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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목에 ‘증세’ 방울 달기.”
국책연구소의 한 조세전문가가 최근 뜨거워지고 있는 감세·증세 논란을 지켜보며 던진 화두다.
한나라당 신임 원내대표부가 출범하자 국회에서 현 정부의 감세 정책 철회 주장이 탄력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조세전문가, 시민사회단체에서는 감세 철회는 당연하고 한발 더 나아가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대한 증세 필요성을 주장했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도 증세론에 가세할 태세다. 정치권에서는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복지’와 ‘증세’가 가장 강력한 화두로 부상하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자기 주머니에서 세금을 더 걷어가겠다고 하는데 좋아할 국민은 많지 않다. 증세가 ‘뜨거운 감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법인세로 확대된 한나라당 내 감세 철회론
“우리나라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도 개최하고 7대 무역수출국이 되는 등 국민의 기대감이 크다. 하지만 개인에게 별로 돌아오는 게 없다고 한다.”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5월20일 청와대 조찬 회동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각을 세우며 한 말이다.
증세론에 재차 불을 지핀 것은 역설적으로 한나라당의 감세 철회론이다. 4·27 재보선 이후 한나라당의 신주류로 부상한 소장파들은 추가 감세 철회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재정 건전성 등을 이유로 2010년부터 시행 예정이던 법인세와 소득세의 최고 과표구간 세율 인하를 2년간 유보해 2012년부터 적용하기로 했는데, 이제 이를 아예 백지화하자는 것이다(그림 참조).
2010년 정기국회 때도 소득세 추가 감세 철회 주장이 제기됐으나 성과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불과 몇 달 만에 추가 감세 철회론이 소득세는 물론 법인세로 확대됐다. 한나라당 내 추가 감세 철회론자들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노선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감세 철회를 통해 확보되는 10조~14조원의 재원은 서민 복지에 지출한다는 복안이다. 당내 쇄신 모임인 ‘새로운 한나라’의 한 의원은 “추가 감세를 철회하고 불평등 구조와 양극화를 완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장파의 리더 격인 정두언 최고위원은 법인세율 인하를 철회하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내 기류는 복잡하다. 친이계 의원들은 감세 고수를 외치고, 친박계 의원들은 소득세 감세는 철회하되 법인세 감세는 예정대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황우여 원내대표도 최근 법인세 감세 철회 공약을 번복하는 발언을 했다. 감세 철회 여부를 둘러싼 한나라당 내부의 논란은 5월30일 의원총회에서 일단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
‘113조원 vs 138조원’.
앞의 수치는 MB 정부의 대규모 감세(법인세·소득세·상속증여세·양도세·종합부동산세 등)로 인해 2008~2012년 집권 5년간 예상되는 누적 감세 효과다. 이 가운데 2011년까지 4년간의 감세 효과만 76조4천억원에 달한다.
뒤의 수치는 2008~2011년에 늘어난 국가 채무 규모다. 단순하게 말하면, MB 정부가 감세를 하지 않았으면 지난 4년간 국가 채무 증가액이 절반 이하로 줄었을 것이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감세 혜택은 주로 부자에게 집중되고, 재정 압박은 복지 축소로 이어져 양극화를 심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정부·여당은 고소득층은 물론 서민층에 대한 감세가 함께 이뤄졌다고 주장하지만 ‘부자 감세’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MB 정부 출범 이후 2009년 상반기까지 국민 1인당 감세 효과를 분석해보면, 고소득층(소득세 최고 과표 구간인 8800만원 초과)이 중·저소득층(8800만원 이하)에 비해 33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적하효과의 환상깨진 사실 시인한 결과"
정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 비중이 2010년 기준 33.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인 95.8%에 비해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국가 채무 통계에서 빠지는 공공기관의 부채까지 포함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공공기관 채무는 2005년 319조원에서 2009년 599조원으로 급증해, 2009년의 경우 국가 채무 360조원을 훨씬 상회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 4월 말 보고서에서 “정부가 2014년까지 재정수지(사회보장성기금 수지를 포함한 관리대상수지 기준) 균형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2015년까지도 연간 관리대상수지가 10조원 이상의 적자를 지속할 것”이라며 “법인세율과 소득세율 인하를 재정 균형이 이뤄지는 2014년까지 2∼3년간 유보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경쟁국에 비해 법인세 부담을 낮게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2000년 이후 OECD 국가들은 경쟁적으로 법인세율을 인하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은 지방세를 포함해 2010년 기준 24.2%로 OECD 국가 평균 25.9%보다 낮은 수준이다. 경쟁국인 싱가포르(17%)·홍콩(16.5%)·대만(17%)보다 높지만, 일본(39.5%)·미국(39.2%)·독일(30.2%)·오스트레일리아(30%)·중국(25%) 등에 비해서는 낮다.
