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트럼프의 ‘영토 먹방’

道雨 2025. 2. 11. 09:08

트럼프의 ‘영토 먹방’

 

 

 

세계지도에서 미국은 북아메리카의 절반쯤 되는 땅과 알래스카, 하와이로 표시된다.

그러나 실제 영토는 이보다 훨씬 넓다. 푸에르토리코, 괌, 사모아, 버진아일랜드 등, 태평양과 카리브해에 수많은 미국령 섬들이 퍼져 있다.

세계 곳곳에서 운영 중인 군사기지도 800여 곳에 이른다. 영국과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다른 나라의 해외 기지를 다 합쳐봤자 30여 곳에 불과하다.

이런 점들을 도화지에 찍으면,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제국의 점묘화’가 드러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래도 배가 고픈 모양이다.

그는 취임사에서 “미국은 다시 영토를 확장하고, 도시를 건설하고, 새롭고 아름다운 지평을 향해 나아가는 국가가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20세기 이후 미국 역사에서 이처럼 낭만적인 어조로 제국주의적 욕망을 드러낸 대통령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린란드를 매입하고, 캐나다를 51번째 주로 삼고, 파나마운하 운영권을 회수하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접수하겠다는 그의 최근 언사는 결코 우스개나 공갈이 아니다.

 

미국은 영토 확장으로 성장한 나라이다.

1776년 영국의 식민지에서 독립을 선언한 이후, 먹방을 찍듯이 주변을 먹어치웠다. 앞서 그 땅을 차지하고 있던 프랑스, 스페인, 멕시코와 전쟁도 불사했다.

요즘 트럼프 대통령이 들먹이는 거래의 기술도 그때 이미 구사했다.

미국은 1803년 프랑스로부터 루이지애나와 뉴올리언스를 사들였고, 1867년엔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매입했다. 1917년엔 덴마크한테서 버진아일랜드를 구입했다. 미국이 이렇게 돈을 주고 매입한 땅이 영토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1803년부터 1848년까지 서부 개척 시대에는, 금광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인디언들의 땅을 강제로 빼앗았다.

가자지구를 점령해, 주민들을 이주시키고 지중해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영토를 우주로까지 확장하려 한다.

그는 취임사에서 “그리고 우리는 우주비행사를 화성에 보내 성조기를 꽂는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을 추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명백한 운명’이란, 미국이 영토를 미친 듯이 넓혀가던 시절, 이를 정당화한 핵심 논리였다. 신은 미국을 위해 땅을 예비해뒀고, 그 땅을 차지하는 것은 신의 뜻을 따르는 숭고한 행위라는 것이다.

화성이 미국의 51번째 주가 될지도 모르겠다.

 

 

 

유강문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상임이사·논설위원 m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