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이 계신데, 대통령을 움직이는 분이다"... 놀라운 대화
[판결문으로 본 박근혜 국정농단 15] 최순실을 위한 사직·승진 강요와 납품계약 체결 강요 사건 등의 전모
▲ 2016년 10월 21일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이화여대 승마특기생인 딸 정유라씨를 풍자하는 청와대와 승마 그림이 그려진 ‘#나와라_최순실’ 포스터가 서울대병원 주변 도로 곳곳에 붙어 있다. | |
ⓒ 권우성 |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을 겪으며 나온 대표적인 탄식은 '대통령은 최순실이었구나'였다. 이번 연재 글에서도 최순실의 요구가 오면 그걸 받아주기 바쁜 박근혜와 청와대 비서실 모습을 4개의 사건에서 살펴본다.
최순실을 위해 박근혜가 구체적인 인사 조치를 강요하거나 직권을 남용한 사건과 최순실이 다른 업체 사업을 도와준다며 계약을 강요하거나 금품 등 대가를 받은 사건이다. 4개의 사건 역시 형사재판 판결문에 기록된 내용을 바탕으로 소개한다.
[#1] 최순실 눈 밖에 난 문체부 국장을 두 번이나 인사조치한 사건
최순실은 자신의 딸 정유라가 승마대회 준우승에 그친 일을 계기로 대한승마협회(이하 승마협회)에 불만이 쌓인다. 승마협회에 대한 감사를 책임졌던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노태강 체육국장 등은 최순실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고 감사를 끝낸다. 그러자 박근혜가 최순실 눈 밖에 난 노태강 국장과 진재수 과장을 좌천시킨 데 이어 노태강 국장에게는 사직까지 강요한 사건이다.
이 사건에 등장한 가해자는 박근혜와 최순실,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었던 모철민과 김상률, 민정수석 홍경식, 문체부 장관이었던 유진룡과 김종덕, 문체부 운영지원과장 강태서다. 피해자는 문체부 노태강 체육국장과 진재수 체육정책과장이다. 이 사건의 구체적인 진행 과정은 다음과 같다.
2013년 4월 박근혜가 대통령에 취임한 지 2개월쯤 되던 때, 상주국제승마장에서 한국마사회컵 전국승마대회가 열린다. 이 대회에 출전한 정유라가 준우승에 그치자, 최순실은 대회 심판원들의 편파 판정 의혹 등을 주장한다. 그러면서 승마협회 집행부에 대한 불만이 깊어진다.
2013년 7월경, 최순실이 청와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에게 대한승마협회 전무였던 박원오의 연락처를 알려주면서 승마협회 문제점을 알아보라고 요구한다. 박원오는 정유라의 승마훈련을 지원하면서 최순실 측근이 되었고 삼성그룹 임원들과 정유라 승마지원 명목 자금 제공을 협의한 인물이다.
정호성은 최순실의 요구를 모철민 교육문화수석에게 전달한다. 이에 모철민이 유진룡 문체부 장관 등에게 이렇게 말하며 대한승마협회의 비리를 조사하라고 한다.
'대통령 관심사항이니, 박원오를 만나 이야기를 듣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
이에 유진룡 장관이 문체부 노태강 체육국장에게 조사를 지시한다. 노태강 국장은 진재수 체육정책과장에게 모철민으로부터 받은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 연락처를 넘겨주며 승마협회 조사를 맡긴다. 진재수는 박원오를 만나 2013년 4월 전국승마대회를 포함하여 승마협회 운영상 문제점에 관한 의견도 듣는다. 그 뒤 노태강과 진재수는 다음과 같은 조사결과를 모철민 교육수석에게 보고한다.
'대한승마협회의 주된 문제점은 파벌싸움이며, 박원오 측과 그 반대쪽 모두에 문제가 있다.'
진재수 과장이 모철민 수석에게 조사 결과를 보고한 당일 오후에 박원오가 진재수에게 전화해 불만을 터뜨리며 항의한다. 청와대 보고 직후 그 내용이 최순실 측근인 박원오에게 전달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대한승마협회 | |
ⓒ 연합뉴스 |
[2013년 8월] 박근혜 "참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
그 뒤 2주쯤 지난 8월에 들어 노태강과 진재수 두 사람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소속 공직기강비서관실로부터 공직 감찰을 당하기 시작한다. 공직기강비서관의 조사가 마무리되자 홍경식 민정수석도 모철민 교문수석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노태강, 진재수 두 사람에 대해 공직감찰을 진행했는데, 체육개혁에 대한 의지가 부족했고, 공무원으로서 품위유지에 문제가 있다.'