홍종학 경원대 교수는 “소니 등 일본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삼성전자에 뒤지는 이유에 대해 법인세 부담이 훨씬 높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 기업의 법인세 부담이 커서 경쟁력 약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주장은 허구다”라고 말했다.
소득세의 실질 세부담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우리나라의 소득세 최고세율은 2009년 기준 38.5%로 OECD 국가의 최고세율 평균 41.5%보다 낮다.
한나라당이 법인세·소득세 추가감세 철회를 강행할 경우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정책(MB노믹스)은 사실상 뇌사 상태에 빠지는 셈이다. MB노믹스의 두 기둥은 ‘감세’와 ‘규제 완화’다. 이를 통해 대기업을 지원하고, 대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늘리면 서민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는 이른바 ‘적하효과’(Trickle-down Effect))를 기대했다.
하지만 현실은 양극화 심화로 이어졌고, 이는 고물가, 일자리 창출 부진, 부동산 시장 침체 등과 맞물려 4·27 재보선 패배를 낳았다. 박선숙 민주당 의원은 “적하효과의 환상과 신화가 깨졌음을 한나라당이 시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나라당 소장파의 김성식 정책위원회 부의장은 “(감세 철회는) 편향된 MB 정책을 바로잡는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은 감세 철회는 기본이고 이왕 내린 세금도 원상회복시켜야 한다고 공세를 편다. 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은 최근 감세 철회와 ‘등록금 반값’ 실현을 위한 여야 협의체 구성을 공식 제안했다. 정 최고위원은 법인세를 노무현 정부 수준으로 되돌리자는 복안이다. 민주당의 ‘조세통’인 이용섭 의원은 감세 철회를 위한 소득세법과 법인세법 개정안을 이미 제출해놓았다. 이 의원은 이명박 정부 들어 거의 사문화되다시피 한 종합부동산세를 다시 정상화하는 방안도 제기했다.
진보정당·시민단체, 증세 제기
하지만 일부 야당 의원과 조세전문가, 시민사회단체들은 단순한 감세 철회나 원상회복 수준을 넘어 증세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재정 건전성 악화와 더불어 향후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복지재정 수요 증가에 따라 추가적인 세수 확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은 “막대한 지출이 소요되는 서민복지를 내세우면서도 감세 정책을 유지하며 조세부담률을 낮추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며 “우리 사회가 본격적인 저출산·고령화 사회로 접어드는 상황에서 급증하는 복지 재원을 확보하려면 감세 철회를 넘어 증세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이명박 정부 들어 우리나라 국민의 세금 부담은 더욱 작아졌다. 조세부담률(경상GDP에서 조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기준으로 19.7%로, 참여정부 때인 2007년의 21%보다 낮아졌다. 이는 OECD 평균치인 25.8%를 크게 밑돈다.
조세수입과 사회보장기여금이 경상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국민부담률에서는 격차가 더 벌어진다. 우리나라 국민부담률은 2009년 25.6%로 역시 2007년(26.5%)보다 더 낮아졌는데, 이는 OECD 평균치인 34.8%에 비해 훨씬 낮다. 김재진 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복지 수요가 급증하는 반면, 성장률 둔화, 저출산·고령화의 급진전, 제조업 생산기지의 해외 이전 등 거시경제 여건상 세수 확대는 쉽지 않다”며 “결국 중·장기적 전망 속에서 국민의 동의를 얻어 증세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야당과 시민사회단체의 증세론은 사실상 부자와 대기업에 타깃이 맞춰져 있다. 경실련은 “법인세·소득세의 최고세율을 높이고 재산세를 인상하는 등 고소득층에 대한 증세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정치권에서는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가 가장 적극적이다. 이 대표는 이미 부자와 대기업 증세에 초점을 맞춘 소득세법과 법인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놓았다. 소득세와 법인세 최고 과표구간을 각각 1억2천만원과 1천억원으로 높이고, 최고세율도 각각 40%와 30%로 높이는 안이다(표 참조).
