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의 사내유보금이 49조원으로 국내 기업 중 세번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은 올여름 폭염과 주택용 누진제 등으로, 올해도 지난해의 11조원을 넘어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이훈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한전에서 받아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16년 8월까지 한전의 사내유보금은 49조5224억원으로, 전체 국내 기업 가운데 3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회사까지 포함한 사내유보금은 75조5257억원에 이르렀다.
사내유보금은 기업이 번 이익에서 배당 등을 뺀 이익잉여금과 자본거래에서 생긴 차익인 자본잉여금을 더한 것이다.
국내에서 사내유보금이 가장 많은 기업은 삼성으로 2015년 말 기준으로 143조5천억원이었고, 현대자동차가 101조2천억원이었다. 3위 한전 다음으로는 엘지 44조7천억원, 에스케이 44조5천억원, 롯데 18조6천억원, 지에스 14조원, 포스코 12조2천억원, 현대중공업 7조원, 농협 6조4천억원 순서였다.
한전 자회사의 사내유보금 규모를 보면, 한국수력원자력이 9조6648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 남동발전 3조4967억원, 서부발전 2조6315억원, 중부발전 2조5068억원, 동서발전 2조3475억원, 지역난방공사 1조6137억원, 한전케이피에스(KPS) 6979억원, 한전기술 4117억원, 원자력연료 2566억원, 전력거래소 923억원 순서였다.
이 의원은 “한전과 자회사는 공기업으로 사내유보금을 이렇게 많이 보유할 이유가 없다. 리스크에 대비해야 하는 사기업과 달리, 공기업은 안정적으로 운영돼 리스크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 이번 전기요금 개편 때 원가를 조정하고 유보금을 적절히 해소해 국민 부담을 덜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정감사에 한전이 공개한 ‘2015~2016년 8월 주택용 전기요금 납부 가구 및 납부액’ 자료를 보면, 올해 8월의 폭염으로 5~6단계 누진 구간에 해당한 가구가 603만4천가구로, 지난해의 361만가구보다 242만4천가구(67.1%)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료의 배율이 1단계 요금의 11.7배로 가장 높은 6단계 해당 가구는 지난해 8월 88만5천가구에서 올해 198만9천가구로 124.7%나 늘어났다. 6단계 가구가 낸 전기료도 지난해 8월 1627억9200만원에서 올해 3183억4400만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또 배율이 6.8배인 5단계 해당 가구는 지난해보다 132만가구, 48.4%나 늘어났고, 전기료도 지난해 1900억원에서 2595억1천만원으로 36.6%나 늘어났다. 이에 따라 올해 8월 전체 주택용 전기요금 9469억2천만원 가운데 5~6단계 요금은 5778억5400만원으로 그 비중이 61%에 이르렀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