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린 핵담판 불씨...北 '로드맵' 결단하면 美 '식량+α' 패키지
FFVD 원칙속 '단계적 스몰딜' 언급..金 설득이 최대과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의 북핵 중재안인 '굿 이너프 딜'(good enough deal·충분히 괜찮은 거래)의 가능성을 열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영변 플러스 알파' 조치로 비핵화 로드맵을 결단한다면, '인도적 지원 플러스 알파 제재완화' 패키지를 줄 수 있다고 밝혔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위한 빅딜 △현 수준 대북제재의 지속 △대화 기조 속 제3차 북미 정상회담의 추진과 같은 기존 원칙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포괄적 빅딜 속 단계적인 스몰딜의 가능성 △식량지원 등 인도적 대북지원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하노이 노딜' 이후 '슈퍼 매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을 앞세워 리비아식 일괄타결(all or none, 전부 아니면 전무) 해법을 제시해온 것에서 한 발 물러선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 시점에서는 빅딜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빅딜이란 바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것"이라면서도 "스몰딜이 있을 수 있다. 단계적인 조치(step by step)를 밟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3차 북미 정상회담은 김 위원장의 결단에 달렸다. 많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압박했다.
지난 '하노이 노딜' 당시 김 위원장이 제시했던 '영변 핵시설 폐기'와 '5개 핵심 경제제재의 전면적 해제'의 교환으로는 딜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미국은 5개 핵심 경제제재의 해제는 FFVD 달성 시에나 가능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영변 플러스 알파'를 내놓고, 상응조치의 기대 수준을 낮추는 결단을 해줄 것을 촉구한 것이다. 김 위원장의 '영변 플러스 알파' 의지는 우리 정부도 다음 회담 테이블 세팅을 위해 전제조건으로 간주하고 있는 사안이다.
플러스 알파 비핵화 조치로 거론된 것은 비핵화 타임테이블의 도출이다. 지난 하노이 회담 당시 김 위원장이 내놓지 못했던 그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 로드맵을 제출하면 일부 제재해제를 논의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고 답했다.
상응조치로는 우선 식량 등 인도적 지원을 김 위원장의 눈 앞에 꺼내면서도,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의 재개 카드도 만지작 거렸다. 김 위원장의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 수준에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 여부가 달렸다는 뜻을 분명히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해 "지금은 적기가 아니다"면서도 "북한이 핵을 폐기하는 제대로 된 합의가 이뤄진다면 이런 지원을 할 수 있다. 적절한 시기가 되면 지원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상응조치 패키지'를 제시할 수 있다는 뜻을 피력한 것이다.
패키지에는 △지난 하노이 회담 당시 합의한 종전선언과 연락사무소 △이번에 문 대통령과 논의한 식량지원 등 인도적 지원 △그리고 북측이 제시할 비핵화 로드맵의 특정 단계에 대한 보상으로의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재개가 포함될 수 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논의한 협상판 아웃라인에 김 위원장이 동의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비핵화 로드맵을 내놓고, 당장 받을 수 있는 상응조치의 수준은 낮춰야 한다는 점에서, 결단을 장담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문 대통령이 곧바로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이유이기도 하다. 망설이는 김 위원장에게 '트럼프 패키지'를 받을 것을 설득하기 위해서다.
김 위원장이 최근 최고인민회의를 계기로 '핵-경제 병진' 노선을 폐기한 '경제 총력' 노선의 이행을 강조하며 대화의지를 보인 점은 기대할 만한 부분이다.
문 대통령은 귀국 후 대북특사 등의 카드를 통해 김 위원장과의 대화에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트럼프 대통령도 "남북 접촉을 통해 북한의 입장을 조속하게 알려달라"고 문 대통령에게 당부했다.
'시사, 상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당 의원들이 막말 쏟아내는 진짜 이유. 혓바닥 농사와 지옥 풍경 (0) | 2019.04.17 |
---|---|
잘나가던 '아로니아'는 어쩌다 이렇게 망했나. 농산물 가격폭락 과정의 전말 (0) | 2019.04.15 |
문재인 홀대론? 한국 대통령 부부 최초 ‘오벌 오피스’ 초대 받다 (0) | 2019.04.12 |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비율 15%...세계 45위 작년보다 5계단↑ (0) | 2019.04.10 |
자유한국당은 ‘언론의 자유’를 운운할 자격이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 (0) | 2019.04.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