박선숙 민주당 의원도 복지 수요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낮은 조세부담률을 고려해 조세 부담을 서서히 높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박 의원은 “이명박 정부는 법인세 감세와 고환율 유지를 통해 사실상 대기업에 막대한 현금을 안겨주었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법인세율이 명목상 차이가 나지만 유효세율(실제 납부 세금을 기준으로 한 세율)은 큰 차이가 없는 점을 고려해 조세 형평성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 세율을 높이는 방안과 달리 진보신당과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목적세를 신설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진보신당은 ‘부자 증세(사회복지세 도입 및 부자 감세 철회) - 보편적 증세 - 사회보험료 개선’이라는 3단계 복지 재원 확충 방안을 제시했다. 진보신당 대표인 조승수 의원이 발의한 ‘사회복지세안’은 소득 상위 5% 고소득층과 0.3% 대기업을 대상으로 소득세·법인세·상속증여세·종부세 납부액의 15~30%를 사회복지세로 추가 징수한다는 것이다. 정동영 의원은 부유세를 신설하자는 구상이다. OECD 국가 중에서 부유세를 유지하는 나라는 8개국으로, 이들의 GDP 대비 부유세액 비율은 2007년 기준으로 평균 0.6%다. 하지만 상당수 의원들과 전문가들은 목적세 신설 방안을 국민에게 설득시키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본다.
민주당, 조세 저항 의식해 증세 언급 회피
민주당이 차기 총선·대선에서 무상급식과 무상의료, 무상보육, 대학생 반값 등록금 등 ‘3+1 무상복지’를 간판 상품으로 내걸고 여기에 일자리, 교육, 주거 안정, 기초노령연금까지 추가하겠다고 의욕을 보이면서도, 정작 복지 재원에 대해서는 세목 신설이나 세율 인상 없이 해결하겠다는 것도 조세 저항을 의식한 것이다. 하지만 20조~30조원으로 추정되는 관련 복지 재원을 민주당의 공언대로 재정 개혁과 조세 개혁, 건강보험 보험료 징수 체계 개혁 등만으로 조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 야당 의원은 “당내에서 증세 관련 준비가 안 돼 있고, 의원들 간에 컨센서스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정치권이 복지 확대를 강조하며 증세라는 말을 피하려는 것에 대해 “떳떳치 못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당장 증세에 합의하더라도 국민 소득이 꾸준히 늘어나지 않으면 지속되기 어렵다. 복지 확대를 위한 증세와 함께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국가 운용의 ‘그랜드 디자인’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 곽정수 기자 jskwak@hani.co.kr >
‘부자 대기업 증세안’ 국회 제출한 이정희 민노당 대표 인터뷰 ... “민주당도 감세 철회 넘어 증세에 분명한 태도 보여라”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5월19일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한겨레21>과 가진 인터뷰에서 “감세만이 살길이라고 주장하던 여당이 이제 와서 감세 철회를 얘기하는 것은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 대표는 한나라당의 추가 감세 철회 움직임을 뛰어넘어 소득세와 법인세 최고세율을 각각 40%와 30%로 높이는 이른바 ‘부자와 대기업 증세안’을 담은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놓고 있다.
이 대표는 “복지 수요 증가와 재정건전성, 조세형평성 등을 고려할 때 대기업과 고소득층으로부터 세금을 더 걷는 것이 불가피하다”며 “민주당도 감세 철회를 넘어 증세 문제에 대해 좀더 분명한 태도를 보이라”고 주문했다.
