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이 만든 가짜 호랑이
한자성어에 삼인성호(三人成虎)라는 말이 있다. 세 사람이 말하면 없던 호랑이도 만들어낸다는 뜻이다.
최근 고용난이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라는 보수언론 ‘조중동’의 주장이 바로 그런 격이다.
정말 호랑이가 있는지 따져보자.
우선, 논란의 발단이 된 취업자 수 증가 폭이 크게 줄어든 것은, 취업자 수의 모수가 되는 경제활동인구의 증가가 크게 둔화됐기 때문이다.
경제활동인구는 15~64살 인구 가운데 경제활동에 참여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 인구를 말하며, 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실업자와 취업자로 다시 나뉜다. 따라서 경제활동인구 증감에 따라 취업자 수가 늘고 줄 수밖에 없다. 올해 들어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경제활동인구 증가 폭이 급감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경제활동인구를 모수로 하는 취업자 수 증가 폭도 급감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까지 월별로 20만~30만명씩 증가하다가 올해 취업자 수가 10만명 전후 수준, 심지어 지난달처럼 5천명 증가 수준에 그친 것도 대부분 이 때문이다.
30~40대 취업자 수가 줄고, 50~60대 취업자 수가 늘어나는 현상도 해당 연령대별 경제활동인구의 증감과 거의 일치한다. 이른바 ‘일자리판 인구절벽’ 현상일 뿐이다.
둘째,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일자리가 타격을 입었다면, 자영업자 가운데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가 폐업을 하거나 고용을 줄이는 반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가 늘어나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늘어나고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줄어드는 추세가 2012년부터 계속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라면 2018년 들어서라도 정반대 현상이 일어나야 하는데, 그런 흐름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중소상공인들은 일자리안정자금을 신청하기 위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로 신고하던 사람들이 고용원이 있다고 신고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추세에 변화가 없는 것을 보면 최저임금으로 인한 영향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셋째, 산업별 취업자 수를 보자. 취업자 수 기준 3대 산업인 제조업,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의 취업자 수가 줄거나 정체하고 있다. 그런데 이 추세 역시 박근혜 정부 때부터 지속되고 있다. 이는 주로 고령화와 해운, 조선, 자동차 등 국내 주력산업의 경쟁력 약화 등에 따른 경기침체의 영향이다.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라면 이들 산업의 취업자 수가 왜 박근혜 정부 시기 때부터 줄었겠는가.
넷째,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장 많은 영향을 받게 되는 5인 미만 영세사업장의 취업자 수도 2011년 이후 거의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다. 최저임금 충격이 나타난 흔적이 거의 없다.
연령별 취업자 수 측면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이른바 ‘알바’ 일자리에 가장 많이 종사하는) 연령대인 20대와 60대의 고용이 늘어난 점도 조중동의 주장과 상반되는 현상이다.
다섯째, 가장 대표적인 일자리 지표인 실업률을 보자. 올해 7월의 실업률은 3.7%로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다소 악화된 것은 맞다. 그런데 실업률의 계절성을 없애기 위해 12개월 이동평균을 사용한 추세를 보면, 2014년 이후부터 실업률이 점진적으로 오르는 추세의 연장선상에 있을 뿐이다. 오히려 실업률이 상대적으로 더 가파르게 오른 것은 박근혜 정부 시기인 2014~2015년경이고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는 오히려 실업률 상승 폭이 둔화되고 있다.
이처럼 최근 고용난은 한국 경제의 구조적 침체 때문이지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라는 증거는 사실상 없다.
그런데도 조중동은 엉뚱하게 최저임금 인상 탓으로 돌리며 개혁정책 흔들기를 시도하고 있다.
조중동의 왜곡보도로 만들어진 ‘가짜 호랑이’에 올바른 정책기조가 흔들려선 안 된다.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60503.html?_fr=mt0#csidx082a99bcf49eb2b96b1ffe88861de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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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악 고용난'이 거짓말인 증거 5가지
[주장] 이명박근혜 경제로 돌아가자는 건가... 소득주도성장은 옳다
'일자리 판 인구절벽' 현상 무시하고, 취업자 수 증가폭 감소에만 주목
우선 논란의 발단이 된 취업자수 증가폭이 크게 줄어든 것은 경제활동인구 증가가 크게 둔화됐기 때문이다. 경제활동인구는 15~64세 인구 가운데 경제활동에 참여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 인구를 말하며, 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실업자와 취업자로 나뉜다. 따라서 경제활동인구 증감에 따라 취업자수가 늘고 줄 수밖에 없다.
아래 <그림1>의 첫 번째 그래프에서 보는 것처럼, 올 들어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경제활동인구 증가폭이 급감하고 있으며, 취업자수 증가폭도 급감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월별로 20만~30만 명씩 증가하다가 올해 취업자수가 10만 명 전후 수준, 심지어 지난달처럼 5000명 증가 수준에 그친 것도 대부분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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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1> 경제활동인구와 취업자수 증감 비교 주) 국가통계포털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전체 취업자수든, 연령대별 취업자수이든 경제활동인구가 증감폭에 따라 밀접하게 연동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 |
ⓒ 선대인 |
셋째,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일자리가 타격을 입었다면, 자영업자 가운데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가 폐업을 하거나 고용을 줄이는 반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가 늘어나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아래 <그림2>에서 보듯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늘어나고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줄어드는 추세가 2014년부터 계속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라면 2018년 들어서라도 정반대 현상이 일어나야 하는데, 그런 흐름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중소상공인들은 일자리안정자금을 신청하기 위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로 신고하던 사람들이 고용원이 있다고 신고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추세에 변화가 없는 것을 보면 최저임금으로 인한 영향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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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2> 자영업자 종류별 취업자 증감 추이 주) 국가통계포털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늘어나고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줄어드는 것은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이라고 보기 어려운 현상이다. | |
ⓒ 선대인 |
넷째, 산업별 취업자수 증감 추이를 보자. 취업자수 기준 3대 산업인 제조업, 도소매업, 숙박음식업의 취업자수는 실제로 줄고 있다. 그런데 이 추세 역시 최저임금 실시 이전인 박근혜정부 때부터 지속되고 있다.
