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파국’ 택한 아베, ‘국가 역량’ 총결집해 맞서야
일, 백색국가 제외 결정은 ‘자해행위’
한, 단호하고 냉정하게 맞대응할 때
한-일 관계 재정립하는 계기 삼기를
한, 단호하고 냉정하게 맞대응할 때
한-일 관계 재정립하는 계기 삼기를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직후 열린 청와대 긴급 국무회의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끝내 한-일 관계를 파탄으로 이끌 수 있는 결정을 내렸다. 일본은 2일 각의에서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기로 의결했다.
일본이 한국 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는 품목들의 수출을 통제하겠다는 사실상의 ‘경제전쟁’ 도발이라 부를 만하다. 자유무역 원칙을 훼손하고, 이웃나라 한국을 적대국으로 대하겠다는 뜻이다.
국제 분업·협업 체계에 균열을 일으켜, 한·일 양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근시안적인 아베 정부의 ‘자해행위’를 엄중하게 규탄한다. 아베 총리가 도발한 무역전쟁의 결과는 고스란히 일본이 감수할 수밖에 없다.
이제 중요한 것은 우리의 대응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긴급 국무회의를 소집했고, 우리도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 각의 의결을 “외교적 노력을 거부하고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대단히 무모한 결정”이라고 비판하며 “정부는 일본의 부당한 경제보복에 상응하는 조치를 단호하게 취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우리는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와 기업의 역량을 믿고, 자신감을 갖고 단합해 달라”고 호소했다.
문 대통령 연설은 일본 결정의 부당성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단호한 맞대응을 천명하면서도, 절제된 언어로 국민 단합과 일본의 반성을 촉구했다는 점에서 시의적절했다고 본다.
대통령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현 시기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역량을 하나로 결집하는 일이다. 일본이 7월 초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를 내렸을 때처럼, 한-일 무역전쟁의 발발 책임을 아베 아닌 문재인 정부 탓으로 돌리는 일부 야당과 보수 언론의 무분별한 행동이 더는 있어선 안 될 것이다.
피해자 인권과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하고, 자유무역 원칙을 무너뜨린 책임은 전적으로 일본 정부에 있다. 한국 정부 대응의 적절성을 비판할 수는 있지만, 그 비판이 일본 극우정권의 패권적 행동을 옹호하고 지원하는 것으로 변질돼선 안 된다. 지금은 정치권을 비롯해 모든 부문이 일본 정부의 무도한 행태를 비판하는 데 집중해야 할 때다.
이를 위한 공론 통합의 중심엔 대통령과 정부가 서야 한다. 일본 대신 한국을 비판하는 데 골몰하는 일부 세력의 태도는 국민 심판을 받을 것이다. 대통령과 정부는 일본 정부와의 싸움에서 국내 모든 역량을 끌어모을 수 있도록 ‘통합’의 메시지를 던지고 실천하길 바란다. 작은 정치적 차이를 넘어서, 한-일 관계와 동북아시아 평화를 위한 대의에 힘을 모으길 기대한다.
정부 부처들의 치밀한 대책 수립과 실행도 중요하다. 아베 정부의 백색국가 배제로 국내 산업계의 피해는 불가피해졌다. 이미 수출 규제를 받고 있는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더해, 이달 28일부터는 식품·목재를 제외한 산업 전반의 1100여개 품목을 수입할 때 건건이 심사를 받아야 한다. 정부와 기업이 긴밀한 협조를 통해, 재고물량 확보와 수입처 다변화 등, 가용 대책을 총동원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 위험을 부풀려 과도한 공포심을 조장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중요한 건, 한국 경제가 지나친 대일 의존도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일본에 견줘 취약한 소재·부품·장비산업 육성과 대-중소기업 간 상생의 생태계 조성은 이제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정부와 기업이 힘을 모은다면,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 수 있다.
이번 사태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아베 정부의 무역 보복에서 발화했다. 그러나 근본적으론 냉전 시절 한국의 군부독재 정권과 일본이 체결한 1965년 한-일 협정 체제를 더 이상 낡은 모습 그대로 유지할 수 없다는 상징적인 신호와 같다.
‘경제에 타격이 크니 어떻게든 화해하자’는 식으로 손쉽게 갈등을 봉합하려 해선 안 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정부는 ‘65년 체제’의 유산 중 책임질 건 책임지더라도, 시대적 가치 변화를 반영하는 쪽으로 당당하게 대응하기 바란다. 그래야 한·일 두 나라의 바람직한 미래를 여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 2019. 8. 3 한겨레 사설 ]
'시사, 상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역·환율 전면전 치닫는 미-중 … 세계경제 대혼돈 (0) | 2019.08.07 |
---|---|
0.5%에 흔들린 '탈일본' 20년 (0) | 2019.08.06 |
강대국 ‘군비경쟁’ 가속화할 미국의 위험한 선택 (0) | 2019.08.03 |
살인범을 변호한 사람은 살인행위를 비판할 자격이 없다? (0) | 2019.08.02 |
日, '백색국 제외' 강행...한일 '총성없는 전쟁' 돌입 (0) | 2019.08.02 |