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 45

‘제2의 나크바’ 앞에 선 가자지구

‘제2의 나크바’ 앞에 선 가자지구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피난민들. 김재욱 화백 이스라엘을 만든 것은 영국이었다. 19세기 말부터 영국은 오스만제국을 해체해 중동의 땅과 자원을 차지하려했다. 1차대전 이후 팔레스타인 땅을 장악한 영국은, 이집트 수에즈 운하 이권을 보호하고, 송유관을 건설하기 위해, 친영국 유대국가 건설을 지원했다. 영국 정부와 유대인 시온주의자들은 아랍인과 유대인이 공존하며 살아온 팔레스타인을 “민족없는 땅”으로 선전하면서, 이곳에 유럽 유대인들을 대거 이주시켰다. 1948년 5월 이스라엘 건국 당시,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마을 500곳을 파괴하고, 수천명을 살해하고 75만명을 내쫓았다. 팔레스타인인들이 ‘나크바’(대재앙)라고 부르는 이날 ‘피난민’이 된 이들은 다시는 집으로 돌아..

시사, 상식 2023.10.17

“검사가 수사권 갖고 보복하면 깡패”

“검사가 수사권 갖고 보복하면 깡패” 2016년 12월 초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에 임명된 ‘검사 윤석열’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검사가 수사권 가지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입니까.” 그가 박근혜 정권 초기에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다 좌천된 것에 앙심을 품고 복수를 하지 않겠느냐는 세간의 우려에 대해 한 말이다. 수사권은 공익을 위해 사용해야지, 검사 개인이나 검찰 조직의 ‘사적 보복’을 위해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지극히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말한 검사가 대통령이 된 지금 아이러니하게도 검찰의 ‘보복 수사’가 기승을 부린다. 겉은 전임 정권의 비리를 처벌하는 ‘신적폐청산’으로 포장했지만, 속은 검찰개혁을 추진했던 문재인 정권에 대한 ‘사적 복수’에 가깝다. 지난 ..

이스라엘 비극의 교훈

이스라엘 비극의 교훈 * 지난 9일(현지시각) 이스라엘 공습으로 폐허가 된 가자지구에 시민들이 모여 있다.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으로 무력 충돌이 발생해 지금까지 양쪽에서 2300명 이상이 사망했다. 가자/타스 연합뉴스 1967년 3차 중동전쟁 이래 이스라엘은 한국 안보의 모범 사례였다. 1973년 욤키푸르 전쟁에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3억 인구의 아랍 국가들 사이에서 생존, 번영, 그리고 민주주의를 착실히 일구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7일 안식일에 발생한 청천벽력 같은 비극은 그림의 반대편을 보여준다. 가자지구의 무장정파 하마스는, 5천발 이상의 로켓 발사를 필두로, 육상·해상·공중에서 이스라엘 영토에 침투해, 무고한 시민 1천여명을 무참히 사살하고, 2400명 ..

시사, 상식 2023.10.16

국감 뒤흔든 조은석 입장문... "버튼 삭제, 결재 조작"

국감 뒤흔든 조은석 입장문... "버튼 삭제, 결재 조작" [국감-법사위] "보고서 핵심 내용 변경" 주장도... 최재해 감사원장 "우리가 문서 완료 처리" 반박 ▲ 조은석 감사위원(왼쪽)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 국정감사에 배석해 최재해 감사원장의 답변을 지켜보고 있다. "(감사원은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감사) 주심위원 '열람, 반려' 기능을 삭제하여 결재상태를 '승인'으로 조작하여 주심위원의 직무수행을 불능케 하였습니다." 조은석 감사위원의 입장문에 13일 감사원 국정감사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은 이를 두고 감사원을 집중 공격했고, 감사원이 적극적으로 반박하는 과정에서 고성과 항의가 터져 나왔다. 조 감사위원은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

이어지는 해외언론의 '윤석열 정부 조롱과 비판'

이어지는 해외언론의 '윤석열 정부 조롱과 비판' 한국 이미지 실추·국격추락·국익손실 어쩌나 "한국 R&D예산 삭감…대통령이 말바꿔" "한국 돈만 내고 미국에 할 말 못해" "한국 민주주의 침식…인도·베트남과 비교" 이념전쟁·잼버리 망신…그래도 국내언론은 '입꾹닫' https://youtu.be/SI3asmGai3A 요즘 해외 언론의 한국 관련 보도를 접하면 걱정이 커진다. 한국에 대한 부정적 보도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보도를 내는 외신은 대개 전세계 독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대부분은 해외의 ‘권위있는’ 매체들이다.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이미지 추락과 국익손실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몇가지 외신보도 사례를 보면 그렇다. 지난주 과학저널리즘 잡지인 네이처(Nature)가 윤석열 정부..

