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 “나를 잡아가라”…‘세월호 천막’ 수사 비판
*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해 5월15일 서울시장 후보 신분으로 서울광장에 마련된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의 정원’을 둘러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유족들 다 쫓아냈어야 했나…법 위반도 아냐”지난 21일 임종석 정무부시장 경찰 출석 조사
“잡아가려면 잡아가라 그래요. 내가 잡혀갈게요.”
박원순 서울시장은 27일 오후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서울 광화문의 세월호 유가족 농성장 천막 지원 논란에 대해 질문이 나오자, 이렇게 말했다. 그는 “그러면 내가 어떻게 하면 좋겠나요? 유족들 다 쫓아내는 게 좋아요?”라고 반문하며, “그건 아닌 것 같다”고 꼬집었다.
앞서 한 보수단체는 서울시가 세월호 유가족 농성을 위해 광화문광장에 천막을 설치해줬다며, 박 시장과 서울시 공무원 3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지난해 8월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임종석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경찰의 요구로 지난 21일 세월호 천막 설치와 관련해, 서울 종로경찰서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박 시장은 “유족의 슬픔과 아픔과 한을 생각하면, 그것 좀 해드리는 게 뭐가 그렇게 그래요. 법령 위반도 아니고. 설사 잡아가려면 잡아가라 그래요. 내가 잡혀갈게요. 왜 나를 소환 안했나 몰라”라며, 1년 가까이 끌고 있는 경찰의 수사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박 시장은 “기본과 상식, 합리와 균형 그런 게 중요합니다. 상식과 원칙이란 측면에선 아마 우리가 점수를 많이 땄을 거예요. 우리 임종석 부시장도 구속하라고 그래요. 근데 경찰도 아니까 그 정도(참고인 조사) 하고 마는 거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과 관련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반대해서 오히려 사업이 유명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우리가 공을 들인 건 한양도성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는 것이었는데, 아무도 반대 않고 언론도 가만히 있다보니 사람들이 모른다. (반면 서울역 고가 공원은) 반대하면서 진짜 유명해지고 본의 아니게 엄청난 게 생겼다. 완성되면 청계천 복원사업 정도의 효과가 나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을 진행하면서 우리나라 지형과 사정을 모르는 외국인들을 포함시킨 국제현상공모로 진행했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서는 “그럼 국제공모는 늘 하지 말아야 하나”라고 반문하며 “우리는 콘셉트만 산 것이고, 그 콘셉트를 기초로 시민들의 아이디어를 얼마든지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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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세월호 유가족에 천막 제공했다고 '직무유기' 고발 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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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임종석 정무부시장이 세월호 농성장 천막 지원 고발사건의 참고인 자격으로 21일 오후 서울 경운동 종로경찰서로 출석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관련사진보기 |
"시민 안전 지키려 한 일로 이렇게 조사를 받게 되다니..."
21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경찰서 현관. 조사를 받기위해 도착한 임종석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어두운 얼굴로 착잡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임 부시장은 경찰로부터 지난 20일 오후 출석하라는 통보를 받았으나 일정이 맞지 않아 조율한 끝에 이날 나온 것이다.
그의 혐의는 직무유기. 작년 여름 세월호 유가족들이 광화문광장에 친 천막을 방치했다는 한 보수단체의 고발에 따른 것이다.
그는 "형언할 수 없는 고통 속에 광화문광장에서 단식하고 있는 유가족들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천막과 의료, 물자 지원을 한 것은 시가 마땅히 해야 할 의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모든 공직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국민 안전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데, 그 의무를 다한 결과로 이렇게 조사를 받게 된 데 대해 헤아릴 수 없는 아픔을 느낀다"고 말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지난 19일 자청해서 연 기자회견에서도 "세월호 천막은 작년 7월 14일부터 유민아빠 김영오씨 등 세월호 유가족 5명이 광화문광장에서 특별법 제정요구 단식농성을 시작하면서 지원한 것이다, 당시엔 정부도 장례지원단을 운영하며 유가족을 지원했고, 국회도 국회 차원의 지원을 약속하는 등 범국가적 지원 분위기 속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유가족들이 실신하는 등 상황에서, 그들의 건강과 안전을 우려해 인도적 차원에서 천막을 지원한 것"이라고 억울함을 토로한 바 있다(관련기사 : "세월호 천막 지원 경찰 출두? 너무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미 서울시 담당 공무원이 6명이나 불려가거나 서면으로 조사를 받았는데, 정말 황당하다"며 "이런 일이 이런 방식으로 진행되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같은 시각 종로경찰서 밖에는 엄마부대봉사단 소속 여성 회원 10여 명이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난하는 펼침막과 손팻말을 들고 "세월호 사고가 난 지 1년이 넘도록 광화문광장에 설치한 불법천막을 방치한 박원순 시장은 더 이상 자격이 없으니 당장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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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부대봉사단 회원 10여명이 21일 오후 서울종로경찰서 앞에서 세월호 유가족에게 천막을 제공한 박원순 서울시장을 규탄하고 있다. 이날 임종석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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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