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장이 호텔로 부른 적도" 전직 여검사 실명 걸고 폭로
검사 출신 이연주 변호사가 “검찰은 스스로 조직 문화를 못 바꾼다”며 “검찰에서 개혁을 할 사람들은 지금 간부일텐데, 할 의사가 있을까?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1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검찰 문제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지난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날 방송에서 이 변호사는 “검찰을 떠난 이유는 대단히 많다”면서 “일단은 남성 중심적인 문화”라고 꼽았다. 그는 “한 부장이 검사로 잘 나가려면 똘똘한 수사계장을 두는 게 중요하다고 하길래, ‘어떻게 잘 어울릴 수 있느냐’고 물으니, 룸살롱 데려가서 같이 XXX도 하고(라고 답했다)”라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여검사가 있는 곳에서 그런 말을 했다. 우리는 투명인간”이라며 “워낙 남성 중심적인 조직”이라고 비판했다.
검찰의 스폰서 문화에 대해서도 경험한 얘기를 들려줬다.
이 변호사는 “한 부장이 ‘검사들은 (스폰서를) 친한 친구라고 생각하지, 스폰서라고 (생각) 안 한다’고 했다”며 “부산 나이트클럽 사장에게 ‘외로우니까 편하게 지낼 여자를 소개해 달라’고 했다더라. 가정이 있는 사람이었다. ‘이혼녀나 소개해줄 줄 알았는데, 미인대회 수상자를 소개시켜줘서 재미있게 놀았다’고 하더라. 부산 지역 유지에게 호화 요트를 빌려서 통영에도 갔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내가 있는 자리에서 ‘그 매끈하고 부드러운 몸에 오일을 발라줬다, 그 요트 위에서’라는 말도 했다”면서, “시선을 어디에 둬야 될지 몰랐다”고 회상했다.
검찰의 회식 문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어떤 부장이 술자리에서 전화를 걸자, 유수한 건설회사 임원이 왔다. (부장이) 그 사람 양복에서 지갑을 뺏었다. 그 지갑은 이제 부장 것”이라며 “누가 마음에 들면 그 지갑에서 10만원짜리 수표 꺼내서 ‘야, 여기 있다’며 탁 주고 (그랬다)”라고 폭로했다.
검찰 내부에 만연한 성폭력에 대해서도 폭로했다.
이 변호사는 “정말 악몽 같은 기억”이라며 “어느 날 검사장이 부르더라. 그때는 항상 주눅들어 있었다. ‘내가 뭐 잘못했나’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갔더니 주말에 단둘이 등산을 가자더라. ‘싫은데요’ 이 말이 (안 나오고) 표정으로는 보이니까, ‘딸 같아서 그런다’고 했다”며 “거절하고 싶었지만 그게 안 되는 권력관계 아닌가”라고 말했다.
검사장은 그를 또 불렀다. 이 변호사는 “(얼마 후) 검사장 관사 주소를 주면서 그곳으로 오라고 했다. ‘왜요, 무슨 용건이신데요, 여기서 말하시면 안 되나요?’ 이게 안 되는 분위기”라며 “갔더니 아무도 없었다. 그 뒤로는 얘기하고 싶지 않다. 강압적으로 그런 건 없었다. 분위기를 떠본 것 같다. 어디까지 저항을 하는지”라고 토로했다.
사건은 또 있었다. 이런 일을 세번이나 겪은 이 변호사는 결국 터졌다.