그런 가운데 박근혜가 모철민 교문수석을 통해 유진룡 문체부 장관에게 '승마협회를 포함해 체육계 비리에 대한 구체적 대책을 보고하라'고 지시한다. 8월 21일 유진룡 장관이 체육계 개혁에 관한 보고를 위해 모철민 수석이 배석한 가운데 박근혜를 만난다. 이 자리에서 박근혜가 두 사람에게 이렇게 지시한다.
'노태강 국장과 진재수 과장, 참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 인사조치하라.'
승마협회와 관련해 최순실이 기대했던 감사 결과가 나오지 않자 보복성 인사조치 지시가 내려온 것이었다. 유진룡 장관은 이 지시를 수용하되 곧바로 인사조치하지 않고 정기인사 시기에 맞춰 조치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박근혜의 인사조치 지시가 있은 지 나흘쯤 되는 날, 정호성 비서관이 모철민 교문수석에게 전화한다. 그러면서 노태강, 진재수 두 사람에 대한 인사조치 결과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한다. 인사조치가 늦어지는 것에 대한 박근혜의 질책이 두려워진 모철민이 8월 25일 외국 출장 중인 유진룡 장관에게 연락해 이렇게 말한다.
'대통령이 두 사람에 대한 인사조치 여부를 확인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
결국 유진룡 장관은 곧바로 두 사람에게 대기발령 조치를 내린다. 이어 2013년 9월 2일에 노태강 국장은 국립중앙박물관(이하 중앙박물관)으로, 진재수 과장은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로 보낸다. 좌천이었다. 그런데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2016년 4월] 박근혜 '노태강을 아예 공직에서 쫓아내라'
▲ 2017년 1월 19일 "문화계 황태자"로 불린 차은택의 외삼촌인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이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7차 공개변론에 증언을 마친 뒤 돌아가고 있다. | |
ⓒ 권우성 |
그로부터 2년 반이 지난 2016년 4월, 박근혜는 노태강 전 국장이 공무원 신분인 중앙박물관 교육문화교류단장으로 재직 중인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자 모철민의 후임자인 김상률 교문수석에게 노 국장을 공직에서 쫓아내라고 지시한다.
김상률은 이 지시를 유진룡의 후임자인 김종덕 문체부 장관에게 전달한다. 최순실이 박근혜에게 소개해 장관에 임명된 김종덕은 문체부 강태서 운영지원과장에게 사직서를 받아오라고 시킨다.
그래서 강태서 과장이 노태강을 찾아간다. 강태서는 중앙박물관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프랑스 장식 미술전 무산에 대한 책임을 핑계 삼아 노태강에게 공직에서 떠날 것을 요구한다. 이에 노태강이 이렇게 묻는다.
'누구의 지시인가, 장관의 지시라면 장관을 만나겠다.'
이에 대해 강태서가 이렇게 답한다.
'장관 윗선의 지시이다. 장관도 전화를 받고 상당히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이즈음 김종덕 장관은 노태강에게 사표를 내도록 하기 위해 그를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인 국민체육진흥공단 본부장에 보임하는 방안을 구상한다. 이 구상은 김상률 교문수석을 통해 박근혜에게도 보고된다.
김상률은 박근혜의 지시라며 '그렇게 좋은 자리는 안 된다'고 김종덕에게 말한다. 그에 따라 김종덕은 국민체육진흥공단 본부장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스포츠안전재단 사무총장에 노태강을 보임시키기로 한다.
공직에 계속 있으면 동료들에게까지 불이익이 미칠 것이 걱정된 노태강은 2016년 4월 29일경 명예퇴직 신청서를 제출한다. 박근혜 결재를 거쳐 5월 31일 면직 처리되어 공직에서 쫓겨난다.
그는 김종덕 장관 제안에 따라 스포츠안전재단 사무총장에 6월 1일 부임한다. 한예종으로 좌천되어 근무 중이던 진재수 전 체육과장도 이즈음에 노태강이 그만두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래서 진재수도 두려움을 느껴 명예퇴직을 신청해 공직을 떠난다.
이 사건으로 기소된 이들은 박근혜, 김상률, 김종덕이다. 박근혜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와 강요죄에 대해 1심부터 상고심까지 유죄를 선고받았다. 김상률과 김종덕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 대해 유죄를 선고받았다. 1심에서는 강요죄도 인정되었으나 2심부터는 이 두 사람에 대한 강요죄는 무죄로 바뀌었다.
[#2] 최순실의 하나은행 지점장 승진 강요 사건
▲ 최순실-정유라 모녀가 소유한 독일 회사 비덱이 인수한 호텔 비덱-타우누스 호텔 전경. 3성급 호텔로 독일 헤센지방에 있으며 2016년 6월 23일 재개장했다. | |
ⓒ 비덱-타우누스 호텔 홈페이지 |
2015년 8월 25일, 최순실은 독일에서 '코어스포츠'를 설립한다. 그러면서 최순실은 KEB하나은행 독일 프랑크푸르트 지점(이하 하나은행 프랑크푸르트 지점)에서 본인 명의와 코어스포츠 명의의 계좌를 개설한다. 코어스포츠 명의 계좌는 정유라 승마지원을 명목으로 삼성으로부터 돈을 받기 위해 만든 계좌였다.
