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 관련

'대포폰' 청와대 - 총리실 - 검찰의 추악한 진실

道雨 2012. 3. 16. 18:22

 

 

 

 '대포폰' 청와대 - 총리실 - 검찰의 추악한 진실

 

보수 참칭한 그들의 초대형 '국기문란사건'

 

민간인 불법사찰 및 은폐 ... 대통령이 사과해야

 

 

국군 보안사령부의 조직적인 민간인 사찰이 세상에 처음 드러난 것은 지난 1990년 10월이었다. 당시 보안사 서빙고분실에 근무하던 윤석양 이병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인권위의 보호 아래 보안사가 정당·언론·재야 등 각계 주요인사 1300여 명을 사찰해온 사실을 폭로하는 양심선언을 했다.

 

군과 관련된 첩보 수집 및 수사로 직무가 제한된 보안사의 민간인 사찰은 명백한 불법행위였다. 전문용어(?)로 '대(對)전복', 즉 쿠데타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에서 시작한 군에 대한 '동향 관찰'이 '체제 전복' 혐의가 있는 민간으로까지 스멀스멀 확대된 것이다. 국가기관의 불법행위가 온존할 수 있었던 것은 군 정보기관이라는 조직의 특성과 끼리끼리의 패거리 의식 때문이었다.

 

이 사건의 여파는 컸다. 이로 인해 보안사령관은 물론, 국방장관까지 옷을 벗었다. 보안사령관 출신인 노태우 대통령은 보안사를 기무사로 바꾸고 조직을 개편했다. 사법부도 민간인 사찰을 불법행위로 판결했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1998년 7월 대법원은 보안사의 사찰대상자였던 당시 한승헌 감사원장과 노무현 의원, 그리고 박원순 변호사 등 145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국가는 한 감사원장 등에게 각 200만 원씩, 모두 2억9천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

 

보안사의 사찰은 명백한 사생활 침해라는 점에서 사법부 판결은 헌법상의 기본권을 침해한 국가의 불법행위에 대한 단죄였다. 정치적으로는 군의 정권 사병화(私兵化)에 대한 경종이었다. 특히 '체제 전복' 혐의로 사찰을 받은 재야 변호사 3인이 나중에 공직기강을 다스리는 감사원장과, 수도 서울의 시장, 그리고 국군을 통수(統帥)하는 대통령에 오른 사실은 보안사가 어두운 골방에서 얼마나 허접한 짓을 하고 있었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MB정부 민간인 사찰은 군사정권 시절에 본 기시감(旣視感)

 

그런데 보안사의 민간인 사찰이 폭로된 지 20년 만에 민간인 사찰의 망령이 되살아났다. 2010년 6월 21일 신건 의원(민주통합당, 전주 완산갑)은 국회 정무위에서 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사찰 사실을 폭로했다. 신 의원에 따르면, 국무총리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은 2008년 9월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동영상을 개인 블로그에 링크한 김종익씨를 내사하고, 김씨 회사에 용역을 준 은행을 찾아가 김씨 회사와 거래를 끊으라고 압력을 행사해 결국 김씨는 대표이사직을 내놓아야 했다.

 

문제의 동영상은 재미교포 학생이 미국의 한 사이트에 올린 것으로 당시 접속자만 180만 명에 달했고, 이미 국내의 여러 블로그와 UCC 게시판에 게시된 것이었다. 김씨는 그 동영상을 자신의 블로그에 단순 링크만 해놓았을 뿐이었다. 게다가 김씨의 블로그는 하루 방문자가 20명도 되지 않은 '듣보잡'이었다. 그런데 공직자 비위를 단속하기에도 바쁜 공직윤리지원관실은 검색해도 찾기 힘든 김씨 블로그까지 색출해 내사를 하고 압력을 행사해 회사를 강탈한 셈이다. 수십 년 전에 어디서 본 듯한 기시감(旣視感)이다.

 

개인의 장학회를 강탈해 '정희'와 '영수'의 장학회로 만든 수법을 떠올리게 하는 공권력의 횡포와 직권 남용은 이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지원관실 직원들은 김씨 회사 사무실에 가서 회계 자료와 디스켓을 압수해 분석한 뒤에 '김씨가 대통령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명예를 훼손했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그 결과를 보고해 줄 것을 공문으로 요청했다. 경찰에 '청부 수사'를 의뢰한 것이다. 이 또한 검찰에 '기소 청탁'을 한 어떤 판사의 불법행위를 떠올리게 한다.

 

이명박 정부에서 공직윤리지원관실은 검찰·경찰·국세청·금감원 등에서 파견된 40여 명의 직원이 감찰활동을 벌이는 '관가(官街)의 암행어사'로 통했다. 그러나 암행감찰은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지 민간인은 대상이 아니다. 법무부 차관을 지낸 신건 의원은 당시 "이런 행위는 헌법이 규정한 영장주의를 위배하고 형법 123조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면서 이렇게 경고했다.

