 개방경제’라, 많이 듣던 말 아닌가. 그렇다. 한국이 바로 성공한 ‘소규모 개방경제’의 대표 사례다.

미국 유학생들이 흔히 그러하듯, 최상목도 이런저런 분석모델에 한국경제 데이터를 넣은 계량경제학 논문으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 2016년 1월21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신임 장·차관 임명식에서 최상묵 기획재정부 1차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넬대 박사 학위 때부터 거시경제 무지 드러낸 ‘모피아’의 전형

 

학위 논문을 썼을 때나 지금이나, 최상목은 거시경제정책에 대해서 별로 아는 바가 없다. 윤석열이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수십 년 검사를 했는데도 헌법과 계엄법에 대해 아는 바가 없는 것과 비슷하다.

거시경제정책의 기본을 아는 사람이라면, ‘시장주의 광신자 밀턴 프리드먼의 광신도’인 윤석열의 경제정책 참모로 일했을 리 없다.

재정학의 기초를 아는 사람이라면, 부자 감세로 천문학적 세수 펑크를 내거나, 한국은행 마이너스 통장을 써서 회계를 분식하거나, 외평채 기금을 끌어다 재정적자를 메우거나, 국가연구개발 예산을 마구잡이 난도질하지 않는다.

 

최상목은 자리를 주기만 하면, 누구한테나 충성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모피아’의 전형이다. 정책에는 무능하지만 권력자의 비위를 맞추고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데는 유능하다.

그런 사람이 이주호 교육부총리한테 국가의 운명을 맡길 수 없어서 헌법재판관을 둘만 임명하는 편법으로 권한대행 자리를 지켰다고 하니, 실로 우스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이주호가 최상목보다 낫다는 게 아니다. 최상목이 이주호보다 유능하다고 볼 근거가 없다는 말이다.

 

 

마은혁 재판관 임명, 경호처장 해임 등 꼭 해야 할 3가지 일

 

최상목이 국가 위기 극복에 기여하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신속하게 내란을 진압하고 새 정부가 출범하게 함으로써, 경제를 포함해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위협하는 정치적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이다.

이 일은 누가 권한대행이든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 경제학 박사일 필요는 전혀 없다. 헌법 조문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독해력과 법치주의 원칙을 지키려는 소신만 있으면 충분하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

누구나 안다.

 

첫째, 마은혁 헌법재판관을 즉시 임명하라. 우원식 국회의장이 헌법재판관 임명 보류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마은혁 판사가 이미 헌법재판관 지위에 있음을 확인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도 함께 제출했다. 무엇을 위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시간을 허비한단 말인가.

 

둘째, 공수처의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하지 말라고 대통령 경호처에 지시하라. 경호처장을 비롯해 1월 3일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불법적으로 막은 책임자들을 해임하라. 내란을 모의하고 실행하는 데 가담한 혐의가 분명한 고위 공직자들을 면직하라.

최상목이 수방사와 경찰청에 한남동 대통령 관저 경호 인력을 추가 파견하라고 지시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는데, 만약 사실이라면 야당은 최상목 탄핵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내란의 공범이라는 유력한 증거이기 때문이다.

 

셋째, ‘대통령 놀이’를 그만두라. 최상목이 용산 대통령실의 방탄차를 요구했다든가, 굳이 할 필요가 없는 고위직 공무원 인사를 하려 한다는 소문이 돈다. 그런 짓을 계속하면 윤석열과 함께 역사의 심판대가 아니라 현실의 법정에 던져질 것이다. 

 

*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월 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른바 'F4'라 불리는 이복현 금감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최 권한대행, 김병환 금융위원장. 연합뉴스

 

 

 

 'A4종이' 'F4회동' 내용, 머지않아 밝혀질 것

 

최상목이 내란의 공범인지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나는 그가 공범일 수 있다고 본다. 명확한 증거가 있어서가 아니다.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내란 수괴 윤석열과 주요임무 종사자들을 보호하고 있으니 그렇게 추정하는 것이다.