2015년 11월 즈음, 최순실은 하나은행 프랑크푸르트 지점에서 35만 유로를 대출받는다. 독일 슈미텐에 있는 타우누스 호텔을 매입하기 위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최순실은 하나은행 프랑크푸르트 지점을 통해 예금관리, 대출, 독일 소재 부동산 물색 등의 일을 처리했다. 이 과정에서 하나은행 프랑크푸르트 지점장인 이상화의 도움을 받으며 매우 가까워진다.
그러자 최순실은 이상화를 하나은행 해외금융 업무의 중요 직위에 승진시키면 앞으로 더 큰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상화에 대한 인사 청탁을 박근혜에게 부탁하고, 이를 받아들인 박근혜가 하나금융그룹에 압력을 행사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이 사건에 등장하는 인물은 최순실과 이상화다. 하나금융그룹에 압력을 행사하는 역할은 박근혜와 안종범 경제수석, 정찬우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 부위원장이 맡았다. 이들의 강요를 받고 이상화를 승진시킨 하나금융그룹 쪽 인물로는 하나금융지주 김정태 회장과 김한조 부회장, 하나은행 유제봉 글로벌사업그룹 부행장이다. 아래는 이상화 지점장 승진 강요사건의 자초지종이다.
[2015년 9월] 최순실 '하나은행 유럽총괄법인 프랑크푸르트에 설치'
2015년 9월, 이상화 지점장이 하나은행이 유럽총괄 법인을 신설하고 그 사무소를 룩셈부르크에 둘 예정이라는 정보를 최순실에게 알려준다. 그러자 최순실은 룩셈부르크보다는 자신이 주로 머무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총괄법인을 만들게 한 뒤 이상화를 총괄법인장으로 임명하면 본인의 해외송금 등 업무처리가 더 편해지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최순실이 자신의 생각대로 해달라고 박근혜에게 요청한다. 그러자 9월 13일에 박근혜는 안종범 경제수석에게 이렇게 지시한다.
'하나은행 유럽 총괄법인 사무소를 룩셈부르크가 아닌 프랑크푸르트에 설치하도록 해라.'
안종범은 금융위 정찬우 부위원장에게 전화해 '대통령의 관심사항'이라고 말하면서 똑같이 지시한다. 정찬우는 하나금융지주 김정태 회장에게 전화해 '안종범의 지시사항'이라고 말하면서 똑같은 사항을 요구한다.
두 달 후인 2015년 11월경, 최순실은 아직 설립 여부도 확정되지도 않은 하나은행 유럽 총괄법인의 법인장에 이상화가 임명되게 해달라고 박근혜에게 요청한다. 11월 6일, 박근혜는 이번에도 안종범 수석에게 최순실 요청대로 지시한다.
9월 때처럼 안종범은 '대통령의 관심사항'이라고 밝히면서 동일한 내용을 정찬우 금융위 부위원장에게 지시한다. 정찬우 역시 김정태 회장에게 똑같이 요구한다.
그러나 하나은행의 유럽총괄법인 추진 계획 자체가 취소된다. 그래서 하나은행 유럽 총괄법인 사무소를 자신이 주로 머물던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세우고 측근을 법인장에 임명시키려던 최순실의 구상이 무산된다.
[2015년 11월] 최순실 '이상화를 본부장급으로 승진 시켜 달라'
이렇게 되자 최순실은 다른 방식을 선택한다. 이상화를 한국에서 해외업무를 총괄하는 본부장에 앉혀 독일로의 해외송금 등에 편의를 제공받는 쪽으로 마음을 바꾼 것이다. 그래서 이상화가 귀국하면 해외업무 총괄 본부장으로 승진·임명될 수 있게 해달라고 2015년 11월 하순에 박근혜에게 요청한다.
이번에도 박근혜는 최순실의 요청대로 움직인다. 2015년 11월 말, 박근혜가 안종범 수석에게 이렇게 지시한다.
'독일에서 귀국하는 이상화를 하나은행 본부장급으로 승진 발령이 나도록 하라.'
안종범은 이번에도 정찬우 금융위 부위원장에게 전화해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전달한다. 이어 정찬우도 김정태 회장에게 안종범 수석의 요구라면서 같은 사항을 요구한다. 그러자 김정태는 정찬우에게 한 달쯤 뒤에 있을 12월 말 정기인사 때 검토해보겠다고 답한다. 정찬우는 이 답변을 안종범에게 바로 보고한다.
