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란 길로 가다(박노해) 동그란 길로 가다 - 박 노 해 - 누구도 산정에 오래 머물 수는 없다. 누구도 골짜기에 오래 있을 수는 없다. 삶은 최고와 최악의 순간들을 지나 유장한 능선을 오르내리며 가는 것 절정의 시간은 짧다. 최악의 시간도 짧다. 천국의 기쁨도 짧다. 지옥의 고통도 짧다. 긴 호흡으로.. 시 모음 2019.10.15
빨간 셀로판지 빨간 셀로판지 - 오 봉 렬 - 눈에 낀 셀로판지 빨간 셀로판지 하늘도 빨갛고 땅도 빨갛네. 눈에 낀 셀로판지 빨간 셀로판지 빗물도 빨갛고 흰 눈마저 빨갛다네. 심장의 붉은 피가 뇌수마저 물들였나 괴벨스 조작질에 빨간 덧칠 넘쳐나네. 시 모음 2018.12.13
弔詩 (장연구) 弔詩 - 오 봉 렬 - 장연구, 그가 갔다. 위장에 암종이 생겨 힘겹게 병마와 싸우더니, 끝내 떨쳐 일어나지 못하고 마침내 그가 갔다. 늘 우리와 함께 했던 그가 갔다. 함께 족구 하고, 함께 테니스도 치고, 함께 고스톱도 치고, 함께 술을 나누고, 함께 울고 웃었던 그가 질곡의 삶을 버.. 시 모음 2012.01.13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 * <접시꽃 당신>으로 잘 알려져 있는 도종환 시인의 『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를 읽고있는 중인데, 이 책에 수록된 시 <담쟁이>가 마음에 다가와 여기에 올려봅니다. 담쟁이 - 도 종 환 -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시 모음 2012.01.12
꽃을 잠그면? (정현종) 꽃을 잠그면? - 정 현 종 - 누가 춤을 잠근다 피어나는 꽃을 잠그고 바람을 잠그고 흐르는 물을 잠근다 저 의구한 산천을 새소리를 잠그고 사자와 호랑이를 잠근다 날개를 잠그고 노래를 잠그고 숨을 잠근다 숨을 잠그면? 꽃을 잠그면? 춤을 잠그고 노래를 잠그면? 그러나 잠그는 이에게 자.. 시 모음 2011.07.27
폐사지처럼 산다 (정호승) 폐사지처럼 산다 - 정호승 - 요즘 어떻게 사느냐고 묻지마라 폐사지처럼 산다 요즘 뭐 하고 지내느냐고 묻지 마라 폐사지에 쓰러진 탑을 일으켜세우며 산다 나 아직 진리의 탑 하나 세운 적 없지만 죽은 친구의 마음 사리 하나 넣어둘 부도탑 한번 세운 적 없지만 폐사지에 처박혀 .. 시 모음 2010.12.10
아름다운 동행 (이상룡) 아름다운 동행 - 이 상 룡 - 당신의 오른편은 언제나 나의 왼편이듯이 아름다운 동행으로 한 세상 다 저물도록 하염없이 걷고 싶습니다. 바람이 불어도 좋고 눈비가 내려도 좋을 갈참나무 우거진 험한 숲길이어도 당신으로 하여금 꿈이 있고 힘이 솟는 또 하나의 세상이 있기에 또 하나의 .. 시 모음 2010.05.19
[스크랩] 한 줌의 자연이 너를 살리리 한 줌의 자연이 너를 살리리 네 몸이 병든 건 몸과 마음을 단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점 구름이 네 살에 맺혀 그대로 종기가 되고 불어오는 바람 맞으며 네 가슴에 병균이 스며들었구나. 우리 고유 의학의 만병 통치법은 심신이 하나가 되는 완벽한 조화에 있으니, 다시 말해 세상의 이치를 거스르.. 시 모음 2009.04.13
[스크랩] 접시꽃 당신 / 도종환 사용자 PC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스크립트를 차단했습니다. 원본 글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사용자 PC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스크립트를 차단했습니다. 원본 글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접시꽃 당신 / 도종환 옥수수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낙엽이 지고 찬바.. 시 모음 2008.09.20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5833 흔들리며 피는 꽃 - 도 종 환 -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시 모음 2008.09.19
참 좋은 당신 (김용택) 참 좋은 당신 - 김 용 택 - 어느 봄날 당신의 사랑으로 응달지던 내 뒤란에 햇빛이 들이치는 기쁨을 나는 보았습니다. 어둠 속에서 사랑의 불가로 나를 가만히 불러내신 당신은 어둠을 건너온 자만이 만들 수 있는 밝고 환한 빛으로 내 앞에 서서 들꽃처럼 깨끗하게 웃었지요 아, 생각만 해도 참 좋은 당.. 시 모음 2008.02.14
만남 (정채봉) 만남 - 정채봉 - 가장 잘못된 만남은 생선과 같은 만남이다. 만날수록 비린내가 묻어 오니까. 가장 조심해야 할 만남은 꽃송이 같은 만남이다. 피어 있을 때는 환호하다가 시들면 버리니까. 가장 비천한 만남은 건전지와 같은 만남이다. 힘이 있을 때는 간수하고, 힘이 다 닳았을 때는 던져 버리니까.. .. 시 모음 2007.06.28
아름다운 손 (펌글) 아름다운 손 넘어진 친구를 위해 내미는 손 그 손은 아름다운 손입니다. 외로움에 허덕이는 사람을 위해 편지를 쓰는 손 그 손은 아름다운 손입니다. 하루종일 수고한 아버지의 어깨를 주무르는 손 그 손은 아름다운 손입니다. 낙망하고 좌절한 이에게 내미는 격려의 손 그 손은 아름다운 손입니다. 사.. 시 모음 2007.06.28
삶이 힘듬을 느끼는 친구에게 (펌글) 삶이 힘듬을 느끼는 친구에게 친구야... 길을 가다 지치면 하늘을 보아 하늘은 바라보라고 있는거야... 사는 일은 무엇보다 힘든 일이니까 살다보면 지치기도 하겠지만 그러더라도 그러더라도 체념해 고개를 떨구지 말라고... 희망마저 포기해 웃음마저 잃지 말라고... 하늘은 저리 높은곳에 있는거야 .. 시 모음 2007.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