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 불법선거 관련

"그는 그가 지난 겨울에 저지른 일을 알고 있다"

道雨 2013. 11. 6. 11:22

 

 

 

 "그는 그가 지난 겨울에 저지른 일을 알고 있다"

 

 

지난 대선 무렵 피어오른 의혹이 지금까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10개월을 넘어 11개월째에 접어들고 있다. 공중파와 종편과 보수신문들이 이토록 사이좋게 삼각 패스를 하며 여론의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는데도 그렇다.

새누리당 산하의 ‘십알단’과 국정원에서 시작해 군 사이버사령부를 거쳐 국가보훈처에 이르렀고, 관변단체들의 수상쩍은 활동도 드러나고 있다.

증거 앞에서 어쩔 수 없었는지, 국정원은 민간인을 댓글 알바로 고용해 높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한 사실을 시인하기도 했다.

‘심리전’ 대상 인터넷 사이트도 ‘오유’ 이외에 ‘82쿡’, ‘맘스홀릭’ 등으로 폭넓은 범위였음이 드러났다.

이 다음은 또 어디일까? 누구일까?

 

처음에 국정원 댓글 사건이 터져 나왔을 때, 그것이 매우 고약하긴 해도 실제로 대선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적었다.

“댓글 따위가 뭐 얼마나 영향력 있겠어” 하는 생각도 일반적이었다.

댓글이 몇 개냐 혹은 대선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쳤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국가기관이 선거에 개입했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꿋꿋이 촛불을 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원 내 심리전단의 일부가 저지른 일이고 영향이 크지 않았다는 생각으로 인해 촛불의 범위는 한정되었다.

 

다른 요인도 이 문제에 대한 쟁점화를 더디게 한 면이 있다. 야권 지지자들이 보기에 지난 대선에서 야권연대, 후보단일화, 문재인 후보의 선거운동은 어쨌거나 그렇게 흡족하지 않았다. 한 마디로 해서 대선 패배의 원인을 야권 내부에서 찾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국정원 선거개입에 대한 쟁점화가 야당의 자기 성찰을 면제해줄 위험에 대한 걱정도 꽤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점차 사태가 달라져 보이기 시작했다. 너무 많은 국가 기관, 너무 많은 댓글이 드러난 것이다. 그래서 이제 새누리당이나 박근혜 대통령의 행보나 말들을 그저 수동적으로 관찰하기보다, 그들 편에 서서 그들의 관점으로 해석해 볼 필요마저 생겼다.

 

국가기관들의 선거개입이 드러나던 시기에 병행해서 벌어진 일들이 있다.

10·4 공동선언 녹취록 논란이나 통합진보당 내란음모사건이 그런 것이다. 채동욱 검찰총장과 윤석열 차장 “찍어내기”도 있고, 멀쩡하게 서 있는 전교조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린 일도 발생했다.

외관상 이런 사건들에는 모두 나름의 이유가 있지만, 그것의 중요한 효과는 국가기관들의 선거개입 문제를 여론의 중심에서 밀어내는 것이었다.

 

비유하자면 표백제를 끼얹은 셈인데, 규모로 보면 드럼통으로 부은 셈이다. 하지만 시에스아이(CSI) 라스베거스의 어느 장면에서처럼 기자들과 야당의원들, 그리고 그렇게 적극적이지도 않은 검찰이 루미놀을 뿌린 곳마다 디지털 핏자국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생각해볼 점은 왜 그렇게 많은 표백제를 뿌렸는가 하는 것인데, 어느 정도 양이 필요한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은 피칠갑이 된 현장을 은폐하려는 사람 자신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우리는 몰랐고 지금도 전모를 모르지만 “그는 그 자신이 지난 겨울에 한 일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대선 불복의 의도는 없고 진상 규명과 재발방지책을 바랄 뿐이라고 여러 번 이야기했다. 진심일 것이다. 대선불복도 사태를 이끌 능력이 있어야 하는 것인데, 현재의 민주당에 그런 능력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은 매번 “대선불복”을 말하며 눈을 부라리는데, 그 이유도 앞서 지적한 것과 같은 선상에서 있는 것 아닐까?

그러니까 진상이 낱낱이 규명되면 국민 다수가 대선에 승복하지 않게 되리라는 것을, 지난 겨울에 일을 저지른 이들은 알고 있기 때문 아닐까?

 

김종엽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