청와대의 인사청탁을 받은 뒤 김정태 회장이 김한조 부회장에게 이렇게 지시한다.
'이상화에 대해 외부에서 승진 청탁이 들어온다. 유럽에 가서 회의할 때 이상화를 만나 더 이상 청탁하지 말라고 하고, 어느 자리를 원하는지 들어보라.'
2015년 12월 중순경, 김한조 부회장이 런던 출장 중에 이상화 지점장을 만나 어느 자리를 원하는지 묻는다. 이에 이상화는 '삼성이나 현대와 거래하는 지점의 지점장'이라고 말한다. 김한조는 이를 김정태에게 보고한다.
2016년 1월 7일 발표된 하나은행 정기 인사에서 이상화는 국내로 복귀하여 하나은행 삼성타운 지점장에 임명된다. 다만 본부장급 승진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상화가 인사 발령 결과를 알려주자 최순실이 굉장히 실망한다. 최순실의 불만이 청와대에 전달되었는지, 인사 발표 후 안종범 경제수석이 정찬우 부위원장에게 전화하여 이렇게 지시한다.
'이상화가 본부장이 아닌 지점장으로 발령된 경위를 알아보라'
정찬우가 김정태에게 연락해 묻자 이상화 본인이 희망한 것이라고 김정태가 답하고 정찬우는 이를 안종범에게 전달한다.
[2016년 1월] 박근혜 '이상화를 본부장으로 승진시켜라'
▲ 2017년 2월 22일 국정농단 의혹 사건으로 구속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6차 변론에 참석해 증인신문을 마친 뒤 대심판정을 나서고 있다. | |
ⓒ 유성호 |
하지만 최순실은 박근혜에게 본부장으로 승진시켜달라고 다시 요청한다. 1월 21일 박근혜는 본부장 승진을 안종범 수석에게 재차 지시한다. 안종범이 같은 날 정찬우 부위원장에게 전화하여 짜증을 내면서 이렇게 말한다.
'알아봤더니 이상화 본인이 원한 것이 아니라더라.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
이에 정찬우가 다시 김정태 회장에게 전화해 이상화 본인이 원하는 자리가 아니라고 한다고 말하자 김정태가 이렇게 답한다.
'센터장(지점장)이 좋은 자리이고, 다음에 승진할 수 있는 자리이다.'
그러자 정찬우는 김정태에게 이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는다.
'그럼 당신이 안종범 수석과 직접 이야기해보세요'
이에 김정태가 안종범에게 직접 전화해 이렇게 말한다.
'이상화가 승진은 안 되었지만, 다음에 임원으로 승진할 수 있는 자리로 발령낸 것이다. 이상화의 희망대로 된 것이다.'
그러나 안종범 수석은 심하게 화를 내며 김정태 회장에게 이렇게 말한다.
'내가 이상화를 바로 본부장으로 승진을 시키랬지, 언제 센터장을 했다가 나중에 본부장 승진을 시키라고 했습니까? 당장 승진시키세요. 무조건 빨리하세요. 지금 이거 내 이득을 위해 합니까. 그렇게 (머리가) 안 돌아갑니까?'
안종범이 이렇게 말하자 김정태는 시간을 달라고 말한다. 김정태와 이런 대화를 한 직후 안종범은 이상화에게 전화해 이렇게 말한다.
'조직 개편이 있을 것이고, 아마 글로벌 쪽으로 가서 일하게 될 것이다.'
청와대 경제수석이라는 고위 공직자가 민간금융기관 지점장에게 직접 전화해 승진을 포함해 인사발령이 있을 것이라고 알려준 것이다.
김정태 회장은 안종범과 전화 통화한 지 이틀 뒤인 2016년 1월 23일, 하나은행 유제봉 글로벌사업그룹 부행장에게 글로벌 영업본부 조직 개편을 지시한다. 그에 따라 하나은행은 글로벌 영업1본부장과 영업2본부장이라는 본부장급 자리 2개를 새로 만든다. 이어 이상화를 삼성타운 지점장으로 임명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2월 1일에 글로벌 영업2본부장으로 승진 발령한다.
이상화는 승진 발령 직후 최순실과 안종범에게 감사하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최순실의 요구대로 박근혜가 움직인 결과였다.
이 사건으로 기소된 이들은 박근혜, 최순실, 안종범이다. 이들은 1심과 2심, 그리고 상고심에서 강요죄 유죄를 선고받는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도 기소되었지만 이 부분은 1심부터 무죄였다. 강요죄와 달리 직권남용죄 적용 대상은 아니라는 법리적 이유 때문이었다.