추가 감세와 관련한 한나라당 내의 기류가 복잡하다. ‘소득세·법인세 감면 모두 철회’(새 지도부·소장파)와 ‘법인세 감면 유지·소득세 감면 철회’(친박근혜계), ‘감세 유지’(친이명박계) 등 세 가지 의견이 혼선을 빚고 있다. 한나라당에서 처음 추가 감세 철회론이 나온 지 5일 뒤에 법인세 감면은 그대로 유지하자는 얘기가 나왔다. 박근혜 전 대표가 이전에 주장했던 것과 같은 것이다. 나머지 소득세 감면 철회도 그대로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난해 정기국회 때도 소득세 감면 철회 관련 의원총회를 추진하다 흐지부지되지 않았나. 민주당도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민주당이 어떤 책임을 져야 하나. 이미 감세 혜택을 받은 고소득층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내야 하지 않겠나. 증세대책을 낼 것인지 아닌지 당론을 분명히 해야 한다. MB의 감세정책이 글로벌 금융위기와 맞물려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는 비판을 받는데. 한마디로 무책임의 극치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재정건전성을 더욱 악화시켰다. 지방재정 문제도 심각하다. 감세가 지방교부세 축소로 이어져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재정을 더욱 악화시켰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지방재정의 심각성에 대해 물었더니, ‘정부도 땅 판다고 돈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라고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더라. 이 대표는 법인세·소득세 증세안을 내놓았다. 앞으로 복지 수요는 늘어나는 반면 세입은 늘리기 힘들어 증세의 필요성이 높아질 전망이지만, 국민한테 세 부담 증가는 반가운 일이 아니다. 국민 동의를 얻으려면 복지를 위한 증세라도 좀더 구체적일 필요가 있는데. 복지 확대에는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의 두가지 방법이 있는데 각각 의미가 있다. 선별적 복지의 경우 복지의 사각지대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기초생활보장의 사각지대에 있는 국민만 400만 명에 달한다. 또 현재의 최저생계비로는 생계유지가 불가능하다. 최저임금을 못 받는 노동자도 210만명에 달한다. 보편적 복지는 국민이 복지 확대를 위해 기꺼이 세금을 더 내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믿음을 줘야 한다. 두 증세 법안을 보면 법인세와 소득세의 최고세율을 모두 높이고,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과표 구간도 더욱 높였는데. MB 감세를 복원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이전 세율로 되돌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최고세율을 높여 해결하는 것이다. 조세 형평성을 높이려면 후자의 방법이 좋다고 생각한다. 소득세 최고세율을 현행 35%에서 40%로 높인 것은 2001년 수준을 회복하자는 것이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2%에서 30%로 높인 것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수준을 고려했다. 법인세 최고 과표구간을 1천억원으로 높인 것은 대상 기업을 가급적 최소화하려는 것이다. 법인세 최고구간을 현행 2억원 초과에서 1천억원 초과로 높이는 경우, 해당 법인들은 200여 개에 그친다. 소득세도 최고구간을 현행 8800만원 초과에서 1억2천만원 초과로 높여도, 해당 구간의 납세자는 5만 명에 불과하다. 세입 기반 확충 방안에는 꼭 세금을 늘리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과표양성화 등 다른 수단도 있는데. 맞는 얘기다. 우선 비과세·감면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4년 전 경제 살리기와 ‘747’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다음 대선 공약으로 무엇을 생각하나. 사람들이 자꾸 죽고 있다. 등록금 문제로 고민하는 대학생, 쌍용차 해고노동자, 가난한 노인, 장애인 아들을 둔 부모가 잇달아 자살을 하고 있다. 국민이 노동과 복지에서 모두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 우리 스스로 그런 세상을 만들어가야 한다. < 곽정수 기자 jskwak@hani.co.kr >
MB 경제정책의 핵심인 감세로 홀로 이득 본 대기업들 … 적하효과 없고 양극화·재정적자 심화한 감세정책 철폐론 퍼져 ‘야수 굶기기’란 말이 있다.
미국에서 재정 전략의 하나로 종종 등장하는 표현이다. 특히 미국의 시장주의자들이 감세 정책을 주장할 때 주로 쓴다.
말의 유래는 인도의 호랑이 사냥법이다.
사냥꾼들은 호랑이를 잡으려고 깊은 함정을 판다. 눈먼 호랑이들이 종종 함정에 빠져든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함정 속 호랑이라도 우리 속에 가두지 않으면 시장에 내다 팔 방도가 없다.
사냥꾼은 이럴 때 ‘야수 굶기기’에 들어간다.
