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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비(MB)의 추억 : 2007년 그땐...

道雨 2018. 1. 23. 10:51







2007년 그땐, 하늘이 MB를 도왔다


 

정치BAR_김태규의 영점조준_엠비(MB)의 추억 ①



그래픽_김승미
그래픽_김승미


(편집자 주: 정치 개입 의혹을 둘러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 원장에 대한 검찰의 칼끝은 이제 국정원 특활비 상납, ‘다스 비자금’ 120여억원, 다스의 비비케이(BBK) 투자금 140억 강압 환수 등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다스는 누구 것이냐”란 질문으로 이 전 대통령을 둘러싼 각종 의혹의 규명을 요구하고 있기도 합니다.
<한겨레>는 2007년 여름 유력한 대선 후보였던 이 전 대통령의 도덕성 검증을 위해 특별 취재팀을 구성해 끈질기게 추적한 바 있습니다. 당시 취재팀이었던 김태규 기자가 취재 수첩을 공개 합니다.)



2007년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인물은 ‘이명박’이었다. 그는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 복원과 대중교통 체계 개편 등의 성과를 일궈내며 일찌감치 보수 진영의 매력적인 대선주자로 자리매김했다. 2006년 추석 무렵부터 형성된 강고한 대세론은 별로 흔들린 적이 없었다. 한나라당 경선에서 ‘숙적’ 박근혜만 꺾으면 대통령 당선이 잠정 확정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의 도덕성은 아킬레스건이었다. 다스와 도곡동 땅을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건, 그가 정치를 시작할 무렵부터 제기된 의혹이었다. BBK 주가조작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탐욕스럽게 재산을 은닉하고 타인에게 손해를 가했다는 의혹이 맞는지, 아니면 억울한 마타도어인지 검증이 필요했다. 한겨레가 2007년 여름부터 특별취재팀을 꾸려 대세 이명박 후보의 검증에 나선 이유다.


당시 정치부 여당팀 말진이었던 나도 검증팀의 일원으로 참여하면서 엠비와의 기나긴 인연이 시작됐다. 2007년 여름부터 겨울까지 비비케이 의혹을 팠고, 2008년 2월까지 이명박 특검팀 취재를 맡았으며, 2012년 대선 직전엔 내곡동 특검을 취재했다. 공교롭게도 이명박이라는 사람의 개인 비리를 모두 전담해서 취재하게 된 것이다.


그 오랜 취재 끝에 내린 결론은 첫째, “이명박은 대한민국 역사에서 가장 문제적 인물”이라는 점이고, 둘째는 “절대로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될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그가 대통령이 되는 불우한 역사의 전개를 막을 수 있었던 결정적 순간, 뒤늦게라도 그의 본질을 드러내 보일 수 있었던 결정적 기회가 있었지만 그는 그때마다 무사하고 안녕했다.


이제서야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그를 바라보며, 그와의 지저분한 인연을 정리할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 글을 연재하기 시작하는 이유다.



2007년 7월2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열린 ‘한나라당 장애인 비전 전진대회’에 참석한 이명박 경선 후보, 박근혜 경선후보(오른쪽부터)가 내려오는 종이꽃가루를 올려다 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
2007년 7월2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열린 ‘한나라당 장애인 비전 전진대회’에 참석한 이명박 경선 후보, 박근혜 경선후보(오른쪽부터)가 내려오는 종이꽃가루를 올려다 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




엠비의 도덕성 문제는 그가 서울시장을 찍고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을 때부터 불거지기 시작했다. 검증의 신호탄은 2007년 한나라당 경선 때 박근혜 캠프가 먼저 쏘아올렸다.
박 캠프는 엠비의 전과조회서까지 공개하며 거세게 몰아붙였다. 선거법 위반, 범인도피죄, 건축법 위반, 노조설립 방해 등 갖가지 이유로 그가 검찰 조사를 받고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의혹이 옛날 신문 스크랩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런 사건들은 그가 이미 죗값을 치렀으므로 별로 얘기가 안 되는 곁가지였다.


엠비 검증의 핵심은 의혹은 무성했으나 확인되지 않은 3가지, BBK, 도곡동, 다스 건이었다. 한나라당이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2007년 7월19일 자체적으로 실시한 1차 검증 청문회에서도, 검증위원들은 이 3가지 의혹에 집중했다.


검증위원들은 특히 이 후보의 형 이상은씨와 처남 김재정씨의 공동명의로 돼있는 서울 도곡동 땅에 대해 △두 사람의 도곡동 땅 매입자금 출처의 소명이 부족하고 △두 사람이 1985년에 도곡동 땅을 사고 1995년에 팔 때 배분 비율이 다르며 △두 사람의 계좌가 거주지와 먼 이 후보 소유건물이 있는 서초동 법조단지 지점에 개설된 점 등을 들며 이 후보의 차명소유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도곡동 땅은 나와는 관계가 없다. 돈이 내게 한푼도 안 왔다”고 해명하며 넘어갔다. 도곡동 땅은 내 것이 아니라는 강한 부정이었다.



