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장관의 끔찍한 예언...'국가 체제 파괴'로 나아간 국힘
헌정 질서 부정하는 정당, 공당으로서 자격 없다
"70년 쌓아온 것이 물거품 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있던 지난 12월 3일 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윤 대통령을 간곡히 말리며 한 말이라고 한다. 조 장관이 이후 이어진 탄핵 정국의 모습에 대해 예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무나 잘 맞아서 끔찍한 예언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의힘이 탄핵안 통과에 반대하는 순간부터, 이들이 이후의 과정에도 협조적이지 않을 것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비협조적인 것을 넘어서, 내란의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여 책임을 묻고 대통령 탄핵을 결정하는 과정을 적극적으로 방해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대통령의 계엄 시도가 전국으로 생중계되었다. 온 국민이 이를 지켜보았다. 때문에 아무리 여당이라고 해도 대통령을 비호 할 여지가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보수층의 결집과 지지율 상승으로 자신감을 얻은 것일까. 국민의힘은 윤석열과 거리를 두기는커녕, 노골적으로 탄핵의 기각을 바라는 눈치다. 심지어 일부 의원들이 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하거나 윤 대통령을 옹호하는 걸 방조하는 모양새다.
이 자체로도 상황은 심각한데, 심지어 국민의힘 의원들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헌법재판소를 공격하거나, 선거 제도에 대한 불합리한 의구심에 불을 지피고 있기도 하다. 이건 더 큰 문제다.
헌법재판소는 지금처럼 국가권력이 비상식적으로 엇나갈 때,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다. 또한 선거 제도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시스템이다.
이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지면 국가의 뿌리가 흔들리게 된다. 국민들은 무엇에도 기댈 수 없고 아무것도 믿을 수 없게 된다.
무리수로 헌법재판소 공격하는 국민의힘
![](https://blog.kakaocdn.net/dn/7p6Ig/btsMbGhd2t4/163ukUXHzL23esEMcW6i0k/img.jpg)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최근 국민의힘의 공세는 문형배 헌법재판소 재판관(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향해 특히 집중되어 있었다. 문 재판관이 이념적으로 편향되어 있고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할 것이라는 게 주요 주장이었다.
그런데 이 주장을 위해 근거로 가져온 것이, 거의 대부분 문형배 재판관의 과거 소셜 미디어 게시물이었다. 예를 들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문형배 재판관이 탄핵 심리에서 빠질 것을 요구하며, 그 이유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친분을 들었다. 그런데 그 친분의 근거가 2011년에 문 재판관이 이 대표와 SNS를 통해 댓글로 소통을 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소셜 미디어를 자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이 공간이 별로 친근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인간관계가 조금만 연결되어 있다면 말 한마디 정도는 쉽게 주고받을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
만일 당시에 이재명 대표와 문형배 재판관이 실제로 친분이 있었다고 해도 이건 2011년의 일이다. 그 이후로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떠했을지 추측할 수 있는 정황도 없고, 문 재판관은 이 대표가 대선에 출마한 이후로는 인연을 이어가지 않았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그리고 기억해야 할 중요한 사실이 있다. 국민의힘의 주장은 단순히 두 사람이 친하다는 정도가 아니다. 이 때문에 문형배 재판관이 이재명 대표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탄핵 심리를 할 것으로 간주한다. 이는 단순히 재판관으로서 양심에 저촉되는 것을 넘어서서, 사실로 드러날 경우 본인의 안위를 장담할 수 없을 수준의 책임을 져야 하는 비위 행위다. 이런 짓을 '친분' 때문에 저지른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관계가 끈끈하지 않고서야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민의힘이 제시한 정황을 보면 두 사람은 그런 관계의 근처조차 가지 못한 것 같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문형배 재판관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 모친상에 조문을 갔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하거나, 문 재판관의 과거 SNS 게시물의 일부만 발췌해 왜곡하는 등의 일을 저지르기도 했다. 하나하나 언급하며 반박할 가치가 없을 만큼 질 낮은 음해와 선동이다.
