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관 여론화 작업은 젊은층 우군화 장기 전략…국정원 수법과 비슷해
군 사이버사령부는 왜 김제동 김미화를 비난했을까
입력 : 2013-10-24 18:02:40 노출 : 2013.10.25 11:27:22
이재진 기자 | jinpress@mediatoday.co.kr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유머’ 사이트가 국정원에 이어 군 사이버사령부 소속 심리전단 요원들의 타깃이 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은 군 사이버사령부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의심되던 IP주소를 오늘의유머 사이트에서 검색해, 해당 IP주소를 통해 지난해 대선 직전까지 작성된 게시물이 모두 707건에 이른 것을 확인하고, 34개의 아이디를 확보해 이 중 8개 아이디가 사이버사령부 소속으로 최종 확인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상규 의원실 관계자는 "나머지 아이디 역시 군 소속 아이디로 거의 확정 단계에 와 있다. 최종 확인만 남아있다"고 전했다.
오늘의유머 사이트는 이미 국정원의 대선 개입행태의 맨얼굴을 드러냈던 곳인데,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까지 해당사이트에서 조직적인 여론화작업을 해온 게 밝혀진 것이다.
국정원-사이버사령부 젊은층 우군화 전략 모의했나?
심지어 심리전단 요원이 올린 게시물 중에는 군인의 정치적 의사표현에 반대하는 내용까지 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심리전단 요원들이 정치 성향의 게시물을 올린 것은 '개인적인 의사표현'이라는 국방부 조사 결과 발표를 무색케했다.
이상규 의원실이 사이버사령부 소속 아이디로 밝힌 '선조'는 지난해 9월 26일 "군에서 대선을 앞두고 장병들이 인터넷과 SNS에 정치적 발언을 하지 않도록 지침을 내렸다고 하네요"라며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거나 주장할 경우 자칫 오해를 불러 일으켜 올 수도 있어 이를 제한하는 것은 부득이한 일 아니겠어요?"라고 쓰기도 했다.
국정원은 3차장 산하에 대북심리전단을 두고 4개의 팀별로 포털과 트위터, 인터 넷커뮤니티를 담당해 여론작업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는데 사이버사령부 역시 오늘의유머 사이트를 포함해 업무를 분담해놓고 여론 작업을 한 게 아니냐는 추론도 가능하다.
특히 오늘의유머 사이트는 보수 성향의 일간베스트 저장소와 대비돼 진보 성향의 커뮤니티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에서 국정원과 사이버사령부의 여론화 작업에 집중 타깃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0대부터 30대까지 주로 젊은층이 많이 접속하고 진보성향이 강한 오늘의유머 사이트를 우경화시키기 위해 국가기관이 여론화 작업의 타깃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 요원이 올린 게시물을 보면 국정원이 오늘의유머 사이트에 게시물을 올리는 수법과도 비슷해, 젊은층 우군화라는 목표를 가지고 국정원과 사이버사령부가 연계해 정치 개입 여론화 작업을 모의했을 가능성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이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 소속 요원이 올렸다고 밝힌 게시물. | ||
국정원은 김제동씨를 비난하는 게시물을 올려 논란이 됐는데, 사이버사령부 역시 김제동씨와 김미화씨 사진을 내걸고 "나는야, 이슈만 쫓아다니는 정치 소셜테이너. 소셜 미디어로 영웅놀이하기"라는 문구를 써서 비난한 것도 우연이라고 보기 힘들다.
지난해 6월 29일 이상규 의원실이 확보한 사이버사령부 IP 주소의 아이디 '영화감독'은 '웰컴투 동막골'이라는 영화 포스터를 패러디해 "감독 김정은, 2012년 드디어 종북세력이 움직인다. 주사파의원부터 빨깽이목사까지 과연 그들의 목적은?"이라고 서놓고 이석기, 이상규, 김재연, 김선동 통합진보당 의원 등을 비난하는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해 5월 12일에는 "위장된 조직 명칭으로 국민들에게는 무슨 민주화투사로 인식시킨다. 세금으로 종북 활동과 각종 국책사업을 방해하고 걸핏하면 시위로 선동한다"며 통합진보당을 종북세력으로 명시하기도 했다.
2010년 국방부 선정 파워블로거 심리전단 요원으로 활약
국정원은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적극 옹호하면서 홍보하는 게시물을 올렸듯이, 사이버사령부도 추진 중인 군 정책을 노골적으로 옹호하는 게시글을 올린 것도 눈에 띈다.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 요원들이 쓴 게시물 중에는 군에 우호적인 여론 형성을 위해 여당까지 비판하는 내용도 나온다.
지난해 2월 14일에 올라온 "이게 국회입니까 육회지"라는 제목의 게시물에는 "국방개혁만 보더라도 야당은 야당이기 때문에 반대하고 성향이 거시기한 의원들은 근본적으로 반대할 수밖에 없다 치더라도,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여당이 야당눈치 보느라고 소신도 주관도 없이 끌려 다니기만 하고....쯧쯧"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오늘의유머 사이트 한 회원은 "오늘의유머 사이트가 이번 사건으로 많이 부각돼 있지만 국가기관 여론화 작업의 여러 타깃 중 하나로 봐야한다"며 "여러 정황을 보면 국정원이 사이버사령부와 사이트 정보를 공유하면서 오유 사이트를 여론화 작업의 대상으로 집어넣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실상 교감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사이버사령부의 심리전단 요원이 지난 2010년 국방부가 선정한 파워블로거였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도 예사롭지 않다. 김광진 의원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트위터에서 정치성향 게시물을 올린 사이버사령부 심리요원 J모씨가 국방부가 선정한 파워블로거였다고 폭로했다.