시사, 상식 2023.10.11

‘차이나 게이트’라는 음모론과 팩트체크

‘차이나 게이트’라는 음모론과 팩트체크 ‘차이나 게이트’라는 단어가 집권여당에서 나왔다. 지난 1일 포털 다음의 아시안게임 축구 한국 대 중국 8강전 응원 페이지에서 중국 응원 93%, 한국 응원 7%로 집계되자 나온 반응이었다. 김정식 국민의힘 청년대변인은 이튿날 “대한민국 초대형 포털에서 과반 비율로 중국팀을 응원하는 것은 분명 보편적인 상식과는 거리가 있는 집계”라며 “몇년 전부터 우리나라와 미국을 비롯한 자유진영 국가에서 의심하는 ‘차이나 게이트’가 떠오른다”고 논평했다. ‘차이나 게이트’란 말은 2020년 초 일베저장소에 올라온 게시글에서 시작된 음모론이다. 중국 공산당이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중국인들을 동원해 인터넷상 여론을 조작해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도록 했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은..

시사, 상식 2023.10.11

‘전 정권과 싸우는’ 아집이 망쳐놓은 내년 예산안

‘전 정권과 싸우는’ 아집이 망쳐놓은 내년 예산안 윤석열 대통령은 6월28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국가와 국민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정치 권력이라면, 선거에서 지더라도 나라를 위해 건전재정, 좀 더 이해하기 쉬운 말로 재정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8월29일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하는 국무회의에서는 ‘재정 만능주의와 선거 매표 예산을 배격하고, 정치 보조금과 이권 카르텔 부분을 삭감하는 등 23조원의 지출 구조를 조정했다’고 밝혔다. ‘재정 건전성’을 무엇보다 우선하겠다는 결기를 읽을 수 있는 발언들이다. 재정적자를 줄이고, 국가부채 비율 상승을 억제한다는 이런 정책방향은 “문재인 정부가 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했다”는 대통령선거 때의 공격에 뿌리를 두고 있다. 여전히 같은 주장을 반복하고 있는데, 실..

시사, 상식 2023.10.11

유엔사의 수상한 움직임과 대만 사태

유엔사의 수상한 움직임과 대만 사태 지난 9월25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전략포럼에서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이 의미 있는 발언을 했다. 그는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을 통합 지휘하는 ‘극동군사령부’를 창설하자고 했다. 8월에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삼국 정상회의가 새로운 합동 지휘체계를 논의할 수 있는 여건을 성숙시켰다는 이야기다. 만일 극동군사령부 창설이 어렵다면 지금의 유엔군사령부를 합동 지휘기구로 활용할 수 있다는 대안도 제시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의 주장은 유엔사 후방 기지 8곳을 자국 내에 운영하며 한반도에서 발언권을 확대하려는 일본의 노림수와 같은 맥락이다. 브룩스 전 사령관의 재임 중에 이미 유엔군사령부를 다국적군사령부로 변모시키는 일련의 변화가 시도된 바 있다. 문재인 정..

시사, 상식 2023.10.06

팩트체크와 싸우는 ‘가짜뉴스와의 전쟁’

팩트체크와 싸우는 ‘가짜뉴스와의 전쟁’ 부끄러운 고백 먼저 해야겠다. 우리나라에 이처럼 훌륭한 팩트체크 사이트가 있다는 걸 제대로 알지 못했다. 양질의 팩트체크 콘텐츠를 6년 넘게 꾸준히 생산하는 동료 기자들이 있다는 게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가 2017년 3월부터 국내 언론사들과 함께 꾸려온 ‘에스엔유(SNU) 팩트체크’ 서비스 얘기다. 물론 서울대에 팩트체크센터가 생겼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러나 꼼꼼히 들여다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팩트체크는 언론사들이 각자 알아서 하면 되는 일 아닌가 싶었다. 따지고 보면 모든 취재의 기본이 팩트체크 아니던가. 최근 에스엔유 팩트체크 사이트를 둘러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팩트체크 저널리즘’이라는 영역이 제대로 자리잡을 필요가 있겠단 생각이 들었..

서방언론은 외면한 북-러 밀착의 의미들

서방언론은 외면한 북-러 밀착의 의미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최근 김정은과 블라디미르 푸틴의 정상회담은 한국에서도 유럽에서도 세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사실 김정은과 푸틴의 만남 자체는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러시아의 한반도 외교에 ‘균형’을 잡겠다는 푸틴은 집권 초기에 이미 평양을 방문했으며, 4년 전 김정은을 만나기도 했다. 사실 두 정상의 회담보다 나를 더 놀라게 한 것은, 그 회담에 대한 구미권 언론의 반응이었다. 대부분의 언론은 러시아와 북한의 ‘무기거래설’을 거의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물론 북한이 러시아와 같은 구경의 포탄을 대량 생산하고 있고, 현..

시사, 상식 2023.10.04

소멸을 향해 내달리는 검찰

소멸을 향해 내달리는 검찰 연휴 한가운데인 지난달 30일 대검찰청이 입장문을 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관련 압수수색이 376회에 이른다는 민주당 주장을 반박하며 총 36회가 맞다고 했다. 이 대표 구속영장 기각 뒤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이 높자, 부랴부랴 대응에 나선 것 같다. 민주당은 언론 보도를 근거로 한 수치라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시도”라고 재반박했다. 압수수색 횟수는 이 대표 관련 수사의 범위를 어디까지 볼지, 하나의 영장으로 여러 장소를 압수수색할 경우 어떻게 셈할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숫자놀음은 본질을 흐리는 지엽에 불과하다.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한 경기도청 압수수색을 보자. 김동연 경기지사는 지난 3월16일 “검찰이 3주(22일) 동안 92개의 피시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