검사장은 일요일에 전화를 걸어 “호텔에 오라”고 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이 변호사는 “부적절한 행동인 것 같다”고 말했다. 검사장은 “오해를 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는 검찰의 수사권 독점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검찰은 국민의 인권 수호자가 되기 위해서는 직접 수사는 하면 안 된다고 본다. (예를 들어) 특수 수사 같은 것”이라며 “속성상 한 번 파면 자꾸 파게 돼 있다. 특정한 목적을 갖고 수사를 개시할 수도 있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선택적으로 수사를 했을 때 중요한 수사는 놓치게 된다. 마음에 안 드는 사람만 패주는 수사가 될 수도 있다”며 “조국 전 장관 수사는 특수부로 갔다. 원래 그런 사건은 형사1부에 간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또 “검찰 조직 문화는 검찰 스스로는 못 바꾼다. 너무 익숙해져 있지 않나”며 검찰 개혁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그는 “이 조직 문화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을 못 한다. 전관 문제하고도 결부돼 있다”며 “검사는 언젠가는 변호사를 한다. 검찰에서 개혁을 할 사람들은 지금 간부들이다. 그들이 변호사가 돼서 사건을 들고 왔는데, 투명하고 공정해져서 ‘이거 못 봐드립니다’ 이렇게 하면 (그들 입장에서) 좋겠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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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연주 변호사(前 검사)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퇴 후, 이제 검찰 개혁의 공은 국회로 넘어가는 분위기입니다. 지금 패스트트랙 위에 태워진 검찰 개혁 법안 안에는요.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의 내용이 들어가 있죠.
뉴스쇼에서는 검찰 개혁 도대체 어디서부터 해야 하는지 차근차근 짚어보려고 합니다. 아마 이제 시리즈가 될 것 같은데요.
◇ 김현정> 그러니까 검사 생활을 그만두신 게 언제죠?
◆ 이연주> 2002년 2월 봄이죠.
◇ 김현정> 그러면 벌써 한 17년이 지났는데. 지난 10월에 SNS에 쓰신 글이 최근에 큰 화제가 됐어요.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 검찰을 떠나신 이유가 뭡니까?
◆ 이연주> 대단히 많죠. 그러니까 일단은 남성 중심적인 문화. 제가 처음에 발령을 받았을 때, 강력부장 이 모 부장이 초임 검사들을 불러서 수사 잘하는 비결에 대해서 얘기를 했는데, 검사들은 이렇게 얘기해요. 검사로서 잘 나가는 건 마누라 잘 얻는 것보다 똘똘한 수사계장을 잘 두는 게 중요하다고. 그런데 어떻게 수사계장하고 마음을 터놓고 잘 어울릴 수 있느냐에 대해서, 그분이 해 주신 말씀은, '룸살롱 데려가서 같이 XXX도 하고', 그러면 여자들은 적용이 안 되는 거잖아요.
◇ 김현정> 아니, 그걸 여검사들 다 있는 데서요?
◆ 이연주> 네. 그냥 저희는 투명인간이에요. 워낙 남성 중심적인 조직이고.
◇ 김현정> 세상에. 그 내용 자체도 말이 안 되지만, 그걸 여성 검사들 있는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는 건 더 충격적이네요.
◆ 이연주> 뭐 가감 없이.
◇ 김현정> 그래요.
◆ 이연주> 그리고 저희 부장은 자기 부산 근무 시절의 무용담을 얘기한 게 있어요. 검사들은 친한 친구라고 생각하지 스폰서라고 안 하더라고요. 우리가 보기에는 스폰서인데.
◇ 김현정> 스폰서라고 절대 안 해요? 뭐 얻어먹고 평소에 이렇게 인맥 쌓는 거.
◆ 이연주> 그거는 자기가 그런 쪽에 인식을 일부러 마비시키는 것 같아요. 그리고 사건 청탁을 받아줬을 때도 ‘내가 이 청탁이 없어도 이렇게 했을 거야’ 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그걸 민감하게 느끼면 불편하게 느끼고 할 수가 없는 거죠. 그러니까 저희 부장은 점심시간에 이런 얘기를 했어요. 부산에 근무하던 시절에 나이트클럽 사장한테 ‘야, 나 여기 부산 단독으로 부임해 있어서 외로우니까 편하게 지낼 여자를 소개해 달라.’ 물론 가정이 있으신 분이죠.
◇ 김현정> 그러니까 부산에 지금 파견 나와 있는데, 현지에서 같이 좀 지낼 여성을 소개해 달라, 나이트클럽 사장한테. 영웅담처럼?