이들 산업분야의 취업자수 증가가 줄거나 정체되기 시작한 시점은 문재인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이다. 이는 이들 분야의 취업자수 정체가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 아니라 주로 고령화와 해운. 조선. 철강. 자동차 등 국내 주력산업의 경쟁력 약화 등 저성장 고착화와 경기침체 등의 영향 때문일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
이 같은 상황을 잘 보여주는 것이 <그림3>의 두 번째 그래프에서 보듯이 국내 조선업 직종별 고용 현황이다. 조선업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15년 이후 조선업의 고용 인원이 확연히 줄어들기 시작했는데, 이는 올해의 최저임금 인상과는 별 상관 없이 지속되는 흐름이다.
조선업만 예를 들었지만, 해운. 철강. 자동차 등 다른 제조업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최근 고용난이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라면, 이들 산업의 취업자수가 왜 박근혜정부 때부터 줄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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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3> 4대 산업분야별 취업자수 추이 주) 국가통계포털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크게 받는 대표적 자영업 분야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취업자수 감소 등의 충격이 나타나지 않는다. | |
ⓒ 김종철 |
다섯째, 가장 대표적인 일자리 지표인 실업률을 보자.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이에 따른 경제활동 감소) 효과를 제외하고서도 일자리가 충분히 생겨나지 않는다면 실업률이 올라가기 마련이다. 올해 7월의 실업률은 3.7%로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다소 악화된 것은 맞다.
그런데 국내 실업률은 <그림4>에서 보는 것처럼 연중 시기에 따라 3~5% 수준에서 상당한 진폭을 그리며 오르내린다. 즉 계절적인 요인, 즉 계절성이 강하게 작용한다. 실업률의 계절성을 없애기 위해 12개월 이동평균으로 추세를 보면, 박근혜 정부 시기인 2014년 이후부터 실업률이 점진적으로 오르는 추세의 연장선상에 있을 뿐이다. 오히려 실업률이 상대적으로 더 가파르게 오른 것은 박근혜 정부 시기인 2014~2015년경이고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에는 오히려 실업률 상승폭이 둔화되고 있다.
청년실업 등 고용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들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조중동에서 주장하는 '역대 최악의 고용쇼크'라는 프레임과는 거리가 있으며, 그것이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라는 것은 더더욱 사실과 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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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4> 실업률 추이 주) 국가통계포털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검은색 실선으로 나타낸 12개월 이동 평균 추세를 보면 실업률은 2014년보다 조금씩 올라가는 추세의 연장선상에 있어서 이 또한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로 보기 어렵다. | |
ⓒ 선대인 |
또한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근로자가구의 소득이 올들어 크게 올라간 것은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가계동향조사의 표본이 최근 3년간 크게 변했기에 직접 비교해서는 안 되지만, <그림5>에서 보듯이 2017년 이전 통계에 비해 저소득층 표본이 크게 늘었는데도 불구하고 전년동기의 조사 결과와 비교했을 때 9.2% 증가한 수준이라는 것은 근로자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전반적으로 과거에 비해 크게 증가했을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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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5> 도시근로자가구 가계소득 증감률 주) 국가통계포털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올들어 도시근로자가구 가계소득 증감률이 크게 증가한 것은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 |
ⓒ 선대인 |
결론을 말하자.
최근의 고용 및 소득분배 지표가 분명 좋은 신호는 아니다. 산업경쟁력이 약화하고 내수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실물경제의 하강압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득주도성장이 아니라면, 조중동이 그토록 옹호해온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의 수출 대기업 위주 성장과 부채주도 성장, 부동산부양 성장, 부자감세-서민증세로 한국경제가 좋아졌나. 오히려 세계 경제의 흐름을 외면하면서 시대착오적인 4대강사업과 사기적인 자원외교 사업에 세수를 탕진하고, '빚 내서 집사라'는 투기판 조장 정책으로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을 고갈시켰다.
지금의 고용난으로 이어진 국내 주력산업의 경쟁력 약화도 지난 정부가 해운업과 조선업 등에서 구조개혁을 지연시키고, 대기업의 독과점 구조를 온존시켜 신산업을 제대로 키워내지 못한 탓이 크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밝혔듯이, 최근의 고용난이 내수를 중심으로 한 경기 악화 때문이라면, 가계의 소득을 확충해 경제 전체의 수요를 확충해주는 소득주도성장은 옳은 방향이며, 오히려 더욱 가속해야 한다.
다만 '종부세 개편안' 등 부동산 정책에서 보듯이, 방향은 맞지만 정책 강도나 개혁 의지가 약해 보수언론과 시장의 역공을 받는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고 이를 과감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명박 정부 시절 이래 지속돼온 감세정책을 더욱 과감히 원점으로 되돌려 마련한 세수로, 일자리안정자금 등에 대한 재정지원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
동시에 대기업과 경제적 기득권을 보호하는 규제는 과감히 개혁해 활발한 산업생태계를 조성하고, 차세대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혁신성장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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