[#3] 로열더치쉘과 현대차를 향한 KD코퍼레이션 납품계약 청탁 사건
▲ 2017년 1월 19일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7차 공개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하기위해 도착하고 있다. | |
ⓒ 권우성 |
최순실은 자신이 직접 운영하거나 설립한 회사의 이익을 위해 대기업에 계약체결이나 후원을 강요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최순실은 개인적으로 아는 인물의 남편이 운영하는 회사가 네덜란드의 다국적 기업에 납품을 할 수 있도록 박근혜에게 반복적으로 요청한다.
이 청탁이 성사되지 못하자 현대자동차그룹을 향해 압력을 가해달라고 박근혜에게 요청하고, 박근혜의 강요에 힘입어 납품 계약을 성사시켜준다. 그 대가로 최순실은 총 5천여만 원 상당의 금품을 받는다.
이 사건에 등장한 인물은 최순실과 박근혜다. 그리고 최순실의 청탁을 박근혜에게 전달하는 역할은 정호성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맡았고, 현대차그룹에 최순실의 청탁과 박근혜의 지시를 전달한 이는 안종범 경제수석이다.
최순실을 통해 납품 계약을 추진한 인물은 KD코퍼레이션의 이종욱 대표와 그의 아내 문화경이다. 최순실과 청와대의 요구에 응한 이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김용환 부회장, 김정훈 현대차 구매담당 부사장이다. 이 사건의 판결문들을 통해 사건의 자초지종을 소개한다.
[2013년 10월] 최순실 "로열 더치 쉘에 납품할 수 있도록 이야기해달라"
2013년 10월 15일, 네덜란드 에너지 기업 '로열 더치 쉘'의 피터 보저 회장이 청와대를 방문한다. 그러고 며칠 뒤 최순실이 정호성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에 전화하여 이렇게 말한다.
'KD코퍼레이션이라는 기술력이 아주 뛰어난 유망 중소기업이 있다. 네덜란드 로열 더치 쉘 회사에 제품을 납품하려고 하는데, 네덜란드쪽 테스트 기간이 너무 길어서 제때 납품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대통령님께 말씀드려서 그 쪽에 이야기를 전달해 주었으면 좋겠다.'
최순실이 말한 KD코퍼레이션은 원동기용 흡착제 등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이다. 이 회사의 대표이사는 이종욱이었다. 최순실은 이종욱의 아내 문화경과 정유라가 졸업한 경복초등학교 학부형 모임에서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최순실은 문화경에게서 남편이 운영하는 KD코퍼레이션의 사업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은 상태였다. 정호성 비서관은 이런 최순실의 요청을 박근혜에게 그대로 전달한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납품 계약 건이 추진되지 않자 최순실은 다시 한번 청탁을 시도한다. 2014년 3월 23일에 박근혜가 '제3차 핵안보 정상회의' 참석차 네덜란드를 방문하게 된다. 박근혜 출국 전, 최순실이 정호성 비서관에게 전화해 이렇게 말한다.
'대통령님이 네덜란드에 가시면 로열 더치 쉘 측에 KD코퍼레이션과 진행하고 있는 품질테스트에 대한 협조와 계약 체결 문제에 관해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
정호성 비서관은 이 요청도 박근혜에게 보고한다. 하지만 이번에도 납품계약 건에 진척이 없다. 다시 반년쯤 지난 후인 2014년 11월 3일에 빌렘 알렉산더 네덜란드 국왕이 방한한다. 그러자 최순실이 정호성에게 또 다음과 같이 말한다.
'로열 더치 쉘과 KD코퍼레이션간의 진행 상황이 어떻게 되어 가나. KD코퍼레이션쪽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대통령님께 말씀을 전해 달라.'
[2014년 11월] 최순실, '현대자동차에 납품될 수 있도록 해주겠다'
이렇게 네덜란드 쪽 납품 계약 추진이 잘 추진이 되지 않자 최순실은 2014년 11월경에 다른 방안을 제시한다. 현대자동차에 납품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문화경에게 말한다.
문화경은 최순실의 말을 남편 이종욱에게 전달한다. 그러자 이종욱은 자신의 회사가 만든 원동기용 흡착제의 '사용 및 구매자'를 '현대자동차'라고 쓴 회사 및 제품 소개 자료를 새로 만든다. 이 소개 자료는 아내 문화경을 거쳐 최순실에게 전해지고 이어 정호성을 통해 박근혜에게 전달된다.
그러고 얼마 되지 않은 11월 하순, 박근혜가 안종범 경제수석에게 이렇게 지시한다.
'KD코퍼레이션은 흡착제 관련 기술을 갖고 있는 훌륭한 회사인데 외국기업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으니 현대자동차에서 그 기술을 채택할 수 있는지 알아보라.'
마침 11월 27일에 박근혜는 삼청동 안가에서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과 김용환 부회장 두 사람과 비공개 면담을 가진다. 이 자리에 배석한 안종범 수석이 정몽구 회장과 김용환 부회장에게 이렇게 말한다.