이번 국가기관의 정치 개입 사건이 젊은층을 우군화시키기 위해 장기적인 포석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다.
국방부가 김광진 의원에게 제출한 2010년 정책연구용역과제 중 ‘군사매니아 및 파워블로거를 활용한 국방정책 social-media 홍보 강화 방안 연구에 따르면 "인터넷의 특성을 십분 활용한 측에서는 여론을 주도할 수 있게 되었고, 정책을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정권까지도 장악할 수 있게 되면서, 결국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Social-Media는 새로운 절대권력으로까지 불리게 됐다"며 인터넷 여론 장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웰컴투 동막골 영화 포스터를 패러디해 통합진보당 의원을 비난하는 게시물. | ||
국방부는 조사에서 수사로 전환해 사이버사령부를 압수수색까지 실시했지만, 자체 수사에 맡길 경우 국정원이 게시물을 삭제한 것처럼 증거 인멸을 위한 시간만 벌어주는 꼴이 될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707건의 게시물 중 시사 게시판에 올린 85개의 게시물만 일괄적으로 삭제된 것도 정치 성향의 글을 조직적으로 올린 증거를 집중적으로 인멸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올 만하다.
이상규 의원은 "국방부 내부에 의한 압수수색이 경찰청의 국정원댓글 은폐축소와 동일한 증거인멸수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국방부가 수사하지 말고 검찰이 수사권을 가지고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진실을 밝혀야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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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사령부 의혹 '숟가락', 23시간만에 올린 글은?
[기사 대체 : 24일 오전 10시 24분]
"관련자들이 개인 블로그와 트위터에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 것이고 별도의 지시는 받지 않았다"는 국방부의 공식 해명과는 달리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이 조직적으로 활동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3일 추가로 신분이 드러난 사이버사령부 소속 현역 군인의 트위터가 트위터 사용자들 사이에 화제가 되고 있다.
▲ 사이버사령부 O씨의 트위터추가로 신분이 드러난 사이버사령부 소속 O씨의 트위터 숟가락이 지난 23일 보도가 나간 후 한동안 침묵했다가 약 23시간 만에 자신의 입장을 대변하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트위터 이용자들은 "그래서 사이버사령부라는 건가, 아닌건가"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
ⓒ 트위터 '숟가락' 갈무리 |
숟가락은 10월 23일 보도가 나간 후 오전 8시 45분 "사이버사령부 요원인가, 신문 안 봤나"라고 한 트위터 사용자가 묻자 '침묵'에 들어갔다가, 약 23시간 만인 24일 오전 7시 19분 다시 자신의 입장을 대변하는 글을 올렸다.
"언론에 보도되면 사실 여부 따지지 않고 마치 그것만이 사실인 것처럼 믿게 되는 현실이 짜증나는 아침. 전후 사정 따지지 않고 앞뒤 이야기를 들어보면 달라지는 게 사람 마음인 것을…."
숟가락이 이같은 글을 올리자 트위터 이용자들은 "그래서 사이버사령부라는 건가, 아니라는 건가"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yongbum'(@hammett38)이란 아이디의 트위터 사용자는 "언론 보도 후 침묵모드 들어갔다는 기사가 뜨니깐 다시 활동하네요, 다시 활동 개시했다는 기사 뜨면 또 침묵모드 들어가나요"라고 꼬집었다.
주로 오후에 글쓰던 숟가락, 23일 오후 '침묵'
▲ 사이버사령부 O씨의 트위터23일 추가로 신분이 드러난 사이버사령부 소속 O씨의 트위터. 그는 자신을 워킹맘으로 소개했다. |
ⓒ O씨 트위터 갈무리 |
숟가락은 지난 14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의 정치댓글 작성 의혹이 최초로 제기된 이후에도 트위터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최근까지도 10월 20일 8건(오전 1건, 오후 7건), 21일 9건(오전 1건, 오후 8건), 22일 2건(오전 2건)의 글을 올렸다.
하지만 10월 23일 치 < 한겨레 > 의 보도로 신분이 드러나면서 숟가락은 한동안 '침묵 모드'에 들어갔다. 그는 이날 오전 6시 2분에 건강 나이에 대한 KBS 뉴스 리포트 내용을 리트위트했다. 이후 오전 8시 31분에 트위터 사용자 'roughness'(@RO_corea)가 "혹시 님에(의) 직업이 사이버사령부 요원인가요?"라고 물어오자, 14분 만에 어떤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듯 "무슨..ㅡㅡㅋ"이라고 응답했다.
▲ 사이버사령부 o씨의 트위터언론 보도를 통해 신분이 노출된 사실을 인지한 듯 23일 아침 이후 o씨는 트위터에 어떠한 글도 올리지 않고 있다. |
ⓒ o씨 트위터 갈무리 |
숟가락은 지난해 8월 30일 이종명 국정원 3차장 산하 심리전단이 상부 지시에 따라 조직적으로 생산·유포한 '오빤 MB 스타일'이란 동영상을 동료 요원들인 '밀리로거'(@zlrun777), '광무제'(@coogi1113)와 같은 시기에 다양한 방식으로 확산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 숟가락이 임수경 민주당 의원을 비방하는 내용 등이 담긴 윤정훈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SNS미디어본부장의 트위터(@JunghoonYoon) 글을 모두 6건 퍼나른 사실도 밝혀졌다. 이 중에는 "탈북자들은… 북한의 변절자라 불리고, 남한을 변절해 김일성의 품에 안긴 임수경은 국회의원이라 불리고 있다, 이게 정상적인 나라인가?"라는 트윗도 포함돼 있다.
[오마이뉴스 소중한,김도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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