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자료, 기사 사진

판결 빌미로 청와대와 뒷거래한 ‘양승태 대법원’

道雨 2018. 1. 23. 10:24




판결 빌미로 청와대와 뒷거래한 ‘양승태 대법원’


대법원 추가조사위원회가 22일 그간 조사 결과를 공개한 걸 보면, 법원이 이렇게까지 타락했나 싶을 정도로 충격을 금할 수 없다.

대법원장의 사법행정 방침에 비판적인 판사들을 사찰한 것도 그렇거니와, 특정 사건을 놓고 청와대와 뒷거래하다시피 한 정황을 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판사들의 컴퓨터를 조사해 달라는 전국법관대표회의 요구를 극구 거부한 이유도 이제야 알 만하다.





조사위가 행정처 심의관이 사용하던 컴퓨터에서 확보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 판결 선고 관련 각계 동향’ 문건에는, 행정처와 청와대 사이에 오간 뒷거래 정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2심 선고 다음날인 2015년 2월9일치 문건엔, 청와대가 선고 전 ‘무죄’를 기대하며 ‘법무비서관실을 통해 행정처에 전망을 문의’했고, 선고 뒤엔 ‘우병우 민정수석이 큰 불만을 표시하며, 재고의 여지가 있는 경우 상고심 절차를 신속하게 전원합의체에 회부해줄 것을 희망’했다고 돼 있다. ‘향후 대응 방향’으로 ‘상고심 판단이 남아 있어…대법원이 이니셔티브를 쥘 수도 있다’며, ‘상고법원과 관련한 중요 고비를 넘길 수 있도록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재판부 의중을 파악’해 알려주는 것도 문제지만, 사건을 이용해 상고법원을 관철해보자는 건, 판결을 미끼로 한 뒷거래나 마찬가지다.


더 심각한 것은 실제로 추진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법원…길들이도록(상고법원)’이라고 적힌 김영한 전 민정수석 업무일지처럼, 청와대도 상고법원으로 거래하려 했던 것 같다.

대법원이 원세훈 사건을 이례적으로 전원합의체에 넘겨 주요 댓글의 증거능력을 부인하는 만장일치 판결까지 내렸으니 의심은 더 커진다.


행정처는 대법원장에 비판적이란 이유로 국제인권법연구회를 겨냥해 ‘중복가입 해소 조처’나 예산 삭감 방안을 논의하고, 판사들의 온라인 모임에 침투해 정보를 수집하고 무마책도 꾸몄다.

사법행정위원회 구성 과정에선 판사들의 ‘진보·보수’ 성향을 분석한 자료까지 제공했으니, 분명한 사찰·탄압이 아닐 수 없다.


재판의 독립, 판사의 독립을 위해 애써야 할 행정처가, 거꾸로 ‘사법부의 국정원’처럼 사찰과 뒷거래를 시도했다면, 정확한 진상 규명과 법적·행정적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해, 새로운 차원의 수사와 조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 2018. 1. 23  한겨레 사설 ]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828869.html#csidxb6b28fc011039feb527d406cdbc3455



*************************************************************************************************




우병우 요구대로 바뀐 재판부 ‘원세훈 유죄 파기’ 만장일치

 




양승태 대법, 판사 사찰 파문
행정처 문건에 드러난 재판 개입


양승태 대법원장이 지난해 9월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양승태 대법원장이 지난해 9월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양승태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가 2012년 ‘대선 개입’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2심 선고 전후 동향을 청와대에 보고한 것은, ‘사법부 독립’의 근간을 뒤흔드는 위헌적 행각이다. 특히 대법원은 원 전 원장의 선거개입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2심 판결 이후, 당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요구한 대로 사건을 소부를 거쳐 전원합의체로 넘겼다.


청와대, 2심 선고 전후 개입
“항소기각 기대”하며 전망 문의
우병우, 유죄 선고직후 불만 표시
“전원합의체에 회부” 노골적 요구

우병우 뜻대로 전원합의체 회부
결국 대법관 13명이 만장일치로
원세훈 유죄 선고한 2심 파기

대법, 상고법원과 ‘빅딜’ 검토까지
양승태 원장이 밀던 상고법원
원세훈 상고심과 연계방안 제시


대법원 추가조사위원회(위원장 민중기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22일 공개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 판결 선고 관련 각계 동향’ 문건은, 그동안 ‘양승태 대법원’이 정치권력과 어떻게 결탁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문건은 서울고법 형사6부(재판장 김상환)가 2015년 2월9일 원 전 국정원장의 대선·정치 개입 혐의를 인정해 징역 4년을 선고한 다음날 작성됐다.
앞서 1심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이범균)는 원 전 원장의 선거개입을 무죄로 판단한 바 있다.

문건을 보면, 청와대는 판결 선고 전에 ‘항소 기각을 기대’하며 행정처에 전망을 문의했다. 초법적 발상이자 노골적인 압박인 셈이다.
행정처는 ‘우회적·간접적인 방법으로 재판부의 의중을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음’을 알렸고, 재판 결과에 관해 ‘1심과 달리 결과 예측이 어려우며, 행정처도 불안해하고 있다’며, 부정적인 결과를 예상하고 있다는 점을 우회 전달했다. 1심 재판 때도 모종의 의사교환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2심에서 선거개입 유죄가 선고된 뒤, 청와대의 요구는 더 노골적이었다.
문건은 ‘우병우 민정수석→사법부에 대한 큰 불만을 표시하면서, 향후 결론에 재고의 여지가 있는 경우에는 상고심 절차를 조속히 진행하고, 전원합의체에 회부해줄 것을 희망’이라고 요약했다. 이에 행정처는 ‘사법부의 진의가 곡해되지 않도록 상세히 입장을 설명’한 뒤 내부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

특히 대법원 심리와 관련해 ‘항소심 판결과 1심 판결을 면밀히 검토→신속 처리 추진. 기록 접수 중이라도 특히 법률상 오류 여부 면밀히 검토’라고 적힌 부분은, 향후 대법원이 이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지 짐작할 수 있게 한다.


*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이 문건을 작성한 심의관은 쟁점 검토 부분에서 ‘이 사건 파일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가 절대적인 핵심 쟁점일 듯. 지논 파일과 시큐리티 파일로 인정되는 사실관계는 너무나도 구체적임. 그러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기는 쉽지 않아 보임’이라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실제 2015년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만장일치로 선거개입 유죄 증거였던 국정원 트위터팀 직원의 전자우편 첨부 파일 2건(‘425지논’, ‘시큐리티 파일’)은 증거가 아니라며 2심을 파기했다. 우 전 수석의 요구대로 소부를 거쳐 신속하게 전원합의체에 넘겨졌고, 전원합의체는 두 파일의 ‘증거 능력’을 문제 삼으며 결과를 되돌린 것이다.



대법원의 이런 대응은 양 대법원장이 추진하던 ‘상고법원’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문건에는 ‘상고심 판단이 남아 있고 비에이치(BH·청와대)의 국정 장악력이 떨어지고 있는 국면→발상을 전환하면 이제 대법원이 이니셔티브를 쥘 수도 있음’, ‘상고법원과 관련한 중요 고비를 넘길 수 있도록 추진을 모색’ 등의 표현이 등장한다.

한 판사는 “행정처가 상고법원을 고려해 원 전 원장 재판에 직접 개입했고, 그 결과 이례적으로 ‘13 대 0’의 만장일치 판결이 나왔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28920.html?_fr=mt2#csidx4640a8fb2c6780dbc2982a07e35a6c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