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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화순 대곡리 유적 엿장수 신고에서 재발굴까지

道雨 2008. 3. 6. 13:29

화순 대곡리 유적 엿장수 신고에서 재발굴까지

 

 

 

 

 

1971년 12월 농가 주택 배수로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나중에 국보 143호로 일괄 지정된 청동유물을 무더기로 쏟아낸 전남 화순군 대곡리 유적을 국립광주박물관이 36년만에 재조사한 결과 청동검 2자루를 추가 수습했다. 동검은 통나무 목관과 묘광(墓壙) 사이에서 출토됐다.

 

 

조유전 토지박물관장은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로 재직하던 1971년 12월 전국문화유적 지표조사 일환으로 전남지역에 파견되어 활동하던 중 전남도 문화공보실을 방문하고는 깜짝 놀랐다.

사무실 한 켠에 심상치 않은 청동유물 한 무더기가 놓여 있는 것을 본 것이다. 이에 그 출처를 관련 공무원 등에게 캐 물으니 엿장수가 신고한 것이라는 답변을 얻고는 수소문 끝에 이 유물들이 전남 화순 대곡리에서 나왔다는 사실까지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이 일이 있은 직후 전남도는 이 청동유물들의 일괄 수습 상황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공식 통보했다.

이에 정확한 유물 출토지와 그 유적 현황을 조사할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조 학예사는 같은 달 24일 국립중앙박물관이 파견한 윤무병 수석학예관(나중에 충남대 교수 역임)과 함께 대곡리 현지로 내려가 긴급 수습조사를 실시했다.

당시 대곡리 유적과 유물 발견, 조사 경위에 대해 조 학예사는 1985년에 나온 '윤무병박사회갑기념논총'에 기고한 '전남 화순 청동유물 일괄 출토유적'이란 글을 통해 상세히 보고했다.

이 글에 의하면 이 청동유물들은 대곡리 주민 구재천(具在天.67세) 씨가 "자가의 북편 담장 밖 낙수면에 해당되는 범위에 배수로 작업을 위해 지면을 파 내려가다 우연히 발견하게 된 것으로, 단지 호기심에서 출토된 청동유물만 수습한 후 유물의 중요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마침 마을에 돌아다니던 엿장수의 손에 넘겼으나, 다행히 엿장수가 전남도 문화공보실에 신고함으로써 도(道)에서 임시 보관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나아가 조 학예사는 "발견 당시 이 유적의 중요성을 조금만 인식했더라도 정밀조사를 통해 청동기유물출토의 구조를 정확히 밝힐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겠으나, 인식 부족으로 유구가 완전히 파괴되어 버렸던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시하면서도 "비록 유구(遺構)의 가치가 반감되었으나, 재조사를 통해 구조의 일부라도 밝히게 된 것을 매우 다행으로 생각하며 그런 대로 큰 수확을 얻었다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때 수습조사에서 이미 발견 신고된 청동유물 11점 외에 이렇다 할 만한 유물을 추가로 건지는 데는 실패했다. 다만 조 관장의 보고처럼 유물을 출토한 유적이 무덤이며, 그 구조를 대략이나마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불행 중 다행이었다.

비록 정식 발굴조사를 거치지 않았지만 이 청동유물들은 그 독특한 중요성이 인정되어 발견 이듬해인 1972년 3월2일 국보 제143호로 일괄 지정됐다.

조 관장은 당시 긴급 수습조사한 대곡리 유적을 최근 국립광주박물관이 재조사해 세형동검 2점을 추가로 발굴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당시 조사에 아쉬움이 많았는데 이번에 정밀한 재발굴을 통해 새로운 성과를 얻은 일은 이만저만한 행운이 아닐 수 없다"면서 "조사를 끝낸 다음 유적을 파괴하지 않고 그대로 덮어둔 일은 잘한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청동기시대 고고학 전공인 이건무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용인대 교수)은 "이번 재조사를 통해 세형동검 출토 위치가 통나무 목관 바깥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것은 고고학적으로는 매우 의미 있는 사건"이라면서 "이를 통해 대곡리 목관묘가 조성되던 기원전 4-3세기 무렵 매장 혹은 장송(葬送)의례의 한 단면을 확실히 알 수 있게 되었다"고 평가했다.

같은 청동기시대 고고학자인 지건길 전 국립중앙박물관장도 "이전에 척박한 풍토에서 선배들이 조사한 유적을 후배들이 재발굴해 새로운 성과를 보충한 일은 고고학사에서 특히 의미가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2008.2.29>

 

 

출처 : 토함산 솔이파리
글쓴이 : 솔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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