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에서 퍼온 글입니다. 군대시절 생각이 절로 나네요. 글이 참 재밌습니다.
예비군훈련장에서 만난 군대 고참
간밤에 마신 술이 채 간에서 녹기도 전에 어스름 새벽부터 부산을 떱니다.
오늘도 안나오면 고발해버리겠다는 동대장의 협박전화가 무서워서 그런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내나라 내가족들을 내손으로 지키고야 말겠다는 올곧은 신념따윈 더더욱 있을리는 없었고 그냥 나갑니다.
예비군 훈련...
성스러운 마음으로 예비군 훈련장을 찾아가는데 영화의 한장면이 떠오르더군요.
영화 "신라의 달밤"에서 조폭두목으로 출연했던 이원종씨가 예비군훈련통지서를 받으며 했던 대사가 말이죠.
"씹알 조국이 내한테 뭘 해줬는데...."라는....-_-;
"선배님들 복장 정돈하십시요, 모자쓰십시요, 전투복상의는 하의에 집어넣습니다 선배님들"
"너같은 후배둔적 없어 색햐 저리가"
말은 그렇게 하지만 조교들 시키는대로 다합니다. 안그러면 못들어가니까요.
오만가지상을 찌푸리며 훈련장을 들어서는데 누군가가 저에게 아는척을 하더군요?
군복에 사단마크가 제것과 같구요.
"이야 너 혹시 혀니 아니냐?"
"헉...마상병님?"
"맞네 낄낄낄...반갑다 야?"
인간관계 원만하기로 기네스북에 등재될 뻔한 저에게 있어서 유일하게 안좋은 인간으로 기억되던 마상병이었습니다.
극악의 공포와 두려움으로 자대전입을 하였고 걱정했던 공포와 두려움은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여타부대도 마찬가지이겠지만 갓 전입 온 이등병들에겐 일년선임인 병사들이 후견인 역할을 하며 부대적응과 군생활 전반적인 것에 대한 도움을 줍니다.
흔히들 아버지 군번이라고 합니다.
저에겐 그 아버지가 마상병이었습니다.
"너 어디사냐?"
"천호동 삽니다."
"어 그래?...난 명일동 사는데...지역사회 쫄다구네?"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 씹알놈은 그게 아니었나 봅니다.
마상병은 자대전입 첫날부터 절 참 괴롭게 했습니다.
신병훈련소에서 총과 방독면을 안가져왔다고 두시간을 대가리를 박게하고, 또 피엑스로 데리고 가서는 총하고 방독면을 외상으로 달라고 시켜서 피엑스 당번병한테 파리채로 귀싸대기까지 맞게 해주더군요.
모두가 잠든 시간임에도 불쌍하게 자고있는 저를 깨워내선 직속상관 명단 및 부대서열, 여타 복무규칙등 암기사항을 강요하며 괴롭혔습니다.
그다지 머리가 좋지못한 저는 잘 외울 수가 없었고 그때마다 마상병에게 받는 굴욕적인 언사와 구타는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구타도 구타 나름입니다.
아구창 까이고, 빠따맞고, 조인트 까이고, 이렇게 맞는거는 참을 수 있습니다.
허나 이 씹알롬은 젖꼭지 꼬집고, 군번줄로 손목 조이고, 볼펜으로 배꼽쑤시고, 정말 참을 수 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어처구니 없는 사실은 마상병은 부대내 고참들은 물론이고 간부들까지도 총애하는 정예병사로 인식이 되고 있다는게 어이가 없었습니다.
바꿔서 생각하면 내가 정말 찐따색힌가 하는 의문마저 들정도로 말이죠.
저를 비록한 우리동기들은 마상병만 없으면 군에 말뚝까지 박겠다며 마상병을 싫어했는데 말입니다.
마상병만의 독특한 군생활의 노하우였던것을 제가 상병이 되고나서야 알았지만 마상병에게 당한 순간순간만큼은 정말이지 기억하고 싶지도 않을 정도입니다.
그렇게 자대전입 3개월여...
백일휴가 출발 하루전이었습니다.
"혀니야 너 일개장 가져와봐."
"이병 강 혀..."
"시끄럽고 빨리 가져와."
노련하고 능숙하게 휴가복을 다려주는 마상병의 손길에선 장인정신마저 느껴졌습니다.
"우리 아부지가 세탁소 하시거든...내가 옷 하난 잘 다린다"
"넵 마상병님 감사합니다."
"니네들 나 때문에 졸라 괴롭지?"
"아닙니다 마상병님"
"아니긴...나같이 좆같은 놈하고 부비되야 시간이 잘간다."
뭔 개 뻘소린지 알아먹을 수가 없겠더군요.
"근데 너 몇살이냐?"
"스물셋입니다..."
"조또 나보다 두살이나 많네..."
"......................."
"그래도 군대는 군번순이야 밖에 나가면 또 모르지만."
