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인권유린 비판이 ‘공익에 반한다’는 대법원 판결

道雨 2012. 4. 20. 10:49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의 시국선언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전교조 교사 3명에게 어제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유죄판결이 내려졌다. 공무원인 교원으로서 공익에 반하는 행위일 뿐 아니라 직무전념의무를 게을리한 집단적 행위이므로 국가공무원법에 위반한다는 게 주요 취지다. 그러나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경시하고, 공무원법 조항을 지나치게 넓게 해석한 매우 실망스런 판결이 아닐 수 없다.

시국선언은 지난 2009년 5월 각계 인사 100인이 처음 시작해 학계 등 각계각층으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교사 집단인 전교조가 동참하게 됐다. 촛불시위와 피디수첩 등에 대한 무리한 검찰 수사, 용산참사 등을 보면서 이명박 정권의 민주주의 침탈과 인권유린 행위를 보다 못한 인사들이 국정운영의 전면 쇄신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전교조의 선언에 1차 1만7000여명, 2차 2만8000여명이 참여할 정도로 정권의 독선적 정국운영에 대한 우려가 심각한 상황이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정부는 촛불시위와 피디수첩, 야당 인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의 연장선상에서 전교조 교사들에 대해서도 교육과학기술부와 검찰을 동원해 잡도리에 나섰다. 파면·해임 등 중징계에 이어 1차 86명, 2차 73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함에 따라 어제 처음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이 나온 것이다.

유엔 인권이사회 총회가 지난해 6월 교원과 공무원의 의사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권고를 담은 보고서를 채택하는 등 현 정부 들어 인권상황 후퇴에 대한 나라 안팎의 우려가 크다는 점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이번 판결은 법논리적으로도 문제가 적잖다. 전원합의체 다수의견은, 엄격한 적용을 생명으로 하는 형법 해석의 기본원칙과도 거리가 있다.

이 점에선 대법관 5명의 소수의견이 더 설득력이 있다. 소수의견은 정부 정책이나 국정운영 등에 대한 비판 내지 반대 의사를 표시하면서 개선을 요구한 것은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행사한 것일 뿐이므로 법에 정한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위한 행위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또 시국선언으로 학생들의 수업권이 침해되거나 교육행정에 지장이 초래된 게 아니므로 직무전념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도 없다는 것이다. 애초 교과부 교원단체협력팀이 지난 2009년 내부 법률검토를 거쳐 작성한 문건의 취지도 이와 똑같다. 그게 바로 상식적인 법해석이기 때문이다.

인권보호의 최후의 보루이자 행정권 남용을 견제할 책임이 막중한 사법부가 제구실을 못하면 국민으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다.

[ 2012. 4. 20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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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의 ‘교사 시국선언’ 유죄 판결, 유감스럽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어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2009년 시국선언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판단하고, 시국선언을 주도한 교사들에 대해 유죄를 확정했다. 대법원은 “헌법정신에 비춰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교원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일정 범위 내에서 제한될 수밖에 없다”면서 “교원들의 시국선언은 정치적 편향성 또는 당파성을 명확히 드러낸 것으로 국가공무원법이 금지하는 집단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앞서 1심은 무죄, 2심은 유죄를 선고하면서 교육계와 노동계에선 대법원 판결의 향배를 주목해왔다.

이번 판결은 헌법적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의 범위를 좁게 해석함으로써,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적 시민권’을 제약하는 것이어서 유감스럽다. 우리가 박일환·전수안·이인복·이상훈·박보영 대법관 등 5명의 반대의견(소수의견)에 주목하는 이유다. 이들 대법관은 “피고인들의 시국선언은 민주주의 국가라면 마땅히 공론의 장으로 받아들여야 할 행위”라며 “그 표현의 주체가 공무원인 교원이라는 이유로 표현의 자유에 관한 헌법상 보호 범위에서 배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규정한 헌법 제7조 2항은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헌 때 신설됐다. 혁명의 도화선이 된 3·15 부정선거가 관권선거로 얼룩진 데 대한 자성의 결과로, 공무원들이 정권의 부당한 정치개입 지시를 받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보호규정이 의무규정으로 둔갑해 공무원과 교사들의 기본권 침해에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한국과 같이 공무원·교사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은 정치적 이슈·선거 후보자에 대한 의견 개진은 물론 정당활동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도 근무시간 외의 정치활동은 폭넓게 허용하고 있다. 우리와 유사하게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일본조차 특정 정책의 지지·반대를 위한 서명운동은 막지 않는다. 유엔인권이사회는 지난해 6월 한국 정부에 ‘교사·공무원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권고하는 보고서를 채택한 바 있다. 19대 국회에서는 관련 법 개정을 통해 공무원과 교사들의 정치적 시민권을 되찾아줘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우리 공무원과 교사들을 ‘정치적 한정치산자’로 방치할 수는 없다.

 

[ 2012. 4. 20  경향신문 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