호랑이를 오래 굶긴 다음 우리 속에 먹이를 넣어둔다. 굶주린 호랑이는 별수 없이 우리 속에 들어오게 된다. 간단히 호랑이를 생포하는 방법이다.
감세, ‘야수 굶기기’식 재정정책
미국의 감세론자들에게 호랑이는 ‘세금을 마구 낭비하는 정부’다.
국가가 먹이(세금)를 쫄쫄 굶어야 비로소 ‘작은 정부’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이런 말이 가장 잘 통하던 때는 1980년대 도널드 레이건 집권기였다. 1981년 레이건 대통령은 국정연설에서 ‘야수 굶기기’식 재정정책을 더 쉽게 설명했다.
“사치하는 아이의 버릇을 고치려고 하면, 아이에게 잔소리를 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간단히 용돈을 줄이는 방법으로도 버릇을 고칠 수 있다.”
출범 초기부터 작은 정부를 주창하던 이명박 정권의 경제정책의 알짬은 감세였다. 세율을 낮춰 시장의 효율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것이 이른바 ‘MB노믹스’의 핵심이었다.
이명박 정권의 감세 정책은 ‘부자 감세’라는 비난을 샀지만, 정부는 ‘적하효과’를 들어 감세 정책을 정당화했다.
‘적하효과’(Trickle-down Effect)란, 감세를 통해 먼저 혜택을 본 대기업과 부유층이 투자나 소비를 늘리면 그 효과가 하류 계층에게도 번진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삼성에서 세금을 덜 거둬 삼성이 벌이가 늘면 투자도 많이 해 일자리도 늘리게 된다는 것이다. 일자리가 늘고 서민의 수입이 늘면 과세 수입이 늘어나게 됨에 따라 세수도 늘어나니 나라 살림에도 보탬이 된다.
‘성장’과 ‘분배’, ‘재정 안정성’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전략이 된다. 잘되면 이보다 좋을 수가 없다.
이를 둘러싼 논쟁이 결국 최근 돌고 있는 감세 철회 논란의 핵심이다. 답은? 가장 정확한 설명은 ‘아직은 알 수 없음’이다. 이에 대한 실증적 연구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9년부터 시작된 감세 정책이 우리 경제에 끼친 영향은 헤아리기 쉽지 않다. 다수의 경제전문가들이 감세 정책 평가에 조심스러운 까닭이다. 감세 정책을 평가하는 세 가지 기준으로 경제성장, 분배, 재정 안정성을 들 수 있다.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감세 정책의 성공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세 가지 기준을 둘러싼 몇 가지 정황이 있을 뿐이다. 물론 정황 속에서 인과관계의 윤곽은 아련하게 드러난다. 하나씩 짚어보자.
먼저 경제성장 효과를 보면, 우리나라의 지표는 매우 긍정적이다.
지난해 경제성장률 6.1%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서도 터키(7.8%)를 빼곤 가장 높다.
2007년 말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에도 우리나라 경제는 꾸준히 플러스 성장을 했다. OECD 회원국 가운데서도 눈에 띄는 활약이었다.
여기에서 감세 정책의 공을 무 자르듯이 단언하기는 힘들다. 학자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있다. 대체로 주류 경제학자들은 감세 정책이 경제성장의 밑거름이 됐다고 본다.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경제학)는 “감세를 통해 경제성장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은 세계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법인세 감세는 기업의 투자 증대로 이어지고 곧 자본축적과 경제성장으로 이어진다고 풀이한다.
물론 반대 의견도 있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 교수(경제학) 같은 이가 대표적이다.
그는 198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이른바 ‘부자 감세’ 바람이 불었지만 실제로 이를 통해 경제성장을 이룬 실증적인 근거가 없다고 주장한다.
안개처럼 퍼지는 감세 회의론
최근의 국내 연구는 감세의 긍정적 효과를 지지한다.
2009년 한국경제연구원은 법인세를 3%포인트 깎아주면 국내총생산(GDP)이 0.48~0.59%포인트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또 올해 초 조세연구원도 법인세를 5%포인트 깎으면 GDP가 0.4~1.2%포인트 늘어난다고 풀이했다.