◇ 김현정> 무용담이네요, 그야말로.
◆ 이연주> 그래서 그 부산 지역 유지에게서 호화 요트를 빌려서 통영에 놀러간 얘기를 하더라고요.
◇ 김현정> 그 여성과 같이?
◆ 이연주> 그래서 정말 저도 있는데, ‘그 매끈하고 부드러운 몸에 오일을 발라줬다, 그 요트 위에서’
◇ 김현정> 세상에.
◆ 이연주> 저는 정말 시선을 어디에 둬야 될지 모르겠고. 그런데 부원들은 그냥 듣고 있거나, ‘아하, 부장님, 부럽습니다. 훌륭하십니다 대단하십니다.’ (웃음) 그런 속에서 제가 살았어요.
◇ 김현정> 누가 봐도 스폰서인데, 스폰서라고 생각하는 그 회로 자체를 일부러 마비시켜버린다. 한마디로 양심을 마비시켜버린다. 그래야 편하니까?
◆ 이연주> 그리고 어떤 부장님은 술자리에서 분위기가 무르익어가면 어디에 전화를 해요. 그러면 유수한 건설 회사 임원이 왔어요. 그러면 그 사람 양복에서 지갑을 뺏어서. 그 지갑은 이제 자기 지갑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누가 자기에게 마음에 드는 이야기를 한다든지 노래를 잘 부른다 그러면 그 지갑에서 10만 원짜리 수표 꺼내가지고 ‘야, 여기 있다’ 탁 주고.
◇ 김현정> 건설 회사 사장 지갑을 꺼내서 그 돈을 가지고?
◆ 이연주> 그 지갑은 그냥 자기 지갑이 되는 거예요.
◇ 김현정> 이게 다 목격담인 거죠? 경험담이신 거죠, 직접?
◆ 이연주> 그렇죠.
◇ 김현정> 아니, 그런데 사실은 검찰에 오래 버티지 못하셨어요. 그런 것들 때문에 그만두셨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그 길지 않는 기간 동안에도 그렇게 경험하신 게 많아요?
◆ 이연주> 또 한 번은 지역의 변호사들이 술자리를, 주연을 베푸는 경우도 많았고, 추석이나 설날에 지역의 변호사가 돈봉투 보내는 건 그때까지도 있었어요, 30만 원씩. 부장은 더 줬겠죠. 초임인 저한테 30만 원을 그때 줬으니까.
◇ 김현정> 그런 것들이 있는가 하면, 그 내부. 그러니까 검찰 조직 안에 여성 검사도 있을 거고 여성 직원들도 있을 거고 여러 여성들이 있는데, 그 내부에서도 성폭력이 이루어졌다. 이건 어떤 얘기예요?
◆ 이연주> 저는 정말 악몽 같은 기억인데, 검사장이라고 하면 우리 검찰청에서 제일 높은 사람이잖아요. 앞에서 찍소리도 못하는. 저를 한번은 검사장실에 부르더라고요. 항상 그때는 주눅들어 있었어요. 내가 뭐 잘못했나.
◇ 김현정> 그렇죠, 신입이니까.
◆ 이연주> 내 사건 뭐 잘못했나? 그런데 제 사건 중에 검사장 결재로 올라가는 건 별로 없거든요. 구속 사건 정도나 있나. 갔더니 저더러 주말에 등산을 같이 가지 않겠냐고. 그래서…
◇ 김현정> 아니, 그 기수 다 같이 가자 이게 아니고?
◆ 이연주> 저 혼자 불러서.
◇ 김현정> 단둘이 가자고요?
◆ 이연주> 네.
◇ 김현정> 그래서요?
◆ 이연주> 그런데 워낙 그 무거운 공기에 길들여지다 보니까, ‘저 싫은데요’ 이 말이 ‘어으, 정말 어으…’ (하는 식으로) 표정으로는 보이니까, 자기 딸이 나랑 동갑인데 딸같이 생각돼서 그런다 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말이 돼요? 마음 같아서는 ‘저는 저희 아버지랑 등산 절대 안 가는데요.’ 이렇게 얘기하고 싶었지만, 그게 안 되는 권력 관계잖아요.