"넵 잘 알고 있습니다."
사는 동네도 같겠다 나중에 예비군훈련장에서 만나면 "쳐 닦아주마" 라고 다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꿈만같던 4박5일간의 휴가를 마치고 귀대를 하였는데 부대내 분위기는 그야말로 살벌했습니다.
큰훈련을 앞두면 부대원들 전원이 집합하여 약간의 얼차려와 구타로 훈련시 자칫 있을 수 있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관례가 있습니다.
며칠후 있을 대대ATT훈련을 앞두고 집합이 있었던 모양인데, 그렇게 당한 새로 전입온 신병이 종교행사를 나간 틈을 타서 부모님께 그사실을 알린 모양이더군요.
마침 그 훌륭하신 신병의 아버님은 서울의 모 경찰서 서장님 이셨었고, 경찰서장님께선 눈알멩이가 뒤집어져서 대대장님과 서로 사이좋게 멱살잡이를 하셨다고 하더군요.
경찰서장이 높은건지 대대장이 높은건지 알 수 는 없었습니다.
사건의 중심이었던 마상병은 영창15일에 대대 취사반으로 전입을 갔고, 저와 동기들은 악마의 늪에서 헤어 나올 수 있었습니다.
마상병과 3개월간의 악연은 거기서 끝났습니다.
그런데
제대한지도 5년이나 지났는데 마상병을 예비군 훈련장에서 만나게 된겁니다.
백일휴가 군복을 다려줄 때 예비군에서 만나면 쳐 발라주겠노라고 다짐했던 기억이 새삼 들게말이죠.
"혀니 너 이색히...군생활 조또 못하더니 제대는 어떻게 했네?"
"쩝...나름 인정받으면서 군생활 했어요."
"하긴 이등병땐 누구나 다 그렇지."
"마상병...아니 마병장님 저 별로 안 반갑거든요?"
"속좁게 왜 그래?...다 지나간 일인데..."
"(니미...이 씹...)....네"
"이따 점심이나 같이 먹자고...여기 우동이 제대로다."
막상 그렇게 만나지고 나니까 예전 기억들은 달갑지는 않지만 추억으로 느껴지더군요.
지루한 오전 일과를 마치고 점심을 먹으려고 우동파는 가게 앞에 줄을 섰습니다.
"혀니...아니 강병장 우동 내가 살께 너 저기 가서 자리나 잡아놔라."
"괜찮아요 그냥 내가 사먹을래요."
"아나 시키 그래도 고참이잖냐 내가 산다니까?"
"그건 현역때고...지금은 내가 형이잖냐...니건 니가 사고 내건 내가 사먹자."
"아 색히 고집은..."
그렇게 우동 한그릇 사서 햇빛 잘드는 잔디밭에 앉았습니다.
마상병이 졸래 친한척 따라 앉더군요.
"강병장 여기 우동 막 만드는거 같아도 국물이 끝내준다."
"마상병...아니 마병장님..."
"웅?"
"형이라고 불러 씹쇼키야."
"......................"
짐짓 당황해하는 마상병을 쳐다보며 반도 먹지않은 우동그릇을 내팽겨 치고는 자리를 떳습니다.
또다시 시작된 오후일과에는 마상병조와 엮여서 마상병과 함께 움직이게 되었습니다.
쫄래쫄래 �i아다니면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만 하는데 짜증이 극에 달하더군요.
"강병장 결혼 언제해?"
"강병장 직장은 다닐만 한가?"
"강병장 부모님은 건강하시지?"
"강병장 예전일은 다 추억인게야."
하긴 추억이죠.
저도 마상병 짬밥이 되었을땐 마상병과의 방법만 틀렸지 이등병들에게 암기 강요하고 장난도 치고 때리기도 했으니까요.
"강병장 이따가 천호동가서 맥주 한잔 하자고 내가 살께."
"마병장님아...나 회사 도로 들어가봐야 하거든요?"
"그럼 회사 끝날때까지 내가 기다릴께"
"안 그러셔도 됩니다...나중에 시간있으면 그때 한잔하죠."
"강병장..."
"왜요?"
"정수기 하나만 사주라..."
"네?"
"정수기 하나만....사주세요 형..."
-_-
예비군 훈련에서 만나면 쳐 발라버리겠다고 다짐 또 다짐을 했건만. 쳐 바르긴 커녕 쓸데 없는 정수기만 한대 사서 어머니께 욕을 바가지로 쳐먹고 일년동안 카드분할 값에 개고생한 기억이 아름답게 납니다.
이젠 민방위훈련에서 가끔 만나지만 마상병 아니 마병장은 저에게 형이라고 부르고 전 그에게 반말은 안합니다.
한번 고참은 영원한 고참이라고 하면 병신같은 문구인가요?
사람은 아름답습니다.
그게 누구던지 말입니다.
고로 당신은 참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물론 저도요 ....퍽~!;;;
by hyu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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