물론 두 연구 모두 이론적 분석에 따른 것이지, 감세 효과를 실증적으로 분석한 것은 아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한국경제연구원은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싱크탱크이고, 조세연구원은 국책연구기관이라는 사실이다.
이인호 서울대 교수(경제학)는 “감세 효과는 시기마다, 나라마다 다르게 나타날 수 있어 일반화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정부가 감세 기조를 유지하려면 실증적 숫자를 내놓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정부가 감세 정책의 성적표를 구체적인 수치와 함께 직접 공개해 보이라는 말이다. 물론 정부는 아직 그런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의 움직임은 주목할 만하다.
여권에서 소장파로 분류되는 정 의원은 지난해 말 문화방송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나와서 “수차례 정부에 (감세의 경제효과를 분석하는 자료를) 요구했지만, 정부가 내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여당 거물 인사조차 감세 효과를 확인할 근거를 찾아내지 못했다는 말이다.
올해 들어 정 의원은 감세 철폐론자로 나서기 시작했다. 그는 내년으로 예정된 추가 감세를 철회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 법률안을 지난 5월4일 대표 발의했다.
경제성장에 대한 감세 효과는 여전히 오리무중인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감세 회의론’이 안개처럼 퍼지고 있다.
둘째, 감세가 분배에 끼친 영향은 어떨까.
앞서 조세연구원도 올해 연구에서 감세가 소득분배에는 악영향을 끼친다고 분석했다.
연구원은 법인세 5%포인트를 줄일 때 생기는 효과를 분석한 결과, 소득불평등 수준을 가리키는 지니계수가 0.3407에서 0.3414로 소폭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니계수는 0~1 사이를 오가는데, 1에 가까울수록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한다는 뜻이다. 즉, 법인세를 낮추면 가진 자들이 더 많은 혜택을 가지게 된다.
또 법인세를 줄여서 기대되는 혜택 7조7800억원 가운데 생산 부문이 83%(6조5500억원)를 가져가고, 소비 부문은 나머지 17%(1조2300억원)의 혜택을 받게 된다.
생산 부문 가운데서도 노동이 취하는 몫은 7200억원이지만, 자본은 5조8300억원을 챙기게 된다. 결국 법인세 감세 혜택은 주로 자본의 품에 안기게 된다는 뜻이다.
좀더 들여다보면, 감세는 심지어 자본도 규모에 따라 차별했다(표 참조).
법인세율이 5%포인트 줄 때, 매출액 10억원 미만 업체의 자본에 돌아가는 이득은 0원이지만, 매출 1조원 이상 업체에 돌아가는 몫은 3조6천억원인 것으로 분석됐다.
감세로 재미본 대기업의 ‘독식성장’
우리나라 대자본들이 실제로 받은 혜택은 얼마나 컸을까.
국내 10대 기업의 매출 증가를 보면(856호 표지이야기 ‘대기업의 넘쳐나는 부가 서민에게 흐르지 않는다’ 참조), 대자본의 비약적인 성장에 눈이 부실 정도다.
삼성전자, 현대차, SKT, LG전자, 포스코, 현대중공업 등 10개사의 전체 매출액은 2007년 206조원에서 2010년 309조원으로 3년 사이 50% 증가했다. 액수 기준으로는 103조원이나 늘었다. 삼성전자는 매출액이 3년 동안 거의 두 배 수준으로 늘어났다.
10개 기업의 영업이익도 지난 3년간 19조원에서 31조원으로 63%(12조원) 급증했다. 10대 기업은 매출과 실리를 모두 챙겼다는 뜻이다.
정부의 감세 효과는 저금리나 고환율 같은 다른 친기업적 정책들과 함께 대기업의 실적을 도와주는 주요한 변수였다.
그렇다면 대기업이 쌓은 막대한 부가 정말 아래로 흘러내렸을까.
안타깝게도 그렇게 보기 힘들다. 수치들은 정부의 기대를 배신했다.
지난 3년 사이 10개 대기업의 전체 종업원 수는 지난해 말 현재 26만3404명으로 3년 전의 24만6312명에서 6.9%(1만7092명) 늘었을 뿐이다.