 

"감찰 기능이 적절한 통제, 정상적인 통제를 받지 않으면 권력의 하수인이 되고 사병화되는 것입니다. 아무 공직과 관계없는 개인을 압수수색, 조사하고 또 거래처에 압력을 가한다면 감찰 기능을 가진 기관이 점점 무소불위로 불법화, 불법행위를 한다고 볼 수밖에 없잖아요. 결국 공직윤리지원관실은 군사정권 때부터 문민정부까지 존재했던 사직동팀의 말로를 겪을 겁니다. 결국 다 나중에 처벌받지 않을 수가 없어요. 이런 불법·위법 행위를 하게 되면 국민이 언젠가는 이 정부를 저버리게 될 겁니다. 경고합니다."

 

<이털남>이 공개한 육성 대화 '공직윤리파괴관실' 입증

 

  
5일 오전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 김종배입니다>(이털남)에 출연한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뒷 모습).
ⓒ 권우성
장진수

그러나 최근 <오마이뉴스>의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가 12일과 14일 두 차례에 걸쳐 단독 공개한 바에 따르면, MB정부는 불법행위에 대한 야당의 경고를 증거인멸이라는 더 큰 불법행위로 은폐했음이 드러났다.

2010년 10월 당시 장진수 공직윤리지원관실 총괄지원과 주무관이 녹음한 최종석 청와대 행정관과의 육성 대화에 따르면, 청와대가 민간인 불법사찰뿐만 아니라 불법사찰의 증거를 인멸하는 과정에도 깊숙이 개입했음이 드러났다.

 

청와대 개입 및 검찰 축소수사 의혹은 민간인 사찰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종료된 직후에 야당에서 제기한 바 있다.

이석현 의원(민주통합당, 안양 동안갑)은 2010년 11월 1일 국회 본회의에서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청와대에 보고한 내사보고서를 청와대 개입의 물증으로 공개하면서 청와대의 증거 인멸 및 검찰의 축소수사 의혹을 구체적으로 제기했다.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 소속 장진수 주무관이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영구 삭제하기 위해 '대포폰'을 이용해 전문업체와 통화한 사실을 검찰이 확인했다. 검찰이 통화내역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5개의 대포폰이 발견되었는데 그 대포폰은 그대로 청와대에 전달되었다. 이 대포폰은 청와대 행정관이 공기업 임원들 명의를 도용해 만들어서 비밀통화를 위해 공직윤리지원관실에 지급한 것이라고 한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장은 대포폰 관련해서 사건의 엄청난 파장을 우려해 청와대 민정수석과 상의한 후에 수사검사들에게는 입단속을 시키고 내사 기록으로만 남겨두라고 지시해서 사건을 덮었다고 한다."

 

'이털남'이 공개한 최종석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의 육성은 '정권의 사병'으로 전락한 공직자들의 불법행위와 국정 농단의 행태를 영화보다 더 리얼하게 보여준다.

 

"▲ 무슨 일이 있더라도 평생 먹여 살려줄 테니까 극단적인 얘기를 하지 말아 달라

▲ 캐시(현금)를 달라고 하면 그것도 방법을 찾아주겠다

▲ (내 상관인) 이영호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을 원망하는 마음이 좀 있지만 '저 사람 여기서 더 죽이면 안 되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 얘기를 다해서 민정에서도 사실관계를 정확히 안다

▲ 여태까지 검찰 수사결과 뒤집어지면 그건 재수사가 아니라 특검으로 가서 이인규 국장이 진술한 게 다 의심받고 뒤집어진다

▲ 그러면 민정수석실도 총리실도 다 자유롭지 못할 테고, 국감에서 얘기했던 권태신 실장부터 위증 문제 걸릴 테고 다 죽는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아니라 '공직윤리파괴관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아니라 '공직윤리파괴관실'이었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설립 동기부터가 '불순'했다. 촛불시위로 국민에게 두 번이나 머리를 숙이고선 뒤로 칼을 품은 MB의 '면종복배'가 낳은 비극의 씨앗이다.

 

다른 사람이 아닌 박영준 전 국무차장의 얘기다.

그는 2010년 7월 <신동아> 인터뷰에서 "2008년 촛불시위가 발생하고 중앙청 공직자들도 시위에 나간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공직윤리지원관실을 부활시켰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정부 10년 간의 기존 인력을 쓸 수는 없어 다른 데서 지원받았다"고 해명했다. 지난 정부에서 공직감찰 기능을 수행한 공직자들은 지원관실을 만들 때 배제했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명박 정부가 총리실에 '암행감찰단'을 만들면서 주로 '특정 지역' 출신의 공직자를 콕 찍어서 17개 국가기관에 파견을 요청했다는 점이다.

