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트럼프의 ‘의회 폭동’ 사면, 민주주의에 대한 배신이다

道雨 2025. 2. 11. 08:59

트럼프의 ‘의회 폭동’ 사면, 민주주의에 대한 배신이다

 

 

 

2021년 1월6일 미국 민주주의의 상징이자 헌법적 질서의 심장부인 의사당에 폭도들이 난입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의 근거 없는 불법 선거 주장에 동조한 자들이 자행한 명백한 폭동이었다.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었다.

 

트럼프는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폭동에 가담한 사람들을 사면했다. 단순히 폭도 개인에 대한 사면을 넘어선,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훼손이다. 민주주의 사회를 지탱하는 정의라는 철학적 기반을 근본적으로 무너뜨리는 행위다. 어렵게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피땀 눈물을 흘려 온 온 인류의 노력에 대한 모독이다.

 

 

극렬 트럼프 지지자들의 미 의회 난입 폭동은, 공정한 절차와 사회적 신뢰를 정면으로 파괴한 반사회적 행위였다. 이들에 대한 사면은 정의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위배하는 것이다. 폭동 가담자들의 사면은 피해자와 미국 민주주의 공동체 전체가 겪은 상처와 손실을 무시하는 행위다. 미국의 세계적 위상으로 인한 상징성을 고려하면, 인류사회 모두에 대한 모욕이라고 평가해야 마땅하다.

 

사면은 공동체 내 화해와 치유를 목적으로 해야 한다. 잘못된 행위의 책임을 묻지 않음으로써 정의의 기반을 흔드는 사면은 정당화될 수 없다. 민주주의라는 정치 체계가 스스로를 방어하지 못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폭력과 불의에 대한 무관용 원칙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생존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다. 트럼프는 오히려 반대의 길로 가면서 민주주의의 적이 되었다.

 

 

결코 미국 내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주의는 보편적 가치이며, 이를 위협하는 행위는 전 세계 양심적 지성이 함께 규탄해야 할 문제다. 오늘 미국은 트럼프로 대변되는 민주주의의 심각한 위기 상황을 지나고 있다. 미국의 사면은 전 세계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게 된다. 독재 국가와 극단주의 세력은 민주주의를 더 쉽게 억압하려 들고, 민주주의의 유약함에 많은 사람들은 민주주의에 대한 회의감이 깊어질 것이다.

 

지난 1월19일 한국의 서부지법 난입폭동 가담자들은, 트럼프의 사면을 보며 과연 무엇을 생각하겠는가? 민주주의를 위기로 모는 극우 집단의 폭력행동에 대해 사면 없는 처벌을 제도화하지 않으면, 트럼프의 만행은 세계 곳곳에서 재발할 것이다.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민주주의를 강화하기 위한 일대 도약이 필요한 때다.

 

 

유엔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트럼프의 잘못된 사면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유엔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국제적 연대를 강화하고, 트럼프의 부당한 사면 행위가 이러한 보편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도록 경고해야 한다. 법적인 수단이 없다 하더라도, 엄정한 사회적 규탄이나 정치적 평가를 통해 인류 공동체의 명백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

 

대한민국 역시 이러한 상황을 방관해선 안 된다. 폭동에 가담한 전과자들에 대한 입국 금지를 포함한 구체적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 민주주의에 대한 폭력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 세계에 발신하는 것은,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국가로서 책임을 다하는 길이다.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존중하는 모든 국가가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 과제이다.

 

미 의회 난입 폭동은 민주주의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민주주의는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한국에서는 극우적 선동에 경도된 권력자들이 공권력을 동원해 내란 행위를 일으켰고, 극렬 극우분자들은 법원을 난입해 폭력을 행사했다.

민주주의를 지키는 국제적 연대가 필요하다. 미 의회 난입 폭동 가담자들에 대한 사면을 반대하는 일에 전 세계가 나서야 하는 이유다.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다. 이미 유죄 판결을 받고 복역하는 민주주의 파괴자들에게 정의를 실현해야만 민주주의의 가치를 다시 세울 수 있다.

 

미 의회 난입 폭도들에 대한 사면은 정의에 대한 배신이다. 롤스의 공정 원칙, 칸트의 정언 명령, 니체의 도덕 계보 등, 그 어떤 철학적 원리에 따르더라도, 트럼프의 사면은 정당화될 수 없다.

민주주의는 잘못된 관용이 아니라 엄정한 정의의 실현 위에 세워져야 한다.

 

미 의회 폭동 가담자들에 대한 사면은 민주주의의 가치를 배신하는 칼이다.

민주주의 모범국이라고 불렸던 한국도, 계엄 난동으로 심각한 민주주의의 위기를 지나가고 있다.

민주주의를 지키는 정의 구현은 폭력을 묵과하지 않는 데서 시작한다.

민주주의의 수호와 강화를 위해,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흔들리지 않는 정의의 원칙을 세워야 한다.

인류의 모든 양심적 지성이 떨쳐 일어나야 할 때다.

 

 

 

권영태 | 경희사이버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