◇ 김현정> 너무나 높은 사람이니까.
◆ 이연주> 그런데 마음은 불편해 죽겠죠. 또 기회 되면 부르겠지. 그다음 사건은 검사장 관사 주소를 주면서 거기로 오라고 하더라고요.
◇ 김현정> 관사로요?
◆ 이연주> 네.
◇ 김현정> 왜요?
◆ 이연주> 그러니까요. 그런데 ‘왜요, 무슨 용건이신데요, 여기서 말하시면 안 되나요?’ 이게 안 되는 분위기예요.
◇ 김현정> 당연히 물어봐야죠. 집으로 오라고 하는데 그거 왜냐고 물어야 될 것 같은데?
◆ 이연주> 그런데 그 분위기에서는 그러니까 무조건 누가 명령하면 ‘예’ 였어요.
◇ 김현정> 가셨어요?
◆ 이연주> 가야죠. 어쩌겠어요.
◇ 김현정> 그랬더니요?
◆ 이연주> 저 혼자 있더라고요.
◇ 김현정> 가족은 없어요, 그분은?
◆ 이연주> 관사니까 가족은 서울에 있고.
◇ 김현정> 역시 이분도 부임해 와서 파견 나와서 그 지역에 있는.
◇ 김현정> 그래서요? 갔더니요?
◆ 이연주> 그 뒤로는 얘기하고 싶지 않아요. 강압적으로 그런 건 없었어요. 그러니까 자기도 분위기를 떠보는 거죠. 얘는 어디까지 저항을 하는 애인가.
◇ 김현정> 얘가 넘어올 애인가?
◆ 이연주> 저는 좀 숙달된 사람이라고 봤어요, 나중에 판단하기로. 왜냐하면 서서히 밀고 들어오는 거죠. 제가 처음에 그 검사장실에서 노라고 했으면 그 두 번째 트라이는 없었을 테고, 두 번째도 어영부영 넘어가니까 그 세 번째는 일요일에 전화가 왔어요. 저보고 호텔에 오라고 하더라고요.
◇ 김현정> 세상에.
◆ 이연주> 그런데 말은 이제 호텔에 와. 이렇게 할 수는 없죠. 여기 스시가 맛있다고 꼭 사주고 싶다고. 그런데 자기하고 나하고 스시를 먹으면서 호텔에서… 그때는 정말 안 되겠다 싶어서, 이거 되게 부적절한 행동인 것 같다고.
◇ 김현정>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 이연주> 그때는 그렇게 얘기했죠. 그때는 위기감을 딱 느껴가지고.
◇ 김현정> 여러분, 생각해 보십시오. 검사장하고 지금 말단, 갓 입사한 신임 검사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그러니까 거절을 한 다음에는 어떤 일이 벌어졌습니까?
◆ 이연주> 어쨌든 이 불편한 걸 자기도 느낄 테고 해명을 해야 될 테니까, 그 한 일주일 지나고서인가 불러서 제가 뭘 자신의 의도를 오해한 것 같다고.
◇ 김현정> 아, 이 검사가 오해한 것 같소?
◆ 이연주> 그러니까 오해 풀어라. 그러니까 어떻게든 마무리를 짓고 넘어가야 되잖아요. 서로 계속 민감한 상태로 있을 수는 없으니까. 그럼 이제 더 이상 나를 안 건드리겠다는 사인이겠구나라고 읽고서, 그때부터는 마음이 편안해졌죠.
◇ 김현정> 사실은 지금 이 부분은 임은정 검사나 서지현 검사와의 증언과도 일치하는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이게 아주 특별하게 이 검사한테만 벌어진 일이다라고 보기에는 좀 많은가, 좀 있는가? 이런 생각이 들게 되는데 어떻습니까?
