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은 '녹조 배양장'... 지천까지 창궐
낙동강 본류는 물론 지천까지 '녹조 배양장'이 됐다. 낙동강 본류뿐만 아니라 보로 인한 수위 상승의 영향을 받는 지천까지 녹조가 창궐하고 있는 것. 통상적으로 수위 상승 영향을 받지 않는 지천에는 녹조가 생기지 않았다. 때문에 이번 녹조가 폭염·수온 때문만 아니라 4대강 사업의 영향도 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오마이뉴스>는 12일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박종훈 공동의장, 임희자 사무국장과 함께 경남권 낙동강과 지천을 답사했다. 답사는 이날 오전 7시30분부터 시작해 오후가 돼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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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는 본포취수장, 청도천(밀양강 하류), 창녕 학포수변생태공원, 함안 덕남배수문, 광려천, 개성천, 남강, 박진고개, 의령 신반천, 합천 황강·덕천강·회천, 창녕 토팽천(우포늪 하류), 신천(창원 북면)에 걸쳐 이루어졌다.
죽은 물고기도 보였다. 녹조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어린 물고기가 녹조 덩어리에 덮인 채 죽어 있었다. 박진고개 아래 낙동강 쪽에는 녹조 덩어리가 만들어져 있었고, '아름다운 자전거길'이라고 하는 개비리길 아래 낙동강은 녹색 물감을 뿌려 놓은 것 같았다.
낙동강 본류의 수위 영향을 받는 지천의 경우 합류 지점에서 500m~2km 지점까지 녹조가 발생했다. 수위 상승의 영향을 받지 않는 그 위쪽에는 녹조가 발생한 흔적이 없었다.
본류의 수위 상승에 영향을 받으면서 물이 거의 흐르지 않았던 광려천, 남강, 신반천, 덕곡천, 회천, 토팽천, 신천의 하류에는 녹조가 발생해 있었고 물이 흐른 황강, 청도천, 개성천에는 녹조가 발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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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물고기도 발견... 물이 흐르는 곳에는?
창원시민들의 식수원인 본포취수장부터 들렀다. 이른 아침인데도 녹조가 끼어 있었다. 녹조는 흔히 수온, 일조량, 오염물질, 물흐름의 영향을 받는다. 이른 아침 시간에 햇볕이 없는데도 녹조가 '창궐'하기 시작한 것.
이어 본포교를 건너 청도천으로 향했다. 본포교 아래에 있고, 밀양 무안에서 내려오는 하천이다. 낙동강과 합류 지점부터 1km 구간 정도까지 살펴보았는데, 녹조가 끼지 않았다. 청도천에는 물이 흐르고 있었다.
본포교 위에 새로 만들어진 학포수변생태공원을 지나 낙동강 가장자리를 살폈다. 녹조가 끼어 있었다. 작은 샛강은 더 심했다. 녹조가 낀 모래 옆에 죽은 물고기가 발견됐다.
창녕함안보를 건너 함안 광려천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덕남배수문 주변의 낙동강을 살펴보았는데, 녹조가 발생해 있었다. 광려천은 그야말로 녹조 범벅이었다. 광려천을 가로 지른 이룡교 옆에서는 낚시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광려천은 낙동강 합류지점에서 2km 가까이 녹조가 발생해 있었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논에서 물이 흘러나오는 수문 주변에는 녹조가 없었다. 임희자 국장은 "물이 흐르면 녹조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이 흐르고 있는 창녕 개성천에는 녹조 흔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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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강은 어떤 상황일까. 낙동강과 합류 지점은 의령군 지정면 쪽인데, 멀리서 보았을 때는 녹조가 보이지 않았다. 둔치에 무성하게 난 수풀을 헤치고 남강 가장자리까지 가보니 녹조가 끼어 있었다. 본류의 수위 상승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개비리길 주변, 의령 성산양수장 주변 낙동강에는 녹조가 심각했다. 개비리길은 '아름다운 자전거길'로 선정된 바 있다. 박종훈 의장이 끼고 있던 하얀색 장갑을 강물에 담궈 보았는데 이내 염색한 것처럼 변해 버렸다.