의구심 드는 '부정선거 해소' 법안
![](https://blog.kakaocdn.net/dn/QF7Ph/btsMbLbLqCR/qAtN3VeowMAIaTH2wgNqkK/img.jpg)
한편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부정선거 논란 해소 특별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투개표 시스템을 점검하는 위원회를 설치하고, 최근 5년간의 선거를 들여다보는 것이 골자인 법안이다.
물론 선거의 공정성을 철저히 유지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문제는 박 의원이 "SNS와 인터넷 매체 중심으로 퍼졌던 부정 선거에 대한 의구심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헌법 재판 과정에서 공식 제기됐다"라고 주장한 점이다.
작금의 탄핵 국면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고 선관위로 군 병력을 보낸 정황이 점차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윤 대통령이 소위 '극우 유튜버'들의 영상에 심취해 있었고 이들을 믿었으며, 부정선거에 대한 의심이 확신으로 굳어졌다는 증언들은 이미 너무나 많이 등장했다.
그렇다면 탄핵 심판 과정에서 공식 제기되었다는 부정 선거에 대한 의구심이 어디에서 흘러나왔겠나. 윤석열 대통령이 주로 보았다는 극우 유튜버들일 수밖에 없다.
그들은 공신력이 있는 기관이 아니다. 당연히 취재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 허황된 음모론으로 사람들을 선동하는 게 하는 일의 전부다. '부정선거 논란 해소 특별법'은 외견상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 법안이 전혀 신뢰할 수 없으며 위험하기까지 한 집단의 말을 정치권이 들어주는 식으로 추진된다면, 득이 아니라 오히려 독이 된다.
국민의힘, 공당으로서 자격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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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상황에서 '부정선거론'은 당연히 선을 그어야 할 주장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그러지 않았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선거에 대해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여론이 많은 상황이고, 또 부정행위를 우려하는 분도 많은 상황"이라며, 박수민 의원의 주장을 사실상 반복했다.
그러면서 "현 시스템에 대해 국민들이 의구심을 갖지 않도록, 투표 절차와 방법·제도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지 않겠나"라고도 언급했다. 다시 말하지만 외견상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이는 발언이다. 하지만 전형적인 본질 흐리기이자 여론 호도이다. 지금 문제인 건 선거제도의 신뢰성이 아니다. '부정선거론'을 누가 왜 주장했으며, 정치가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게 어떤 결과를 만들지다.
어떤 기관도 제도도 완벽할 수는 없다. 감시와 견제, 보완과 개혁이 계속해서 필요한 이유다. 돌아보면 헌법재판소라고 늘 옳은 결정만 하지 않았고, 선거제도에 문제점이 아예 없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제대로 문제를 찾아내서 수정하면 된다.
그러나 지금 국민의힘은 재판관의 사소한 과거 행적이나 캐묻고, 정상적인 탄핵 심리 과정에 대해 딴지 걸고 있다. 신뢰할 수 없는 출처의 주장을, '여론'으로 모호하게 왜곡하여, 위험한 이들의 주장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탄핵 국면은 대통령의 비상식적인 행위로 촉발된 사회 불안을 잠재우고, 훼손된 국가 체제를 회복해야 하는 시기다.
지금 국민의힘은 멀쩡한 헌법 기관의 신뢰도에 흠집을 내고, 정치가 수용해선 안 될 주장들을 의회로 끌어들이고 있다. 이들이 하는 일이 안정과 회복을 위한 것으로 보이는가. 아니면 국가 체제 파괴 행위로 보이는가. 국민 중 한 사람으로서 하루하루가 불안할 지경이다.
70년 쌓아온 것이 물거품 된다. 지금 국민의힘에 전하고 싶은 이야기다. 아무리 지지율 상승에 넋이 나가도, 정치를 하겠다면 최소한 지켜야 할 선이라는 게 있다. 그러지 못한다면 헌정 질서를 수호해야 하는 공당으로서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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