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측근) 비리

대통령 쪽 블랙리스트 옹호에, 헌재재판관 "인정하나?"

道雨 2017. 1. 26. 11:59








헌재 증인 출석한 유진룡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5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9차 변론’에서 증언을 마친 뒤 떠나고 있다.
▲ 헌재 증인 출석한 유진룡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5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9차 변론’에서 증언을 마친 뒤 떠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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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대통령 탄핵 심판 9차 변론이 열린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강일원 재판관이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상대로 증인 신문을 하던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 송재원 변호사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블랙리스트를, 피청구인(박근혜 대통령)이 인정하시는 겁니까?"

앞서 송 변호사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옹호하는 듯한 질문을 연이어 내놓았다. 당황한 송 변호사는 "인정하지 않는데..."라며 말을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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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원 재판관은 송 변호사에게 "(블랙리스트는) 소추 사유가 아닌데, 자꾸 엉뚱한 방향으로 (질문과 답변이) 가는 것 같다. 물어보는 것은 좋은데, 피청구인이 블랙리스트를 인정하는 것인지 약간 질문 취지가 이상해서 그렇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진룡 전 장관이 송 변호사에게 "저도 궁금한데, (박 대통령이 블랙리스트를) 인정하시는 건가?"라고 물었고, 방청석에서는 실소가 터져 나왔다. 당황한 송 변호사는 "인정해서 물어보는 게 아니다"라고 했고, 유 장관은 "아, 그런가?"라며 비꼬듯 얘기했다. 

하지만 송 변호사는 이에 굴하지 않았다. 최근 국회에서 일어난 박근혜 대통령 풍자누드화 관련 논란을 언급하며 블랙리스트를 옹호하는 발언을 재차 내놓았다. 

송재원 : "우리 국민들이 얼마 전에 국회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 '블랙리스트가 있지 않지만, 정말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물어보는 거다."  
유진룡 : "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밖에서는 그 일을 안 했으면 직무유기 아니냐고 주장하는 분들이 있다. 그렇다면, 왜 그 일을 주도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자기가 그 일을 안 했다라고 하나. 그 일이 그렇게 정당한 일이었다면, 지금이라도 본인이 나서서 '나는 체제를 지키기 위해서 이럴 수밖에 없었다. 이게 내 임무라고 생각했다'라고 얘기를 했어야 한다. 그런데 아무도 그런 얘기를 안 한다. 앞으로 그렇게 얘기하겠나."

유진룡 전 장관의 반문에 송 변호사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방청석에서는 다시 한 번 실소가 터져 나왔다.

8차 변론 참석한 박근혜측 법률대리인 23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제8차 공개변론에서 이중환 변호사 등 박근혜측 법률대리인들이 참석하고 있다.
▲ 8차 변론 참석한 박근혜측 법률대리인 23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제8차 공개변론에서 이중환 변호사 등 박근혜측 법률대리인들이 참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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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룡 "박 대통령, 블랙리스트 얘기에 묵묵부답" 

유진룡 전 장관은 "박 대통령에게 '블랙리스트를 멈춰 달라'라고 고언했지만, 박 대통령은 묵묵부답이었다"라고 밝혔다. 2014년 7월 9일 당시 장관 퇴임을 앞두고 있던 그는 박 대통령과 독대했다. 그 자리에서 유 전 장관이 한 말이다.

"사회 비판을 하는 사람들의 입을 막는 것은 얘기가 안 된다. 특히, 세월호 사건으로 국가가 굉장한 갈등과 위기 속에서 빠진 상황에서 오히려 (박 대통령에게) 반대하는 사람을 끌어안고 포용해야 사회 갈등을 치유할 수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을 내치면 나중에는 한 줌도 아닌 사람만 대통령 편으로 남는다. 그렇게 되면 어떻게 국가를 통치하려고 하나. 위험하다. 저한테 약속했던 것처럼, 반대했던 분들을 안아 달라." 

유 전 장관은 "(제 얘기에) 박 대통령은 묵묵부답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블랙리스트를 주도했다고 밝혔다. 그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2013년 8월에 임명된 후, 김 전 실장으로부터 (박근혜 대통령을) 반대하는 정부 비판 세력에 대한 응징과 불이익을 끊임없이 요구해왔다"라고 말했다. 또한 "김 전 실장이 임명된 후에, 대한민국은 공안통치 사회로 바뀌었다"라고 밝혔다.

한편, 오는 31일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퇴임함으로써 내달 1일로 예정된 10차 변론부터는 8인 재판관 체제로 진행된다. 이정미 재판관이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자격으로 재판장 역할을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