박종훈 의장은 "멀리서 보면 아름다워 보이는데, 낙동강에 와서 보니 녹조가 창궐하고 있다. 낙동강 거의 모든 구간에 걸쳐 녹조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의령 박진고개를 넘었다. 박진고개 역시 '아름다운 자전거길'이다. 박진고개 언덕에서 낙동강을 내려다보니, 녹조가 끼어 있는 듯했다. 가까이 가서 보니 녹조도 아닌 '녹조 덩어리'가 보였다. 의령군 낙서면 쪽인데, 낙동강에는 녹조가 심했다.
정곡양수장 부근도 마찬가지였다. 강 가장자리 모래가 검정색을 띠고 있었다. 임희자 국장은 "녹조류가 생겼다가 물이 조금 빠진 뒤에 모래 위에서 죽었기 때문에 검정색으로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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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조 덩어리가 모래를 덮고 있는 현장도 있었다. 그 위에는 새 발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었다. 새들이 물을 마시러 왔다가 낸 발자국으로 보였는데, 새들은 오염된 물을 그냥 먹었을 것이라 짐작됐다.
의령 신반천도 녹조 흔적이 보였다. 상포교 위에 서서 본류와 합류 지점뿐만 아니라 그 상류의 신반천을 살펴보니 녹조가 발생해 있었다. 신반천을 따라 올라갔더니 본류 합류지점에서 500m 가량까지 녹조가 보였다. 본류의 수위 상승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합천창녕보 아래에 있는 황강은 깨끗했다. 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합천보 상류도 녹조가 심했다. 합천 회천, 덕곡천에도 녹조가 발생했다. 회천은 4대강사업을 하기 이전까지만 해도 1~2급수를 자랑하던 하천이다. 합천 주민 전정휘씨는 "회천에서 녹조가 발생하기는 처음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창녕 토팽천도 낙동강 본류의 영향을 받고 있었다. 토팽천은 우포늪에서 내려 온 물이 흐르는 지천이다. 물이 흐르는 지점에는 녹조가 없었는데, 낙동강 본류의 수위에 영향을 입는 지점까지 녹조가 끼어 있었다.
창원 북면에서 낙동강으로 흘러내리는 신천 하류에도 녹조가 발생해 있었다.
임희자 국장은 "낙동강 본류뿐만 아니라 지천까지 녹조가 발생해 있다, 지천의 경우 본류의 수위상승에 영향을 받는 지점까지 녹조가 발생한 것으로, 이것이 4대강사업 때문이라는 증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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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성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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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부산주재 송성준 기자 “ 4대강과 무관? 손바닥으로 하늘 못가려”
SBS 기자, 녹조현상 정부해명에 정면 비판
최근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주요 식수원 강물의 녹조현상과 관련해 20년 넘게 부산에서 취재해온 송성준 SBS 사회부 기자가 ‘4대강 보 건설 사업과 무관하다’는 정부 주장에 대해 잘못된 결론이라고 정면 반박하고 나서 주목된다.
송성준 기자는 9일 오후 SBS 뉴스홈페이지 ‘취재파일’ 코너에 올린 ‘낙동강 녹조…'보 때문'이 아니라고?’라는 글에서 극심한 독성 조류 번식 원인을 두고, 환경단체와 정부가 각각 ‘4대강 보 건설 때문’, ‘유례없는 폭염과 가뭄 때문’으로 맞서고 있는 것에 대해, 20년 넘게 부산 현장을 뛰면서 해마다 태풍·가뭄에 따른 낙동강 취재를 했던 경험을 근거로 자신의 분석을 내놓았다.
