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귀농·귀촌인의 연령대를 보면 확연하게 다릅니다. 귀농 가구주는 50대가 40.3%로 가장 많았으며, 50~60대가 64.7%를 차지합니다. 귀촌 가구주는 30대가 26.2%로 가장 많았으며, 40대 19.9%, 50대 18.8%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연령대는 다르지만, 귀농,귀촌가구는 대부분 1인 가구입니다. 귀농가구를 보면 1인 귀농가구가 전체의 60%, 1인 귀촌가구는 전체 귀촌가구의 70.3%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귀농·귀촌 가구의 60~70%가 1인 가구이며, 남성이 70%에 가깝다는 통계는, 결국 남편 혼자서 귀농이나 귀촌을 많이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종편 채널에 나오는 ‘나는 자연인이다’도 아니고, 혼자서 귀농.귀촌하는 것은 시골 생활에서 그리 썩 좋은 선택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시골 특성상 남성이나 여성이 혼자 내려와 살면, 동네에 이상한 소문이 난다. 가정생활에 문제가 있거나 사업에 실패했다거나 하는 등의 말은 애교 수준에 속한다. 동네 소문을 우습게 여겼다가는 시골생활이 고난의 시간이 될 수도 있다.
‘남편은 낭만, 아내는 뱀과 벌레에 화들짝 놀라는 귀농·귀촌’
남편에게 귀농·귀촌은 낭만입니다. 그러나 아내들 대부분은 시골에서 사는 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있다면 교육 문제도 있고, 낙후된 문화, 편의시설 때문인 까닭도 있습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각종 벌레들이 들끓는 시골살이가 도시에서만 살았던 아내들에게는 지옥과도 같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서울 아파트보다 더 비싼 수억 원 대 고급 전원주택이나 별장에서 사는 사람은 이런 고민을 하지 않는다. 2010년 무렵 귀촌이나 귀농은 허름한 농가주택을 개조하거나 소규모 평수로 집을 짓는 일이 많았지만, 요새는 전원주택 단지 등으로 귀촌하는 인구도 늘어났다.
도시에서만 살았던 아이엠피터도 아침에 일어나 이불 밑에 있는 지네를 보고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욕실에서 발견한 도마뱀이나 손바닥만 한 나방을 보고 기겁하기도 했습니다.
귀농·귀촌을 결심한 남편들에게 가장 큰 걸림돌은 아내를 설득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조금이라도 시골살이의 현실을 아는 아내라면 처음부터 반대합니다. 설사 귀농·귀촌을 했더라도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도시로 나가자고 남편을 조르기도 합니다.
주위에 귀농·귀촌을 결심한 남편들이 아내가 찬성하지 않아 포기했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습니다. 귀농·귀촌의 최대 난관은 ‘아내’인 셈입니다.
‘귀농·귀촌, 도시 농부로 시작하자’
직장을 다니거나 도시의 삶에만 익숙한 아내를 설득하는 일은 어렵습니다. 특히 무작정 말로만 귀농·귀촌을 하자면 대부분 반대합니다.
귀농·귀촌을 위해 땅을 구입하기 보다는, 먼저 아내와 함께 도시농부로 살아보는 것도 하나의 방편입니다.
도시농부라고 거창한 것이 아니라, 조그마한 텃밭이나 주말농장을 가꾸는 일을 말합니다. 도시텃밭을 통해 자신의 먹거리를 직접 생산하거나 도시농업을 체험하는 시민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실제로 서울의 도시텃밭 면적은 2011년 29ha에서 2016년 143ha로 약 5배 증가했습니다.
도시텃밭 활동 후 변화를 보면 77.1%가 ‘가족과 대화를 많이 한다’라는 응답이 많았습니다. ‘거주지역 이웃과 대화, 만남이 늘었다’라는 응답도 67.9%나 됐습니다.
‘가족과 대화를 많이 한다’는 것은 텃밭 가꾸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귀농·귀촌의 장점을 말할 수 있고, 간접 체험의 기회도 됩니다. 또한, 귀농·귀촌에서 가장 힘든 원주민과의 대화 방식 등도 배울 수 있습니다.
도시텃밭은 자기 집 옥상이나 자투리 공간을 이용하기도 하고, 주말농장에서 분양받기도 합니다. 서울시에서도 용산가족공원이나 어린이대공원 등에서 도시텃밭을 저렴한 가격으로 분양하기도 합니다. (서울시 텃밭은 대부분 봄에 하는 경우가 많다)
도시농부나 도시농업 교육은 ‘서울시 농업기술센터’에서 무료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귀농창업 교육’,’티핑-팜귀농교육’,’농기계 안전사용 교육’ 등 다양한 강좌를 통해 사전에 귀농·귀촌의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