매출액 10억원당 고용 인원을 보여주는 ‘고용유발계수’는 오히려 평균 1.08명에서 0.84명으로 줄었다. 대기업들은 매출과 이익 증가로 성장한 것만큼 고용을 늘리지 않았다. 대기업으로 흘러간 부는 흘러내리지 않고 고였다.
대기업의 ‘나 홀로 성장’은 다른 지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GDP는 2007년 957조원에서 2010년 1042조원으로 8.95% 성장했다. 10대 기업의 같은 기간 매출액 증가분(103조원)은 나라경제의 생산 증가분(86조원)보다 오히려 컸다.
뒤집어 말하면, 10대 기업을 제외하면 다른 기업 또는 가계의 생산 규모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이쯤 되면 동반성장이 아니라, 대기업의 ‘독식성장’이다.
감세 정책이 지닌 고약한 역진성은 새로운 사실은 아니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09년에 낸 보고서에서도 이 부분을 지적했다.
연구원은 “법인세 감세에 따른 약간의 형평성 약화는 저소득층 및 취약계층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인 재정 지원으로 충분히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가 실제로 ‘충분히 보완’했을까.
복지예산은 감세가 파놓은 불평등의 골을 메웠을까.
그렇지도 않다. 저소득층에게 불리한 감세 정책을 펴면서 복지예산 증가율은 오히려 줄었다. 2006~2009년 해마다 10%를 넘던 복지예산 증가율은 지난해 8.8%로 떨어졌고, 올해에는 6.6%로 줄었다.
조세정책과 복지정책 모두 ‘부익부 빈익빈’을 부채질했다. 정부가 말한 적하효과는 자리잡을 곳이 없었다.
셋째, 감세가 나라 금고에 끼친 효과다.
감세는 일단 세입에 영향을 준다.
소득세와 법인세의 변화 추이를 보면, 소득세는 감세 정책의 효과로 2008년 36조원에서 2009년 34조원으로 떨어졌다가, 지난해 다시 37조원 수준을 회복했다.
법인세 신고분은 2008년 39조원에서 2009~2010년 연속해서 35조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감세 정책 덕에 소득세와 법인세의 세입은 2008년 수준을 유지하거나 못 미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런 경향은 앞선 노무현 정권 시기와 대조적이다.
소득세는 2003~2007년에는 21조원에서 39조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고, 법인세도 같은 기간 26조원에서 35조원으로 대폭 늘었다.
이번 정권 들어 감세로 세수가 줄어드니, 당연히 나라 살림은 쪼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증세, 경기침체와 양극화 해법
실질적인 나라 살림을 보여주는 정부의 ‘관리대상수지’를 보면, 2008년 이후 적자폭이 크게 늘었다. 적자 규모는 2008년 15조6천억원, 2009년 43조2천억원, 2010년 13조원에 달했다.
최근 3년간 관리대상수지의 GDP 대비 적자비율은 1.1~4.1%다. 참여정부 5년간 GDP 대비 적자비율(0.4%)보다 훨씬 크다. 그만큼 나랏빚이 늘어나게 된다는 뜻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가 채무는 처음으로 400조원을 넘어섰다. 박시백 서울시립대 교수(조세학)는 “감세를 하면 소득 격차가 벌어지고, 재정 적자가 커지는 단점이 있다. 두 가지를 염두에 두고 증세를 고려해야 한다. 경기침체로 양극화가 가속화하고 정부 지출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감세는 바람직한 선택이 아니었다”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감세로 생기는 구멍을 복지예산을 깎는 등 지출을 줄이는 방법으로 해결하려 한다. OECD의 경제전망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GDP 대비 일반 정부 지출 비중은 2009년 31.9%로 정점을 찍은 뒤 2012년 27.3%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다. OECD 평균 일반 정부 비중은 매년 40% 안팎이다.
감세를 둘러싼 우리나라의 풍경을 보면, 한국에서도 시장의 몫을 키우려고 정부가 세수와 세출을 죄는 한국판 ‘야수 굶기기’가 진행되고 있다.
굶주리는 호랑이 주변의 희미한 정경에 초점을 정확히 맞추면, 또 하나의 주인공이 시야에 또렷이 들어온다.
야수를 굶겨서 득을 보는 사냥꾼, 대기업들이다. <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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