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 관련

증거인멸 공모한 청와대와 검찰, 감옥 안가나?

道雨 2012. 3. 8. 17:46

 

 

 

  증거인멸 공모한 청와대와 검찰, 감옥 안가나?

                                                                       (블로그 ‘사람과 세상사이’ / 오주르디 / 2012-03-08)


 

 

2010년 7월 황당한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다.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정부와 대통령을 비판한 사람을 몰래 뒷조사를 해, 혐의가 될 만한 게 있으면 검찰에 넘겨 그 사람을 수사하도록 했다.

이른바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이다.


축소하고 은폐하고 자르고… 황당했던 ‘불법사찰’ 수사

당시에도 불법사찰에 청와대가 개입됐다고 확신할 만한 증거와 정황들이 나왔지만 검찰은 이인규 지원관과 하부직원 몇 명만 사법처리한 채 수사를 종결지었다.

 

청와대가 증거인멸을 지시했고 ‘대포폰’까지 지급했다는 진술이 나왔는데도 검찰은 “총리실 단독으로 저지른 범행”이라며 사실을 덮었다.

 

철저한 ‘꼬리자르기’ 덕분에 청와대 쪽 관련자들은 무사했다.

권재진 당시 민정수석, 이영호 전 고용노사비서관, 최종석 전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 등의 개입 정황이 확실해 보이는데도 검찰은 이들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

 

수사 종결이후에도 청와대 개입 정황이 드러나 재수사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검찰과 법무부는 “재수사할 필요를 못 느낀다”며 일축했다. 청와대는 재수사를 요구하는 야당을 강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사찰 주도와 증거 인멸의 결정적 ‘증언’

검찰과 청와대가 ‘거짓말’을 해왔다는 결정적인 ‘증언’이 나왔다. 지원관실 하드디스크 4개를 수원의 한 업체로 가져가 ‘디가우저’로 파괴했던 장진수 전 주무관이 불법사찰을 사실상 청와대가 주도했다고 볼 수 있는 결정적인 진술을 했다.

그는 “최 전 행정관이 ‘곧 검찰에서 지원관실을 압수수색 할 테니 당장 지원관실 1팀 컴퓨터 전체와 진경락 총괄과장의 컴퓨터를 물리적으로 조치하라’고 지시하면서 ‘하드디스크를 망치로 부수든지, 컴퓨터를 강물에 갖다버려도 좋다’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불법사찰이 청와대의 지휘 아래 이루어졌으며, 공직윤리지원관실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파괴하는 등의 증거인멸도 청와대가 지시한 것이라는 게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또 장 전 주무관은 자신이 망설이자, 최 전 행정관이 “(증거인멸은) 검찰이 먼저 요구한 것으로 민정수석실과 이미 얘기가 다 돼 있어 검찰에서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민정수석과 검찰이 불법사찰과 증거인멸에 상당한 역할을 해왔다는 것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민정수석실과 얘기 다 돼 검찰에서 문제 될 것 없다”

장 전 주무관의 ‘폭로’ 동기는 배신감 때문으로 보인다.

민주통합당 박영선 의원은 “최 전 행정관이 증거인멸을 지시하면서 (장 전 주무관에게) ‘끝까지 뒤를 봐주겠다’고 약속한 사실이 있음을 밝힌 장 전 주무관의 녹취록이 있다”고 주장했다.

 

장 전 주무관은 “(아무 일도 없을 것이라던 최 행정관의 말과는 달리) 검찰이 압수수색 후 나에게 증거인멸을 문제 삼아 깜짝 놀랐다”며 “나를 희생양으로 만들려는 짜여진 각본이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현재 증거인멸 혐의로 기소돼 1,2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대법원 판결을 남겨둔 상태이고, 구체적인 취직 자리까지 언급하며 ‘끝까지 뒤를 봐주겠다’던 최 전 행정관은 무슨 영문인지 사건 직후 갑자기 미국으로 가 주미대사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최 전 행정관이 “민정수석실과 이미 얘기가 다 돼 있어 검찰에서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건 대체 무슨 의미일까.


‘꼬리자르기’는 ‘권재진-노환균’ 청검(靑檢)유착이 만든 작품?

당시 민정수석은 권재진 현 법무부장관이었고, 불법사찰 수사는 서울중앙지검이 맡아 진행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노환균· 권 수석과 동향인 TK출신인데다가 둘 다 모두 공안통이라 거쳐 온 근무지도 겹치는 경우가 많다. 가까운 관계라는 얘기다.

 

노환균 당시 지검장은 쌍용차 농성사태, 용산참사, 한명숙 전 총리 수뢰사건 등을 맡아 수사하며 친정권적인 성향을 보였다. 그 덕분인지 검찰총장과 민정수석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이쯤이면 장진수, 최종석 두 사람이 입에서 왜 민정수석 이름이 나왔는지 알만하다.

 

 

장 전 주무관의 ‘폭로’는 사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다면 청와대 민정수석과 행정관, 검찰의 고위간부 등이 공모해 증거인멸과 수사축소를 자행한 게 된다. 권력과 검찰이 어떻게 유착돼 어떻게 일을 꾸며왔는지 한 눈에 그려지는 대목이다.

공정하게 수사를 해야할 검찰이 피의자인 ‘청와대’를 봐주기 위해 사건을 축소하고 증거인멸을 도왔다는 얘기다. 사정 시스템을 문란시키고 국기를 흔든 사건이다.


범법자가 제가 저지른 사건 수사한다? 웃기는 일, 특검해야

민간인 불법사찰을 주도한 청와대, 그리고 청와대를 보호해 주기 위해 진실을 은폐하고 사건을 축소한 검찰. 이들의 죄가 결코 가볍지 않다. 힘없는 일반 국민이 그랬다면 분명 감옥행이다.

 

청와대와 검찰, 감옥에 갈 짓을 저질렀다. 공정하고 모범이 되어야 할 청와대와 검찰이 중죄를 저지른 ‘범법자’이니 나라꼴이 제대로 되겠는가.

 

재수사해야 한다. 검찰에 맡기지 말고 특검을 실시해야 한다.

‘범죄자’에게 제가 저지른 사건을 수사하라고 할 수 없지 않은가.

철저히 재수사해서 증거인멸과 사건개입이 확인되면 국민의 이름으로 검찰과 청와대를 감옥에 가둬야 한다. 어떤 식으로든 벌을 줘야 한다는 말이다.

 

끝까지 재수사 필요 없다던 검찰이 이제 와서 재수사 가능성을 내비치는 이유가 뭘까.

4·11총선용일 수 있다.

원성이 자자한 불법사찰 사건을 재수사 한다고 띄워 여론을 유리하게 끌고 가다가, 총선 끝나면 다시 흐지부지 사건을 덮으려는 ‘꼼수’일 가능성이 있다.

 

오주르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