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의 형집행정지가 불허됐습니다.
지난 4월 25일 서울중앙지검은 형집행정지 심의위원회를 열어, 박 전 대통령의 형집행을 정지시킬만한 사유가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형집행정지는 징역형을 받은 재소자가 생명이 위독할 정도의 중병이 걸리면, 구치소나 교도소에서 나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을 말합니다.
이외도 70세가 넘은 고령이거나, 임신 후 6개월 이후, 또는 출산 후 60일 이내 등,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도 해당됩니다.
박 전 대통령은 디스크 통증 때문에 형집행정지를 신청했는데, 심의위는 박 전 대통령의 디스크 통증이 형을 정지할 만큼 심각한 상태는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심의위의 결정에 따라, 서울중앙지검은 박 전 대통령의 형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불허 의결을 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의 형집행정지가 불허되자, 일부 극우 단체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일부러 박 전 대통령을 풀어주지 않으려고 한다는 가짜뉴스가 돌았습니다.
그런데 사실 박 전 대통령의 형집행정지 불허는, 문 대통령이 아니라 영남제분 회장의 부인 윤길자씨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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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혜 씨 살인사건과 영남제분 윤길자씨의 특혜 형집행정지를 다룬 SBS ‘그것이 알고 싶다.’ ⓒ그것이알고싶다 화면 캡처 |
2002년 이화여대 법대 4학년이었던 하지혜씨가, 실종된 후 10일 만에 시신으로 발견됩니다. 당시 하씨의 몸에는 6발의 총상과 구타 흔적이 발견됐습니다.
처음에는 묻지마 살인으로 알았습니다. 그러나 알고보니 영남제분 회장 부인 윤길자의 청부 살인이었습니다.
하씨의 이종사촌이었던 김모 판사는 영남제분 회장 사위였습니다. 장모였던 윤씨는 사위가 바람을 피운다고 의심해, 하씨의 살인을 지시했습니다.
윤씨는 살인교사 혐의로 무기징역을 받았는데, 교도소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하다가, 급기야 의사와 짜고 허위 진단서를 통해 수차례 형집행정지를 받았습니다.
형집행정지를 받고 병원에 간 윤씨는 자유롭게 외출을 하는 등, 범죄에 대한 처벌을 교묘히 빠져나갔습니다. 방송에 이 사실이 폭로됐고, 검찰은 형집행정지를 취소했습니다.
KBS드라마 <닥터프리즈너>에서 이 사건을 모티브로 다루기도 했는데요, 드라마에서도 재벌이 허위 진단서로 교도소에서 빠져나오는 장면이 나옵니다.
2013년에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무전유죄 유전무죄냐며, 국민들이 사법 체계와 허술한 형집행정지에 분노합니다.
결국 이때부터 검찰이 형집행정지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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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이후로 잔형 집행보다 사망자가 늘어났다. ⓒSBS뉴스 화면 캡처 |
민주당 송기헌 의원실에서 받은 법무부 자료입니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는 잔형 집행이 훨씬 많았습니다.
잔형집행은 수감 중 형집행정지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교도소로 돌아와 나머지 잔여 형기를 채우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2014년부터 갑자기 잔형집행보다 사망이 더 늘어납니다. 이것은 형집행정지를 받지 못해 사망한 재소자가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전에는 쉽게 형집행정지를 받았는데, 이제는 진짜 죽을병에 걸리거나 사망하기 전이 아니라면, 아예 형집행정지를 해주지 않게 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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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집회에 등장한 박근혜 석방 깃발 |
무고한 여대생을 태연하게 청부 살인한 윤길자씨가, 아프지도 않은 데도 형집행정지를 받은 사실이 국민들에게 알려진 것은, 2013년 6월 SBS <그것이 알고싶다>를 통해서였습니다.
2013년은 바로 박근혜씨가 대통령으로 재임하던 시기입니다. 지금 형집행정지의 기준이 엄격해진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아닌 박근혜 정부이고, 이런 기준은 지금까지 이어졌습니다.
지금 박 전 대통령은 서울성모병원 등 외부 대형 병원에서 계속 진료를 받고, 구치소 의무실에서 외부 한의사로부터 치료까지 받고 있습니다. 생명의 위협을 받을 정도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무조건 박 전 대통령의 형집행정지가 문재인 대통령 때문이라는 가짜뉴스를 믿기 보다는, 왜 형집행정지가 엄격해졌는지, 배경이나 사실관계를 정확히 알았으면 합니다.
유튜브에서 바로보기: [팩트체크] 박근혜 ‘형집행정지 불허’는 문재인 대통령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