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개혁의 훼방꾼들
“현재 공수처법은 문재인 정권의 집권 연장 시나리오일 뿐이다. 다음 국회로 넘겨야 한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 패스트트랙에 오른 검찰개혁 법안 입법을 확실하게 추진하겠다는 더불어민주당에 이렇게 반격했다.
‘집권 연장 음모론’과 ‘다음 국회로’는 검찰개혁 반대 세력이 끊임없이 반복·재생한 단골 레퍼토리다. 검찰개혁에 공감하는 듯한 착시를 유발해 국민을 현혹하지만, 본질은 ‘개혁 불가론’이다.
공수처법 논의가 시작된 건 1996년, 참여연대가 주도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참여연대 사무처장 시절인 1998년 이회창 한나라당 대표에게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안이 담긴 부패방지법 제정을 제안하기도 했다.
답보하던 공수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검찰개혁 의제로 끌어올린 건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그는 대통령 후보 시절인 2002년 12월11일 ‘새로운 정치를 위한 기자회견’을 통해, 대통령 친인척과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비리 척결을 위한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설치를 공약했다.
2004년 11월 ‘공직부패수사처 설치에 관한 법률’을 국회에 냈다. “검찰 권한 약화를 노린 것”이라며 반발한 검찰은 야당 의원들에게 반대 의사를 전달했다. 한나라당은 “청와대 직속의 거대한 사직동팀을 만들어 권력기관을 장악하려는 의도”라며 반대했다. ‘공수처 백지화 촉구 결의안’까지 내며 버텼다. 결국 국회 회기 종료와 함께 공수처법은 자동폐기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에 이르게 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 성 접대 스폰서 검사, 우병우 사태 등 수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검찰을 ‘충견’으로 활용해온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공수처에 무관심했다.
지난 4월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4당 공조로 패스트트랙에 오른 공수처법은 입법을 눈앞에 뒀다.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 심사 기간 180일이 만료되는 26일 이후 본회의에 상정, 표결할 수 있다. 여기까지 오는 데 무려 20여년이 걸렸다.
자유한국당은 오래된 레퍼토리를 반복한다. ‘장기집권 사령부’, ‘정권의 특수부’…. 급기야 황교안 대표는 공수처를 “문재인 정부의 게슈타포”라고 명명했다. 인종학살을 일삼던 나치의 비밀경찰에 빗대는 건 몰염치한 일이다.
여야 4당은 무수한 논의를 거쳐 절충했다.
공수처에 수사권과 영장청구권을 부여하되 판사와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에 대해서는 기소권까지 갖도록 한 민주당 백혜련 의원 안과, 기소권은 일반인으로 구성한 기소심의위원회에 부여한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 안이 함께 패스트트랙에 올랐다.
논의와 조정으로 해결하면 된다.
공수처법의 본질은 검사, 판사, 경찰, 국회의원의 범죄를 다루는 것이다.
수사권, 기소권, 영장청구권을 모두 거머쥔 채, 자기 식구의 비리는 감싸고, 정치적 목적으로 수사권을 남용해온 무소불위 검찰을 견제하는 제도적 장치의 핵심이기도 하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권한을 나누고, 공수처로 검찰을 견제하는 방식이다. 국민의 70~80%가 일관되게 지지해온 법안이다.
‘조국 대전’을 거치면서 필요성은 더 명확해졌다. 검찰조차 드러내놓고 반대하지 못한다.
장기집권 음모론은 검찰 기득권 수호대를 자처한 자유한국당의 무분별한 버티기일 뿐이다.
이런 현실에서 금태섭 민주당 의원이 수사권·기소권 완전 분리를 주장하며 공수처법 반대를 역설하는 건 유감이다. 온전한 검찰개혁을 원하는 것이라 믿고 싶다.
그러나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첫째, 그가 말하는 방식의 공수처법 합의가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둘째, 자유한국당 검찰 출신 의원들의 주장과 결과적으로 무엇이 다른가?
“경찰 수사의 인권침해나 권한 남용을 막는 것은 검찰의 존재 이유”라며,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없애는 방안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금 의원 주장은 전형적인 검찰 논리다.
무소불위 검찰은 수십년 동안 경찰의 인권 감수성 미비를 이유로 권한 나누기를 거부하며, 경찰을 하인 부리듯 했다.
검찰과 경찰, 두 기관의 권한 배분 문제를 인권의 문제로 치환해 논쟁의 본질을 흐리는 건 검찰의 해묵은 수법이다.
강기훈씨 유서대필 조작, 간첩단 조작 등 인권을 침해한 것도 검찰이다.
검찰 개혁을 돕지는 못할망정 훼방꾼은 되지 말아야 한다.
신승근 논설위원
skshin@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13639.html?_fr=mt0#csidxac8232b6a7e867fb5e48c0ff8fef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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