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트럼프 관세’, 조급한 타결·성과 서두를 때 아니다

道雨 2025. 4. 10. 09:58

‘트럼프 관세’, 조급한 타결·성과 서두를 때 아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한 첫 전화 회담에서, 미국이 우리에게 부과한 25%의 ‘상호관세’(한국 시각 9일 낮 1시부터 적용)에 대해 “장관급 협의를 계속하자”고 했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과 소통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한 권한대행이 놓인 ‘정치적 상황’을 고려할 때 걱정스러운 점이 많다.

6월3일까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할 뿐인 한 권한대행은, 섣부른 공명심을 앞세우기보다는 새 대통령이 현명한 선택을 내릴 수 있도록 상황 관리에 더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국무총리실은 한 권한대행이 트럼프 대통령과 한 협의에서 이번 관세 사태의 해법을 찾기 위해 조선,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무역 균형 등 3대 분야에서 “한 차원 높은 협력 의지”를 드러내며 “장관급에서 건설적인 협의를 계속”해 나가자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우려되는 것은, 한 권한대행이 무리한 관세 부과로 인해 심각한 정치적 위기에 빠진 트럼프 대통령에게 잘못된 신호를 줬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한 권한대행은 앞서 임한 미국 시엔엔(CNN) 방송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를 “안타까운 일”(a pity)로 규정하면서도, 대미 협상력 강화를 위해 한·중·일이 협력하는 “길을 택하진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나아가 한·미는 “소통하고, 협력하고, 함께 일해야 한다”며 “윈윈하는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안보 등 여러 이유에서 미국과 긴밀한 협력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또 다른 중요한 ‘협력 파트너’인 중국과의 공조 가능성 카드를 스스로 차단한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오로지 미국에 ‘선처’만을 호소할 수밖에 없다.

 

기세가 오른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한국과 “지속가능하지 않은 엄청난 무역흑자, 관세, 조선업, 미국산 액화천연가스의 대량 구매, 알래스카 파이프라인, 방위비 분담금 등에 대해 논의”했다며, 이렇게 “일괄 쇼핑(one stop shopping)을 하는 것은 아름답고 효율적인 일”이라고 적었다.

‘관세전쟁’을 감수하겠다는 중국이나 호락호락하지 않은 유럽연합(EU)·일본과의 협상을 앞둔 상황에서 말 잘 듣는 한국을 만나 용기백배한 모습이다.

 

서두르다 시간에 쫓기면, 윈윈 균형은커녕 관세부터 방위비 분담금까지 모든 분야에서 무리한 요구를 대폭 수용해야 한다.

원칙과 명분은 우리에게 있다.

우호국들과 보조를 맞추며 끈기 있게 나서야 한다.

 

 

 

[ 2025. 4. 10  한겨레 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