◆ 이연주> 어디 호소할 데가 없잖아요, 이걸 벗어나기 위해서. 그러니까 모든 일에 복종해야 된다는 건 업무뿐만 아니라 업무 외에도. 그러니까 항상 업무에서도 예예예 하다 보면, 이거는 집에서 쉬고 있는데 부장 검사가 술 먹으러 나오라고 한다. 그러면 아, 저는 쉬고 있어서 안 돼요가 안 되는 그런 분위기니까.
◇ 김현정> 그게 사실은 고 김홍영 검사가 그런 케이스였던 거잖아요. 알겠습니다. 내부에서 느꼈던 부조리함이고, 그렇다면 외부를 향한 부조리함. 수사 과정에서의 부조리함은 어떤 걸 목격하셨어요?
◆ 이연주> 그건 저희 부장 검사가 구속 영장을 법원에 청구해야 될 사건인데, 그때는 음주 운전 삼진 스트라이크, 삼진 아웃 제도라고 해서 음주 운전 세 번째면 무조건 구속이었어요. 그러니까 이 사람은 음주 운전 세 번째이기도 했고, 특가 도주, 그러니까 뺑소니까지 했으니까 굉장히 무겁죠. 그 사건이었는데 부장 검사가 연락을 해서 저한테 사건을 잘 보라고 하더라고요.
◇ 김현정> 잘 보라?
◆ 이연주> 네, 잘 보라.
◇ 김현정> 그게 무슨 말이에요? 잘 보라. 수사 잘해라? 뭐예요?
◆ 이연주> 잘 보라고 해서 저는 진짜 잘 봤어요. 뒤에 보면 범죄 경력 조회가 있습니다, 제일 뒷장에. 음주 운전 벌써 세 번째고, 기간도 짧아요. 이게 정신 못 차렸네 (생각해서), ‘영장 청구할 것’ 해가지고 딱 기록을 올려 보냈는데, 오라는 거예요. 도장 들고 오래요.
◇ 김현정> 사무실로?
◆ 이연주> 네, 자기 방으로. 도장을 쫄래쫄래 들고 갔더니, 저는 그 사건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그건 뭐 영장 당연히 쳐야 되는 사건이니까. 그런데 본인이 직접 불구속 사유를, 피해자하고도 합의되고 어쩌고 저쩌고 해서, 본인이 구속 영장 치지 않는 사유를 써서 딱풀로 붙이고 계시더라고요.
◇ 김현정> 수정하고 있는 거예요?
◆ 이연주> 그러니까 깨끗한 종이로 본인이 워드를 쳐가지고, 그걸 가위로 오려서. 그래서 저보고 도장 찍고 가라고.
◇ 김현정> 이제 바꾸려면 본인 도장이 있어야 되니까. 도대체 그 사람은 누구였습니까? 그 구속이 불구속 된 그 사람?
◆ 이연주> 그 사람의 형이 고위 공직자였어요. 본인은 아니고. 그러니까 부장 검사가 하는 일이라는 건, 부장 검사는 사건 결재만 하는데, 검사에게는 정말 자기 승진, 다음 자리밖에 안 보여요. 그리고 검찰의 인사라는 게 굉장히 불가측이거든요. 그러니까 은혜를 베풀어 놓는 거예요. 이 사람이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고, 자기를 끌어줄 줄 모르니까 투척해야죠. 기회가 될 때 투척하고 그걸 나중에 회수하는 거죠. 그래서 부장 검사는 정말 자기 방에서 자기 인사 청탁하고 사건 청탁받고 텔레비전 보고 그것밖에 안 해요.
◇ 김현정> 설마 다 그렇지는 않겠죠?
◆ 이연주> 뭐 우리 부장 검사는 그랬습니다.
◇ 김현정> 지금 우리 검찰은 그러니까 수사를 할지 말지도 결정할 수 있고, 기소를 할지 말지도 결정할 수 있고, 구속을 할지 말지도 결정할 수 있고, 구형을 하려면 얼마를 할지도 결정할 수 있고, 재판 후에 이 형 집행을 어떻게 할지도 결정할 수 있고. 이 모든 권한을 다 가지고 있는 거니까. 그러니까 가능한 건가요, 그런 게?