'KD코퍼레이션이라는 회사가 있는데, 효용성이 높고 비용도 낮출 수 있는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현대자동차에서도 활용이 가능하다면 채택해주었으면 한다.'
면담 후 김용환 부회장이 현대자동차 구매담당 김정훈 부사장에게 이렇게 지시한다.
'KD코퍼레이션이라는 회사가 있는데, 현대·기아차와 거래를 할 수 있는지 알아보라.'
[2014년 12월] 'KD코퍼레이션이 어떤 회사인지 모르겠습니다'
김정훈 부사장이 KD코퍼레이션에 대해 조사를 한다. 그런데 KD코퍼레이션은 현대차 및 기아차의 수많은 협력업체 및 일반거래업체 목록에도 없는 회사이고, 인터넷 등을 통해서도 전혀 검색이 되지 않았다. 김정훈 부사장은 이런 사실을 김용환 부회장에게 보고한다.
그러자 김용환이 12월 2일 안종범에게 연락해 KD코퍼레이션의 대표자(이종욱)의 이름과 연락처를 다시 확인한다. 이어 김정훈 부사장에게 KD코퍼레이션과의 납품계약을 추진해 보라고 재차 지시한다. 이에 따라 바로 다음 날부터 김정훈이 KD코퍼레이션 측과 납품 협의를 시작한다.
그런데 KD코퍼레이션이 생산하는 원동기용 흡착제는 자동차 부품과는 상관없는 제품이다. 이 제품은 현대자동차 공장 설비 중의 하나인 원동기(동력발생장치)에 들어가는 제품으로 원동기 유지보수 업체를 통해 현대차가 간접적으로 납품받아 사용할 뿐 현대차나 기아차에서 직접 구매하는 제품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차와 기아차는 KD코퍼레이션의 원동기용 흡착제를 직접 본사 구매팀에서 납품받는 계약을 2015년 2월 3일에 체결한다. 그것도 납품업체 선정을 위해 거쳐야 하는 입찰 등의 절차를 생략한 수의계약 형식이었다. 이 계약에 따라 KD코퍼레이션은 2016년 9월까지 10억 5991만 9000원 상당의 제품을 납품해 매출수익을 올린다.
그 뒤 안종범은 현대차그룹 측으로부터 KD코퍼레이션의 납품 완료 여부 등을 보고받는다. 이를 바탕으로 2015년 10월 12일에 안종범은 '특별 지시사항 관련 이행상황 보고' 문건을 만들어 박근혜에게 보고한다.
한편, 최순실은 KD코퍼레이션 대표이사인 이종욱과 그의 아내 문화경으로부터 사업에 도움을 준 대가로 시가 1162만 원 상당의 샤넬 가방 1개와 2회에 걸쳐 현금 2천만 원씩 4천만 원을 받는다.
이 사건으로 기소된 이들은 박근혜, 최순실, 안종범이다. 박근혜는 1심에서 상고심까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와 강요죄 모두 유죄를 선고받는다. 최순실과 안종범은 상고심까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 대해 유죄를 선고받는다. 다만 1~2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강요죄는 상고심에서 무죄가 선고된다.
[#4] 주미얀마 대사 등 인사개입과 미얀마 개발 사업 알선수재 사건
▲ 2017년 6월 23일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고개를 숙인 채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최순실은 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미얀마 개발원조 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해주는 대가로 민간기업 대표한테서 주식을 양도받는 사건도 벌인다. 이 과정에서 최순실은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담당하는 정부와 한국국제협력단(이하 코이카) 등의 협조를 쉽게 이끌어 내기 위해, 주미얀마 한국 대사와 코이카 이사장을 자신이 지명한 인물로 임명해달라고 박근혜에게 요청하고 박근혜가 이를 받아들인다.
이 사건에 등장하는 인물은 최순실과 박근혜다. 최순실의 측근인 더블루케이 고영태 이사와 류상영 과장도 등장한다. 이들은 미얀마 개발 사업에 참여할 한국 업체를 물색하고 사업 참여를 제안한다. 안종범 경제수석도 최순실이 제안한 사업에 참여를 주저하는 한국 업체를 설득하는 데 일조한다.
이들의 반대편에는 인호섭 MITS코리아 대표이사가 등장한다. 그는 미얀마 개발사업 참여 알선의 대가로 최순실에게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무상으로 양도한다. 한편 최순실 추천으로 주미얀마 한국 대사에 임명된 이는 유재경이고, 코이카 이사장에 임명된 이는 김인식이다. 2016년 초에 시작된 이 사건의 자초지종을 판결문을 바탕으로 따라 가보자.
