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태원 ‘사면 거래’…특검, 교도소 녹음파일 확보
특검, 최회장 면회간 SK 김영태 대화 내용 확인
“박 대통령이 사면하기로 해…회장님 숙제 있다”
이후 미르·K출연 ‘뇌물’ 성격…SK “미르 언급없어”
“박 대통령이 사면하기로 해…회장님 숙제 있다”
이후 미르·K출연 ‘뇌물’ 성격…SK “미르 언급없어”
지난 2015년 8·15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최태원 에스케이(SK) 회장이 정부의 특별사면 공식 발표 사흘 전에 교도소에서 ‘사면을 해줄 테니 경제 살리기 등에 나서야 한다’는 취지의 박근혜 대통령 쪽 요구를 전달받고 이를 수용한 사실이 담긴 녹음 파일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입수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특검팀 등의 말을 종합하면, 김영태 에스케이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은 2015년 8월10일 서울 영등포교도소에 복역 중이던 최 회장을 찾아가 “박 대통령이 사면을 하기로 하며 경제 살리기 등을 명시적으로 요구했다. (이런 요구는) 사면으로 출소하면 회장님이 해야 할 숙제”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특검팀은 최 회장과 김 위원장의 이런 대화 내용이 녹음된 파일을 확보했다.
실제 최 회장은 대기업 총수 중 유일하게 8·15 특사 명단에 포함돼 2015년 8월14일 0시에 출소했으며, 사흘 뒤인 8월17일 에스케이 쪽은 에스케이하이닉스에서 3개 반도체 생산라인에 총 46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또 에스케이 쪽은 두달 뒤 박 대통령 주도로 미르재단이 설립되자 총 68억원을, 지난해 1월 만든 케이(K)스포츠재단에 총 43억원을 냈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의 사면은 없다’는 대선 공약사항을 어기면서까지 최 회장을 특사로 풀어준 데 대한 보답 차원으로 에스케이 쪽이 미르·케이스포츠재단 설립에 총 111억원을 지원한 것으로 보고 뇌물죄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특검팀은 에스케이 쪽의 재단 기금 제공 당시 횡령 등 혐의로 복역 중이던 최 회장의 동생 최재원 에스케이 부회장의 사면 문제가 불투명했던 만큼, 기금의 뇌물 성격이 더욱 짙다고 보고 있다. 최 부회장은 2016년 7월29일 가석방됐다.
특검팀은 최 회장의 특사가 결정되기 20여일 전인 2015년 7월24일 창조경제혁신센터 지원기업 간담회 뒤 진행된 박 대통령과 김창근 에스케이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의 단독 면담에서 최 회장의 사면 문제가 논의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으로부터 확보했다.
특검팀은 2015년 8·15 특사 일주일 전인 8월8일께 ‘에스케이 사면을 검토하고, 특사의 정당성을 확보해줄 자료를 에스케이 쪽에서 받아 검토하라’는 박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는 사실도 파악했다.
특검팀은 2014년 9월부터 2015년 8월 중순까지 8·15 특사를 전후로 김 의장과 이만우 에스케이그룹 피아르(PR)팀장, 손길승 에스케이텔레콤 명예회장이 안 전 수석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및 통화내역에서 최 회장의 특사가 사전에 물밑 조율되고, 사후 ‘고맙다’는 사례 인사가 오간 내용도 확인했다.
이에 대해 에스케이 쪽은 “김영태 위원장이 최 회장을 접견한 때는 이미 언론을 통해 최 회장이 사면 대상인 것이 알려졌다. 미르재단 등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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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SK 미르 약속 보름 뒤 안종범에 “사면 정당화” 지시
박 대통령-SK ‘최태원 사면 거래’
2014년 성탄절 특사 불발된 SK
2015년7월, 안수석에 또 사면 부탁
안 수석 “대통령 면담때 투자발표를”
박 대통령, SK 미르출연 약속 받고 “광복절 사면 고려할 총수는 SK”
최태원, 광복절 특사 석방 열흘 뒤 반도체 공장 준공식서 대통령 만나 “반도체에 46조원 투자” 발표
최, 검찰서 “대통령 요구 이행...미르·K 출연요구도 뒤따라” 진술
정권-재벌 노골적 사면거래 드러나
2014년 성탄절 특사 불발된 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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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검찰서 “대통령 요구 이행...미르·K 출연요구도 뒤따라” 진술
정권-재벌 노골적 사면거래 드러나
최태원 에스케이(SK) 회장은 2015년 8월14일 새벽 의정부교도소 문을 나섰다. 왼손에는 성경책이 들려 있었다. “앞으로 국가경제와 사회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회삿돈을 빼돌려 선물투자 등에 사적으로 유용한 죄로 징역 4년이 확정됐던 최 회장은 2년7개월 만에 광복절 특사로 풀려났다.