윤석열은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최상목한테 국회 운영비를 끊고 비상입법기구 운영을 위한 예비비를 장만하라고 지시했다. 그런 지시를 담은 ‘A4 종이’를 주었다. 그런데 그것을 읽지도 않고 접어서 가지고 있다가 차관보한테 맡겼단다.

최상목 자신도 사람들이 믿어 주리라 기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국회의원들은 최상목에게 윤석열이 그 종이에 적은 지시가 무엇이었는지 여러 차례 물었다. 그는 모른다고 딱 잡아뗐다. 나중에 ‘예비비’라는 말은 하긴 했지만 무엇을 위한 예비비인지는 끝내 말하지 않았다.

 

비상입법기구 운영을 위한 예비비 마련 지시는 내란죄의 유력한 증거가 된다. 최상목과 차관보는 입을 맞추어 그 사실을 숨겼다. 최상목은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요구 결의안을 의결하기 전에 소위 ‘F4 회동’을 했고, 재정경제부 간부들을 불러 회의를 열었다. 그 회의에서 무슨 말을 했으며 어떤 지시를 했는지 머지않아 밝혀질 것이다.

 

윤석열은 전두환처럼 불법으로 국회를 해산하고 비상입법기구를 만들려 했다. 나는 최상목이 윤석열의 지시를 이행하려고 하지 않았는지 의심한다.

하지만 국회가 그를 즉각 탄핵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란에 동조했든 그렇지 않든, 윤석열을 구속하고 내란의 진상을 속속들이 밝히며 헌법재판소가 신속하게 탄핵 인용 결정을 내리게 하는 데 기여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새 정부가 출범하게 하도록 필요한 일을 제때 한다면, 굳이 탄핵할 필요가 없다. 

 

* 1월5일 아침부터 눈이 내린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추위을 견디며 밤을 지샌 시민들이 윤석열 체포 촉구 집회를 열고 있다. 이호 작가 사진

 

 

 

민심은 결국 윤이 서울구치소에서 파면 결정 소식 듣게 할 것

 

민심은 중력과 같다. 잠시 버틸 수는 있을지 몰라도 오래 견디지는 못한다. 윤석열은 체포영장 집행을 막으려고 공무원과 군인들을 사병(私兵)처럼 부렸다. 경호처는 관저 진입로를 차량으로 막고 주변 숲에 철조망을 깔았다. 마치 농성하는 무장 테러집단처럼 공권력에 맞서고 있다. 그러나 경호처의 관저 농성은 오래가지 못한다.

 

윤석열은 1월 3일 ‘관저 전투’의 승리를 기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 지는 길을 걷고 있다. 국민이 생중계로 지켜보는 가운데 체포영장 집행을 막았으니, 법원의 내란 혐의 구속영장 발부 확률은 크게 높아졌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기각할 확률은 0퍼센트 가까운 수준으로 낮아졌다. 윤석열은 서울구치소에서 헌재의 파면 결정 소식을 듣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한다. 최상목이 어떻게 하든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내란 진압에 조금 더 시간이 걸리고, 불필요한 우여곡절을 더 겪을 뿐이다.

최상목은 어떤 경우에도 내란 진압에 협조하는 게 최선이다. 내란의 공범인지 여부는 그 자신이 제일 잘 안다. 공범이 아니라면 그 무엇도 망설일 필요가 없다. 그런데도 윤석열의 난동을 방치하는 것을 보면 어딘가 찔리는 데가 있는 모양이다.

그렇다고 해도 눈을 질끈 감고 윤석열 체포에 협력하는 게 합리적이다. 나라의 혼란을 종식하는 데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야 처벌의 무게를 줄일 수 있다.

 

 

최상목은 합리적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불행하게도…

 

최상목에게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그는 <시민언론 민들레> 같은 ‘좌파언론’의 기사와 칼럼을 읽지 않을 것이다. 이런 신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예 모를 가능성이 높다. 설혹 읽는다고 해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계속 내란 수괴를 감싸면서 대통령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낼 것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게 아니다. 자리는 그 사람을 보여줄 뿐이다.

내가 최상목을 잘못 보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런 것 같지가 않다.

 

 

 

 

유시민 작가saulhei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