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 비판한 ‘과도한 재생에너지’?…한국 4.6% 불과
8일 한국과총 과학기술정책 토론회에 참석
정부가 정치를 과학에 끌어들인 예로 거론
한국 재생에너지 의존도 중·일의 절반 불과
온실가스 감축목표도 비판…‘수정 가능’ 되풀이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된 사안에 대한 이해 부족을 드러내는 발언을 거듭해 입길에 오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비슷한 주제를 놓고 또 왜곡성 발언을 했다.
윤 후보는 8일 오전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와이티엔 사이언스> 공동 주최로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대선후보 초청 과학기술정책 토론회 기조연설에서 “(현 정권의) 재생에너지에 대한 과도한 의존 역시 에너지 수급이 불안해지고 온실가스 저감이 어려워진 것은 물론, 세계 최고 수준이던 원전 생태계까지 큰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현 정권은 정치를 과학기술의 영역까지 끌어들였다. 정치적 판단으로 졸속 추진한 탈원전 정책이 그 대표적인 것”이라는 비판에 이어 나왔다. 탈원전뿐 아니라 ‘재생에너지 정책’까지 정치화의 사례로 규정한 것이다.
전세계 주요국가와 마찬가지로, 현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한 것은 맞다. 하지만 “재생에너지에 대한 과도한 의존”으로 “에너지 수급이 불안해”지게 했다는 비판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
지난해 나온 <한국전력통계>를 보면, 2020년 한국의 재생에너지(태양광·풍력·해양·바이오) 발전 비중은 4.6%로 집계됐다.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2.0%)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이지만, 어떤 잣대로도 이것을 ‘과도한’ 재생에너지 의존으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집계한 같은 해 주요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살펴보면, 영국 39.5%, 독일 38.9%, 미국 12.6%, 프랑스 11.5%, 중국 11%, 일본 10.9%로 모두 한국의 두 배가 넘는다. 국내 재생에너지 비중이 한국과 에너지 수급 여건이 비슷한 일본이나 원전대국으로 손꼽히는 프랑스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태양광·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는 변동성이 높기에,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확대되다 보면 에너지 수급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아직 발생하지 않은 먼 얘기이다. 또한 에너지 저장 등 기술·제도적 대응으로 변동성 보완이 가능하리란 전망도 나온다.
국내에서 재생에너지가 불안 요인이 됐던 경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20년 2월 한때 한국전력거래소 중앙전력관제센터가 관리하지 않는 태양광 발전량이, 예측하지 못한 일사량 증가로 급증하는 바람에 전력 수급 조절에 어려움을 겪었다. 전기는 공급이 넘쳐도 광역정전 사고를 부를 수 있다. 이에 중앙전력관제센터는 일부 발전기를 정지시키거나 출력을 낮추고, 양수발전소에 상부댐으로 물을 퍼 올리는 작업을 지시해 전력 소비를 늘려 수급 균형을 맞췄다.
하지만 당시 상황도 재생에너지 발전량에 대한 부정확한 예측과 관리, 하향 예비력 준비 부족 등 전력계통 운영상 문제점이 겹친 결과로, 재생에너지 비중과는 무관했다.
한국에서 에너지 수급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건, 오히려 발전 연료를 수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화력 발전과 원전이다. 특히 최근 건설된 대형 원전은 호기당 발전출력이 크다는 장점이, 갑작스런 사고로 정지할 경우 전력망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돌변할 수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2020년 5월 징검다리 연휴 때 국내 원전 운영 사상 최초로 신고리 원전 3·4호기에서 사고에 대비한 출력 조절을 시행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연휴로 최저 전력수요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각기 최대 1500MW의 출력을 내는 원전 가운데 하나라도 고장 나면 전력품질기준을 맞추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선제 조처였다.
윤 후보가 이날 “대한민국 정부가 발표한 2030년까지의 40% 감축 목표라고 하는 것은 2050 탄소중립과는 관계없이 조금 더 우리 과학계 산업계와의 논의를 거쳐서 그 로드맵을 정해서 수치가 결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한 것도 오해를 부를 수 있다.
파리기후협정 합의안에 동의하고 참여하고 있는 한국은, 기존에 발표한 감축목표보다 후퇴한 정책을 펼 경우 국제사회로부터의 거대한 비판에 놓이게 된다.
윤 후보가 “탄소 중립의 로드맵과 시기별 감축 목표는 과학에 의해서 결정되어야 하는 것이지 정치에 의해서 결정이 돼서는 안 되는 것이기 때문에 2050 목표는 달성하더라도 그런 시기별 로드맵에 대해서는 과학계와 산업계와의 논의를 더 지켜보고 또 정부도 더 경청하고 해서 로드맵을 신속하게 만들어야 된다”고 덧붙인 것도 마찬가지다.
윤 후보는 지난해 11월 언론 인터뷰에서 정부가 국제사회에 약속한 2030년 감축목표(NDC, 2018년 대비 온실가스 40% 감축)에 대해 “가장 중요한 산업계와의 논의 절차가 없었기 때문에 유지할 이유가 없다. 산업계에 엄청난 부담이 된다”며 하향 조정할 뜻을 밝혀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한겨레> 보도 등으로 파리기후협정 파기라는 문제제기가 있자, 윤 후보 쪽에서는 “국제사회에 약속한 NDC는 준수되어야 한다는 것이 윤 후보 입장”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윤 후보는 석달이 지난 이날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수정할 용의가 있느냐”는 패널 질문에 수정할 의사로 읽힐 수 있는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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