송 기자는 최근 녹조현상 취재를 위해 낙동강 중류 달성보에서 하류 창원 본포 정수장과 낙동강 하구언까지 가서 들여다본 결과 “올해 녹조의 가장 의미심장한 변화는 낙동강 녹조가 하류에 국한된 것이 아닌 중·상류까지 심각하면서도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었다는 것”이라며 “낙동강 녹조는 거의 대부분 낙동강 하구언을 시작으로 하류 지역에서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송 기자는 대구 달성보 주변의 경우 아직 심하지 않았지만 조금만 내려와 유속이 느린 곳에서는 강 전체가 심한 녹조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곳의 마을 주민들에게 물어 보니 정자 아래에서 쉬고 있던 마을 주민 일곱 분이, 보가 만들어 지기 전에는 이런 녹조는 없었다고 말했다며, 흐르는 강물이었기 때문에 수질이 깨끗했다고 증언했다고 전했다.
매우 더운 여름에는 조그만 지천이나 저수지 등지에 녹조가 발생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곳 낙동강 본류에 이런 녹조는 처음 본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는 것.
송성준 SBS 부산주재기자가 온라인 취재파일에 올린 글에 첨부된 강물의 녹조 지대 사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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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합천보의 경우 4대강 공사로 강폭이 현저하게 넓어지고 유량도 풍부했지만, 보 바로 위쪽 강물은 온통 녹색을 띄었다고 송 기자는 놀라워했다.
그는 “저도 현장 취재하면서 종전에 이곳에서 이렇게 심한 녹조를 본 적도 이야기를 들은 적도 없다”며 “보가 있는 곳의 갇힌 물은 아예 녹조가 층을 이루고 있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특히 송 기자는 조류가 끼지 않은 물도 탁했을 뿐 아니라, 보 아래쪽 강물이 위쪽보다는 옅은 녹색을 띄고 있었다는 점을 들어 “이는 보에 갇힌 위쪽 물은 조류 번식에 훨씬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고, 아래쪽은 하류로 흘러 가는 물이다 보니 조류의 영향을 덜 받았다고 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분석했다.
낙동강 함안보는 합천보 보다 심하지 않았지만, 죽은 조류 등의 각종 부유물질이 거품처럼 떠 있어 한 눈에도 상태가 좋지 않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고 그는 전했다.
송 기자는 창원 등지에 식수를 공급하는 본포 정수장도 양쪽 강가를 중심으로 짙은 녹색을 띄고 있었다며, 녹조류가 심하게 번식해 정수장 유입구 쪽에서는 호스를 이용해 계속 물을 펌핑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송 기자는 정부 주장처럼 폭염과 유량의 변화도 조류 번식의 주요 인자라면서도 “그러나 ‘보와는 무관하다’는 주장은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된 결론”이라며 “현재 삼각한 조류 번식이 나타나고 있는 곳은 보 주변 강물이거나 유속이 느린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송 기자는 “제 취재 경험으로 비춰봐도, 마을 주민들의 진술을 들어 봐도, 한경단체나 학계 등 전문가의 견해를 들어 봐도 의견은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여름 가뭄 탓이라는 정부 주장에 대해 송 기자는 “현장을 가 보면 이 또한 정확한 근거가 아니다”라며 “대구 달성보와 경남 함안보를 가보면 강물이 보를 넘어 흐를 정도로 유량이 풍부하며 합천보도 거의 만수위를 보인다. 심한 여름 가뭄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송 기자는 유례없는 폭염이라는 정부 주장에 대해서도 “지난 해나 2년 전에도 몹시 더웠다”며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앞으로 더 더워질 수도 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지 않느냐. 솔직해야만 문제 해결의 해답이 나온다”고 비판했다.
송성준 SBS 부산주재기자가 온라인 취재파일에 올린 글에 첨부된 강물의 녹조 지대 사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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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주 1회 조사를 한다는 경남도에 대해 “상황이 심각해 지고 있는데도 주 1회는 너무 안이한 대처가 아닌지 묻고 싶다”고 강조했다.
수질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는 환경부에 대해서도 송 기자는 “그 측정 지점이 강 중심부의 수심 중간부에서 채수한다고 한다. 조류의 특성상 햇빛을 받기 위해 낮에는 강 표면부로 떠오른다”며 “환경단체는 이를 환경부의 의도적 수치 줄이기 꼼수라고 비판한다. 지자체나 정부 모두 정직한 접근과 문제 해결 의지가 아쉽다”고 비판했다.
[ 조현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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