[2016년 2월] 최순실 '미얀마에 진출해 할 수 있는 일 찾아보라'
2016년 2월 1일경, 최순실은 자신의 측근인 고영태 더블루케이 이사 등에게 이렇게 지시한다.
'대통령이 4월경에 미얀마를 방문하니까, 그 기회에 한국 정부와 미얀마 정부가 할 수 있는 일, 한국 기업들이 미얀마에 진출해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라.'
이런 지시를 받은 고영태는 그 뒤 얼마 후에 더블루케이 류상영 과장을 통해 미얀마에서 사업을 하는 인호섭을 소개받는다. 당시 인호섭은 '㈜미얀마 인스펙스 앤드 테스팅 서비스코리아(MITS Korea)'의 대표이사다. 류상영의 소개로 고영태와 인호섭 대표가 만나는데 인호섭이 이렇게 말한다.
'주미얀마 (한국) 대사관이 저와는 좀 불편한 관계다.'
그러자 고영태가 이렇게 말한다.
'그럼 대사를 바꾸면 되지 뭐.'
그 후 고영태는 인호섭 대표에게 정부에서 만든 보고서를 건네며 미얀마에 한인타운(K-Town) 건립 사업을 제안한다. 한국 정부가 공적개발원조 방식으로 미얀마 정부에 자금을 제공하고 미얀마 정부는 부지를 제공한 뒤에 그 부지에 한인타운과 복합문화시설, 상가 등을 건설하는 사업이었다.
이때 고영태는 인호섭에게 사업 부지를 알아봐달라고 부탁한다. 그러자 인호섭은 미얀마 상무부를 통해 '에잇 마일 정션'(Eight mile Junction) 지역에 미얀마 정부가 보유한 토지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고영태에게 알려준다. 이즈음 고영태는 인호섭에게 이렇게 말하며 최순실을 소개시켜준다.
'회장님이 계신데, 대통령을 움직이는 분이다.'
그 뒤 얼마 되지 않은 2016년 3월 청와대가 이백순 당시 주미얀마 한국 대사에게 대통령 순방을 계기로 추진할 사업으로 '미얀마 K-Town 프로젝트' 사업 개요서를 보낸다. 여기에는 미얀마의 에잇 마일 정션 지역 3만 평 토지를 사업 부지로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고영태가 인호섭을 통해 구한 토지 정보가 최순실을 통해 청와대로 흘러가고 그것이 정부의 사업 개요서에 들어간 것으로 볼 수 있다.
[2016년 3월] 최순실이 미얀마 대사와 코이카 이사장 임명 요청
비슷한 시기인 2016년 3월 초순, 최순실은 자신의 도움으로 하나은행 글로벌 영업2본부장이 된 이상화에게 '기업적 마인드가 있는 사람'을 미얀마 대사로 추천해 달라고 요청한다. 그러자 3월 3일에 이상화가 삼성전기 글로벌 마케팅실장(전무) 출신인 유재경을 추천한다.
최순실은 곧바로 유재경을 박근혜에게 미얀마 대사로 임명해달라고 요청한다. 그러자 박근혜는 외교부에서 건의한 후보자를 배제하고 3월 10일경 유재경을 신임 주미얀마 대사로 내정한다.
그리고 2주쯤 지난 3월 23일에 최순실은 고영태, 이상화, 유재경, 인호섭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한다. 유재경은 최순실에게 대사로 임명되게 해 준 것에 대해 감사 인사를 한다. 이 자리에 최순실은 인호섭 대표에게 유재경 대사를 소개시켜준다. 유재경은 미얀마 정부의 아그레망을 받아 5월 23일에 주미얀마 대사로 정식 임명된다.
최순실은 이상화에게 코이카 이사장 후보도 추천해 달라고 요청한다. 그러자 4월 26일에 이상화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영업본부장 출신인 김인식을 최순실에게 추천한다. 이어 최순실은 박근혜에게 김인식을 코이카 이사장으로 임명해달라고 요청한다.
그러자 박근혜는 외교부에서 건의한 전임 이사장의 연임 방안을 거부하고 김인식을 코이카 이사장 공모 후보자에 포함시키라고 외교부에 지시한다. 그래서 외교부가 5월 11일에 이사장 공모에 응한 김인식을 이사장 임용 추천 대상자로 결정하고 인사혁신처에 임명을 제청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김인식은 2016년 5월 13일에 코이카 이사장에 임명된다.
열흘 뒤 5월 23일에는 최순실이 고영태, 김인식, 유재경, 이상화, 인호섭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한다. 최순실은 김인식 코이카 이사장에게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하고 인호섭을 김인식에게 소개시켜준다. 고영태도 저녁 식사 모임에 가기 전에 인호섭에게 이렇게 말하며 최순실의 영향력을 알려준다.
