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측근) 비리

‘이재용 구하기’ 위해 또 흘러간 노래 틀고 있나

道雨 2017. 1. 18. 11:53




‘이재용 구하기’ 위해 또 흘러간 노래 틀고 있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문제를 두고 본질을 호도하는 주장들이 난무하고 있다. 삼성뿐 아니라, 일부 경제단체와 언론이 ‘경제 위기론’과 ‘특검 변질론’ 등을 내세워 ‘이재용 구하기’에 발 벗고 나섰다.

사전구속영장 청구 단계에선 특검에 맹비난을 퍼붓더니, 18일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는 “사법부의 냉정하고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며 법원을 압박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먼저 이들이 가장 맹렬히 퍼뜨리는 게 국민 애국심에 호소하는 ‘경제 위기론’이다. 그동안 재벌 총수의 처벌이나 사면·복권 문제가 불거졌을 때마다 어김없이 나온 단골 메뉴다.

하지만 재벌 총수 구속으로 한국 경제가 위기를 맞은 적이 없고, 재벌 총수가 풀려나 한국 경제가 살아난 적이 없다는 점에서, 한마디로 근거가 희박한 ‘국민 겁주기’라 할 수 있다.

더는 낡은 레코드의 흘러간 노래로 국민을 속이려 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특검 수사를 통해 재벌들이 정경유착과 황제경영의 고리를 끊는다면 한국 경제는 한 단계 질적 도약을 이루는 기회를 맞을 수 있다.


‘삼성의 경영 위기론’도 마찬가지다.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 일시적 혼선이 따르겠지만, 경영이 마비된다는 식의 주장은 삼성이 글로벌 초일류 기업임을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 된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이런 소모적 논란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실증적 분석 결과를 12일 발표했다. 삼성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 출신 김용철 변호사가 ‘이건희 회장 비자금 의혹’을 폭로한 2007년 10월부터 이 회장이 특별사면된 2009년 12월까지를 대상으로 회귀분석을 했는데, 이 회장의 처벌 여부와 삼성전자의 경영 성과 지표 간에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이 부회장 같은 글로벌 기업인을 굳이 구속해야 하느냐는 주장도 있다.

구속 여부는 법률과 증거에 따라 결정될 일이지 사회적 지위가 기준이 될 수 없는데도, 이런 어처구니없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여전히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부회장과 삼성은 그동안 여러 차례 말을 바꾸면서 진실을 은폐하려 했다. 특히 이 부회장은 국회 청문회에 나와 거짓 증언을 한 탓에 위증 혐의로 고발까지 됐다.


국정농단을 파헤쳐야 할 특검 수사가 반재벌 정서에 편승해 기업 수사로 변질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권력의 피해자인 기업들이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본질이 정경유착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또한 설득력이 떨어진다. 특검 수사를 통해 재벌들이 돈을 건네는 대가로 후계 승계나 사면, 사업권 획득 등 반대급부를 챙겼다는 물증과 진술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삼성의 경우는 국민 노후자금인 국민연금까지 동원됐다는 점에서 사안의 중대성이 더 크다.


지금은 뼈저린 자성이 필요한 시점이지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부추기는 주장을 내놓을 때가 아니다.



[ 2017. 1. 18  한겨레 사설 ]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779142.html?_fr=mt0#csidx24c9896a1e22f8eabe39f51877066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