◆ 이연주> 일단은 저는 검찰은 국민의 인권 수호자가 되기 위해서는 직접 수사는 하면 안 된다고 봐요. 그러니까 지금 특수 수사 같은 거. 왜냐하면 일단 인력을 투입하면 거기서 결과가 나와야죠. 이렇게 기록을 쌓아놓고, 인력 투입하고 압수 수색하고, 무혐의하기 위해서 수사했다고는 할 수 없잖아요. 그러니까 속성상 한 번 파면 자꾸 파게 돼 있어요. 그리고 자기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수사를 개시할 수도 있고.
◇ 김현정> 그게 문제죠. 그런데 파다가 뭐가 범죄가 걸리면, 어쨌든 죄지은 거 잡아낸 거 아니냐. 이렇게 생각할 수는 없어요?
◆ 이연주> 그러면 그 사건만큼 다른 더 중한 범죄도 그만큼 파주냐 하면 그건 아니니까 그렇게 선택적으로 수사를 했을 때 수사 인력은 한정돼 있잖아요. 그러면 그걸 여기에 투입했으면 다른 수사, 중요한 수사는 놓치게 되고, 그러면 자기 입맛에 맞춰서 자기 마음에 안 드는 사람만 패주는 수사가 되니까.
◇ 김현정> 수사를 누구를 대상으로 얼만큼 할지. 그리고 그 사람을 기소할지 말지 이런 걸 다 갖고 있으니까.
◆ 이연주> 그리고 저희 부장 검사가 저한테 사건을 잘 보라고 했던 건, 자기는 거기에 연루되고 싶지 않았던 거예요. 그러니까 혹시 문제가 되더라도. 굉장히 비겁한 거죠.
◇ 김현정> 네 선에서 처리하라?
◆ 이연주> 제가 알아먹고, 검찰청 돌아가는 구조가 그래요. 그러니까 안미현 검사한테 강원랜드 사건을 배당을 했죠. 그거는 부정 채용자가 수백 명인데 ,그거 어떻게 안미현 검사가 다 봐요. 안미현 검사하고 밑에 기수 낮은 검사가 2명이 있다고 하면 못 보죠. 그건 수사하지 말라는 거죠. 그러니까 배당에서부터 사인이 가는 거예요.
그리고 조국 장관 수사는 특수부로 갔지 않습니까? 원래 그런 사건은 형사1부에 가는데. 형사1부는 다른 사건도 배당받아요. 사건 많이 넘치면 그 사건 세월아 네월아 하는 거죠. 특수부는 자기네들이 인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사건만 파게 돼 있고. 그리고 가장 뛰어난 수사인력이 모인 데예요. 그러니까 배당에서부터 사인이 오는 거죠.
◇ 김현정> 그런데 이렇게 생각해 볼 수는 없어요? 지금 우리 이 변호사님이 검사 했던 그 시절은 그럴 수 있지만, 그 후로 검사들에 대한 개혁의 소리도 높았고, 실제로 개혁안도 나왔고. 지금은 변하지 않았겠는가.
◇ 김현정> 그리고 핵심인 수사권, 기소권을 다 가지고 있고, 기소 독점주의도 계속되고 있고, 이런 것들은 여전히 그대로니까.
◆ 이연주> 그리고 뭐 검찰 조직 문화에 관해서는 검찰 스스로가 못 바꾸죠. 왜냐하면 너무 익숙해져 있잖아요. 자기 그러니까 이 조직 문화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을 못 하죠, 자기네들은. 전관 문제하고도 결부된 거고 검사는 항상 언젠가는 변호사를 한다고요. 그러면 검찰에서 개혁을 할 사람들은 지금 간부들인데, 간부들이 할 의사가 있을까를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다는 거죠. 자기가 사건을, 변호사가 돼서 사건을 들고 왔는데, 다 이제 투명하고 공정해져가지고 이거 못 봐드립니다. 이렇게 하면 좋겠어요?