박영준 전 차장은 경북 칠곡 출신이지만 이상득 의원 보좌관을 지내 경북 영일·포항 출신 인맥을 지칭하는 '영포 라인'의 핵심 인사로 분류된다.

 

당시 민주당 영포게이트 진상조사특위(신건 위원장)에 따르면, 지원관실의 주축 인력인 노동부를 포함해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에서 파견나온 공직자의 태반이 영일·포항 출신으로 충원되었다. 불법행위에 대한 무감각과 은폐 기도라는 공조직의 비극적 말로는 여기에서 싹텄다.

 

국가정보기관은 정보요원을 공채로 선발할 때 지역할당제를 적용해 채용한다. 특정 지역 출신들만 뽑으면 이들이 패거리를 형성해 정보 수집생산 및 분석 과정에서 정보가 왜곡되기 때문이다.

특히 권력기관에 편중 인사가 심화되면 3권분립의 국가기관들이 독립해 서로 견제하고 균형을 취하는 가운데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보장되고 독재 권력이 등장하지 않도록 하는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되지 않는다.

 

2010년 11월 1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이석현 의원이 추가로 폭로한 이아무개 청와대 행정관의 국정원장 사찰 의혹은 사병화된 권력의 비선조직이 얼마나 무소불위의 힘을 휘둘렀는지를 보여준다.

포항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국정원에서 청와대로 파견돼 박영준 당시 기획조정비서관 밑에서 행정관으로 일한 이 행정관은 '이상득-박영준'으로 이어지는 '형님 라인'을 공격했던 정두언·정태근 의원뿐만 아니라 현직 국정원장까지 뒷조사를 했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이 불거진 2010년 당시에도 청와대와 '영포 라인' 개입설이 파다했다. 그러나 검찰은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단독으로 벌인 일이라며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을 처벌하는 선에서 수사를 종결했다. 이인규 지원관은 경북 영덕 출신으로 노동부 감사관을 하다가 차출되었다. 그러나 '이털남'의 공개로 불법 사찰과 증거 인멸에 청와대가 주도적으로 개입했음이 드러났다.

 

영포 라인에서 시작해 영포 라인으로 끝난 사건

 

  
검찰 디지털 포렌직 센터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민간인 사찰이 ‘BH 하명’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판단되는 ‘081001민정수석 보고용’에 ‘다음(동자꽃).hwp'라는 이름의 폴더의 존재했다. 민정수석실이 깊숙이 개입했음을 암시한다.
ⓒ 오마이뉴스 자료
불법사찰

당시 공직윤리지원관실에 '대포폰'을 지급하면서 컴퓨터를 부숴버리라고 지시한 최종석 행정관(주미 한국대사관 파견 근무), 컴퓨터 파괴를 실행한 장 주무관에게 2000만 원을 주고 회유한 이영호 고용노사비서관(소재불명), 이런 사실을 다 아는 민정수석실의 이강덕 공직기강비서관(현 서울경찰청장)과 권재진 민정수석(현 법무장관) 등이 모두 '범영포 라인'이다.

이들이 증거인멸을 위해 사용한 '대포폰'은 끼리끼리만 통한 '영포폰'인 셈이다. 결국 민간인 불법사찰은 영포 라인에서 시작해 영포 라인으로 끝난 사건이 되었다.

 

13일 민주당 MB정권비리 및 불법비자금진상조사특위(박영선 위원장)가 공개한 이인규 전 지원관의 청와대 출입기록에 의하면, 이 전 지원관은 권재진 민정수석실을 6회 방문했다.

또 특위가 공개한 검찰 디지털 포렌직 센터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민간인 사찰이 'BH 하명'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판단되는 '081001민정수석 보고용'에 '다음(동자꽃).hwp'라는 이름의 폴더가 존재했다. 최종석 행정관과 이영호 비서관 선을 넘어 민정수석실이 깊숙이 개입했음을 암시한다.

 

민간인 불법사찰 및 은폐 사건은 20년 만에 군사정권의 망령을 되살렸다. 아니 이 망령은 과거보다 더 악질적이다. 애국을 참칭한 보안사 군인들과 장관은 불법이 폭로되자 옷을 벗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불법의 주체가 군인에서 문민으로 바뀌었는데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책임을 전가하고, 증거를 인멸하고, 재수사를 뭉갠 관련자들은 오히려 영전했다.

 

그런 점에서 민간인 불법사찰 및 은폐 사건은 국가기관의 탈을 쓴 사조직이 '영포폰'을 쥐고 보수를 참칭한, 삿된 무리들의 국기 문란 사건이다. 이는 청와대가 지시하고, 총리실이 실행하고, 검찰이 은폐한 '한국판 워터게이트' 사건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을 내놓지 않으려면 최소한 사과라도 해야 하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