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민주화 이후 정보기관의 사찰 및 정치개입을 엄하게 금지해왔다. 박정희·전두환 때의 암울한 공포정치로 돌아갈 순 없기 때문이다.
그 시대에는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이들은 물론 여당 인사들까지 권력에 고분고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예사로 정보기관에 끌려가 고문과 협박을 받았다.
국정원의 직무를 법률로 엄격히 한정하면서 어떤 이유로든 민간 사찰은 할 수 없도록 금지한 것은 ‘정보정치’의 망령을 부활시켜선 안 된다는 사회적 합의에 따른 것이라고 봐야 한다. 지금 와서 그 망령을 되살렸다면 그 책임을 엄히 물어야 한다.
정 의원은 불법사찰의 배후로 정권 내 ‘국정농단 세력’을 지목했다. 이들이 공직윤리지원관실과 함께 자신들이 지닌 정보기관의 네트워크를 이용해 여당 인사까지 사찰했다는 것이다.
정 의원 등은 그들이 누구인지 애써 숨기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정 의원이나 같은 당의 정두언·남경필 의원 등이 사찰을 받은 것은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정치 후퇴를 공개적으로 주장한 직후였다.
사찰을 벌인 비선조직의 배후로 꼽히는 인물이나 당시 국정원의 핵심 요직에 있던 이는 모두 이 의원의 심복이다. 추잡한 권력 사유화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책임이 이들에게만 있지도 않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원세훈 원장 취임 뒤 국정원은 시민사회단체의 자금줄을 끊는 따위 공작이나 정부부처와의 관계기관 대책회의 부활 등을 서슴지 않았다. 온갖 민간 영역에서 대놓고 정보수집 활동도 벌였다.
그 결과가 이번 같은 불법사찰이다. 대통령의 묵인과 조장이 없었다면 어떻게 이런 일이 지금까지 계속됐겠는가.
권력의 불법사찰 논란은 이미 어설픈 변명이나 꼬리 자르기로는 해결되기 어렵게 됐다. 검찰의 전면 재수사는 물론, 국정조사나 특검을 통해서라도 진실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파문과 의혹은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다. 논란의 주역으로 지목된 이들도 더는 국민의 눈을 속이려 들지 말아야 한다.
국정원의 ‘정치사찰 망령’을 부활시킨 건 누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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