◇ 김현정> 지금 그런데 너무, 너무 일반화시키시는 거 아니에요, 전체를? 그러니까 검사들 중에 우리를 너무 매도한다. 이렇게 반론할 분도 있으실 것 같은데.
◆ 이연주> 그런데 제가 검사를 만나서 그런 얘기를 해 봤어요. 왜 너네들 전관 오면 막 사건 봐주고 그러지 않느냐. 그런데 의식이 없어요. 뭐라고 하냐 하만 하면, 우리가 99% 사건을 똑바로 한다. 1%는 압력도 들어오고 선배가 부탁하고 그러면 잘 봐줄 수도 있는 거지 왜 그러냐. 저는 1% 사건은 자기네들 왜 공무원 신분은 보장해 주고 월급은 주는 거예요? 공정하게 하라고. 그런데 그런 의식을 갖고 있어요. 자기가 선배가 오면 들어주고 자기도 선배가 됐을 때 그걸 찾아먹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니까.
◇ 김현정> ‘전직 검사가 얼마나 돼, 이 변호사. 어차피 그거 들어줘 봤자 전체 사건에서 1%밖에 안 돼. 99%는 우리가 잘하잖아.’ 그러니까 전관 1% 해 줘도 된다?
◆ 이연주> 자기 합리화라는 게 엄청난 거예요.
◇ 김현정> 전관예우에 대한 합리화. 그게 판사들 사이에서의 전관예우만이 문제가 아니군요. 지금 검사 사이에서의 전관예우도 상당하군요.
◆ 이연주> 그건 뭐 말도 못 하죠.
◇ 김현정> 말도 못 해요?
◆ 이연주> 말도 못 하죠. 그러니까 검사장으로 나가느냐, 부장 검사로 나가느냐, 차장 검사로 나가느냐. 그 변호사로서의 수입이 수십 배는 차이 날 거잖아요. 그러니까 인사 경쟁에서 목매달 수밖에 없죠. 게다가 정말 잘 나가는 전관들이 돈을 버는 방법은 의뢰인이 있는데, 잠재적인 의뢰인이 있는데.
◇ 김현정> 그 앞에서 통화해요?
◆ 이연주> 주임 검사하고 통화를 해요. 그 사건 말이야. 그러면 당연히 거기 들고 가죠. 제가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이런 사람한테 안 가잖아요. 전화로 그냥 돈을 버는 거예요.
◇ 김현정> 전화만으로.
◆ 이연주> 기록 몇천 페이지 되는 기록 보면서, 침침한 컴퓨터 화면 보면서 서면 쓰고 싶겠어요. 아니면 전화 한 통 해서 몇 억 벌고 싶겠어요. 영장 딱 꺾어주고. 그거야 뭐 말할 게 없는 거죠. 사람이면 다 그렇게 살고 싶죠.
◇ 김현정> 그렇군요.
◆ 이연주> 그 말 잘 듣는 검사들 배양하는 건 여러 가지로 간부들한테 이익이 있죠. 그러니까 저희가 들어갔을 때도 ‘선배님 잘 모셔라.’ 그 얘기부터 들었으니까.
◇ 김현정> 전직 검사 출신 이연주 변호사와 함께 오늘 이 검찰에 대한 이야기. 이분이 뭐 긴 시간은 안 있으셨어요. 오래 못 참으셨어요, 그걸. 오래 못 참고 박차고 나오기 전까지의 상황들. 지금 이 길지 않은 시간에도 이렇게 많은 걸 겪었으니, 오래 계셨으면 정말 어마어마하게 나왔을 것 같은데요.
◆ 이연주> 제가 오래 있었으면 더 이상 문제의식을 안 갖게 됐겠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이연주 변호사님 이 경험담 이렇게 풀어주셔서 감사드리고요. 변호사 업무하시는 데 괜찮으시겠어요?
◆ 이연주> 괜찮아요.
◇ 김현정> 오늘 귀한 시간 내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 이연주> 고맙습니다.
◇ 김현정> 전직 검사 출신 이연주 변호사였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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