"코이카 이사장도 최순실이 임명한 사람이다."
미얀마 대사와 코이카 이사장이 최순실이 지명한 인물로 채워지자, 고영태와 류상영이 5~6월경에 인호섭에게 '미얀마 K-Town 프로젝트' 사업의 구체적인 추진 방안을 설명한다. 한국 정부와 코이카에서 공적원조개발 자금 약 700억 원을 미얀마 정부에 제공하고, 인호섭의 MITS가 K-Town 설계 및 조사 용역을 맡아 용역대금 20~30억 원을 받는 방식이었다.
[2016년 6월] 최순실 '정부는 걱정하지 말고 무조건 해봐라'
그런데 인호섭 대표가 자신의 회사(MITS)는 설계와 조사 용역을 수행한 경력이 없어서, 한국이나 미얀마 정부가 일을 맡기지 않을 것 같다며 사업참여 제안을 거절한다. 그러자 최순실이 6월경에 인호섭을 불러 이렇게 말하며 사업참여를 재차 제안한다.
'인 대표님, 꽉 막혔네. 한국 정부는 걱정하지 말고, 무조건 해봐라.'
그 직후인 6월 초순에 안종범 경제수석이 인호섭에게 연락해 만난다. 인호섭은 안종범을 알지 못하는 사이였는데 청와대 경제수석이 먼저 전화해 만나게 된 것이다. 이 자리에서 안종범은 인호섭으로부터 최순실이 제안한 '미얀마 K-Town 프로젝트' 사업 추진 방안을 설명 듣고 난 뒤, 이렇게 말한다.
"그럼 MITS를 에이전트사로 하면 되겠네요. 비서관에게 한번 알아보라고 하겠습니다."
그 뒤 청와대 경제수석실의 정만기 산업통상자원비서관이 인호섭을 만나 '미얀마 K-Town 프로젝트' 사업 추진 방안에 대해 설명을 듣고 간다.
이즈음에 최순실은 인호섭 대표에게 인 대표가 보유하고 있는 MITS 주식 지분의 51%를 양도해 달라고 말한다. 청와대 경제수석실이나 주미얀마 대사관, 코이카 등에 영향력을 행사해서 MITS가 '미얀마 K-Town 프로젝트' 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해주는 대가로 주식을 달라고 한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이 지정하는 사람의 이름으로 주식양도·양수 계약서를 작성하자고 한다.
인호섭은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에 따라 두 사람은 2016년 6월 15일에 인호섭이 보유한 MITS 주식 3060주(전체 2만 주의 15.3%)를 무상으로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에게 넘겨주는 주식 양수도 계약을 맺는다.
그러나 이들의 기대와 달리 '미얀마 K-Town 프로젝트'는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하고 종료된다. 2016년 8월 24일과 9월 5일경에 외교부 개발협력국장을 단장으로 하는 미얀마 방문단이 미얀마를 방문해 검토한 결과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유재경 대사가 검토 결과를 2016년 9월 23일에 외교부를 통해 청와대에 보고한다.
게다가 그 직후인 2016년 10월에 박근혜-최순실게이트가 터진다. 최순실이 더 이상 '미얀마 K-Town 프로젝트'를 밀어붙일 수 없게 되었다.
항소심부터 알선수재 유죄 선고받은 최순실
이 사건으로 기소된 이는 최순실이다. 최순실은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다. 1심에서는 무죄가 선고되었지만 2심과 상고심에서는 최순실이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을 알선한다는 명목으로 금품 등을 받은 것이어서 알선수재죄에 대해 유죄가 선고된다.
이번 글에서 소개한 4개 사건의 자세한 내용은 다음 사건의 판결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박근혜에 대한 1심 재판은 서울중앙지법 2017고합364-1 사건이며, 2심은 서울고법 2018노1087 사건, 상고심 재판은 대법 2018도14303 사건이다.
최순실과 안종범의 1심 재판은 서울중앙지법 2016고합1202-1(분리) 사건이고, 항소심 재판은 서울고법 2018노723-1 사건이며, 상고심 재판은 대법 2018도13792 사건이다.
김종덕과 김상률에 대한 1심 재판은 따로 진행되는데 김종덕에 대한 재판은 서울중앙지법 2017고합77 사건이고, 김상률에 대한 1심 재판은 서울중앙지법 2017고합102 사건이다. 두 사람의 항소심은 1개의 재판으로 합쳐지는데 이 두 사람에 대한 2심 재판은 서울고법 2017노2425, 2424(병합) 사건이며, 상고심 재판(대법 2018도2236)이 진행 중이다.
박근혜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사건 2016헌나1 결정문에도 이 사건들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다음 편에서는 박근혜_최순실게이트가 터지는데 단초가 되었던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대학 입학 비리와 학사 비리 등을 소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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