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헌법 모독이자 헌재 모독 ‘이완규 지명’, 헌재가 막으라

道雨 2025. 4. 11. 09:06

헌법 모독이자 헌재 모독 ‘이완규 지명’, 헌재가 막으라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에게 부여된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 권한을, 대통령 권한대행에 불과한 한덕수 국무총리가 행사한 것은, 위헌일 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소에 대한 모독이기도 하다.

권한도 없는 한 대행이 지명한 후보자가 끝내 임명될 경우, 막중한 헌법재판관 자리에 무자격자가 들어앉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헌정 파괴 행위로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을 적극 비호해온 측근이자 내란죄 관련 혐의로 수사까지 받고 있는 이완규 법제처장이 헌법재판관이 된다면, 헌법 수호라는 헌재의 신성한 사명이 부정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마침 헌재에는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지명권 행사가 위헌·무효라는 헌법소원과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이 잇따라 접수됐고, 헌재는 10일 이들 사건의 주심으로 마은혁 재판관을 지정해 본격 심리에 착수했다.

주심 재판관이 소속된 3인의 지정재판부가 먼저 헌법소원 청구 요건을 갖췄는지 심사한 뒤, 전원재판부로 넘기면 재판관 9명이 위헌 여부를 심판하게 된다.

 

헌재는 ‘대통령 고유의 임명권을 권한대행이 행사하는 게 헌법에 부합하느냐’는 중대한 헌법적 문제에 대해 신속히 유권해석을 내놓을 책임이 있다. 헌재 구성의 정당성과도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최우선 순위에 두고 심판해야 한다.

특히 헌재가 마은혁 재판관 취임으로 9인 완전체를 이룬 만큼,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퇴임하는 오는 18일 이전에 결론을 내리는 게 바람직하다.

이미 헌법학계의 다수 의견이 형성돼 있는 사안으로, 결론 도출에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도 않을 것이다. 최소한 가처분 신청이라도 받아들임으로써, 최종 결정이 나올 때까지 한 대행이 지명한 후보자의 임명 절차를 중단시켜야 한다.

위헌 논란이 해소되지 않은 채 헌법재판관이 임명되는 최악의 상황을 방치해선 안 된다.

 

헌재는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헌법 수호의 최후 보루로서 위상을 한층 굳건히 했다. 국민의 신뢰 또한 높아졌다. 한 대행의 위헌적 헌법재판관 임명 시도는 여기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다.

민주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한 권한대행이 지명한 후보자가 헌법재판관이 된다면, 헌재의 권위와 신뢰 추락은 불 보듯 뻔하다.

 

더구나 내란을 단죄한 헌재에 내란세력과 한통속인 재판관이 들어선다면 이런 모순이 어디 있겠나. 헌재가 제 기능을 해나갈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다.

한 대행이 지명을 철회해야 마땅하지만, 이와 별개로 헌재의 존재가 부정되는 사태를 헌재 스스로 막아야 한다.

 

 

 

[ 2025. 4. 11  한겨레 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