당시 최 회장의 특별사면과 복권은 매우 이례적인 상황에서 이뤄졌다. 2012년 대선에서 “대기업 지배주주와 경영자의 중대 범죄에 대해서는 사면권 행사를 엄격히 제한하겠다”고 공약했던 박근혜 대통령은, 2013~2014년 재벌 총수의 사면·복권을 일체 하지 않았다. 특히 최 회장 사면 넉달 전에는 박 대통령 측근들에게 정치자금을 건넸다는 ‘성완종 리스트’가 터졌다.
박 대통령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참여정부에서 특별사면 받은 사실을 문제삼으며 “경제인 특사는 납득할 만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가능하다”며 불리한 여론을 돌리려 애썼다. 이 때문에 그해 광복절 특사에도 기업인이 포함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최 회장은 사면·복권 대상으로 거론되던 재벌 총수 중 유일하게 “은혜”를 입는다.
그 이면에 박 대통령과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 에스케이 임원들 사이의 ‘사면 거래’가 있었다는 사실이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검찰 조사에서 밝혀졌다.
과거 정권에서도 ‘경제 살리기’를 명분으로 한 재벌 총수들의 사면을 두고 ‘거래’ 의혹이 불거지곤 했지만, 이번처럼 정권과 재벌 간 노골적 사면 거래 정황이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특검팀 등의 조사를 보면, 에스케이의 사면 노력은 2014년 대전과 세종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세우면서 본격화한다. 그해 10월 박 대통령과 안 수석이 참석한 가운데 센터 개소식을 성황리에 마친 에스케이는, 20여일 뒤 안 수석에게 따로 만날 것을 요청한다.
김창근 에스케이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만난 안 수석에게 ‘성탄절 특사를 바란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한다. 얼마 뒤에는 에스케이텔레콤 하성민 사장을 단장으로 하는 대규모 창조경제혁신추진단을 수펙스추구협의회 아래 꾸리는 ‘성의’를 보인다. “그룹 역량을 총집결해 창조경제 활성화에 노력하겠다”고 발표한다.
성탄절 특사가 불발되자, 김 의장은 이듬해 7월13일 플라자호텔에서 또다시 안 수석을 만나 최 회장 사면을 부탁했다. 이에 안 수석은 대통령 국정과제를 거론하며 “에스케이가 경제 살리기를 위한 투자와 청년실업 해결 등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대통령과의 면담 때 발표하면 좋겠다”고 귀띔했다고 한다.
이날 오전 박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가 발전과 국민 대통합을 위해 사면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며 ‘미끼’를 던진 상태였다.
수감 중인 최 회장을 대신해 김창근 의장이 박 대통령을 만나 미르재단 출연 등을 약속한 7월24일 이후, 박 대통령의 사면 지시는 노골화한다. 8월8일에는 안 수석에게 “광복절 특사 때 사면을 고려할 수 있는 재벌 총수는 에스케이”라며 “사면할 경우 국민 감정이 좋지 않으니 사면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내용을 해당 기업에서 받아보라”는 지시까지 했다고 한다.
이 지시가 나온 직후인 8월10일 김영태 에스케이수펙스추구협의회 위원장은 영등포교도소로 최 회장을 찾아가 “대통령으로부터 숙제를 받았다”고 전한다.
광복절 특사로 풀려난 최 회장은 불과 열흘 뒤, 경기 이천 에스케이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준공식에서 박 대통령을 만난다. 반도체 사업에 46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도 발표한다. 최 회장은 검찰 수사에서 “해당 투자 계획은 수감 전부터 있었던 내용”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은 경제인으로 당연히 해야 할 의무”라며 사면 거래 의혹을 부인했지만, 거듭된 추궁에 “46조 투자 방안 수립 등은 대통령이 사면하며 요구했던 것을 이행한 측면이 있다”며 일부 진술을 변경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그 연장선에서 미르·케이(K)스포츠 재단 출연 요구도 따랐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특검팀은 최 회장 특사 외에도 미르·케이스포츠 재단에 111억원을 출연한 뒤인 지난해 7월29일 최재원 에스케이 부회장이 가석방한 과정도 ‘대가성’을 눈여겨보고 있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78388.html#csidx45290d18cff7a9f826906a5a8abf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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