2007년07월19일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검증 청문회에서 이명박 당시 후보가 자료를 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007년07월19일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검증 청문회에서 이명박 당시 후보가 자료를 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당시 한나라당의 검증청문회는 매우 획기적이었고 성공적이었다.
지지율 1위인 이명박 후보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도덕성 검증 문제를 쉬쉬하며 넘기지 않고, 공개 청문회를 통해 자체적으로 드러내고 정면승부를 택한 것이다. 외부에서 매를 맞느니, 자체 검증으로 예방주사를 세게 놓겠다는 의도도 있었다.
정당 사상 초유의 자체 검증 청문회는 의혹의 해소 여부를 떠나 많은 관심을 끌고 어느 정도 의혹이 해소됐다는 이미지를 준 건 사실이다.


그렇게 한나라당의 1차 검증 청문회가 성공적으로 끝난 다음날인 2007년 7월20일, ‘도곡동 땅이 엠비 것’임을 뒷받침하는 문건 내용이 공개됐다. 감사원이 작성한 ‘98년 포항제철 경영관리실태’ 특정감사 문답서였다.
1998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도곡동 땅의 주인이 이명박씨 아니냐”는 질의가 나오자, 감사원은 도곡동 땅을 사들인 포철을 상대로 감사에 나섰다.
포철의 계열사인 포스코개발은 1995년 이상은·김재정 명의로 돼있는 도곡동 땅을 263억원을 주고 사들였고 그 자리에 아파트를 지었다.

당시 포철의 최고경영자(CEO)였던 김만제 회장은 감사원 감사 과정에서 “도곡동 땅은 엠비 것”이라고 또렷이 진술했다.

김동철 당시 무소속 의원은 감사원 감사관이 김만제 회장을 상대로 조사한 ‘문답조서’를 감사원에서 열람했고, 이를 필사해서 한나라당 검증청문회 바로 다음날, 언론에 공개했다. 문답서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감사관 : 도곡동 부지를 언제, 어떻게 알게 되었습니까?
김만제 : 조영수 부사장으로부터 위 땅이 아주 좋다는 얘기를 들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관 : 이정부 사장에게 “평소 출퇴근하면서 보는데 대로변에 있어 괜찮아 보이더라”라고 말한 적 있습니까?
김만제 : 예, 있습니다.
감사관 : 위 부지의 실질적 소유자가 이명박씨라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
김만제 : 예, 알고 있습니다.
감사관 : 언제, 어떻게 아셨습니까?
김만제 : 김광준 상무가 위 부지를 매입했다고 보고하면서 얘기해서 알았습니다.



전날 “도곡동 땅은 나와는 관계가 없다”던 이명박 후보의 거짓말이 ‘딱 걸린’ 물증이었다. 하루 차이로 거짓말이 입증되는 상황이어서 대세론에 큰 균열을 낼 수 있는 핵폭탄급 악재라고 봤다. 정치부 말진기자인 내가 봐도 이 부분만큼은 엠비가 쉽게 빠져나가지 못할 것 같았다.


그러나 그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불과 몇 시간 뒤 아프간에 있던 분당 샘물교회 신도 등 21명이 탈레반 반군 세력에 납치됐다는 긴급뉴스가 날아들었기 때문이다.
사상 초유의 피랍 사건 탓에, 도곡동 땅이 엠비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감사원 문답조서에 대한 관심은 뉴스시장에서 뒷전으로 밀렸다.
엠비의 거짓말을 극적으로 입증할 수 있었던 절호의 찬스가 무산된 것이었다.


국회 정치부 부스에서 피랍 뉴스를 들은 나는 정신이 멍해졌다. 나의 머릿속에선 부정하고 싶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한 마디가 계속 맴돌았다. ‘엠비를 하늘이 돕는구나.’

그뒤 여러 차례 엠비의 범죄를 추적해야 했던 나의 기자생활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좌절의 연속이었다.

<한겨레> 2007년7월21일치 1면. 도곡동 땅이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소유라는 내용이 담긴 ‘98년 포항제철 경영관리실태’ 특정감사 문답서와 관련된 보도가 실렸다. 머릿 기사는 분당 샘물교회 신도들의 아프칸 피랍 사건.
2007년07월19일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검증 청문회를 보도한 <한겨레> 7월20일치 3면.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bar/828936.html?_fr=st1#csidx3e6dac83b046d34a85fdd99cf254b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